표지훈 우지호 그리고 우리 season 2 02
야위었다. 많이 야위었다. 우지호는 마주친 눈을 애써 피하며 깜빡거리는 주황빛 가로등 아래 서있는 나를 지나쳐 집 앞에 서 떨리는 손으로 잠겨있는 문을 연다. 망설이고 있는 우지호의 뒤로 걸어가 오랜만에 품에 안아본다. 키가 비슷한지라 작게 안겨오진 않지만 나보다 작은 몸집을 가진 우지호. 오랜만에 뜨거운 우지호의 체온이 뜨겁게 전해져온다. 그동안 맡지 못 했던 우지호의 향기가 천천히 코끝에서 맴돌다 깊숙이 코깊숙히 들어와 온몸을 맴돈다. 안 본 사이에 살이 빠져 몸집이 더 작아졌다. 뼈 밖에 느껴지지 않은 여린 허리가 한 팔에 안겨온다.
“살 빠졌네, 챙겨 먹지….”
한참 동안이나 아무런 말도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 강하게 껴안은 우지호를 더 느끼려 눈을 감고 어깨에 턱을 괴어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어 힘 빠진 목소리로 입을 연다.
“밥 제때 안 챙겨 먹었어?”
“여자친구 생겼어”
“알아. 잠시만 이러고 있자”
애초에 알고 있던 사실이기에 아무런 충격이 없다. 그저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서로를 볼 수 있는 만질 수 있는 서로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이 짧은 시간이 행복으로 다가온다. 곧 꺼질 듯 깜빡거리는 가로등이 뜨겁게 우리를 비추고 우지호는 자신을 뒤에서 안고 있던 내 손을 풀고는 뒤를 돌아 나와 눈을 마주한다. 이게 꿈인 걸까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이 진짜인 걸까 아니면 환각인 걸까. 다시 한번 우지호의 체온을 느끼고 싶어 차가운 손을 잡는다. 또다시 서서히 뜨겁게 전해지는 우지호의 체온.
“한 달 동안 생각해봤는데”
곧 꺼질 듯 깜빡거리는 가로등처럼 내 머릿속은 심란하다. 무슨 말을 하는지 무슨 정신인지도 모른 체 그저 백지가 된 상태에서 말을 이어나간다. 머릿속이 어지럽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내가…. 위태로운 가로등이 꺼짐과 동시에 우지호의 차가운 입술에 입을 맞춘다. 뜨거운 숨결이 서로에게 전해진다. 입에 닿는 부드럽고 물컹한 감촉. 얼마 느끼지 못한 체 입술을 떼어낸다. 위태롭던 가로등이 꺼져 붉게 보였던 너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까맣다.
“나 너 없으면 못 살아”
머릿속은 어지러운데도 겉은 아무렇지 않은 척 우지호의 입술에 입을 짧게 맞추었다 떼어낸다.
“알잖아”
우지호의 표정이 보이지 않아 괴롭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꺼진 가로등 탓에 보이지 않는 우지호의 얼굴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웃는다. 힘없이 손을 쥐고 있던 우지호는 점점 힘을 주어 내 손을 강하게 잡아온다. 차가웠던 두 손은 어느새 뜨겁다. 차가웠던 머릿속도 어느새 뜨겁다.
보이지 않는 너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 달 동안 보지 못한 그리운 사랑을 느낀다. 가까워진 거리 탓에 우지호의 숨결이 나에게로 전해지고 나의 숨결 또한 우지호에게 전해진다. 손을 쥐어 잡고 있던 손을 놓고는 한 발자국 뒤로 떨어져 자꾸만 고이는 침을 소리 나게 삼킨다.
“오글거리는 말해줄까?”
우지호는 대답이 없지만 나는 검지를 들어 이마에 가져다 대고는 천천히 직선으로 쓸어내린다.
“이마도”
손가락을 직선을 따라 내리자 손가락은 우지호의 코에 닿는다.“코도” 천천히 내려가 부드러운 입술에 닿는다. “입술도”떨리는 손에 힘을 주어 턱을 지나 목도리 위 빼꼼하게 나온 뜨거운 목에 닿는다. “목도” 손을 떼내고는 한 손으로 허리를 감싸 밀착시켜 뜨겁고 강하게 안는다.
“형 모든 게 그리웠어.”
맞닿은 몸에 짧게 키스를 한다. 아무런 말도 아무런 움직임도 하지 않는 우지호의 모습. 항상 포기한 척을 하면 잡던 우지호의 모습. 그때처럼 몸을 떼어내고는 "갈게…." 천천히 뒤를 돌아 걸어간다. 잡아라 잡아라 잡아라 제발 잡아라…. 일부러 걸음을 천천히 걷는다. 그리고 뒤에서 들리는 우지호의 목소리
“야”
잡아라 잡아라 잡아라 잡아라. 자리에 멈춰 서 뒤돌아 보지 않은 체 우지호의 말을 기다린다. 그리고 작게 들리는 목소리 “다시 시작하자” 할렐루야. 갑자기 코가 탁 트이며 깨끗한 공기가 콧속으로 들어온다. “역시 역시” 웃으며 뒤를 돈다. 어두운 골목길 우지호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다가온다.
“…어”
갑작스럽게 닿은 우지호의 입술. 먼저 입을 맞추었다. 가만히 물컹하게 입술만 닿고 있다 허리를 꽉 껴안고 몸을 밀착시켜 우지호의 아랫입술을 강하게 빨아드린다. 우지호는 고개를 살짝 틀어 더 뜨겁게 입술을 맞춰온다. 고개를 앞으로 빼 맞춰오던 입술에 몸을 밀착시키자 살짝 허리가 휘어지는 우지호. 한 달 사이 전보다 얇아진 우지호의 야윈 허리를 감싸 안는다. 물컹한 입술을 탐하다 곧 우지호의 입술 틈 사이로 혀가 말려 들어간다. 뜨겁다. 미치겠다…. 서로의 혀가 맞닿고 치열을 흝고 혀가 맞닿은 체 서로의 혀를 휘감는다.
입술을 떼어내고는 고개를 틀어 다시 한번 입을 맞춰온다. 지금껏 그 어느 순간보다 행복하다. 그 어떤 키스보다도 부드럽고 달콤하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골목길에는 야릇한 키스 소리로 가득 차있었고 분위기 탓에 흥분해 아랫도리가 작게 꿈틀거린다. 맞닿은 몸에 느낄 수 있는 우지호의 것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 했던 서로의 온기. 입속을 헤집어놓던 혀를 빼내고는 입술을 떼어낸다. 우지호가 짧게 입을 맞춰오자 골목에는 쪽 하는 소리가 크게 울린다. 그리고 달콤하게 들리는 우지호의 웃음소리. 귓속을 간지럽히는 소리에 나도 우지호를 따라서 웃는다. 그 손만 밝게 켜지는 가로등
“예뻐”
이제야 우지호의 표정이 보인다. 눈을 뚫어져라 마주 보며 한 달 동안 보지 못했던 긴 시간을 잊은 듯 눈빛으로 사랑을 보내는 우리. 가로등 탓에 붉은빛의 우지호는 오늘따라 더 예쁘다. 그리고 또 짧게 입을 맞춰온다. 행동 하나하나가, 내 앞에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예뻐 강하게 끌어안는다.
“못생겼어”
귓속에 간지럽게 속삭이는 우지호의 목소리. 너무나 오랜만이다. 무슨 말을 하든 다 사랑스럽다. 귓속에 웃음소리를 흘리니 간지러운 듯 머리를 뒤로 빼어 귀를 떼어내고는 다시 서로의 눈을 마주 본다. 한 달 전과 다를 것이 없다. 아니 처음 만났던 그날과도 다를 것이 없다.
우린… 어쩔 수 없다.
3월 20일. 우리는 또다시 연애를 시작한다.
표지훈 우지호 그리고 우리 seaso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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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위는 다들 감기로 고생하네요 ㅠㅠㅠ 요즘 감기 시즌 인가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