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응? 왜?"
"아...씨발 말 못하겠다"
"뭔데 씨뱅아"
정우의 웃는 모습에, 한길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 전날 밤, 밤새 고민했다. 어떻게 말해야할까. 날 싫어하게되지는 않을까? 우리 사이가 이대로 끝나버리는건 아닐까. 수 많은 고민고민고민... 방금 부르기 전까지도 수 많은 고민들.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른다.
"야!...아 씨발 진짜..."
"아...뭔데 미친놈아! "
키키킥 거리며 웃는 정우의 모습. 발그래진 한길의 볼. 한길은 정우의 어깨를 툭 친다. 그리고 내뱉듯이 말한다. 눈을 질끈 감고. 마치 숨소리마냥 제대로 들리지 않는 것처럼. 조심스레 하지만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한길은 말했다. 말하고야 말았다.
"좋아해"
"뭐?"
"좋아한다고 미친놈아"
약간은 당황한 정우는 곧 어이없는 얼굴을 하더니 어깨를 툭-친다. 그리고는 '나도 좋아해 미친새꺄, 아 씨발 미친놈'하고 중얼거린다. 뭔가 다른 뜻으로 받아들여졌구나. 한길은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만 같았다. 꽉쥔 주먹에 힘을 더준다. 손바닥을 파고드는 손톱에 정신이 든다. 힘이 조금은 생긴다. 지금 아니면 평생 말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다시한번 말하자. 똑바로 전하자 똑바로.
"그게 아니고 개새꺄...똑바로 들어"
"아...야 잠깐-"
"사랑해, 진짜로..."
말을 막으려던 정우의 표정이 굳는다. 한길은 고개를 숙였다. 땅이 빙글빙글 돈다. 땅이 솟아올라 자신을 덮칠것만 같았다. 온 몸에 힘이 다 빠져나간 것만 같았지만, 쓰러지진 않았다. 온 몸을 휘감고 있는 긴장이 몸을 지탱한다. 정우는 어버버-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간신히 한마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진짜...냐?"
정우의 물음에 한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 후우-하는 정우의 한숨이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한길의 가슴을 찌른다. 욱씬거리는 가슴. 피가 흐르진 않았지만, 흐르는 것 같았다. 온 몸의 피가 흘러나가는 것만 같았다. 차마 고개를 들고 볼 수가 없다. 입을 열어 더 이상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아...씨발."
정우는 머리를 거칠게 헝클었다. 그리고는 한길에게서 몸을 돌려 걸어나갔다.
"야. 연락하지마. 미친 게이새끼"
무너지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온갖 슬픔이 북받쳐올랐지만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 이럴걸 알고 있었으니까. 이럴줄 알고서도 고백한거니까. 이렇게 되는게 당연한거니까. 하지만...하지만...
고백이라도 하고 싶었다. 이뤄지지 않더라도. 고백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냥 그런 마음 뿐이었다. 한길은 온 몸에 힘이 풀린채로 그냥 주저 앉아 있었다. 땅거미가 내려앉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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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하려고 쓴 글이 절대 아닙니다.
마치 동성애가 질병이라도 되는양 배척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인해 동성애에 관해서 거부감이 없습니다만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경멸에 가까운 말들을 내뱉는 애들도 있더군요.
+
몇달전에 문득 떠오른 한 장면 때문에 쓰게 된 글.
사실 노트 한쪽 구석에 작게 써놓은 낙서가 우연히 눈에 띄어서 써봤다.
남자-고백-남자
요게 끝인 낙서.
하지만 저 낙서를 보니까,
한명이 고백하고 한명이 몸 돌리는 장면이 계속 머리속에서 맴돌았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거에 있어서 죄는 없다.
+
인터넷 용어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탓에
등장인물의 웃음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난감할때가 많다.
ㅋㅋㅋㅋ거리는 웃음을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자연스럽고 어색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