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두 남자가 이끄는 대로 궁까지 끌려갔다시피 갔다. 그들에게 끌려가면서, 어쩌면 차라리 잘 된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오라버니는 장원에 급제했으니 분명 궁에서 일을 하고 있을거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궁궐에 도착해서는 미로같은 길을 지나 곧바로 어느 건물 한채로 들어갔다. 세자저하라는 남자는 나를 의자에 앉히더니 이름이 무엇이냐 물었다.
"그래 네 이름이 무엇이냐"
"박여주라 하옵니다"
"박여주? 그래, 너는 어찌하다 그런 곳에 가게 된게냐"
"장원에 급제한 오라비를 찾아 왔습니다. 소녀는 삼사좌윤 박천석의 딸이옵고, 밀양에서 저를 키워주신 유모와 둘만 살다가 유모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아 한양에 아버지와 오라비를 찾으러 올라온것입니다. 그래서 아비와 오라비를 찾기 위해 궐로 가는 길에 장터에서 만난 노인이 그곳에서 일을 하면 반드시 소녀의 오라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하여...뜻모를 문서에 손도장을 찍은 것이 이리 되었습니다"
"삼사좌윤 박천석의 딸이라?"
"예"
"워우야 그자는 함경도의 병마절제사가 아니냐?" (*조선시대에, 각 도의 거진에 둔, 병마를 다스리던 정3품 무관 벼슬)
"예, 그렇사옵니다. 5년 전에 함경남도의 병마절제사로 파견되었습니다"
방금 내가 들은게 사실이 아니기만을 간곡히 기도했다.
"함경...함경남도라니요...? 한양에 계신 것이 아니란말입니까?"
"그래. 박천석 그 자는 함경남도의 병마절제사이다. 어째, 영 몰랐던게냐?"
"예, 밀양에서 아비의 소식도, 오라비의 소식도...들은 것 하나 없이 홀로 올라왔습니다...그렇다면, 그곳으로 가야합니다."
"이곳에서 함경도까지 가는 것은 여인 혼자의 몸으로 불가능하다. 조선 최고의 장수들이나 암행어사들 또한 다른 지방으로 가는 길에 산짐승들에게 물려 죽는 일이 빈번하고 심지어 지금은 겨울이 아니더냐? 자네 혼자 함경도까지 가는 것은 제발로 죽음에 다가가는 것과 같은 셈이네"
"아...그렇다면, 오라비라도, 오라비라도 찾을 수는 없겠습니까?"
제발, 제발, 오라비라도 찾아야한다.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이자, 삶의 이유인 내 가족을 찾아야했다.
"오라비의 이름이 무었이냐"
"승관이옵니다"
"성이 '박'이 맞느냐"
"예 그렇습니다"
"원우야,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냐"
"예, 아악서에서 일을 하는 이입니다"(*고려 말기 공양왕 3년에서 조선 초기 세조까지 전통음악을 익히던 관청)
"아악서라? 남매가 재능까지 꼭 닮았나보구나. 좋다. 내 네 오라비를 찾는 것을 돕겠다"
"예? 진심이십니까?"
"그래. 허나, 조건이 있다."
"조건이 무엇입니까"
"상방기생이 되는 것이다"
"상방기생...이라니요?"(*궐 내에서 연회나 행사에서 춤을 추는 기생)
"곧 아버지의 탄일이 다가오니, 아버지의 생신날에 네가 중심이 되어 가무를 뽑내는 것이다. 이후에 네 오라비를 찾아줄지, 생각해보겠다."
나에게는 달콤한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당연히 그 제안을 승낙했고, 상방기생으로 일하기 시작했다.연회가 없는 날이면 궁중 내에서 대궐의 의복을 지으며 생활했고, 가끔 그 세자저하라는 사람이 바깥 양반들과 기생들을 불러모아 궐 내에서 연회라도 여는 날에는 여기저기 달려가 술도 따르고 노래도 부르면서 말그대로 '기생'의 일을 했다.
그리고 기다리던 왕의 생일날, 설렘반, 긴장반으로 왕과 신하들, 왕자들과 왜와 명의사신들까지 모두 모인 경회루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가무의 끝은 언제나 비슷했다. 모두들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궁내는 금방 시장통처럼 북적거렸다. 연회장 내를 조용히 시킨 왕은 옆에 서있던 신하에게 물었다.
"저 아이는 누구인가?"
"세자저하께서 몇달 전 궐로 데리고 온 아이이옵니다 전하"
"양녕이?"
"예 전하"
세자저하가 나를 궐로 데리고 왔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왕은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
"양녕을 불러오라"
"예 전하"
왕이 신하에게 세자를 데리고 오라고 시켰고, 이내 나를 궐로 데리고 온 세자가 왕의 앞에 섰다.
"양녕"
"예 아버지"
"품위를 지키게"
"송구하옵니다 전하"
"어디서 데려온 아인가"
왕이 세자에게 나의 출처를 묻자 세자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더니 이내 궐 앞 장터의 기생집이라고 대답했다.
한숨을 깊게 쉰 왕이 세자에게 물러나보라는 손짓을 했고, 세자는 그대로 뒤를 돌아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아주 잘 하더구나"
"과찬이십니다"
"궐 내의 사람들 뿐만 아니라 명과 왜의 사신들 까지 모두 네 이야기 뿐이다. 아주 잘 했다"
가볍게 고겟짓으로 감사 인사를 표하고는 세자에게 물었다.
"오라비는 어찌되는 것이옵니까"
"내 오늘은 영 기분이 별로라 네 오라비를 찾아줄 맘이 생기지 아니하는구나. 다음에 다시 오거라"
"예...? 하지만 저하...!"
대답할 새도 없이 자리를 뜬 저하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었더니, 왕의 옆에 앉아있던 두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입고있는 옷을 보아하니 왕자정도 되어 보였다.
'대군은 넷이라 들었는데, 하나는 어딨는거지?'
둘밖에 없는 대군들을 보며 의아함을 가진 것도 잠시, 이내 나를 불러세우는 내시에 정신을 차렸다.
"이리와보게"
"예..? 저 말입니까?"
"그래. 전하께서 자네를 보고싶어하시네"
전하께서 나를 보고싶어 하신다는 말과 함께, 나를 왕 앞으로 데리고 가느 내시였다.
"듣자하니 양녕이 그대에게 해를 끼쳤다 들었네. 아비된 사람으로서 대신 사과하지"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래, 내 사과하는 의미로 자내가 원하는 것 한가지를 들어주지"
"원하는 것 말입니까...?"
"그래. 보아하니 가무에 능한 것 같더구나. 덕분에 조선 왕의 위신을 다른 나라에도 떨칠 수 있었네. 그러니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 보거라"
원하는 것을 말해보라는 왕의 말에 오라비가 아악서에서 일을 한다고 했던 원우의 말이 생각났다.
"아악서에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아악서라?"
"예. 전하"
"그건 아니된다. 아악서는 장원에 급제한 남자만이 들어가 일 할 수 있는 국가기관이다. 다른 소원을 말해보거라"
"저는 아악서에 꼭 들어가야 하옵니다"
"아니된다하지 않았느냐"
"아바마마 제가 데리고 가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아악서에 들어가겠다 떼를 쓰는데 옆에 앉아있던 조그만 남자 하나가 왕에게 자신이 데려가면 어떻겠냐고 이야기를 했다.
"충녕"
"아바마마, 제가 아악서를 관리하고 담당하고 있으니 제가 데리고 다니면서 음악에 대해 가르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어짜피 저 아이는 여인의 몸이라 아악서에서 일을 할 수도 없는 처지이지 않습니까"
왕은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도록 하여라"
왕의 허락이 떨어지자 충녕이라는 남자가 내게로 와 이야기 했다.
"이제부터 나를 뒤에서 보필하며 음악을 공부하는 것은 어떻겠느냐? 네 실력을 보아하니 꽤 흥미가 생기는구나"
"망극하옵니다"
"그래. 오늘은 이만 들어가거라. 곧 연회도 끝을 맺을 것 같으니"
"예 마마"
이제 그만 돌아가라는 왕자의 말에 숙소로 돌아갔다. 거추장스러운 장식들과 화려한 예복을 벗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구고 나니 더 이상 움직이기가 싫어 그 자리에 앉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충녕의 밑에서 일을 하면 어쩌면 오라버니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아악서를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했으니 어쩌면 오라버니를 잘 알지도 몰랐다. 하지만 오라버니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보다도 머릿속에 자꾸만 맴도는 자가 있었다. 충녕의 옆에 앉아있던 그의 형이였다.
뚜렷한 눈매에 오똑한 콧날, 구릿빛 피부가 나를 그리도 설레게 만들었더랬다.
다음날 아침이 밝고 궁녀복으로 갈아입은 나는 내시의 안내를 받아 충녕대군의 처소 앞에 도착했다.
스물 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작은 체구에 불그스름한 볼까지, 마치 아기를 보는 듯 했다.
처소 앞을 산책하던 창녕대군은 나를 보자마자 웃으며 가까이 와보라고 했다.
충녕대군의 가까이로 다가가자, 이름이 무어냐고 물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박여주라고 하옵니다"
"예쁜 이름이다. 그래, 아악서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들었다. 이유가 무엇이냐"
"오라비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오라비를 찾기 위해서? 오라비의 이름이 무엇이냐"
입을 떼려는 찰나, 어딘가에서 헐레벌떡 달려온 내시 하나가 숨도 거르지 못하고 창녕대군에게 말을 했다.
"헉...헉...마마...하아...성녕대군께서..."
"무슨 일이냐"
"하아...상태가 위급하십니다...아무래도 마지막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답니다..."
"뭐라? 찬이가 말이냐?"
"예 지금 성녕대군의 처소로 가셔야할 것 같습니다"
눈 깜빡할 새에 모두가 충녕대군을 따라 처소에서 벗어났고, 나도 서둘러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그러나 우리가 도착했을때 성녕대군은 이미 눈을 감았고, 그 원인은 홍역이였다. 궁궐 내의 모두가 의젓하고 총명했던
성녕대군이 열 넷이라는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고, 눈물을 흘렸다.
왕은 가장 아꼈던 막내 왕자의 죽음을 믿지 못하는 듯 했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막내 왕자의 시신을 안은채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아악서를 둘러보게 해 주겠다던 충녕대군은 성녕대군의 처소 앞에 무릎꿇고 울기에 바빴고, 둘째왕자 또한 그러했다
그러나 세자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몇시간정도가 지난 후에, 성녕대군의 처소에서 나온 왕은 세자를 찾기 시작했다.
"세자는 어디있는가"
"ㄱ...그게..."
"바른대로 고하라!!!"
"ㄱ..그게 사실은...궐 뒷산에서 활쏘기를 하고 계십니다"
"동생이 세상을 떠났는데 활쏘기나 하고 있단 말이냐! 당장 세자를 데리고 오게!!세자를 폐위시켜야겠으니"
"하오나 전하...!"
"데려오라고 하였네!!"
그때, 세자가 성녕대군의 처소로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성녕은...!"
왕이 세자의 뺨을 때렸다. 맞은 뺨을 잡고 얼떨떨한지 가만히 서있던 세자를 왕은 가차없이 때리기 시작했다.
"동생이 죽었는데!! 어찌 같은 배에서 태어난 형이라는 놈이 활쏘기나 즐기고 있단 말인가!"
"성녕대군이...찬이가 죽었다구요...?"
믿기지 않는듯 허공을 바라보며 왕에게 계속 맞다가, 이내 왕이 날린 주먹에 뒤로 고꾸라진 세자에 왕은
매정하게 돌아서며 말했다.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라. 세자로써. 양녕 마지막 기회이니"
왕이 성녕대군의 처소를 떠나 그 뒷모습이 사라질 때 까지도 세자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곧이어 달려온 원우가 세자를 부축하여 성녕대군의 처소를 빠져나갔다.
울고있는 충녕대군을 일으켜 새운 충녕대군의 형인 효령대군은 충녕대군을 가볍게 토닥이더니 성녕대군의 처소에서 빠져나갔다.
나도 서둘러 충녕대군을 뒤따라갔다. 두분만의 시간을 드리자며 그만 숙소로 돌아가라는 상궁의 말에 무거운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새벽즈음 잠에서 깼다. 밖은 어두컴컴했고, 모두가 자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대충 옷을 걸쳐입고 밖으로 나갔다.
살을 에이는 바람에도 왜인지 마음속에 있던 무언가가 턱 하고 떨어져나간 기분이였다. 날은 추웠지만 마음은 상쾌했다.
숙소 정원을 산책하는데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가 났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 남정네 하나가 수풀 속에 앉아 울고있었다.
누군가 하여 가까이에 다가갔는데 깜작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남자는 둘째 왕자인 효령대군이였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살짝 든 대군은 생각치 못한 인물에 놀랐는지 두눈을 크게 뜨고 날 쳐다보았다.
어찌 해야될지 몰라 저고리의 고름을 찢어내 왕자에게 건냈다. 자기가 울고 있던 것을 잊고 있었는지 내가 내민 고름을 한참 찾아보다가 정신이 들었는지 고름조각을 낚아채 눈물을 닦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떠났다.
"ㅇ...어...! 마마...!"
꿈에도 연모하던 분을 눈 앞에서 보니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마음을 가라앉히려 그 자리에 앉아 한참을 멍때려봐도
빨갛게 익은 얼굴은 식을 줄을 모르고 심장도 미친듯이 뛰어댔다. 울고있던 왕자의 모슴에 걱정 반, 그의 모습에 설렘반으로
그곳에 앉아있으니
"여주 어딨느냐!"
상궁이 나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벌써 아침이 밝았다.
.
.
.
"너희들도 모두 알듯이 어제 성녕대군께서 돌아가셨다. 그러니 오늘은 어떤 행사도, 소란도 있어서는 아니된다. 그저 방에만 틀어박혀있거라. 만에하나 아주 자그마한 소란이라도 그 이유가 무엇이라도 용서받을 수 없다. 궁 밖으로 쫓겨나게 될 것이다."
방에만 틀어박혀 있으라는 상궁의 말은 기생들을 자극하기엔 완벽한 말이였다. 금세 웅성거리기 시작한 기생들은 따가운 상궁의 눈빛을 느꼈는지 이내 잠잠해졌고,
"이제 방으로 들어가보거라."
방에만 몇시간째 앉아있었을까, 어느새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방안에 함께 있던 기생들은 하나 둘 잠들기 시작했다.
"어우 답답해...바깥공기나 좀 쐬고 와야겠다..."
깊은 밤이 되어서야 밖으로 처음 나온 나는 극심한 허기짐을 느꼈고, 그제서야 내가 오늘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꺠닳았다.
나는 이내 먹을 것을 찾아 수라간으로 향했다. 수라간에 도착했는데 건물 안쪽에 희미하게 호롱불이 켜져있는 모습이 보였다.
"도둑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에 떨어져있던 돌덩이를 하나 들고 수라간 안쪽으로 조심스래 들어갔다. 얼굴만 문 안쪽으로 넣어 누가 있는지 둘러보는데
바닥에 떨어져있는 호롱불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붙잡고 다리 한쪽을 수라간 안쪽으로 집어넣는 순간 눈 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흐아아ㅏ....읍...!"
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놀란 표정으로 내 입을 막아오는 소년이였다. 눈꼬리가 쪽 째진 모습이 궐 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얼굴은 아니였다.
놀란 나는 손에 들고있던 돌덩이로 소년을 치려고 했다. 그 순간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게 누구냐!"
목소리를 듣자마자 소년은 바닥에 있던 호롱불을 주워들고 불을 후 불어서 끈 다음 나를 끌어 당겨 뒤주뒤쪽으로 숨어들었다.
"ㄴ..누구..!"
"쉿!"
이내 발소리가 가까워지는가 싶더니 상궁 한명이 수라간 내부를 휙흭 들러보고는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수라간을 나섰다.
참고있던 숨을 다시 쉬기 시작하고 옆에 앉은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ㄴ...누구요! 도둑인게요?"
"뭐...도둑은 아니지만 의도치 않게 도둑놈이 되어버렸네. 뭐 난 그렇다 치고 그쪽은 처음보는 얼굴같은데 신입 도둑인가?"
"무슨...!"
"아..뭐 내가 알바는 아니고. 아직 초보같은데 이렇게 티를 내고 다니면 쓰나? 아주 온 몸에 '나 도둑이예요' 광고하고 다니네. 그래서 뭘 훔치려고 오신걸까?"
분명 입장이 바뀐 것 같은데 당황해서 말이 안나왔다. 분명 내가 화를 내야 할 상황인데?
"아니, 도둑이라니...! 행색을 보아하니 그쪽이 더 도둑같구만!!!"
"아~그렇구나~ 도둑이 아니구나~ 할 줄 알았냐? 어디서 구라야 구라는?"
"구라 아니거드..."
꼬르륵
내 배에서 난 소리인가..? 조금 민망한 소리가 났고, 조금의 정적이 있었고, 소년의 비웃음이 있었다.
"난또 뭐 은수저훔치러 온 도둑놈인줄 알았더니 음식도둑이였구만? "
"아 진짜 도둑 아니라니까 자꾸 그러시오...!"
"자 이거나 먹던지"
무심하게 주먹밥 하나를 건내는 소년에 왠지 자존심이 상했다.
"아 됐소 안먹소!"
꼬륵
"안먹는다고?"
"아 먹소 먹소...아 진짜..."
낚아채듯 소년으로부터 주먹밥을 뻈었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잘먹네"
옆에 앉아 싱글벙글 웃으면서 내가 주먹밥을 먹고 있는걸 보는 소년에 왠지모를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뭘 보시오. 보지 마시오."
"응~"
안본다고 해놓고 자꾸 쳐다보는 소년에 이젠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남녀칠석부동석이온데 어찌 이리 가까이 앉아있소! 좀 덜어지시오! 쳐다보지도 마시고"
"...남녀...뭐...? 이상한 소리 할거면 먹던거 내려놓고 그냥 가지?"
"아니 남녀 칠석 부동석도 모르는 작자가 어찌 이리 당당하게 궐에 들어와 있소? 그것도 수라간에?"
"남녀칠성부승관인가 뭔가 그딴거 난 모르고 넌 뭔데 수라간에 도둑질하러 들어와놓고 당당해?"
"도둑질이 아니라니까...! 그저 지나가던 길에 불이 켜져 있기에 도둑이 들었나 하고 확인하러 온게요"
"잘도 그런가보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바지를 툭툭 털더니 하는 말이
"뭐. 네가 도둑이건 아니건 상관은 없지만. 앞으로 궐에서 마주치는 일을 없었음 하네"
"마찬가지요!"
하...참 어이가 없다. 방귀뀐놈이 성낸다더니 딱 그 꼴이였다.
"그래도 내 야참을 뺐은이니 이름정도는 알아야겠지. 내 이름은 순영이다. 장순영. 니 이름은 뭐냐?"
"난...여주가요"
"여주? 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은데...? 너 혹시 날 본 적 있느냐?"
"그랬을리가 있소? 그쪽같은 작자를 전에도 본 적이 있다면 난 아마 제 명에 못살았을거요."
"음...이상하다. 흔한 이름이라 그런가?"
"흔한 이름이라니..!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소중한 이름을 흔한 이름이라니! 그쪽은 여러모로 예의도, 생각도 없소!"
짜증이 솓구쳐 소리지르듯 말하니 좀 당황하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처음처럼 능글거리며 말하는 그였다.
"아, 그래? 그런 이야기는 내 너에게 처음 들어본다. 너도 참 정상은 아니야...뭐 하여튼 도둑질하다가 상궁한테 들키지 말고 잘 도망가라. 여기 수라간 상궁이 여간 억센게 아니니 한번 걸리면 벌을 면하긴 힘들게다. 거기다 성녕대군께서....승하하셨으니 하여튼 도둑질 초보 티내지 말고 잘 도망가라!"
"허...참...끝까지...!"
그리곤 순영이란 소년은 수라간에서 뛰어나갔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다가 점점 밝아지는 하늘을 보곤 허겁지겁 주먹밥을 입에 우겨넣고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
.
.
아침부터 빨랫방에서 빨래를 했다.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파도 성격이 불같은 상궁 덕에 허리를 필 새도 없이 빨래만 해댔다.
"어휴...양반집 딸내미가 궁에서 빨래나 하고 있다니...오라버니와 아버지께 부끄러워 고개도 못들겠다..."
"뭘 자꾸 궁시렁대느냐! 오늘 할 일만 산더미다. 빨리빨리 끝내거라, 저녁엔 세자비 간택이 시작 될 것이다. 한달내에 세자비가 세자전하와 혼인식에서 입으실 예복을 미리 짜두어야 하니말이다."
"세자비요?"
"그래. 오늘 저녁부터 혼인을 하지 않은 처녀들의 혼인은 금지될 것이고 한달 내에 세자비가 간택될 것이다.
그러니 세자비가 간택되기 전까지 비단 스무필을 짜내어 예복을 만들어야한다. 그러니 어서 서두르거라! 시간이 없다."
"아...ㅇ..예"
세자저하의 부인 간택이라니...왕자치고는 굉장히 늦게까지 혼인을 하지 않은 것이긴 하나 왠지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세자비라..."
워낙 자유분방하고 법도에 얽매이는 걸 싫어하시는 것 처럼 보이긴 했으나 여자에 큰 관심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뭐...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였다.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햇볓이 쨍쨍한 빨랫터에서 허리를 굽히고 빨래만 하는건 정말이지 고역이였다.
"새참이오!"
새참이란 말에 빨랫터의 개생들은 하나둘씩 허리를 펴기 시작했고, 나도 그제서야 허리를 펼 수 있었다.
"끄으으...허리야..."
허리를 두드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새참 주위에 둘러 앉아 기생들과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야야, 너희 그거 아니? 오늘 저녁부터 세자비 간택이 시작된다잖아..!"
"맞아, 그래서 지금 이렇게 쉬지도 못하고 주구장창 빨래만 하고 있잖니...그놈의 예복이 뭐라고..."
"세자비로 간택될 처녀는 얼마나 예쁠까? 세자저하도 조선이 새워진 이래로 전래없던 미남이시잖아!"
"맞아, 나도 전하의 탄일 경축연에서 세자저하를 처음 봤었는데 정말 태어나서 봤던 그 무었보다도 잘생기셨어... 나도 세자저하같은 사람과 혼인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신차려! 우리같은 기생이 넘볼걸 넘봐야지...하여튼 세자비는 조선 제일가는 미녀겠지!"
"우리 여주도 미모도 치자면 정말 손에 꼽을 미녀인데...왜 너같은 아이가 이런곳에서 기생일이나 하는게야?"
"예...? 저...말입니까?"
"그래! 들어보니 넌 신분이 천한것도 아니고 아버지도 높으신 분이 아니더냐?"
"아...전 오라버니를 찾으러 한양으로 왔다가 사정이 생겨서 기생일을 하고 있습니다. 세자저하와 약속한게 있어서요"
"뭐? 세자저하와? 그럼 그분과 말도 해보았다는 말이냐?"
"...?예.."
"와...! 정말 부럽다 여주야! 난 그분과 한마디라도 해 보는게 꿈인데..."
"정신차려라 말년아! 순이 말마따나 넘볼걸 넘봐야지...그리고 세자저하말인데, 소문도 그리 좋지는 않더라"
"왜? 왜 어떤 소문말이냐?"
"몰랐느냐? 세자저하 궐 내에서 바람둥이로 유명하시잖냐. 궐 내에서 온갖 악동 짓은 다 하고 다니시지, 학문에 능한 것도 아니지... 난 사실 아직도 양녕대군이 세자로 책봉되었는지 모르겠다. 성품도 올바르시고 문무에 모두 능하신 효령대군도 있으신데 말이다."
"입 조심해라! 그러다 궐에서 쫓겨나는 것도 한순간이다. 아, 효령대군께서도 세자저하에 버금가는 미모를 지니셨다던데"
"여주야 넌 전에 한번 뵌 적이 있지 않느냐? 전하 탄일 경축연에서 말이다."
"아...ㅇ..."
"그만 떠들고 이젠 다시 각자 자리로 돌아가게!"
상궁이였다. 한시가 급한 듯 서둘러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바삐 뭔갈 하는 상궁이 뭐랄까...조금은 안쓰럽기도 했다.
또 다시 허리를 굽히고 일을 한지도 몇시간이 지났을까, 금새 날이 어둑어둑해졌고, 우리는 비단을 짜러 베츨 앞에 앉았다.
가장 고운 비단을 만들어내기 위해 모든 기생이 쉴 틈 없이 베를 짰다. 베가 한필, 두필 완성되었고, 하루동안 만들어야 하는
비단의 수를 모두 맞춘 후에야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하루 종일 힘들게 일했던 터라 자리에 눕자마자 잠에 들었다.
몇일동안 베만 짰다. 비단 스무 필이 완성되자마자 세자비가 간택 되었다는 소식을 들어왔다. 예복을 만드느라 한시도 쉴 틈 없이 바느질을 해댔고, 다른 기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예복이 완성되고 몇일 있지 않아, 세자와 세자비는 혼인식을 올렸다. 어쩐지 혼인식에서 세자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태어나서 가장 행복해야 할 날인데, 그렇지 못해 보였다. 혼인식이 끝나고, 축하연이 이어졌다.
춤을 추다가, 세자와 눈이 마주치면, 어김없이 세자는 따뜻하게 웃어주었다. 그러면 나도 괜시리 웃으며 더 열심히, 춤을 췄다.
그들을 축복하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 춤을 추었다.
연회가 끝나고 남은 음식들은 기생들이나 궁녀들의 몫이였다. 다들 몇달만의 진수 성찬에 정신을 못차렸다.
축제같은 밤이 지났고, 눈을 떴을 땐 이미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눈을 떴을 땐 평소와 다르게 왠지 시끌벅적했다.
'무슨일이지?'
기생들은 창앞에 몰려들어 밖을 쳐다보고 있었고, 그곳에는 상궁과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효령대군이 있었다.
효령대군의 모습을 보자마자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혼자 뒤돌아 마음을 삭히고 있는데 밖에서 상궁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 나와보거라!"
기생들은 영문도 모르고 잔뜩 설레어하며 밖으로 하나둘 나가 서기 시작했다. 소문대로 출중한 효령대군의 외모를 보고는 기생들은 적지않게 술렁였다.
혹여라도 효령대군과 눈이 마주칠까 고개를 푹 숙이고 밖에 나가 섰다. 밖에 나가 서있으니 얼마 안지나 갑자기 조용해졌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들었더니
효령대군이 기생들을 찬찬이 흝어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상궁에게 고갯짓으로 나를 데려오라고 하는 것이였다.
"거기, 너 이리 오너라"
"ㅇ...예...? 저말입니까?"
그렇다는 상궁의 말과 함께 순식간에 기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조용히 하지 못할까!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효령대군은 상궁에게 괜찮다고 말한 뒤 잠시 나를 데리고 가도 되겠냐고 했다. 당연히 된다고 하는 상궁을 뒤로 하고 내 손목을 잡고 상방에서 벗어났다.
상방에서 어느정도 멀어졌고, 효령대군은 말 없이 나를 어떤 정원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 멈춰서 아무 말 없이 있다가 효령대군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때 본건 잊어주시게"
"ㅇ,예...?"
"그...새벽...말이네"
"아...예 당연하옵니다. 벌써 잊었사옵니다.
"...고름은"
"아...괜찮습니다. 잘 꼬매 입고 있사옵니다. 헌데...어찌 부르신겁니까...?
"뭐...그때 일도 있고 하고, 이것도 주어야하고..여차저차..."
효령대군은 내게 보따리 하나를 건내었고, 귀를 붉히면서 뒤를 돌았다.
"무엇...이옵니까?"
"저고리일세. 한 나라의 왕자로써 도리를 다 하는걸세."
"아...황송하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아니 잠깐만."
"어찌...?"
"이곳은 내 거처 뒤에 있는 정원이네. 내일 그 저고리...입고 다시 와보게."
"예..?"
"선물한 옷이니 입은 모습은 봐야하지 않겠느냐. 크흠..! 이만 가보거라"
"예...? 아, 예 그럼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하고 다시 상방으로 돌아오니 모두들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아무 말 없이 방으로 들어가니
손에 든 보따리를 보고는 하나 둘 가까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뭐야뭐야? 왕자님께 받은것이냐??"
"크으...대단하다...역시 효령대군님도 남자셨던게야. 어떻게 수컷이 이 미모를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
"그래서 보따리에 든건 무어냐?"
"어...저도 잘.."
"어서 풀어봐! 궁금하다!"
"맞아맞아!"
기생들은 하나 둘씩 자기도 궁금하다며 보따리를 풀어보라 하였고, 상궁도 보따리에 든 것이 무엇인지 꽤나 궁금한 눈치였다.
모두의 관심 아래 보따리를 풀었고, 그곳에는 정말 예쁜빛깔의 저고리와 치마가 있었다. 꽃모양 자수가 하나하나 새겨져 있는 한복이였는데,
태어나서 한번도 본 적 없는 고운 자태의 비단이였다. 옷을 보고 나는 물론이고, 기생들, 상궁까지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야...정말...예쁘다...."
"여주야 한번입어봐! 얼른!"
"그래! 정말 예쁘다 진짜..."
조심스래 옷을 갈아입자, 모두가 감탄 했다. 내 모습이 궁금해서 탁자위에 있는 자그마한 거울로 나를 내려다보았는데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의 옷 같았다. 나조차도 넋을 잃고 거울 속을 바라보았고, 모두가 부럽다는 둥, 대단하다는 둥,
온갖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괜히 부끄러웠던 나는 얼른 옷을 벗어 다시 곱게 접어 보따리에 꽁꽁 싸매두었다. 주변에선 부럽다고 난리였고, 나조차 설레서 어찌할 줄을 몰랐다.
그 와중에 정신을 차린 상궁하나가 다시 일을 하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기생들은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 자기 일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자리로 돌아가서 베를 짜는데, 자꾸만 효령대군 얼굴이 생각나 일이 손에 잡히지를 않았다.
겨우겨우 해야할 일을 끝내고 방으로 돌아가 쉬는데, 머릿 속에 효령 대군의 모습이 둥둥 떠다녔다. 모두가 잠든 밤에,
혼자 초에 불을 붙이고 아침에 효령대군에게 받은 보따리를 풀어보았다. 다시보아도 정말 고운 옷이였다. 부드러운 비단결이 마치
효령대군의 웃음을 보는 듯 했고, 붉은 치마의 색은 효령대군의 입술을 떠올리게 했다. 내일 이 옷을 입고 효령대군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떨려서 잠이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는데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았다. 내일 일찍 일어나 그 옷을 입고 효령대군을 만나러 가야한다며 자려고 노력했다.
"꿈에서 뵈요, 왕자님"
꿈 속은 달콤했다.내가 상상하는 것은 그 무엇이라도 현실이 되는 곳, 그곳이 꿈 속이였다. 꿈엔 항상 효령대군이 나왔다. 매일 밤, 하루도 빠짐없이.
그런데 오늘은 이상했다. 꿈을 꾸지 못했다. 기억 속엔 까맣게 정지된 화면 뿐. 괜히 이상한 기분에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새벽 공기는 오싹할 정도로 무거웠고,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도 차가웠다.
다른 기생들이 일어나기 전에 서둘러 효령대군이 선물해준 옷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 어제 효령대군이 나를 데라고 갔던 정원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는 넓은 정원에 혼자 있으려니 오싹했다. 효령대군이 정원으로 나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렸고, 하늘이 어느정도 밝아졌을 때 즈음 저 멀리서 인영이 보였다. 효령대군이였다. 그 모습이 보이자 맘 속에 있던 이유 모를 불안감은 씼은듯 사라졌다. 효령대군은 정원 구석에 혼자 앉아있는 나를 보더니 슬핏 웃으면서 가까이 다가왔다.
"오래기다렸느냐"
"아닙니다"
"그래? 다행이다."
그리곤 내가 입은 옷을 위아래로 한번 흝어보고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예쁘구나. 옷이 날개라더니. 정말 예쁘다"
웃음이 나왔다. 이 순간만은 꿈이 아니길 빌었고 그저 온 세상이 달콤했다. 태어나 느꼈던 감정 중 가장 알 수 없고 행복한 감정이였다.
함께 손을 잡고 걸었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궐의 아침이 시작되면 아무도 모르게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고는 했다.
그러다 어느날 잠에 들기 전 내 마음을 확신했고, 그도 내 마음과 같을 것이라 확신했다. 아니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일은 꼭 내 마음을 정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음날 아침엔 비가 내렸다. 무겁게 내리는 비에 차마 그를 찾아 갈 수 없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비는 계속해서 내렸다. 지독한 장마였다.
그렇게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던 중에 이상한 소문을 하나 들었다. 양녕대군이 폐세자가 되었다는 소문이였다.
태종이 아끼는 신하의 어린첩인 어리를 탐했고, 어리라는 아이가 양녕의 아이를 가졌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양녕대군이 폐세자가 되었다는 것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왕은 양녕대군을 많이 아꼈다. 조선이 세워진 이래 장남이 왕이 된 전적이 없었기에, 더더욱 양녕대군을 아꼈다.
그런 태종이 양녕대군을 세자 자리에서 폐위시켰다는건 실로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욱 논란이 되었던 것은 새로 책봉된
세자가 효령대군이 아니라 충녕대군이라는 것이였다. 효령대군은 왕을 하기엔 너무 우유부단하다는 명분이였다.
여러가지로 기분이 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