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동거생활
1
w 따꾸
*
“야. 아니 좀 제발 권순영. 입구에다 이렇게 놓으면 어떻게 들어가려고!!!!!!!”
5월의 더운 주말. 햇빛은 정수리를 쪼아대고 기분 나쁜 찝찝함에 괜스레 짜증이 솟구치는 그런 날에,
굳이 도와주겠다고 나서선 일만 벌리고 있는 권순영을 보니 가슴에서부터 우러러 나오는 깊은 한숨만 터져 나왔다.
그러니까 이삿짐 아저씨들 부른다 했잖아.
“아하 이거 또 왜이러시나 정말~ 왜 또 여기서 한숨이야 초상났어?”
응. 너 때문에 내 속이 부글부글 끓다 못해 터져버렸어 정말.
그런 내 속도 모르고 헤헤 거리며 웃고 있는 권순영
웃는 낯짝에 침 못 뱉는다 하지만 지금 너라면 10번을 더 뱉을 수 있을 것 같다.
“야 권순영, 아 아니 순영아 그래, 음.. 우리 천천히 얘기 좀 나눠볼까?”
평소와는 다른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권순영을 부르니 흠칫 놀라서 두 눈을 나에게 고정시켰다.
그리곤 뜬금없이 들고 있던 박스를 내려놓고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맨~날 야, 너, 야 권순영, 야 이 미친놈아! 등등 뭐 세지도 못할 그런 말만 듣다가 순영이란 말은 또 처음 들어보네.
“..(빡침)”
“크으- 이 날은 국가에서 공휴일로 지정해야 돼 정말“
“...야”
“그래그래 무슨 일로 불렀어? 이름아 순영이가 들어주...으아야야야야ㅑ!!! 잠만잠만!! 야!!! 야 성이름!!!!!야 이 미친!!!!”
“야 권순영!!!!!! 너 집에 가!!!!!!!”
권순영의 허세미 넘치는 말이 끊어진 이유는
참다못한 내가 흰 반팔 사이로 보이는 권순영의 팔뚝 살을 사정없이 꼬집었기 때문이다.
그래 꼬집었기에 다행이지 좀만 더 갔으면 나 내 옆에 세워져있던 행거로 너 뚜까 팼을 거야 그러니까 다행이라 생각해줘
내 호통에 잠시 순무룩 해있던 권순영은 그새 헤실 거리더니
아이스크림 사올까? 뭐먹을래? 응? 나는 탱크보이 먹을래! 라는 시답잖은 말만 하고 있었다.
아니, 아니지 시답잖은말이 아니야
권순영이 아이스크림을 사준다고? 그것도 나한테?
“야 이 미친놈아 너 뭐있지 너 뭐있지 개새끼야!”
“아니 그래서 아이스크림 뭐 먹을건데 진짜 니꺼 안사 온다?”
“아니..근데 너 오늘 존나 이상한 거 알지? 학교 다닐 때 매점에서 뭐 하나 사준적도 없으면서!!!!”
“그래서 안 먹어?”
“이상하다고 권순영 니!!!! 갑자기 도와준다 어쩐다, 여자혼자 자취하면 쓰냐고 온갖 걱정해주는 척은 왜하는ㄷ”
“그래서 안 먹겠다고?”
“...아니 나 메타콘”
*
대학교를 입학하고, ‘등교시간 1시간 30분은 껌이지!!!!!!!’
‘내가 어떻게 집을 나가서 혼자 살아 난 혼자 절대 못 살아!!!‘
‘난 절. 대. 통. 학 할래!!’
라고 잠시나마 가족들에게 떵떵 거렸던 게 무색할정도로 파릇파릇한 새내기에서
시들시들 시들어버린 처참한 왕복3시간 통학생으로 변한 건 일주일 만이었다.
“아 아니... 그니까.. 말이 1시간 30분이지 차 막히면 어!? 두시간이고...”
“....”
“그리고 막 과제 밤샘과제 막 폭풍으로 어!? 막 이렇게 하면 나는 집도 못가고...”
“수업 끝나고 술 먹으러 가는 게 아니라?”
오빠 승철의 말에 순간 온 몸 땀구멍이 열리는 듯 했으나 이내 침착해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으하하...하 아니 오빠! 나 술 잘 못먹는거 알잖아~ 나 세잔 컷 알지 알지”
스무 살이 되기 이틀 전, 첫 술은 어른과 먹어야한다며 나름 두 살 오빠와 함께 술을 먹은 적이 있다.
그때 난 기억이 나질 않지만 세잔 만에 훅 가버렸다고 혀를 차며, ‘성이세잔‘ 이라며 일주일은 놀렸었지 흥.
그런 나는 능청스럽게 손가락을 까딱까딱 해보이며 그저 오빠의 미간만 지켜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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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아 오빠가 삼겹살이 먹고 싶네”
그래 니가 이렇게 안 나오면 권순영이 아니지..
박스들 사이에서 대자로 뻗어 핸드폰만 보던 권순영이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말로만 주문을 턱턱 해대는 것이었다.
“그리고 햇반도”
“아 그리고 참이슬 후레쉬”
“미친놈 술 처먹지 말고 빨리 너네 집 갈 생각이나 해”
“넌 뭐 사이다나 먹던지”
내 말은 들리지도 않다는 듯이 씹어주시고, 할 말이 다 끝났다는 듯 무심하게 핸드폰 스크롤만 찍찍 내리면서 씨익 웃어보였다.
그러고는 휙 일어나더니 주섬주섬..
자신의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어 카드를 휙 던져줬다.
“오빠 월급받았잖냐~ 크으- 이걸로 긁어 일시불이요~ 하고!”
“오키 야 오늘 소고기 개콜?”
“아니 뒤질래? 카드 다시 내놔 그럴 거면”
“야 권순영 그러니까 카드를 주기 전에 생각을 잘~ 했어야지 안 그래? 이미 내손 안에 있거든~ 님 겜 끝남 헤헤”
“내가 다른 애들이면 그냥 그러려니 하는데, 성이름 넌 진짜 긁을 것 같단 말이지”
응 진짜 할 건데? 푸헤헿
초등학교 4학년에 처음 만난 우리는 스무 살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친해있었고.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았다.
권순영과 나는 실업계고등학교를 함께 입학을 했고. 나는 진학
그리고 권순영은 취업을 먼저 택하였다.
가끔 내가 권순영에게 일 빨리 시작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며 장난스레 물어보면
“아~ 돈 벌기 존나 힘들다!” 하면서도 후회는 안한다며 눈꼬리가 휘어지도록 웃어재꼈다.
그 이후부터 돈을 먼저 번다는 명목으로 ‘오빠 오빠’ 호칭을 달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권순영이면서.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느라, 카드에서 집중을 안 한지 대략 3초만에 내 왼손에 들려있던 권순영의 카드가 휑하니 없어져 버렸다.
“야 남자새끼가 한번 결제하라했으면 어!? 그냥 주면 되잖ㅇ...”
손에 휑하니 비인 카드의 흔적만 좇다 어디선가 희미하게 나는 베이비로션 냄새에 내가 고개를 든 건 순간이었다.
“야”
권순영이 앞에서 내 두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대략 10년간 거의 매일 봤다해도 무방한 권순영의 얼굴이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날 내려다본 건 또 처음인 것 같았다.
그래 아마도 중학교3학년 겨울 방학때 키가 쑥쑥쑥 자라더니 160이 채 안 되는 나와는 키차이가 많이 나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이렇게 가까이 붙어 있었던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평소라면 ‘꺼져’나 ‘미친놈아 꺼져’ 라던가, ‘미친놈아 얼른 꺼져!’ 라고 말을 했었을 텐데
훅 들어와버린 권순영 덕분에 눈알만 요리조리 굴리는 꼴이 되어버렸다.
“풉”
그런 내 모습을 봤는지 권순영이 웃음을 참지 못해 침과 함께 나에게 웃음만 남겼다.
그리곤 이내 놀림거리를 찾았다는 듯, 푸하하하 우카하핳ㅎ 크케켘 등의 별 희한한 웃음소리를 다 내며 자지러졌다.
“아오 저 미친놈아!!!!!!!!! 안 닥쳐? 닥쳐!! 권순영 개같은놈아!!!!!!”
순간적으로 붉어진 얼굴에 괜스레 창피해진 나는 날 향해 웃고 있는, 아니 웃는다기보다 쪼개고 있는
권순영의 엉덩이를 정강이로 힘차게 가격했다.
“야 성이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리 오빠가 잘생겼대도 그렇게 설렜어?? 미친 존나웃그으악 야! 악!! 잠만!!!!!야!!!! 얽!!!!!!!!!!!”
이 또라이 제발 자기 집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
안녕하세요 독자님덜 첨 뵙겠습니다!!!!!!!!!!!!!!!
제가 이 글을 계속 연재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현업이 넘 바쁜것..)
시간 날 때마다 꼬박 꼬박 써 올릴게요 아마 주말만 시간이 있어서 주말에만 올리게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볼게요!!
그리고 제목에서 스포가 넘나 된것같은 이 기분은 뭐져,,? 다음편에서 봐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