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quatic
by. 꿀비
부드럽게 얼싸 안는 물결의 움직임, 차디 찬 온도, 두려움을 넘어 소름이 끼칠정도로 조용한 공간. 나는 이곳에서 가지는 혼자만의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나는 항상 이곳에 들어와 혼자 웅크려 하루에 있었던, 항상 똑같은 일들이 반복하지만 나는 또 다시 그 일들을 생각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나에게 손을 드셨던 아버지, 항상 똑같이 아무 이유도 없는 채 괴롭히던 학교 친구들, 그리고.. 곧 나타날 그아이.
"하...!"
그 생각이 역시나 전혀 빗나가지 않고, 오늘도 어김없이 물 속에서 한참을 나오지 않는 나를 꺼내주는 그가. 역시나 오늘도 나를 다시 한 번 꺼내준다.
"오늘도, 있네요"
밤 10시가 넘어가는 이 시간에 원래 같음 아무도 없어야할 이 수영장으로 내가 처음 발을 딛였던 날로부터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1년동안은 집에서 마치 죽은 사람 같이 생활을 하다 연달아 일어난 아버지의 부도로 인해 좁디 좁은 집으로 이사를 했고 아버지는 큰 충격에 빠져 일상을 술과 함께 하셨다. 그리고 아버지의 일상이 술과 함께 되기 시작하던 그 순간 나에게 손을 올리기 시작하셨고 나는 그 순간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나는 이 악몽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아버지와 있는 시간을 줄이려 아버지가 잠들기 전까지는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보내다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나 찾게된 이 수영장은 원래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 않을 뿐더러 밤이 된 이 시간에는 사람이 아무도 오지 않아 수영장 관리인이자 지금의 내가 생명줄을 붙어 있을 수 있게 은신처를 만들어주신 아주머니의 허락으로 항상 이 시간에는 오로지 나만 사용했다.
이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어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나에게 단비가 되어준, 오로지 나만을 위한 바다.
하지만 그도 1년하고 반년 뿐, 작년 겨울부터는 누군가의 출입도 역시나 잦아졌다. 나는 이곳에서 항상 오랜 시간동안 물 속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 습관, 누군가 보면 얘 죽었나 싶을 정도로 오랜 시간을 이 물속에서 혼자 보내는 습관이 생겼다. 그날도 평소와 같이 물속에 들어가 저 바닥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내려가 몸을 웅크려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잊어갈 때쯤 누군가에 의해 나의 몸은 들렸고, 나는 그 순간 소름이 돋아 나를 일으킨 장본인을 바라보자 달빛에 비치는 그의 모습 보았다. 큰 눈, 높은 코, 분홍빛을 띄던 입술.. 모든 것이 흑백과 같이 어두운 나와 달리 색이 있던 사람이었다.
"...."
"죽으려는 거 같길래"
"살리려고"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던 오로지 나만의 바다였던 이곳과 나에게 들어온 그 '전정국'과 모든 걸림돌을 무시하며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고 싶은 나 '성이름'. 둘의 이야기는 여름의 출발과 함께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