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정신
( 법률이나 규칙을 잘 지키는 정신 )
written by. 망개해
탕-탕-탕
재판의 끝을 알리는 판사봉 3번의 울림. 자리에서 일어나 판사님께 가벼운 목례를 하고 앞에 있는 변호사와 범인을 바라봤다. 자신을 믿고 의뢰한 사람에게 패배의 결과를 안겨 어쩔 줄 몰라 하는 변호사와 이대로 감옥에 들어갈 수 없다며 소리치는 사악한 죄인. 매번하는 생각이지만 범죄를 저지른 새끼들은 감옥에서 콩밥으로 배를 채우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게 말이 되는가? 범죄를 저질러놓고 편하게 밥을 먹다니. 그런 인간들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말을 하는 곰인형처럼 곧바로 잘못했다며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비굴하게 비는 그런 정신교육을 받아야 마땅하다. 짐을 챙기고 막 법정을 나가려는데 내 뒤통수 뒤로 듣기 싫은 말이 들려왔다.
“ 나 죄 지은 거 없어! 내가 왜 저딴 곳에 들어가야 하는데?! ”
“ ..... ”
“ 저...! 저 검사가 판사랑 짜고 나 감옥에 처넣으려고 그런 거야! 아니면 내가 왜, ”
“ 야 ”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내가 판사랑 짜서 네 새끼를 집어넣으려고 했다고? ....와 핀트 나갈 뻔 했네. 네가 감옥에 들어가는 건 네가 잘못을 해서 들어가는 거잖아. 그걸 왜 내 탓이라고 해. 뚫린 입이라고 더럽게 이상한 말만 나불대네. 짜증나게.
“ 니가 잘못한걸 왜 나한테 돌려. ”
“ ....저게 진짜! ”
“ 억울하면 항소해. 받아 줄 테니깐. ”
“ ..... ”
“ 그럼 2심에서 봅시다? ”
뒤로 손까지 흔들어주며 법정을 나왔다. 2심 가봤자 결과는 똑같을 텐데. 왜 억울하다는 듯이 삿대질을 하는지 원. 아... 더 비참해지기는 하겠구나? 계단을 내려가며 바라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다. 내가 재판을 이긴 날은 항상 날씨가 좋다. 여기서 살짝 말하면 나는 어두운 하늘을 본적이 없다.
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검사. 김여주다.
- - - - - - - - - - - - -
난 내가 가진 직업인 검사의 직책에 알맞게 법을 지키며 내 할 일을 하며 살고 있다. 검사가 되기 위해 난 학창시절 도수가 높은 안경을 쓰고 공부에 모든 힘을 쏟아야만 했다. 놀 생각, 쉬고 싶단 생각 해본 적이 없다. 허무하게 지나간 고등학교 생활. 딱히 이렇다 할 기억에 남는 추억거리들도 없었고, 공부에만 치중하다 보니 많은 친구를 사귈 겨를도 없었다. 뭐 나랑 친구해봤자 하나도 재미없을 테지만. ....근데 몇 년이 지나도 얘는 내가 재미있나 보다.
“ 여기가 사람 사는 공간이긴 하냐. ”
“ 말 시키지 말라고 했다. ”
“ 혼잣말인데. ”
존나 빡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러는 게 대수롭진 않지만 빡친다. 내가 가만히 째려보자 어깨를 으쓱하며 어쩌라고를 시전중이다. 그냥 네 집이나 가라고 하면 내가 연락이 안돼서 걱정되어 찾아온 거라며 내쫓지 마란다. 올 때마다 이래서 이제는 나도 거의 포기상태이긴 한데, 그래도 찾아와주는건 ....솔직히 좀 고맙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해서 쭉 나랑 친구해주는 ( 자기가 해주는 거란다. 내 눈빛이 자기랑 친구해줘라는 눈빛이었다나 뭐라나) 얜 김태형이다. 얘가 말이 많아서 좀 시끄럽긴 해도 알고 보면 진짜 괜찮은 애다. 멀리 떨어져살아서 가끔 보는 가족보다 곁에서 이것저것 챙겨주는 얘가 더 가족같ㄷ....
“ ...야 변기가 막혀버렸어. ”
취소다. 오늘 내 사무실이 외나무다리다. 이 원수새끼야.
- - - - - - - - - - - - -
“ 응 엄마. ”
“ 잘되던 변기가 갑자기 왜 막혀? ”
글쎄다. 변기가 왜 막혔는지는 지금 손을 들고 있는 김태형한테 물어보면 되려나. ‘ 손 똑바로 들고 있어. 내려가면 죽어 ’ 주먹을 쥐어 보이며 힘껏 째려보자 스멀스멀 내려가던 두 손이 위로 올라간다. 사무실 비밀번호를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 그냥 어쩌다보니. 근데 나 꼭 거기 나가야해? ”
“ 이번엔 엄마도 양보 못해. 꼭 나가. ”
“ 나가기 싫다고 매번 말했잖아 ”
“ 그래도 이번엔 어림도 없어. 잘하고 올 거라고 믿고 끊을게 딸~ ”
내가 반박할 틈도 없이 재빠르게 통화가 끊겼다. 멍하니 아무것도 없는 기본 배경화면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있었을까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니 엄마는 왜 날 시집보내려고 이렇게 안달이래? 내가 어련히 잘 간다니깐! 매번 안 나가겠다고 고집을 피워서 넘어가긴 했는데 이번에는 진짜 나가야 하게 생겼다.
“ 이모가 뭐라셔? "
"....어림도 없대. "
" 하긴 튕긴 것만 해도 수십 번이다. 이제 이모 속 그만 썩이고 나가. "
" 그러는 넌 여기서 나갈래? "
" 그래서 변기 고치는 아저씨는 곧 오신대..? "
막혀버린 변기보다 옆에서 조잘대는 김태형보다 당장 내일 마주하게 될 소개팅에 머리가 아프다. 눈을 마주보고 가까이서 얘기한 남자는 아빠와 김태형을 제외하곤 단 0명. 그런 내게 소개팅이라니? 벌써부터 상대방에게 미안해진다. 밥은 내가 사야겠다.
- - - - - - - - - - - - -
" 내가 너한테 전할 특급소식이....! "
" 특급소식이고 나발이고 끊어. "
" 받자마자 끊으라니 왜 재판이 힘들었어? "
차라리 힘들었으면 좋겠다. 한번 나가는 소개팅 억지로 나가는 거지만 상대방 기분은 상하지 않게 해야지 하며 자기 전에 시뮬레이션까지 하며 잤다. 근데 그게 화근이었나 보다. 아니 화근은 무슨. 그냥 대놓고 화풀이 하는 거지만 억지로 나가는 소개팅 때문에 내가 재판에서 졌다고 얘기하고 싶다. 무전무패. 그런 내가 이제 갓 변호사가 된 애한테 지다니.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다.
그리고 뭐? 어디가시나봐요. 화장이 진하시네? 네가 날 언제부터 봤다고 화장이 진하네 뭐네 참견인건데?! 그래! 나 소개팅 간다 어쩔래! 내가 시퍼렇게 어린놈한테 진것도 모자라 이런말까지 들어야 한다니.화가 치밀어 오른다. 소개팅이고 뭐고 엄마한테는 미안하지만 오늘 소개팅은 진짜 아니다.
" 왜 말이 없어. 것보다 들어봐. 너랑 소개팅 할 사람을 알아냈다니깐? "
" ..... "
" 듣고 있지? 걔가 이번에 새로 들어온 변호ㅅ.. "
" 전정국. "
" 어... 벌써 만났어? "
" 아니. 저기 들어오네. "
"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
그리고 상대방도 진짜 아니다.
- - - - - - - - - - - - -
변호사 정국이를 보고 싶어서 찌는 글입니다 ㅎㅁㅎ 정국이가 변호사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니깐 넘나 좋더라구여...ㅎ
근데 제가 글에서 잘 표현할 수 있을지가 걱정입니다. 법 내용이라고 너무 무겁게만 생각하지 마시고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 저도 법에 관해서는 정말 무지해서 용어나 이런게 잘 나오지는 않을거 같아요 ^^..하 자랑은 아닙니다 )
그럼 다음편에서 빨리 봤으면 좋겠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