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갈게."
"..."
"거기 있어라. 그럼 내가 갈게."
지금부터 시작될 이야기는 연분홍으로 물들었던 세상이 잎을 떨어뜨리고 벚나무 가지에 푸릇한 잎이 돋아날 즈음의 이야기이다.
여름에서 기다려줘, 00
"김태형, 마. 인나라."
"아, 와. 와 또. 뭐."
"밤에 언덕에 가자."
"언덕? 갑자기 거는 와."
"묻으러."
졸음 가득했던 태형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볼만한 표정이었다.
"니 아무리 그래도 내를 묻겠는 소리가..."
"지랄 옘병... 타임 캡슐 묻으러 가자고. 니가 묻자매."
"아."
"호구 새끼."
소가 혀를 차며 태형의 머리를 헤집었다. 잠이 덜 깬 탓인지 태형은 금방 눈커풀이 무거워지는 듯 눈을 꿈벅거렸고 소는 하는 수 없다는 듯 앞자리의 의자를 빼어 앉아 계속해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여름이 시작될 조짐이 보이는 시골의 어느 한적한 학교.
"오빠야 머리 자꾸 만지재. 졸린다이가..."
"오빠야는 지랄. 옆 반 지민이가 들으면 잘도 웃긋다. 자라 마. 이따 깨우께."
"가시나 말을 해도... 카면 내 쪼매만."
"어야."
작은 교실의 칠판 옆에 걸린 동그란 시계는 열심히 제 일을 하며 바삐 초침을 움직인다. 째깍, 째깍. 시곗바늘 소리와 태형의 고른 숨결로 가득 채워진 공간.
"이제 여름이다, 태형아."
소는 곤히 잠든 태형을 바라보며 아득해져 간 봄을 그리는 중인 듯 하다. 짧았던 봄을 지나, 어느덧 소년과 소녀는 여름의 문턱에 서 있었다.
지금부터 시작될 이야기는 저 멀리 있는 생명이 만발하는 계절을 그린, 장맛비 냄새가 가득해져 오는, 그런 이야기이기도 하다.
본격 자기만족형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