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민윤기] 민윤기 회고록
머리를 울리는 찌르르 한 고통을 책상에 앉은 동안 잠시도 가시지 않았다.
자꾸만 흐릿해지는 눈 앞과 덜덜 떨리는 손끝. 힘없이 떨어지는 펜.
윤기야, 이 책상에 앉아있던 동안 너도 이랬을까. 항상 작업실에 틀어박혀 나올 생각을 않던 너는 항상 괜찮다고만 했는데.
언제부터 괜찮지 않았던 것일까.
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 윤기야. 세상도 많이 바뀌었고, 사람들도 많이 바뀌었어. 우리가 자주갔던 식당 아주머니도 바뀌셨고,
니가 늘상 마셨던 음료수의 포장마저 바뀔만큼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우리가 같이 숨쉬었던, 우리의 이야기가 가득한 이 곳. 우리의 장소는 아직도 여전해. 하나 바뀐 것이 있다면 내 옆자리 정도랄까.
가끔 나는 네가 가수를 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내 기억 속 너는 참 부단히도 노력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렇게 크지 않은 키를 갖고도 꾸준히 열심히 했던 농구.
주장까지 맡아가며 노력하던 너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만약 네가 가수가 되지 않았더라면 네가 이렇게 떠나지 않았을까?
정말 네가 가수가 되지 않았더라면 아직까지도 이어지는 많은 사람들의 고마운 마음과 사랑을 받지 못했겠지.
하지만 나는 여전했을 것 같아. 네가 어떤 모습, 어떤 사람이었더라도 늘 너의 곁을 지켰을거야.
생각해보면 나는 참 눈치 없는 친구였어. 그치? 너의 반짝이는 겉모습에 내가 더 들떴었잖아.
처음 방탄소년단 이라는 그룹으로 데뷔했을 때부터 네가 음악방송 1등을 했던 그 날도,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그 날 마저도 너보다 더 들떠서 기뻐했던 나였어.
그 때는 같이 기뻐해주는게 너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의 너에겐 많은 사람들이 해주었던 축하보다는 위로가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수고했다고, 그동안 마음고생 많이 했다고, 앞으로도 더 잘할 수 있을거라고.
어쩌면 나는 너에게 친구보다도 가족보다도 가까운 사이였는데. 왜 난 그 때 너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했던 걸까.
언제부터 아팠던건지, 어디가 제일 아팠는지, 너를 정말 아프게 했던건 아픈 몸이었는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었는지.
참 궁금한게 많은데 이제는 물어볼 네가 없어서 그 사실이 더 힘들어.
네가 쓰러졌다는 소리를 듣고 달려간 병원 앞에서 내가 얼마나 망설였는지 아마 너는 모를거야.
네가 말했잖아 절대 네가 없는 곳에서 아프지 말라고. 너는 네사람이 아픈거 싫다고.
그런데 왜 네가 거기에 누워있던거야. 너에게 내가 그러하듯이 너 또한 내 사람이었잖아.
너는 정말 끝까지 알 수 없는 사람이야 우리에게.
네가 떠난지 2년이 된 오늘도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여전해, 아니 어쩌면 더 많아졌을거야.
그래서 오늘이 방탄소년단의 다섯번째 콘서트였어.
네가 떠난 이후로 팬들도 나도 너의 가족들도 많이 힘들어했어.
무엇보다도 남겨진 너의 멤버들 또한 너의 아픔을 몰랐다는 것에 많은 죄책감과 너의 빈자리의 공허함으로 정말 많이 아파했어.
2년이면 정말 긴 시간인데.
그동안 네가 없는 방탄소년단을 부정하며 참 오랜시간 힘들어했던 멤버들이 오늘 아주 오랜만에 사람들 앞에 섰어.
앨범과 활동대신 디지털 싱글로 간간히 존재를 알려오던 그들의 마음을 바뀌게 한건 역시 너의 영향이더라.
네가 남긴 그 편지를 찾지 못했다면. 어쩌면 아직도 아파하고 있었을지도 몰라.
이 편지를 발견하는 날도 아파하고 있다면 궁상떨지말고 툭툭 털고 일어나라며, 빨리 기다리고 있을 팬들한테 괜찮다고 말하라며,
너는 정말 괜찮으니까 너를 위해 너무 많이 울지 말라는 그 편지의 내용 덕분에 그들이 용기를 낼 수 있었을거야.
"둘 셋 방탄. 안녕하세요 방탄소년단입니다." 이 말이 이렇게 슬픈 말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이 첫 인사를 시작으로 마지막 끝인사까지 콘서트는 가히 울음바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였어.
아아 민윤기가 이 넓은 고척 돔을 채운 만 오천명이 넘는 이 사람들을 울게 만들다니.
공연 도중 음악이 흐를 때 너의 파트는 다른 멤버가 대신하지 않더라. CD 로라도 너의 파트를 대신하니까 정말 네가 꼭 돌아올 것만 같았어.
안무 대형도 여전히 너의 자리를 비워두었어.
윤기야 너의 빈자리는 아직도 이렇게 크기만 해.
너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그 날에도 난 참 겁쟁이었어. 우리의 마지막 순간에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거든.
눈을 감고 있는 나에게 눈뜨고 보라고 말했던 너를 차마 볼 수 없었어.
살짝 뜬 눈에 비친 네가 정말 마지막이 될까봐. 정말 더이상 내 친구 민윤기가 곁에서
사라질까봐.
입원한지 3일 된 날 밤 기억해? 그 날 모처럼 오랜만에 밤새 둘이 떠들었는데. 니가 말했잖아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겨놓는다고 해서 나도 열심히 음악 만들어놨는데,
막상 사람 욕심이라는게 참 이상해.
사람들이 음악도 음악이지만 나도 안 잊었으면 좋겠다.
사람들한테 잊혀지는게 무서워."
겉으로는 강해보여도 너는 참 여린 사람이었는데 말야. 걱정하지마 윤기야.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널 그리워하고 널 잊지 않고 있어. 앞으로도 그럴거야.
그러니까 윤기야. 그 곳에서는 무거웠던 짐 다 내려놓고 조금만 혼자 기다리고 있어.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 방탄 소년단 5번째 콘서트 못다한 이야기 -
"아 저부터 말할까요? 역시 제이홉이 먼저죠 그쵸 여러분-.
오늘이 저희의 다섯번 째 단독 콘서트 인데요. 저희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제 전에 했던 콘서트만큼 무대가 나오지 못할거에요. 아마
그건 영원히 그렇겠죠? 하늘에 있는 우리의 영원한 슈가형이 저희와 함께하지 못해서 인데요.
저희는 하루하루 형의 빈자리를 느끼고 또 ..어.. 아. 안 울려고했는데 ...
빈자리를 느끼고.. 많이. 보고싶네요. 우리 아미분들도 그렇죠?
하지만 지금 당장 슈가형이 함께하지 못한다고해도 저희 방탄소년단은 언제나 7명으로서 여러분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오늘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슈가형한테도 너무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전해주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이제 제 차롄가요?
저는 형에게 하고싶은 말을 좀 해도 될까요?..
어 형. 저 태형이에요. 저 이제 말도 좀 늘었어요. 그리고 노래도 좀 늘은거 같구.. 작곡도 이제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그런데 형. 형 보고 싶은 마음도 점점 늘어요. 형 잘 지내죠? 저도 잘 있어요.
형 작업실 가면 진짜 좋은 노래도 많은데 형이 없으니까 다 이제.. 소용 없는 것 같아요.
형의 빈자리는 언제나 남겨둘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너무 보고싶어요..형"
"저는 항상 형이 보고싶어요. 여러분도 그러시겠죠?
저는 정말 여러분들에게 미안하고 멤버들에게도 미안하지만 형이 돌아올 수 있다면 가수도 제가 가진 것도 다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만큼 너무 보고싶어요. 앞으로도 형을 볼 수 없다는게 정말 무섭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이겨낼게요.
형이 항상 저한테 씩씩한 사람이 되라고 했으니까 씩씩하게 이겨낼게요.
여러분도 저희랑 같이 씩씩하게 이겨내요 알겠죠?
슈가형 너무 고마워요. 위에서도 저 잘하나 못하나 잘 지켜봐요 꼭"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막상 하려니까.. 진짜 잘 못하겠네요.
우리 슈가가 맨날 인상쓰고 무표정이고 이런 이미진데. 또 웃으면 그렇게 해맑고 예뻐요. 다들 아시죠?
그렇게 해맑고 아름다웠던 슈가가 더이상 옆에 없는게 저도 좀 힘드네요.
맨날 슈가가 제가 만든 음식 타박해도 그래도 잘 먹어줬는데 슈가는 항상 티를 못내는 사람이었어요.
여러분 앞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힘든티, 슬픈티, 아픈티를 못 내서 항상 맏형으로서 많이 안타까웠는데 이제는 좀 티 좀 내고 지냈으면 좋겠네요.
슈가야 너무 고생했어. 어떻게 보면 우리 팀의 정신적 지주였는데 말이야 네가.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의 정신적 지주야 알지? 잘 지내고 있어 형이 곧 갈게."
"슈가혀..엉....
아.. 잘 지내시죠? 저는.. 잘 못 지내요.
형이 없는데 어떻게 잘 지낼 수가 있겠어요..
형 덕분에 저 이렇게 멋있는 그룹에 들어와서 이만큼까지 올랐어요.
이렇게 잘 클 수 있었던 것 형이 많이 노력해줘서인데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데 형이 옆에 없네요..
그래도 제 마음 다 알죠 형?
형을 위해서라도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게요. 그렇게 높은 자리에 올라가도 우리는 언제나 함께잖아요 그렇죠?
형이 만들어준 노래 절대로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게 열심히 노래할게요. 형이 우리를 위해 노력한만큼 우리도 더 노력할게요.
이제는 힘들어하지말고 편하게 지내요 형."
"슈가형. 여기 고척 돔이에요. 우리 보여요?
형이 그랬잖아요. 다음은 고척 돔이라고.
결국 우리가 여기까지 왔네요. 논현동 3층에서 고척 돔까지 생각보다 빠르게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가 함께여서였는데.
형의 빈자리로 우리는 이제 조금 더디게 갈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하나 약속하는 건 절대 포기하거나 멈추지 않을게요.
우리가 이루려고 노력한 많은 것들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항상 바쁜 모습만 봐서 그런지 위에서는 좀 한가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네요.
..형 정말 우리가 화양연화 첫 작업을 할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고마워요 우리의 화양연화를 만들어줘서. 또 우리의 화양연화를 함께해줘서. 항상 보고싶어요.
아미분들께도 감사해요. 슈가형 잊지 않고 마음속에 간직해줘서.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더 높은 곳으로 오를거에요.
저희 7명과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닌 주말에 찌통글...
예전부터 구상해놓은거라 멤버별로 이런 회고록 시리즈로 한 편씩 있던 것 중에
윤기편을 풀어봤어요..
괜히 훤한 대낮에 슬픈노래 듣다가 ..ㅠㅠㅠ
이거 쓰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절레절레)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 제가 메일링 공지 답글을 늦게 다는 이유는! 쓰차때무닙니당...
댓글 못 달아줘서 너무 아쉬웠어요 ㅠㅠㅠ 조금 늦더라도 이해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