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페이지 따로 해서 암호닉 받을게요!*
*댓글, 엄지는 사랑입니다.*
*
"헐. 대박사건."
아니, 의사양반. 우리 사장님이 전직 조폭이라니! 조폭이라니!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자 전정국이 제발 다시 앉으라는 시늉을 하며 내 팔을 끌어당겼다.
평소라면 내 비천한 몸뚱아리에 존잘님의 신성한 손이 닿았노라고 마오리 부족 춤을 추며 신에게 염소라도 제물로 바쳤겠지만, 워낙 상황이 상황인지라 마냥 기뻐하기만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민윤기씨. 등을 굽힐 때면 어깨뼈가 튀어나오고 다리는 내 팔보다 마른,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원체 밖에 나가지를 않아 피부가 백지장보다 하얀,
살기 위해 먹고, 움직이는 걸 죽도록 싫어하는 우리 사장님이.
전직 조폭?
"응. 그러니까 제발 좀 닥치고 주방에 들어가 있어, 좀."
"너, 독심술도 하니?!"
"...애초부터 네가 생각이랍시고 하는 것들이 육성으로 적나라하게 터져나오고 있었단다."
"...ㄱ...ㅂ...리ㄴ다..."
"뭐?"
"사장님, 개발린다고!!!"
미친, 웃을 때 입동굴 만들면서 천사 포텐 터트리는 주제에 퇴폐미가 쩌는 데엔 이유가 있었구나. 저 하얗고 얇은 손으로 사람을 때리고 막 협박하고 막 그랬다고?
겁나 상상이 안가는데 상상이 가네.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부터 십수년간 존잘남 덕질을 하고 살아온 나에게 발림 포인트는 너무나도 명확했다.
"피차 보기 싫은 거, 용건만 말하고 꺼지지 그래."
"뭐, 정 그렇다면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지. 보스께서 널 찾으신다. 슬슬 돌아올 때도 됐잖아?"
"그게 무슨 개소ㄹ-"
"...전정국, 너는 쟤 데리고 주방에 들어가 있어. "
"그치만-!"
"안 꺼져?"
오...사장님 버럭하신다. 오줌 쌀 것 같이 무섭다. 무섭긴 무서운데 우리 사장님, 소리지르는 것마저 멋있다. 이정도면 고소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민윤기를 고소합니다! 제 인생에 다짜고짜 침입해 심장을 조져놓는 위험한 남자니까요-!
막 이래.
어쨌거나 나는 정국이의 억센 손에 이끌려 주방 구석으로 들어갔다. 우리 가게 주방의 좋은 점이 뭔 줄 알아? 겁나 좁다는 거지.
그 말은즉슨, 존잘레스 전정국과 나 사이의 거리가 겁나 가깝다는 거지.
다시 말하자면,
"저, 정국아..."
"쉿, 아무 말도 하지 마."
"근데-"
"조용히."
"나, 나는 마음의 준비가 되었어, 정국아."
"...?"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내밀었다. 무언가가 가까워진다. 조금 더, 가까워진다. 얼굴에 닿지 않았지만 느낄 수 있다.
세상에 마상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에게 조만간 감사제를 올려야겠다. 엄마, 딸이 드디어 존잘레스님과 키스를...!
"...뭐하냐."
"이,입술이...입술이, 읍!!"
"아 밖에 형님이 중요한 일 보고 계시니까 조용히 좀 하라고!"
엥, 그러니까 사랑의 맹세, 키스, 뭐 이런 게 아니었다고? 눈을 살포시 떠보았다. 다가오는 건 오전에 보았던 토실토실한 입술이 아니라 항공모함같은 큰 손이었다.
무슨 독수리처럼 날아와 내 입을 꽉 틀어막는다. 아, 아까비. 난 또 입술박치기 하려는 줄 알았네.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손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식, 손까지 잘생겼냐. 남자가 손이 크면...
"무슨 생각 했냐."
"아무 생각도 안했눈뎅"
"왜 내 손을 그렇게 쳐다봐."
"손이 커서 좀 쳐다봤다, 왜. 신기해서! 불만 있냐?"
"신기해서 본다면서 왜 침을 흘리냐."
"...들킴?"
"성추행으로 고소할 거야, 개변태."
응, 정국아, 나 변태야. 변태 맞아. 그래서 어쩔 건데. 나는 내츄럴 본 변태고 너는 그 변태의 레이더망에 걸려든 한마리 존잘남인 것이다.
그리고 남자가 손이 크면 뭐가 크겠니. 응? 자, 장갑. 장갑이 크지. 뭘 상상했길래 나를 그렇게 몰아부친담. 어휴.
할 말이 없어진 나와 정국이는 나란히 주방에 쪼그려 앉아 문에 귀를 갖다 댔다.
작기는 해도 말소리가 들린다.
"마지막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한다면 다시는 나를 조직 일에 개입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을 텐데."
"뭐, 그랬지. 네가 일을 잘 마쳤다면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지?"
"쌍룡파 두목 정호석, 안 죽었어."
쌍룡파? 시벌, 이거 레알인가봐. 새삼스럽게 우리 사장님이 정말로 조직에서 일을 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괜시리 긴장이 되는 마음에 옆에 있는 정국이와 아이컨택을 시도했다.
"뭘 봐."
"임산부들은 왜, 막 심란하고 그럴 때 좋은 사진 보고 그러잖아."
"근데."
"난 잘생긴 사람을 봐야 불안이 해소되거든."
"...꺼져."
뉘예 뉘예 우리 존잘님께서 꺼지라면 이 미천한 종년 꺼져야지요 아이구 아이구~
허리를 두들기며 잔뜩 불쌍한 표정을 짓자 정국이가 인상을 조금 풀었다.
이 틈을 타 최대한 꿀 떨어지는 표정을 지으며 애교살을 장착하고 정국이와 눈을 맞췄다.
정국아, 누나한테 장가와라. 잘해줄게. 뭐 그런 복합적인 사랑과 헌신의 감정이 담긴 표정이었다고 자신한다.
"너 눈 밑에 애벌레 있다."
"..."
"징그러."
"..."
"이제 좀 닥쳐봐, 형님 무슨 얘기하는지 들어야 됨."
...개새끼.
*
오늘 분명히 석찌랑 윤기 비즈니스 정체 밝히려 했는데 쓰다 보니 왜 때문에 정국이 드립으로 가죠..(털썩...)
곧 기말고사 기간 시작이라 6월 중순까지 자주 찾아오지 못할 것 같스빈다ㅠㅠㅠ그래도 열심히 써 볼게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