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저의 곁에 있던 작은 숨소리가 사라진지 한 달의 기간이 지나고 나서야 백현은 정신을 다잡았다.
대청소를 했다. 해도 해도 자꾸만 그 숨소리가 뒤에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백현은 한 달 전 , 사랑하던 그 사람과도 헤어졌다. 아니. 사랑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다.
진짜 제 사랑은 곁에 있었는데 그 사실을 저만 몰랐다. 매일 매일 마주치고, 가족처럼 친하게 지냈었는데 . 이젠 제 숨소리보다 익숙해 진 숨소리인데.
이제와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신발장을 연 백현의 눈에 하얀 편지봉투가 들어왔다.
이게 뭔가, 하고 열었는데 익숙한 글씨체라 당황했어요?
오늘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당신한테 고백을 하려구요. 이기적이라고 욕해도 좋아요.
나는 사랑한다고 , 자존심 세우면서 말하지 않았던게 아니에요.
몰랐을 뿐이에요. 하루에도 수 천번 그쪽 생각에 변해오는 이 마음이 어떤건지.
난 상상조차 못했어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게 될 거라고 , 아니 이미 사랑하고 있다고
당신이 그 사람을 사랑하는 동안에 , 나는 오랜길을 걸었어요. 걸으면서 많이 아팠어요.
그리고 생각했어요. 내 감정이 사랑이 맞다면 , 당신에게서 벗어나는 방법이 뭔지.
알잖아요. 내 사랑은 아프기만 했어요. 당신과 함께있어도 외로웠어요.
어느 순간 걸음을 떼고 돌아보면 , 당신이 거기 있었어요. 그게 너무 힘들어 눈을 감아도 나타났어요.
그 사람에게 웃어보이다가도 , 나를 돌아보는 그 눈빛이 나를 동정해서였는지 , 아니면 ..혹시...
아니, 아니에요. 이젠 당신이 나를 볼 때 어떤 감정이였던 그런건 상관 없어요.
아마도.. 여기까지가, 지긋지긋한 외사랑의 끝인가봐요. 고작 이게 다에요.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았으니까. 사랑했다면 혼자 내버려 뒀을 리가 없으니까.
당신이 사랑한다고, 웃어주고 안아주던 그 사람이 나한테 그러더라구요. 언제까지 그렇게 살거냐고
기가찼어요. 당신의 사랑을 듬뿍 받아 웃는입에서 나올 소리는 아닌거 같은데.
아니, 어쩌면 그 사람은 내가 불편했을지도 모르죠. 이미 내 마음을 읽었으니까.
어쨋든 난 항상 졌어요.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던 나에게도
그런 나를 사랑하지 않는 당신에게도, 여전히 당신 옆에서 웃고있을 그 사람에게도
그래서 , 너무 억울했어요. 버티기 힘들었어요. 계속 지기만 하기 싫었어요.
그러니까 이제 당신이 웃던 울던 그 누구를 사랑하고 아껴주던 , 나랑 상관없을거에요 아마
그러니까 이제, 더는 그 사람 보면서 날 돌아볼 필요 없어요.
사실은.. 고마웠어요. 당신이라는 존재가. 내가 당신의 곁에 숨쉬고 있다는게 감사했어요.
아파도 당신이 알아주지 않아도 , 그래도 좋았어요.
그래요. 사실 이 말 하기가 이렇게 힘들었어요. 그래서 그 오랜길을 빙빙 돌아왔어요.
어쩌면 그 사람이, 이 편지를 다 찢어 날려버렸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괜찮아요.난 이제 정말 뭐가 어떻게 되던 상관 없어요.
여기가 끝이니까.
사랑했어요. 그리고 미안해요. 그래도 울지 말아요 이제 내가 당신이 울 때 위로해 줄 수가 없으니까.
짧은 편지 한 장에 , 한 참 동안이나 백현은 움직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