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박경 - 부끄러 웃지마
고등학교 2학년 초, 그러니까 겨울의 끝자락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꽤 추운 3월.
난 당당하게 2학년 7반 교실을 찾아서 들어갔음. 왜냐고? 그 날은 새학년이 시작되는 첫 날이었으니까.
난 이과반이고, 내 친구들은 다 문과반이라.. 친구들과 반이 갈라진 나는 정말 착잡했음.
게다가 요번에 이과반에 여자애들이 정말 없다던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초반에 배정받을 수도 있다고
겁을 주는 담임 때문에 나 잔뜩 쫄아있었음. 레알.
당당한 발걸음으로 교실 문 앞까지 도착하긴 했는데, 도저히 문을 열 용기가 안 나는 거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민망하고, 창피하고. 그래서 우물 쭈물 하고 있었지.
근데 ...
" ...뭐야.. "
휘릭-
내 뒤에서 들려오는 어떤 남자애의 목소리.
그 남자애는 문 앞에 서서 들어가지 않고 발만 동동 구르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던 건지
뭐야.. 하면서 문을 박력터지게!!!!!!!! 열고 들어갔음.
덕분에 나는 걔에 밀쳐져서 덩달아 반으로 들어갔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휴.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쪽팔려 미칠 것 같다.
" 야 오세훈 왜 이제 오.. "
" ...응? "
" ....??! "
나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말 웃긴 모양새로 반에 들어왔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핳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내가 그렇게 요상스럽게 들어가니까 그 반에 있던 남자애들 중 세명이 일제히 나를 쳐다봤음. 정말 이상한 눈빛으로.
특히 내 눈에 띄었던.. 저렇게 날 외계인 보듯이 쳐다봤던 애 얼굴이 아직도 생생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민망햌ㅋㅋㅋㅋㅋㅋㅋㅋ어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아까 그 문을 벌컥 열었던 박력남은 나를 한 번 슥 보더니 지 친구들 옆으로 가서 앉았음.
날 이상하게 쳐다봤던 세 명의 남자애들이 얘 친구들인가 봄.
첫날부터 망했다고 생각했음. 일단 반에 들어왔으니 자리에는 앉아야겠다 싶어서 눈을 굴리면서 남은 자리를 찾았음.
최대한 그 남자애들이랑 먼 곳으로... 최대한 한적하고 구석진 곳으로..
이리저리 찾다가 내 눈에 띈 곳. 1분단 창가 옆 구석자리. 그곳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음.
얼른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의자에 앉았음. 한숨 돌리고서 내가 1년 동안 지내야 할.. 이 반을 찬찬히 둘러봤음.
...? 왜 때문에 여자애는 거의 안 보이고 남자애들만 보이는 거죠?
아직 등교 시간이라 그런지 여자애들이 조금씩 우리 반으로 더 들어오긴 했지만 그래도 누가봐도 남자애들이 훨씬 많았음.
..그 때 직감했다. 여기가 바로 담임이 말하던 그 남초반이구나..
1년 동안 난 죽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남자애들 땀냄새에 쩔어서 살겠구나 싶어서 벌써부터 절망적이었음.
그리고 얼마 없는 여자애들과는 정말 돈독한 사이를 유지해야겠다, 싶었고.
근데 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까 그 웃긴 모양새로 반에 들어왔던 게 계속 생각났음.
나 쪽팔린 기억은 겁나 오래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못 잊는 단 말이야..마리야....마리야....
계속 머릿 속에서 맴맴 도는 그 기억땜에 미칠 것 같았음. 저 남자애들이 날 뭐라고 생각했을까...
지금 저기 앉아있는 4명의 남자애들이 계속 신경쓰였음. 다른 의미로는 눈엣가시라고나 할까.
지들끼리 살판났음. 제일 시끄러움.
난 이때까지만 해도 저 4명이 끝인 줄 알았지..
" 야 김종인은 어디 쯤이래? 얘 설마 지금까지 자고 있는 건 아니겠지?! "
" 몰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김민석은. 걘 또 어디래 "
" 됐고 지들 알아서 오겠지. 첫 날부터 지각하겠냐, 설마 "
4명이서 똘똘 뭉쳐서 여자애들 마냥 수다를 떠는데, 시끄러워 죽을 것 같았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특히 이름이 박찬열로 추정되는 남자애.. 겁나 시끄러웠다. 진짜로.
막 이러면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혼자 웃어대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알 ' 사. 마. 귀 '. 나중에 쟤랑 친해지면 사마귀로 부르기로 내 뇌는 이미 결정지었음.
어쨌든 난 시끄러우니까 가방에서 주섬 주섬 이어폰을 꺼내 휴대폰에 연결시켜서 음악을 들었음.
그제서야 좀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음. 첫 날부터 내 심장이 너무 빠운스 빠운스 해서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가
처음으로 찾아온 마음의 평화.. 도 오래 가진 못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분명히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듣고 있는데 그 음악을 넘어서는 데시벨로 소리를 질러대는 애들 때문에.
" 우왁!!!!!!!! 야!!!!!!!!! "
" 야 나 지각할 뻔 했어!!!!!!! 첫날부터!!!!!!!!! 개쪽 당할 뻔 "
" 으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역시 명불허전 변백현이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까 그 남자애들이 있던 쪽에서 너무 시끄러운 소리가 나길래 이어폰 한 쪽을 빼고 그 쪽을 쳐다봤음.
시발. 학교 와서 처음으로 욕 나왔음.
왜때문에 남자애 8명이 줄줄이 우리 반으로 들어오는 건데? 왜?
에이. 설마. 우리 반은 아니겠지. 저스트 쟤네 친구들이겠지.
" 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열 두명이서 다 같은 반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쩔어 "
" 그니까. 존나 우리 껌딱지처럼 붙어다녀야겠네 "
"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근데 재밌겠다 "
" 하늘의 계시다. 우린 거머리처럼 서로 붙어다니라는 계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왓? 뭐라고?
같은 반? 12명이서? 제발. 거짓말이라고 해줘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이 반 싫어... 다른 반 갈래...
쟤네랑 어떻게 1년을 지내.. 딱 봐도 존나 시끄럽고 미친 듯이 비글스러운데.. 하..
그리고 저 네명이 아까 내 그 모습을 나머지 애들한테 다 알려버리면 어떡해..
머릿 속에 이 생각 저 생각이 다 들었음. 이과를 선택했을 때부터 이런 광경.. 예상했었음.
하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었음. 난 공부만 할 생각으로 여기 온 건데, 내 예상은 많이 빗나갔음.
이건 뭐 내 친구들이 있는 문과반이랑 다를 바가 없었음.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책을 펴서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이
보였지만 그건 극소수일 뿐. 다들 자기 할 말 하기 바빴음. 그 주축에는 저 열 두명이 있었고.
" 에휴... "
한 숨을 푹 쉬고 다시 귀에 이어폰을 꼽았음.
가방 속에 책은 많이 들었지만, 펼쳐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안 들었음.
분위기도 어수선하고.. 일단 여기에 적응하는 게 제일 중요하니..
내 귓가에 퍼지는 노래에 집중하고 있는데, 누가 내 어깨를 톡톡 건드림.
누구지..? 난 여기에 아는 애가 아무도 없는데? 싶어서 올려다봤음.
??? 뭐지. 아까 날 외계인 보듯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봤던 눈이 굉장히 컸던 남자애가
두둥, 서있음. 내가 빤히 쳐다보고만 있자 걔가 어깨를 두 어번 더 침.
그제서야 ' 아 ' 하고 이어폰을 빼고 물었음.
" ..왜? "
" 너 필통 떨어졌는데 "
" 어? 필통? 아.. "
" 여기 바닥 더러워. 뭐 떨어뜨리면 엄청 더러워지니까 조심해 "
" ㄱ..고마워 "
뭐지. 난 아까 얘가 날 이상하게 쳐다보길래 싫어하는 줄 알았음.
근데 내 필통이 떨어진 걸.. 나도 의식하지 못했던 것 까지 알려주고.
아, 얘 참 착하구나 싶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유일하게 얘가 저 12명 중에 안 시끄러움.
간간히 친구들이랑 장난은 치는 것 같은데 쟤들에 비하면 양반 수준임. 게다가 멘탈도 굳인 것 같았음.
그 때 결심했다. 저 12명 중에선 쟤랑만 친해져야겠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그리고.. "
" 어? "
" 이 책상 되게 삐걱거릴 텐데.. 아까 보니까 망가진 것 같던데 "
" 아 진짜? 몰랐는데.. "
" 저쪽으로 옮기는 게 좋을 걸 "
" 아.. 고마워~ "
" 아니야 "
이런 센스남을 봤나.
내 책상 삐걱거리는 거 나도 몰랐는데 얘가 알고있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양쪽 이어폰을 다 빼고 책상을 움직여봤는데 진짜 삐걱, 삐걱 소리가 났음.
아깐 너무 정신이 없어서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 같음.. 병신같다 이것도 모르고..
내가 고맙다고 하니까 저 남자애 식 웃으면서 지나갔음. 그 때 빛보다 빠른 속도로 걔 교복 자켓을 훑었음.
훑었다고 하니까 이상하긴 한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름을 보기 위해서 였음.
검정색 교복 자켓 위에 노랑색으로 글씨가 수놓여져서 그런 가 꽤 눈에 잘 띄었음.
' 도 경 수 '
얘 이름은 절대 잊지 말아야겠다, 싶었음.
종이 치고, 우리 반으로 뚜벅 뚜벅 담임쌤이 들어왔음.
1년 동안 우리를 책임져줄 담임쌤인지라 정말 중요했음.
난 그 선생님을 뚫어져라 쳐다봤음. 뚫.어.져.라.
남자 선생님이셨고, 키는 훤칠하고 인물도 반반하셨음. 오홓ㅎㅎㅎㅎ합격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 반에 현재 존재하는 남자 사람들 중 도경수 다음으로 마음에 들었음.
아, 도경수는 절대적으로 성격이 마음에 든다는 거지 좋아한다거나 그런 감정은 아님. 단지 정상인을 찾았다는 게 기쁠 뿐...
" 다들 조용히 하고! 첫 날이니까 출석이나 한 번 불러보자 "
남자 선생님이라 그런가, 박력 넘쳤음.
교탁을 출석부로 탕탕 내리치더니 한 방에 교실을 조용히 시켰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교실도 이렇게 조용해질 수 있구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놀라워라..
선생님 대다나다..!
" .. 오세훈. 도경수. 김민석. 루한. 김종대. 김준면.. "
선생님이 이름을 하나 하나 부르셨고, 애들은 모두 ' 네 ' 하고 대답했음.
난 저 12명의 이름이 불릴 때 이름이랑 얼굴을 매치시키려고, 그리고 기억하려고 겁나 노력했음.
저 비글놈들 이름이나 알아두자 하는 심정으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쟤 이름이 변백현.. 쟤 이름이 김종대.. 막 이러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음.
" 김징어 "
" ... "
" 김징어 "
" ... "
" 김징어?!!!!!! "
" ..아, 아 네!! "
" 빨리 빨리 대답 안하고 뭐하냐? "
" 아.. 하하.. "
" 정신 차려라 "
" 네..."
저 남자애들에 집중한다고 정작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실 때 못 들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이 큰 소리를 내셨고, 반 애들은 또 날 일제히 쳐다봤음.
씨부렁.. 흑역사 하나 더 추가여..
첫 날부터 흑역사 두 개 만들고 가실게여...^^
나에게로 이목이 집중됬고 저 12명 비글들 중 몇명이 나를 보고 피식, 피식 웃었음.
..기억해놨다.. 김종대, 변백현^^ 쟤네가 제일 시끄러워서 아까 출석 부를 때 머릿 속에 딱딱 각인이 됬음.
" ..귀엽다 "
다들 날 쳐다봤었는데, 그 중에 도경수도 있었음.
걔가 날 보고 뭐라고 중얼거렸는데 사실 나 못 들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라 그랬니..? 웃기다..? 아님 왜 저래...?...
어쨌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또 너무 민망했음.
저 선생님도 첫 날부터 날 똑똑히 기억할 것 같았음. 첫 날부터 딴청 피운 애로.. 하..
이제 진짜 정신차리고 살아야지..
그나저나 나.. 여기서 어떻게 1년 동안 지내지...
브금이 부끄러 웃지마인 이유가 있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 민망해
계속 연재..할까요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