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바들 쇼케이스 영상을 보고 나서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S2 )
아직도 정신이 멍멍하다.
숙소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멍하니 앉아있다 옆에서 내 속은 모르고 창밖을 보고 있는 차선우가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 노란 머리에 파마까지 해서 머릿결이 개털이 됐다고는 하지만 그 머리가 썩 잘 어울렸다. 어딘가 장난스럽고 어디로 튈 지 예상할 수 없는 그런 머리. 마치 오늘의 놈처럼.
*~*~*
숙소에서 쇼케이스 때 팬분들에게 보여드릴 상황극을 연습할 때는 없었던 대본이었다. 혼또? 혼또? 를 번갈아가면서 외치다 결국 내가 차바로 얼굴을 잡고 돌진하면 놈이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마치 키스하는 시늉을 하는 부분에서는 뜨거운 반응을 예상하고 리얼하게 하자, 라고 말하긴 했지만 이건 너무 리얼이었다. 모르는 게 아니었다. 바로와 산들, 그러니까 바로와 나를 엮어서 '바들'이라고 부르며 찬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팬들이 좋아하는 일이니까 나도 좋다, 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게 원인이었다.
우리는 쇼케이스에서 상황극을 하게 되었다. 여자친구와의 이상적인 데이트 모습을 연출해내는 것이었는데 바로의 여자친구 역할을 맡은 게 나였다. 그 놈이 꽃에 물을 준거다. 널 위해 준비한 다이아몬드다 등등 개드립을 치면 내가 받아쳐주고, 결국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뜨거운 키스로 이어지는 그런.
그런데 본 무대에서 그 놈 눈빛은 정말 이상했다. 뭔가 저지를 것 같은 그런 느낌. 내색하지 않고 연기를 이어갔다. 여자처럼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일본어를 하자 반응이 정말 좋았다. 마침내 그 부분이 다가왔다.
"ほんとう(정말)?"
"ほんとう(정말)!"
숨겨왔던 굵은 내 목소리가 나오고, 빠르게 차바로의 두 뺨을 잡았다. 바로 그 때 차선우가 연습했던대로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며 뒤쪽으로 넘어갔고, 난 시늉만 하려고 놈의 얼굴을 잡은 팔에 힘을 주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어깨를 잡고 있던 차선우의 손에 힘이 들어가더니 자신 쪽으로 날 끌어당기는 것이 아닌가!!!
닿았다!!!!! 닿았다고!!!!!!!!!!!!!!!!!!!!!!!!!
몇 초동안!!!!!!!!!!!!!!!!! 닿아있었다고!!!!!!!!!!!!!!!!!!!!!
사전에 협의도 안 된 거라고!!!!!!!!!!!!!!!!!!!!!!!!
정말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난 정말 당황스러웠는데 정작 자신은 아무렇지 않게 원더풀 투나잇 무대를 소개하는 게 화가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일단 풀린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쇼케이스가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와 차에 탔고, 그리고 지금까지도 바로, 아니 차선우는 말이 없다. 사실 어쩌다 닿을 수도 있는건데 내 목을 감았던 차선우 팔에서 느껴졌던 힘이 정말로 고의적인 것이었다. 마치 그 상황을 기다린 것처럼. 저 자식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괜히 말했다가 더 어색해질까봐 그냥 조용히 있었다. 형들과 찬이는 무대를 소화하느라 그 일을 까먹었던 것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어두워서 제대로 못 봤을지도 모른다.
숙소 앞에 도착한 차에서 한 사람씩 내리기 시작했고, 멍 때리고 있던 나를 툭툭 건든 건 다름 아닌 차선우였다. 늦더위 먹었냐, 장난스럽게 말하고는 내 등을 밀며 내리는데 정말 어이가 없어서! 이게 누구 때문인데!
"너 왜 그래?"
"뭐가."
"기분 안 좋아 보여서."
"딱히."
"문자도 아니고 단답해? 왜, 내 뽀뽀가 그렇게 좋았어?"
"………야!! 니 내 좀 보자."
더 이상 참지 못한 내가 빽, 소리를 지르자 당황한 멤버들이 이쪽을 돌아보았고, 차바로는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더니 고개를 끄덕이곤 먼저 들어가라는 손짓을 해보인다. 둘이 남겨지자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건물 안쪽으로 들어갔다.
"왜 그랬어."
"뭐가."
"왜 그랬냐고!"
"뭘."
"그…아, 그거! 원래 안 하기로 했잖아!"
그러자 차선우가 담담한 얼굴로 근데, 그게 어때서. 진짜 키스한 것도 아니고 잠깐 입술 닿은 건데. 라며 뻔뻔하게 받아친다.
"아니 그래도!!! 그래도!!!"
"뽀뽀 한 번 안 해본 사람처럼 그래."
"그니까 결국 니도 의도했다는 거잖아!"
"어."
…순간 정적.
의도했던 거라고? 그게?
"니…니…니 진짜 미칬나."
"그렇게라도 한 번 해보고 싶었어."
"…와…돌겠네."
"해볼 기회 자주 없을 것 같아서. 일 핑계대고 그냥 미친 척 너한테 뽀뽀 한 번 해보고 싶어서 했어."
난 니가 무슨 말 하는지도 모르겠고 나한테 왜 이러는지도 모르겠어! 마음과는 다르게 이상하게 얼굴이 달아오르고 열이 오른다. 아, 얘가 진짜 뭐라는거야.
"좋아하는데 티 못내니까 그렇게라도 티 내고 싶었어."
"……."
"이제 내 맘대로 그렇게 안 할게. 오늘 일 미안. 니가 그렇게 심각하게 화낼 줄은 몰랐어. 웃으면서 넘어갈 줄 알았거든."
그러고는 휙, 먼저 몸을 돌려 들어가버린다. 잠깐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었다.
…그래. 그냥 장난이라고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는데. 난 왜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였던 걸까.
"야."
돌아가려던 차선우가 이 쪽을 돌아본다.
"그러니까 뭔데."
"뭐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너 좋아한다고 내 맘대로 뽀뽀해서 미안하다고."
"……."
뭔가 상처받은 듯한 얼굴이었다. 진~짜 이상하게 왠지 이대로 놈을 보내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또 왜!"
"나…기분 안 나빴다고!"
"…뭘……."
"니가 그 뽀…뽀했을때 기분 안 나빴다고!"
내 대답에 무표정으로 있던 차선우가 씩, 웃는다. 알았어, 무심하게 한 마디 내뱉고 가버리는 차선우의 뒷모습에 어쩐지 애가 탄다.
"그러니까 다음부턴!"
"……."
"…내가 준비됐을 때…하라고."
…이게 무슨 소린지. 내가 말하면서도 모르겠다. 혼란스러운 감정을 정리하고 있는데 차선우가 멀리서 이산들! 부르곤 무어라 소리친다. 집중을 안 하고 있어서 그런지 뭐라고 하는지 안 들렸다.
"뭐라고?"
"…준비, 됐냐고."
…에라, 나도 모르겠다.
"준비됐다."
"그럼 거기 딱 있어, 내가 갈게."
노란 머리에 파마를 한, 오늘따라 좀 잘생겨보이는 차선우가 이 쪽으로 걸어온다. 가까워질수록 묘하게 가슴이 간질거리는게 나쁘지 않은 기분이 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는 내 망상 리얼물 오글오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들 좋아하는 분 계세요..? ㅠㅠㅠㅠㅠㅠ인티 글잡에 처음 올리는 글이 바들 단편...떨려 죽겠네요
바들 일본 쇼케이스 뽀뽀 상황극 영상 보신 분들은 이해가 잘 될 거에요...ㅠㅠㅠㅠ 그냥 그 영상 보고 나서 써본건데
왠지 올려보고 싶어서..........똥손이지만 봐주시는 분들은 스릉흡느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