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닉은 다음화에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오늘은 짤이 없습니다.
여러분이 상상하시면서 읽어주세요.
수영부가 근처 예고 무용부랑 소개팅이 잡혔으면. 예고 애들도 수영부 전정국이 잘 생겼다는 소문을 어디서 듣고 그거 확인하려고 수영부 애들한테 전정국 꼭 데려와라고 시켜라.
전정국은 차피 쪽수 맞추러 가는 거고, 나한테 김태형도 있고, 훈련만 하기도 심심하고 해서 흔쾌히 간다고 했으면. 물론 김태형한테 비밀로 하는 건 잊지 않고.
금요일 오후에 근처 카페에서 만나라. 전정국은 자신이 좋아하는 옷을 입었는데 옷 핏이 너무 잘 받는 거지. 그 여자들 놀랄 정도로.
가는 길 내내 친구들은 전정국한테 너 때문에 내가 묻힌다, 너 꺼져라. 이런 농담도 하면서 그 카페에 다 와가겠지.
문이 열리고 마지막으로 들어온 전정국의 모습에 예고 애들은 아, 내가 본 실음과 애들은 다 별로였구나. 이 생각도 하면서 자신들이 왜 체고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기도 하고.
한참 분위기가 좋아지고 하하 호호 웃으며 서로에 대해 많이 알아갈 때쯤에 전정국의 표정은 굳어져있겠지.
오늘 하루 종일 김태형의 연락이 뜸했었고, 점심시간에도 마주치지 않던 김태형이, 지금 이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훈련한다며 연락을 하지 않는 김태형의 익숙한 뒤통수가 앞 테이블에서 보이니깐. 그것도 여러 명의 여자에게 둘러싸인 채로.
전정국은 아무 말없이 핸드폰을 꺼내 김태형한테 전화를 하겠지. 확인차 한 전화에 앞에 앉은 남자가 핸드폰을 들더니 홀드키를 한 번 눌러 무음으로 만든 후 테이블 위에 제 핸드폰을 엎어두고.
그 모습을 본 전정국은 화가 머리끝까지 오르겠지. 끼익, 의자를 뒤로 빼서 난 소리에 그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다 전정국을 쳐다보고, 전정국은 자리에서 일어나 김태형의 테이블로 갈 거 같다.
"시발 너는 여기가 빙상장이야?"
"... 야, 전정국?"
"여기가 빙상장이냐고 묻잖아, 김태형."
"아.. 야, 아니 그게 아니라.."
당황해하며 제 이름만 연신 부르는 김태형을 전정국은 무시하고 그대로 카페를 나올 거 같다. 챙겨간 거 없이 제 휴대폰만 챙겨 갔으니 뭐.
김태형은 그대로 테이블 위에 엎어지겠지. 옆에 앉은 여자는 야, 힘내라. 하는 소리와 함께 김태형의 등을 토닥여줄 뿐.
김태형은 오늘. 그러니깐 전정국이랑 맞는 첫 기념일에 뭐 해주면 될지 중학교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있었을 뿐인데.
"네 애인 존나 빡친 거 같은데. 그러길래 내가 우리 집 앞에서 만나자고 했지?"
친구들은 김태형이 게이라는 것을 알고도 아무 말 없었으면 좋겠다. 다만 김태형에게 네 애인이 더 아깝다,라는 말만 할 뿐.
친구 중 하나가 진지한 표정으로 김태형한테 귓속말을 하면 김태형은 소리를 지르며 옆에 앉은 여자를 툭 치면서 몸서리치겠지.
"아, 시바 그걸 내가 어떻게 해.."
김태형은 잠시 고민하다 이내 제 짐을 챙긴 후 친구들에게 인사하고 카페를 나오겠지.
아, 수영부 애들 본 거 같은데.
***
실컷 화를 내고 기숙사로 돌아온 전정국은 밀려드는 후회에 이불만 뻥뻥 차겠지.
시바. 나도 김태형 속이고 나간 거면서 지랄은.. 아, 애들 만나서 김태형이 왜 여기 있냐고 물어보면 뭐라 말하냐. 근데 김태형은 여자만 만났잖아. 샹.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전정국이 끙끙거리다 머리 정리할 겸 옆에 놓인 핸드폰에 이어폰을 꼽고 노래를 듣다 잘 거 같다.
잠결에 귀에 꽂았던 이어폰이 빠지고 징징 울리는 핸드폰을 전정국은 느끼지 못 하고 액정에는 '공주 태형' 의 부재중이 여러 개 떠있어라. 김태형이 온갖 생각 다 하도록.
전화를 받지 않는 전정국의 행동에 피가 말리는 김태형은 이제 헤어지나 생각을 하겠지. 김태형은 모쏠이였으며, 애인과 맞는 기념일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어 전정국에게 비밀로 한 건데.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김태형은 제 머리를 헤집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갈 거 같다. 전정국의 방으로.
세상 모르게 잘 자고 있는 전정국의 모습에 김태형은 허탈함과 동시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으면.
자고 있는 전정국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나 자신도 모르게 꾹 다물고 있는 전정국의 입술을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그리고는 깜짝 놀라 그 손을 거두고.
한 번 만져본 그 감촉을 잊을 수 없어서 김태형은 다시 한 번 도 만지겠지. 그 과정에서 전정국은 잠에서 깼음에도 불구하고 김태형이 어디까지 하나 생각하며 두 눈을 꼭 감고 있었으면.
김태형의 손가락이 좀 더 과감하게 전정국의 얼굴을 쓰다듬고, 입술을 만지다 틈 사이로 손가락을 쑥 집어넣자 전정국은 두 눈을 감고 그런 김태형의 손목을 콱 잡겠지. 김태형이 깜짝 놀라 토끼눈을 하면 그제야 천천히 눈을 뜨는 전정국이 그대로 김태형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부딪힐 거 같다.
꽉 다문 입술끼리 맞물려있다 누가 먼저랄 거 없이 벌어진 입술 틈 사이로 혀를 넣어 진득하게 키스를 나누면 숨이 가빠진 김태형이 몸을 살짝 뒤로 빼겠지.
반쯤 눈이 풀린 전정국은 김태형이 후하, 공기를 내뱉음과 동시에 김태형의 입술을 앙 물고는 아까보다 좀 더 깊은, 농도가 짙은 키스를 나눴으면.
"못 참는다, 나."
한순간에 전정국의 침대에 김태형이 누웠으면.
"선물을 줬는데 왜 포장 안 벗겨."
야시시하게 웃어 보이는 김태형에 이성을 놓아버린 전정국은 덤으로.
+)
"김태형."
"뭐, 시바 짐승새끼야."
"한 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