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너는 다를 줄 알았어... 근데 너도 똑같아." "..." 내가 붙잡기도 전에 차갑게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정국은 밖으로 뛰쳐 나갔다. 난 그저 그의 모습을 멍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정국을 내친 순간 정국의 마음 속 빈 자리를 채우던 만족감은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공허, 좌절, 그리움과 외로움 정국은 애정결핍에 휩싸여 감옥에 갇혀버린 자신을 결국에 나락으로 빠뜨렸고 어린아이처럼 감정의 불씨를 가득 표출했다. 가득 타버린 마음은 재로 변하여 바람에 흩날리고 혼자 남은 자신이라는 영혼 속 공간에 종속 되어 있었다. 어른이 되기 싫어. 사회에 속하기에는 난 너무 어려. 항상 정국이 나에게 말하는 똑같은 문장이였고 그 문장을 정국이 뱉을때마다 우리 둘의 악 순환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돌았다. 언제부터 였는지 정국은 변했다. 집착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 갔고 나 그리고 자신의 형 이외에 모든 걸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어른이 되기싫다고 그 말만 되풀이했으며 점점 어린아이가 되어갔다.그 일이 있기 전에는 포부있고 희망이 넘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였는데 말이다. 그가 이렇게 변한 것은 아무리 봐도 그의 아버지 탓이 컸다고 항상 생각한다. 2년전 아버지의 외도와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자신에게 새로 생긴 새 어머니와 아버지의 외도와 어머니의 죽음으로 약물에 빠져버린 형.정국에게는 너무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였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우상이던 아버지 그래서 자신이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이라고 항상 나에게 말했었다. 하지만 그 우상이였던 아버지는 가정과 형을 망가트렸고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어머니와 을 잃게 만들었다. 또 새 어머니의 모진 학대가 그를 참담하게 괴롭혔다. 자신을 틀안에 가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였고 자신의 우상이였던 아버지처럼 어른이 되기 싫은게 당연한 거였을지도 모른다 정국에게는 씻을 수 없는 아픔이였는게 분명하다. 그 아픔을 씻어낼 방법은 없는 것 일까 생각에 잠겨 가디건을 걸치고 집 밖을 나가 정국을 찾아나섰다. 여기 저기를 찾아보며 뛰었지만 어디에도 정국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안겨오는 정국을 내치지 않고 그때 안아줬다면 정국은 밖으로 나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정국이라면 멀리 나간 적이 없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이 자주 갔던 곳으로 향했다. 그 순간 설마라는 생각이 들며 그 곳으로 발 걸음을 돌려 뛰었다. 제발 거기에서 무슨 일이 없기를 정국에게 아무런 일도 없기를 예전에 정국이 살던 집. 지금은 그의 형 윤기가 혼자 사는 집. 동네에서 보이지 않는다면 분명히 그는 그 곳에 있다. 항상 그 곳에 가면 무슨 일이 터지기 마련이였다. 이번에는 이 나쁜 예감이 틀렸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걱정으로 인해 내 발 걸음은 점점 빨라져 결국 그 곳을 향해 달렸다. 그 곳에 문 손잡이를 잡고 돌리니 다행히 열려있는 상태였고 안으로 들어가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에 신발을 벗지도 못하고 소리가 나는 곳으로 뛰어갔다
" 형... 내가 그만하라고 했잖아." " 씨발, 내가 약쟁이든 말든 네가 뭔 상관인데... 그러니까 놓으라고 전정국 개새끼야!!!" 내 앞에 보이는 풍경은 잔뜩 약에 취해 비틀거리는 윤기를 안고 울부짖으면서 놔주지않는 정국의 모습과 바닥과 거실 전체에 보이는 깨진 유리 파편과 가구의 잔해들 그리고 깨진 약병과 알약들 지금 상황과 펼쳐진 환경에 잠시 넋을 놓고 있던 순간 둔탁한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윤기가 정국을 아주 세게 벽으로 밀쳤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 여태까지 한 번도 윤기가 정국에게 주먹을 쓴 적은 없었는데 아무리 봐도 윤기의 모습은 이성을 잃은 상태인 것이 분명했다.
중심을 잃고 넘어졌던 정국은 눈물을 닦으며 다시 일어나 윤기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난 분명히 이 상황을 말려야 하는게 맞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가 다시 윤기에게 주먹을 휘두르려고 하는 그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이제 더 이상 그만하자 정국아 나중에 너가 더 서럽게 울며 후회할 거잖아 뒤에서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는지 정국은 주먹을 내렸고 멈췄던 눈물을 다시 쏟아내고 있는지 그의 어깨가 심하게 들썩거렸다. 난 그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가만히 등 뒤에서 안고 있어주는게 전부였다. 상처 받은 소년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조용히 손을 내밀어 주는 것 그저 조용히 소년을 안아주고 토닥여주는 것 그저 소년이 그 기억을 잊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리고 곁에 있어주는 것 그 일이 있고 정확히 3년이 지났다. 3년이란 시간은 꽤 많은 기적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였다. 정국의 형이였던 윤기 오빠는 약을 완전히 끊고 음악을 시작해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단지 흠이라고 하면 약을 끊은 대신 담배를 피고 있다는 사실? "약을 했을때 만큼 내가 후회하는 일은 없어." "그럼 담배도 끊지 그래요?" "담배는 나의 뮤즈야 못 끊어 꼬맹아." 요즘 만나면 항상 즐겁게 벌이는 작고 소소한 실랑이 중 하나에 속했다. 오늘도 대학에서 강의를 들은 뒤 찾아갔던 작업실에서 저 소리를 듣고 나왔다. 작업실에서 나온 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주황빛 노을이 내가 가는 길을 채색하는 것 처럼 온통 주홍빛이였다. 주홍빛 길을 걸으며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집 앞에 거의 도착 했을때 쯤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소년에서 어른으로 자란 정국이 보였다. "보고 싶었어 이름아." 그는 나를 보자마자 긴 다리로 다가와 나를 자신의 품 속으로 가둬버렸다. 예전 같았다면 그가 오히려 안아달라고 하며 안겨 왔겠지만 지금은 그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3년이란 시간은 소년을 어른으로 자라게 만들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정국은 어른으로 자라려고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런 그를 성장 시키게 만든 원동력은 자신의 형이였다. 자신의 형이 약을 끊겠다고 선언했던 것이다. 그 날 이후 그는 차츰 차츰 변해갔다. 심리치료도 꼬박꼬박 받고 상담도 잘 챙겨 받았고 그는 아팠던 기억을 차츰 차츰 지워 나가 현재의 모습으로 변화하였다. "사랑해 이름아. 내 곁에 항상 있어줘서." 어른이 되기 싫었던 소년은 점점 어른으로 성장했다. 세상을 무서워 하던 소년은 이제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