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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성 한복판, 대로변에 크게 자리한 간판 ‘글로리아’.


  이 사교 클럽의 마담은 젊고 고왔다. 


  찰랑거리게 긴 머리를 끝까지 단단히 틀어 올리면 목의 솜털이 시선을 빼앗고, 작은 입술에 아주 붉은 연지를 바른 것이 티 없이 맑은 피부와 아주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그녀를 ‘로라’라고 불렀다.


  가녀린 몸도, 기묘한 기운을 담은 암갈색 눈도 하나하나 아름다운 로라가 마이크를 잡는 날이면 손님이 구름처럼 밀려들었다.

  붉게 차려입고, 옛 조선의 옆꽂이를 닮은 머리 장식을 단 채로 무대에 오르는 글로리아의 마담만큼 아름다운 것은 경성에서 손에 꼽았던지라, 작고 고른 이가 살짝 드러날라치면, 남정네 여인네 가릴 것 없이 숨을 죽였다.


  음 하나하나를 계산하는 것처럼 완벽한 노래를 마치고 내려오면, 로라는 그 사과 조각 같은 입술에 꼭 담배를 물었다. 

  알 수 없는 문양을 새겨 기묘하게 반짝거리는 지포 라이터가 달칵거릴 즈음, 고요하던 글로리아에는 다시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로라의 노래는 항상 완벽하오.”


“백 년에 한 번 태어날 천재가 아니겠어.”


“음반이라도 내보지 그러이, 로라. 불티나게 팔릴 텐데.”


 

  - 대개는, 노래를 칭찬했다.



“오늘 밤은 같이 술 한 잔 마셔줄 텐가?”


“라이터가 좋아 보이네. 어디서 샀지? 나도 같은 걸로 장만하고 싶은데.”


“역시, 로라는 붉은색이 매혹적이군요.”



  - 간혹은, 추파를 던졌고,



“비싸게 군단 말이야.”


“꼴에 예술가처럼 굴어봤자 창년이 아니던가.”


“본질을 잊은 마냥 구는구만 그래?”



  - 누군가는, 뒤에서나 할 수 있는 말을 해댔다. 

 


  로라는 귀가 아주 밝았다. 분명히 그랬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와 같은 여종업원들이 어려운 주정뱅이 손님을 대할 때 그토록 빠르게 나타날 수 없었을 테니까.


  물론 그러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고, 마담은 그저 웃음기도, 짜증도 없는 얼굴로 담배 한 갑을 전부 피울 때까지 그림처럼 앉아만 있었다.



  난 로라를 좋아했다.


  특히 그 붉은 입술을, 그 입술이 마이크 앞에서 움직이는 순간을 좋아했다. 아마 로라 본인마저 모를, 노래 부를 때만 나오는 옅은 미소를 좋아했다.


  그녀를, 그렇게나 동경했더랬다.



“원아.”


“예, 마담 - ”


“...아니다.”



  보통 모든 것을 알아서 하는 마담이었지만, 나만큼은 하루에 몇 번씩 불러댔다.


  굳이, 굳이, 이름으로 불렀다.


  어쩔 땐 술을, 또 다른 때엔 담배를, 가끔씩은 좀 어려운 심부름을 요구했다. 보통은 어떤 꾸러미를 어딘가 배달하는 것이었다.



“원아.”


“예, 마담 - ”


“위스키 한 잔 가져다주겠니.”


“어떤-”


“아주 센 것으로.”


“예.”



  독한 술을 찾는 것은, 로라의 속이 복잡하다는 의미이다.


  언제나 무덤덤한 사람이니 표정으로 알기 어렵기에, 직원들은 마담이 고르는 술을 보고 그녀의 눈치를 보곤 했다.


  아무래도 두어 시간 전 독대를 청한 남자가 불쾌하게 한 게 분명했다.



“...마담, 가져왔습니다.”



  위스키를 들고 돌아왔을 때, 로라는 무대복을 벗어 던진 채 자신의 소파에 누워 있었다.


  가볍게 걸친 검붉은 가운에 길게 풀어 내린 머리가 검은 폭포 같았다. 연지를 지운 입술은 옅은 조명 아래에 흐린 산호색으로 반짝거렸다.


  연지와 분을 바르지 않아도 고운 마담.


  ...같은 여자도 순간 숨이 멎는 기분이 드는데, 사내들은 어떠할까.


 

  쟁반을 내려놓자, 힘이 풀린 암갈색 눈동자가 느릿하게 움직였다.



“원아.”


“예.”


“술을 하니?”


“아뇨-?!! 전 겨우 열다섯인걸요!”


“그래? 아쉽네.”



  강렬한 향과 함께 황갈빛의 위스키가 크리스털의 세공된 각을 따라 느릿하게 채워졌다.


  그 모양을 넋을 놓고 보는 새, 세 잔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로라가 타고나길 잘 취하지 않는 여자라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었다.



“원아.”


“예.”


“글을 쓸 줄 아니?”



  ...오늘따라 질문이 많다. 


  난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띄엄띄엄 읽을 줄만 아는지라... 쓰는 건 무리여요.”


“조선어도?”



  다시 말문이 막히었다.


  어떤 의미를 담은 말인지 확인하기 어려워 우물쭈물 입을 열지 않자, 마담의 고개가 살며시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조선어를 쓸 줄 아니?”


“그건, 쓸 줄은 아는데...”


“그럼 부탁 하나만 하자꾸나.”



  네 번째 잔이 마담의 입 안으로 사라졌다. 


  살짝, 아주 살짝 상기된 뺨이 미묘하게 뒤틀려보였다.



“나의 기억을 글로 남기고 싶은데, 그걸 좀 도와주겠니.”


“...그런 걸 어찌 저에게..”



  로라의 긴 속눈썹이 아래로 내리깔리며 파르르 떨렸다.

 

  윗입술이 살짝 말려들어가는 것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아주 미운 사내가 있어.”


“...예?”


“총명하고, 자유롭고...”


“.......”


“대놓고 멋을 내고 오는 날이면... 한 번 웃어주면.”


“.......”

“내가 눈을 떼질 못했는데.”



  하하, 짧게 소리내어 웃는 마담은 언제나처럼 아름다웠다.


  이렇게도 아름다운 로라가,


  ...저렇게 아픈 눈으로 추억하는 사내라.



“...할게요.”


“착하구나.”



  아름다운 로라.


  부서질 것 같은 로라.


  흩날려 사라질 것만 같던 그 밤의 마담은, 한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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