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 - 비가 오는 날엔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온 건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충격으로 인해 유연하게 돌아가지 않는 사고는 단편적인 장면들만을 기억했다. 마침내 전화를 받은 민윤기,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더욱 소리높여 울던 나의 모습. 보고 싶어요, 보고 싶어. 울면서 중얼거리다가, 무작정 택시를 타고 그의 집 주변으로 향했던 나의 다리. 민윤기에게로 가는 동안 걸려오는 김태형의 전화들은 모두 무시하고 있던 달달 떨리고 있는 나의 손. 아무도 없는 공원에서 차디찬 비를 온 몸으로 맞으며 처량하게 서 있는 나. 그리고,
저 멀리서 나에게 전화를 걸던, 우두커니 서 있는 나를 발견하자 들고 있던 우산도 내팽겨치고 달려오는 민윤기.
빗물이 눈꺼풀 위를 뒤덮으며 흘러내려 그의 형체가 흐릿하게 보였다. 그러나 힘껏 달려와선 나를 껴안는 힘에 그가 내게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차가워. 언제부터 맞고 있었어, 대체."
"흐으..."
한참 전부터 비를 맞고 있어서 얼음장처럼 차가운 날 안은 채 그가 중얼거렸다. 그리고서는 잠시 몸을 떼더니 손가락으로 내 눈물을 훔쳐주었다. 그 덕에 빠르게 젖어들어가는 민윤기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 아픈 듯, 일그러지는 그의 표정. 다시 나를 으스러져라 안은 민윤기는 등을 쓸어내려주며 달랬다. 울지 마, 울지마. 그러나 울음을 멈추라는 목소리와는 다르게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또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흐느끼다가 한참 후에서야 겨우 단어를 내뱉을 수 있었다.
"오빠, 어떡,해, 오빠,"
"괜찮아, 다 괜찮으니까."
"눈물,이 안 멈춰,져..."
"괜찮아. 천천히 말해도 돼, 착하지."
"아아.... 아파,"
너무 아파, 너무 아파서 숨이 안 쉬어져.
날 감싸안은 민윤기에게 기댄 채 울음을 토해냈다. 민윤기는 그런 나를 빗속에서 한참이나 토닥이고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를 중얼거리며.
베리 메리 체리
09
오랜 시간을 차가운 빗속에서 맨 몸으로 맞아낸 터라, 더운 물로 씻고 나온 후 말끔한 옷 하나를 빌려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으슬으슬한 기운이 느껴졌다. 민윤기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둘 다 쫄딱 젖어서 들어왔기 때문에 그 또한 씻으러 샤워실에 들어가있는 채였다. 어지럽다. 나는 깨질 듯한 머리를 짚으며 생각했다.
그의 집에 들어온 적은 처음이라 마음대로 침대에 눕는 것은 안 될것 같아, 위태로운 걸음걸이로 소파에 가서 쓰러지듯이 풀썩 누웠다. 나 감기 걸렸나. 벌 받나 보다. 김태형에게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흔들려서 벌 받나봐. ...그렇지만, 차라리 이게 좋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
한동안 그러고 있을 때쯤, 나를 찾는 민윤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주야? 그의 목소리에 여기 있다고 대답을 해주고 싶었으나 입을 열고 나오는 목소리는 앓는 신음소리였다. 심상치 않은 소리를 알아챈 건지 곧 이쪽으로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는 내 곁으로 다가와서 심각한 얼굴로 이마를 짚었다.
"추워요..."
나는 몸을 바들바들 떨며 중얼댔다. 이마에서 손을 뗀 그는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열이 너무 심해, 병원 가자.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병원 문은 닫았을 늦은 시각이었고, 고작 감기 따위로 나로는 비교가 안 될 위급한 환자들이 있을 응급실에 가는 것은 그리 좋은 생각 같지가 않았다. 내 고집에 결국 두 손을 든 민윤기는 한숨을 내쉬다가, 반쯤 몸을 숙여 상체를 일으켜주며 말했다.
"내 목에 팔 둘러."
순순히 그의 목에 팔을 두르자, 잠시 자세를 고치더니 곧이어 나를 안아올렸다. 부웅 뜬 몸에 놀라 반사적으로 두른 팔에 힘을 더 주었다. 나를 안은 민윤기는 침실로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얼핏 보았을 때 비교해봐도 평균 남자들보다 훨씬 마른 민윤기였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그도 남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를 위해서 많은 것들을 해주고 싶어하는 민윤기. 그리고 많은 것들을 해주는 민윤기. 나는 이런 그를 사랑한다.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채 되뇌었다.
나는, 민윤기를 사랑한다.
* *
알잖아, 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나는 절망했다. 지금이 아니라, 내가 김태형을 아직 좋아하고 있었을 적에 그가 이 말을 내뱉었다면 나는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 그 고백은 전혀 달갑지 않았다. 내가 어떤 심정으로 포기했는지 넌 모를 것이다. 알았더라면 넌 그렇게 쉽게 말하지는 못했을 거야.
펄펄 끓어오르는 열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내 볼을 어루만지는 손. 팔을 들어올려 나를 매만지고 있는 손을 잡았다. 내가 잡고 있는 이 손이, 조금 더 길쭉하고, 조금 더 컸으면 좋았을 텐데. 사람은 아프면 솔직해진다. 나는 아팠고, 복잡하게 생각하기 싫었다.
"입 벌려봐,"
약을 삼키지 못하자 내 입술을 덮고 약을 흘려보내주는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졌다. 흘려넣어준 약을 삼키자, 입을 떼고 물러나려는 그의 손을 잡았다. 다시 가까워지는 상체, 씻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배어나오는 은은한 비누향이 섞인 익숙한 체향이 풍겨왔다. 잡은 손을 꾹 잡아주며 걱정해주는 목소리.
"푹 자. 자고 나면, 괜찮을 거야."
지금 이 목소리가, ...으면 좋았을 텐데.
눈을 감고 있었기에 앞은 온통 까맸다. 그 때의 나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언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릴까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눈 뜨면 안 돼!'
혹시나 내가 제 말을 지키지 않고 먼저 눈을 뜰까봐 조마조마한 목소리였다. 그 애에게 보이지는 않았겠지만, 나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감은 두 눈에 더 힘을 주었다. 두근두근한 마음을 가지고 침대 위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몇 분이나 지났을까. 곧이어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눈 떠도 돼!'
어린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눈을 반짝 떴다. 하지만 여전히 방 문은 닫혀 있었으며,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실망한 나는 시무룩해서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뭐야아, 한참 기다리게 해놓고선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잖아. 그러는데 밖에서 또 목소리가 넘어왔다.
'문 열구 나와봐!'
입을 비죽인채 속으로는 꿍얼댔다. 아무것도 안 보여줄 거면서, 왜 조금만 기다리느니 했던 거야. 그 애의 말을 듣고 문고리를 잡긴 했지만, 그게 얌전히 말을 듣기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나가면 볼을 길게 늘여서 잔뜩 볼멘소리를 늘어놓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내가 문고리를 돌리고 문을 여는 순간 사라지고 말았다.
열고 나가자마자 온갖 색의 풍선들이 한꺼번에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남자아이 하나가 도도도 달려와 나를 껴안으며 외쳤다.
'생일 축하해 내 체리야!'
김태형,
너였으면 좋았을 텐데.
핸드폰 진동 소리가 연이어 울려퍼졌다. 툭. 진동음이 멈추는가 싶더니, 열에 달뜬 희미한 정신 사이로 단호한 음성이 울려퍼졌다.
- 전화, 그만 했으면 좋겠네요.
* *
좀처럼 내리지 않는 열에 시달리며 정신없이 하루를 꼬박 앓았다. 그렇게 거세게 앓고 난 후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커텐이 쳐져서 어두운 침실이었다. 창을 덮어버린 커텐으로 인해 지금이 몇 시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나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침대 밖으로 발을 내밀었다. 앓느라 조금 기운이 없는 것을 제외하고서는 더 이상 어지럽거나 춥지 않은 걸 보니 거의 다 나은 것이 확실했다.
문을 열고 밖으로 걸어나오니 바깥도 조금 어두워져 있었다. 아홉시쯤 되었으려나. 민윤기를 찾아 다리를 꾸준히 놀렸다. 이쪽 방에는 없으니, 그러면. 주방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그의 뒷모습을 발견한 나는 조심히 다가가서 뒤에서부터 그를 끌어안았다. 허리를 꼭 끌어안고 있는 내 손을 부드럽게 풀어 몸을 돌린 그는 자연스레 내 이마에 손을 가져다대며 물었다.
"괜찮아?"
끄덕. 열이 다 떨어진 것을 확인한 그는 내 볼을 어루만지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열이 안 떨어져서 걱정했어. 잘못 되면 어쩌나, 하고. 목소리와 더불어 그의 얼굴에 묻어있는 피곤한 기색은 나를 간호하느라 고생했던 그의 모습을 여실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걱정시켜서 미안해요."
"아픈 게 잘못은 아니지. 이제 괜찮다니 마음이 놓인다. 하루 종일 굶었는데 배 안 고파? 죽 사왔는데 그거 먹자."
민윤기는 나를 의자에 앉히고서는 식탁 위에 놓여져있던 비닐봉지에서 죽을 두 개 꺼냈다. 안 그래도 지나쳐오면서 보이는 비닐봉지가 뭔가 했더니, 아무래도 날 생각해서 나가서 사온 모양이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입맛이 없었지만 그의 성의에 감동받아서 꾸준히 먹던 죽이 반쯤 비워져 있을 때였다. 공기중을 타고 흘러온 조용한 물음에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울면서 그에게 전화를 걸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빗속에서 우두커니 서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이유가 뭐였냐는 물음을 정확히 알아들었다. 그러나 나는 쉽사리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김태형은 당신의 걱정과는 달리 단순한 친구일 뿐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게 아니라고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애꿎은 입술만을 살짝 깨물었다. 고민하고 있는 사이 한 단어가 휙 하고 날아왔다.
"김태형이지."
놀란 나는 고개를 들었다. 민윤기는 고요한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대답을 굳이 하지 않아도, 내 눈빛으로 대답을 읽어낸 민윤기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는 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생각에 잠겨 있더니, 내가 더 안 먹고 있는 것을 보고서는 더 먹으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그러나 입맛이 없었다.
"왠지 그럴 거 같았어."
"..........."
"네가 아플 때 주구장창 전화를 걸었거든."
그렇게 두 문장을 말한 민윤기는 더 이상의 설명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말하지 않은 문장들이 들려오는 듯 했다.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김태형이 정말 친구가 맞냐고. 그건 단순히 너만의 생각이 아니냐고. 나는 숟가락을 완전히 내려놓았다.
"더 안 먹어?"
"...네."
"그래. 억지로 먹는 것도 탈이 날 수 있으니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가 먹은 것을 대충 치우고서는 거실로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런 그를 차마 붙잡지 못한 채,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가 소파에 앉았는지 털썩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다. 티비도 켜지 않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집 전체에 정적이 흘렀다. 민윤기는 화를 내야 마땅했다. 그의 경고를 흘려듣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나에게 화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고 있다는 건, 나를 위해서일까, 아니면 반대로,
나에 대해 실망해서일까.
후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몹시 두려워졌다. 나는 의자에서 빠르게 일어나 그가 앉아있는 소파로 걸어갔다. 그는 고개를 젖혀 소파에 머리를 댄 채 두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다리를 벌려 그의 위로 올라탄 후, 그의 목에 입술을 묻었다. 갑작스러운 스킨쉽에 당황한 건지 민윤기가 곧바로 나를 떼어냈다.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두 눈동자. 바보같이 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는 눈 위로 짧은 키스를 해 준 그가 물었다.
"왜 이래, 아가."
"실망한 거 아니죠...? 나한테 실망한 거 아니죠,"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 버리지 마요... 잘못했어요..."
입 밖으로 나오는 말들이 뭔지 나조차 모르겠다. 그렇지만 민윤기를 잡아야한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나는 또 울음을 터뜨렸다. 내가 잘못했어요. 오빠가 경고했는데도, 나는 그냥 친구라고 했던 거, 태형이는 아무 생각 없는데 괜히 의심하지 말라고 화냈던 거, 다. 잘못했어요, 내가 잘못했어.
울음섞인 목소리로 내뱉어도 그는 눈을 가만히 깜박일 뿐 말을 하지 않았다. 나와 닿아있는 이 손이 떨어지면 그의 입에서 당장이라도 헤어지자는 말이 나올 것 같아 두려웠다. 싫어, 당신을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조급해진 나는 민윤기를 엎어뜨린 채 그의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 양 팔을 겹쳐서 티셔츠 끝자락을 들어올렸다. 이렇게 해서라도 당신을 붙잡을 수 있다면 난 하겠어. 그러나 그런 내 손목을 붙잡은 것은 그의 손이었다.
"지금 뭐하는 거야."
"싫어요? 싫죠? 그럴 줄 알았어, 나한테 실망해서 정도 떨어진 거야, 그렇지 않으ㅁ,"
거절하는 게 확연한 말투에 시야가 더 뿌옇게 흐려졌다. 그 때였다. 몸이 휘청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자세를 뒤바꾼 민윤기가 나를 눕히고서는 내 다리 사이에 제 다리 한 쪽을 끼워넣었다. 그리고 곧이어 집어삼킬 듯 강렬한 키스. 코가 부딪쳐 눌려지고, 혀가 섞이며 미처 삼키지 못한 타액이 흘러내렸다. 내 허벅지 사이에 끼워넣은 다리가 조금씩 위로 올라간다. 눈물을 흘리느라 빨개졌던 눈시울은 이제는 다른 의미로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맞부딪혔던 입술을 잠시 떼어낸 민윤기는 갑갑했던 건지 입고 있던 셔츠 단추를 뜯어냈다. 그리고 곧 다시, 내 입술로 돌진했다.
티셔츠 안 쪽에 집어넣어진 손, 내 볼을 잡은 손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진다. 이마를 스치는 그의 머리카락.
"실망한 거 아니야.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마."
숨을 고른 민윤기는 그새 젖어 이마에 달라붙어 있는 머리카락을 떼어주면서 말을 이었다. 흔들리지 마. 그러면 돼. 그의 말은 마치 주문 같았다. 나를 내려다보며 나른하게 중얼거리는 그의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어왔다. 상체를 숙이자 그의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게 내 시야에 얼핏 들어온다. 목에 따끔하게 느껴지는 감각. 그리고, 이어지는 목소리.
"흔들려도, 나한테만 흔들리면 돼."
착하지.
* *
흐트러진 머리칼을 하나로 묶었다. 내일이면 한 주가 다시 시작된다. 그 말은 내가 학교를 나가야 한다는 것을 뜻했고, 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집 안에 내버려두고 온 것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했다. 며칠 뒤에 기말고사를 침과 동시에 계절학기도 끝난다. 공부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나는 김태형이 있을 곳으로 갈 자신이 없었다. 내가 손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을 발견한 민윤기가 물어온다. 왜?
"공부할 것들, 집에다 놓고 왔어요."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들은 민윤기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가자."
"네?"
"데려다줄게. 가지고 내려와."
그리고 차 키를 가지고 나오는 그를 멍하니 보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그를 따라나섰다.
차를 타고 내 집으로 향하는 동안 민윤기는 내게 말했다. 사실, 네 집인데 왜 네가 그렇게 마음을 졸여야하는지 모르겠어. 나가야 할 쪽은 네가 아니라 그 쪽인데.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내가 과연 김태형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김태형에게서 연락이 올까봐 꺼진 핸드폰도 지금까지 못 켜고 있는 나다. 그것도 못 하는데 집에서 나가라고 할 수 있을리가 없다.
"기다리고 있을게. 얼른 다녀와."
"알았어요."
안심시키는 의미로 살짝 웃어보인 후 돌아섰다. 이틀밖에 안 지났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낯설게 변해버린 공간이 어색했다. 엘레베이터를 누르고 올라가는 동안 나는 간절하게 김태형이 지금 집에 없기만을 바랐다. 필요한 것들을 챙기고 나오는 데에 5분도 안 걸릴 것이다. 그 5분 동안만이라도, 제발.
"..........."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갔을 때, 집 안은 고요했다. 만일 김태형이 있었으면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방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나오질 않는 것을 보니 없는 게 확실했다. 긴장을 조금 누그러뜨린 나는 재빠르게 내 방으로 가서 가방을 열고 책들을 챙겼다. 놓고 나온 지갑, 입고 다니던 편한 옷들. 사실 언제까지고 민윤기의 집에 머물면서 도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부족했다. 최소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고 내가 김태형의 얼굴을 제대로 보면서 말을 할 수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시간을 벌어야 했다.
필요한 것들을 다 챙기고 나서 방을 나온 나는 저 앞에 서 있는 김태형을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 내 바람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지. 애써 담담한 척 외면하고서는 현관을 향해 걸었다.
"김여주."
".........."
"여주야,"
부르는 소리들을 못들은 척 하고 나가려는데, 김태형이 내 손목을 붙잡아왔다. 이번에도 매몰차게 손을 뿌리치려고 했던 나는 김태형의 까슬해진 얼굴을 보자 놀라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입술에 가스라미가 올라 있었고, 눈 밑으로는 검은 기가 내려와 있었다. 핏줄이 서서 충혈된 눈.
"잠깐 이야기 좀 해."
"...할 말 없어. 이거 놔."
"나는 있어."
김태형이 내뱉었다. 나는 문고리를 잡은 손에 힘을 더 주었다. 그리고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내 반응을 봐도 제 할말을 하겠다는 듯 입을 연다.
"핸드폰 왜 계속 꺼놓고 있어, 어디 있는지 알아야 걱정이라도 안...."
이어지려던 김태형의 말이 끊겼다. 피곤한 얼굴로 내게 호소하던 시선은 목 언저리에 가 있었다. 아마 내 목에 남아있을 흔적을 발견했을 탓이리라. 나를 잡고 있던 김태형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후회와 피곤으로 점철되어있던 그의 눈동자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너 이거 뭔데."
"네가 알 게 뭐야?"
"지금 너 그 사람이랑 같이 있는 거야?"
잡힌 손목이 부러질 듯 아파왔다. 달라진 눈빛을 보고 황급히 털어내려 했지만 김태형은 이미 눈에 뵈는 게 없어 보였다. 내 얼굴을 돌려 강제로 다른 쪽도 확인한 김태형이 이를 아득 가는 소리가 들렸다. 너 진짜 계속,
잡고 있던 문고리가 열리면서 민윤기와 시선이 마주쳤다. 바로 상황파악을 한 민윤기는 날 붙들고 있던 김태형의 손목을 떼어놓고서는 나를 그의 뒤로 밀어냈다. 날 바로 뒤에 서도록 만든 그 때문에 가려져 그가 어떤 표정을 짓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지독히도 차가웠다.
"이미 놓친 거 이제 포기하지 그래."
"누구더러 놓쳤다고 그러는 겁니까? 애초에, 그쪽보다 내가 훨씬 더 빨랐어요."
"그건 그쪽만의 생각이 아닌가?"
"웃기시네, 그쪽도 알 텐데요. 내 말이 맞다는 것을."
주변을 서늘하게 만드는 김태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민윤기는 꿈쩍도 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러는 건 예의가 아니지."
"예의같은 걸 지키면서 하기에는 더 ㅇ,"
"그러니까 그쪽이 어리다고 하는 거야."
민윤기는 나를 붙잡은 손에 힘을 주면서 말했다. 김태형은 말이 없었다. 민윤기는 한 번 더, 강조하며 내뱉었다. 알고 있잖아.
" '내' 여자친구라는 것을."
문이 닫히기 직전, 난 봤다. 패배감과 절망으로 깃든 김태형의 얼굴을.
멀어져가는 우리 둘의 발걸음 소리가 들릴 텐데도, 쫓아나오지 않은 채,
단 한번도 열리지 않는 문을.
* *
날씨는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거지같은 날씨. 장마 기간에는 습도가 무척이나 높은 터라, 만일 지나가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힌다면 당장이라도 붙잡고 렛츠 파이트!를 걸 수 있을 정도로 불쾌지수가 높았다. 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그럭저럭 견딜 만했다. 그 이유로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 어제 기록적인 비가 내린 후 오늘은 따가운 햇볕도 나지 않았으며 선선한 날씨가 지속되었던 것. 둘째, 오늘로 계절학기가 끝난다는 것. 오늘 시험만 끝나면 그간의 덥고 힘든 여정도 끝이었다.
정각이 되어 강의실을 들어온 교수님의 팔에 시험지가 안겨있는 것을 본 나는 핸드폰의 전원을 껐다. 일요일에 김태형과 그렇게 멀어지고 난 후, 민윤기의 집으로 들어간 나는 꺼두었던 핸드폰을 켰었다. 부재중 전화 20통. 김태형에게서 온 문자는 그의 두 배.
[ 제발 나랑 이야기 좀 해 ]
마지막 문자가 온 시각은 일요일 7시 16분. 내가 김태형과 맞닥뜨리기 전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문자 한 통도, 전화 한 통도 걸려오지 않았다. 아, 딱 하나 있었다. 어제 새벽쯤 남겨져 있던 부재중 전화 한 통. 그러나 그가 전화를 걸었을 시각에 나는 이미 자고 있던 터라 받지 못했다. 나는 잠을 자고 있었던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일 내가 깨어있을 때 김태형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를 보았더라면, 정말 고통스러웠을 거다. 사흘쯤 지난 지금은 확실히 첫날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나는 내가 확실히 마음을 굳혔을 때 다시 김태형에게 연락을 할 생각이었다.
한 시간가량 시험을 치고 나온 후, 상대 휴게실에서 정호석과 박지민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중간고사보다 어려웠으니 아마 주어진 시간을 다 쓰고 나올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런 내 생각은 틀리지 않은 듯, 15분이 더 지나서야 그 두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표정이 조금 구린 것으로 보아 답안에 자신없는 듯했다. 내게 걸어와서 하는 말은 정말 그랬다.
"이번에는 잘 본건지 못 본건지 모르겠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에 잠겨있던 정호석은 이내 손을 떠난 시험지에 대한 생각을 그만두기로 한 건지 어깨를 으쓱였다. 됐지 뭐. 나도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박지민이 물어온다.
"김태형 정말 괜찮은 거 맞대?"
"...뭐가?"
입에서 나온 김태형이라는 단어에 나도 모르게 놀라 답이 느렸지만, 그걸 알아차리지는 못한 것 같았다. 옆에서 정호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아 맞아, 김태형 걔. 나도 같이 가볼래. 그 자식 괜찮다고는 했는데 별로 신뢰가 안 가서 말이야.
박지민의 말에 혀를 차며 동조하는 말투에 나는 영문을 몰라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김태형의 푸석한 얼굴과 겹쳐지자 걱정이 됐다. 어디 아픈가? 나처럼 심한 감기라도 걸렸나.
하지만, 나오는 말은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수준이었다.
"교통사고 났다며."
"....뭐?"
* *
"별거 아니야. 아, 됐어. 정말 그 정도 아니라니까. 차만 부서지고 나는 멀쩡해. 손가락이 좀 긁힌 것만 빼면."
태형은 환자복에서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채 흘러나오는 석진의 목소리를 들었다. 겉으로는 별로 챙겨주는 것 같지 않긴 하지만 이런 사고가 날 때면 끔찍하게 챙겨주는 가족이란 걸 알고 있었다.
"아 제발, 잔소리 좀 그만해. 형이 엄마야?"
- 또, 또.
태형은 헐렁한 티셔츠를 꿰어입으며 핸드폰을 고쳐잡았다. 진짜 시끄럽네, 끊고 싶다. 운이 좋아서 거의 다친 곳이 없었고, 다쳐봤자 손가락 두 개가 길게 베인 정도였지만 그도 심한 건 아니었다. 따발총같은 잔소리를 인내할 마음도 거의 사라지고 있는 터라, 태형은 그냥 전화를 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곧 고쳐먹었다. 태형은 창가로 걸어간 채 석진의 말을 끊고 입을 열었다.
"그래 알았어. 조심 좀 할게. 아무튼 그거 말고 제이 있잖아."
- 말투가 건성인데. 제이? 걘 왜?
"혹시 형이 걔한테 번호 알려줬어?"
- 그럴 리가 있냐. 네가 걔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는지 아는데. ..잠깐,
"내 번호 알았나봐. 전화 왔었어."
태형은 창가에 턱을 괸 채 대답했다. 핸드폰 너머에서는 잠시 끊긴 석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알려준 건 절대 아냐. 주변도 철저히 단속했는데. 태형이 피식 웃고서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을 했다.
"형이 아닌 건 알아. 내 번호가 이제서야 털린 걸 보면. 워낙에 단순한 애라서 지금에서야 그 생각을 했었겠지."
천천히 눈을 깜박이며 무의식적으로 밑을 내려다보던 태형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두 명을 끌고가듯이 붙잡고 병원으로 들어오는 한 사람의 모습이 잡혔기 때문이었다.
사담 |
아직, 윤기>태형
매번 글을 읽어주시고, 또 감상평 남겨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해요 제 글이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매번 초록글에 올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보통인 이 글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다 여러분들 덕분이에요 슬럼프가 와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요?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주말 즐겁게 보내시고, 학생 분들 시험 잘 치세요!
+) 실수로 치환 기능을 빼먹어서 수정했습니다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 멍청.....멍청멍청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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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추가된 암호닉은 밑에 따로 적혀있어요!) |
#그대에게/~계란말이~/오하요곰방와/20/틸다/MLJS/민군주/심슨/옥수수수염차/0070/0207/0221/0309/0328/0419/0515/0526/0528/060909/06130310/ 0724/0902/1001/10041230/1013/1029/11023/1211/1234/2330/414/423/627/66/6번탄소/818/8개월/980703/990419/abcd/BTS방탄소년단/CGV/chouchou/eeggg/J/nameless/Remiel/Rosebud/ 가온/가위바위보/간장밥/감귤/감자/감자감자펀치/감쟈/갓찌민디바/갓태형/강변호사/강여우/개떡/건감깡/검더리/게살버거/겨란/겨울냄새/계란후라이/계피/고구마/ 고등어민윤기/고래야/고미/골드빈/곰지/공대생/공정쟁/관계의회복이에요/굥기굥기/굥기는맑음/굥기요정/구구콘/구기네/구름/국숲/국정전/군밤양갱/군주의정석/규짐/그뉵쿠키/ 그레/금붕/기디/기화/김밥의미학/김석진센빠이/김태태/김태형=/깜비/깡바/꼬깔콘/꼬마이모/꼬이/꽁냥꽁냥/꽃길/꽃님/꽃봄/꾸기꾸기/꾸깃꾸깃/꾸꾸/ 꾸꾸기/꾸꾸야/꾸꾹이/꾸민/꾸엥/꾸쮸뿌쮸/꾹꾹이/꾹냥꾸가냥/꾹블리/꾹빵/꾹아가/꾹젼/꾹콩/꿀떡맛탕/꿀띵/꿈빛/꿍꾸/꿍디/뀨기/뀨뀨/ 뀨루뀨뀨루/뀩/뀰/끙챠/낑깡/낑챠/나라빛/나야나/나연/나의 그대/나의별/나인/나침반/난석진이꺼/날봐태태/남준이보조개에빠지고싶다/남쥰/내마음의전정쿠키/ 내맘에니콩/너랑나/너만볼래/넬오라인/녹차라떼/누가보면/눈부신/눈뷔신태양/뉸뉴냔냐/늘봄/늘품/닉태형/다곰/다다눌/다름/다소니/단미/단호박쓰/달꾸/ 달님/달달한비/달려라방탄/당근/대두/더푸/덤불/덩율곰/데이먼/도비/도손/독자1/돈까스/됼됼/두둠두둠/두둠칫/두뷔두뷔둡/둘리여친/둡부/둥그랗게/둥둥/ 둥이마망/들레/디보이/딘시/딩가/또또/또롱/또이/또치/뚜벅뚜벅/뚱이/뜌/띠뚜/띠리띠리/라블리/라온하제/라이언/라일라/라일락/라임슈가/라즈베리에이드/ 레몬/레몬사탕/레인보우샤벳/로봇시계/로제/론/루이비/룬/리블리/리자몽/마리/마망고/마앙개애/마이크로칩쿠키/마지/마틸다/막꾹수/말랑/맙소사/망개는망개야/ 망개떠억/망개똥/망개베리메리체리/망고/망고꾸기/망무망무/매직레인/매직핸드/맨투맨/맴매때찌/머루/메리딸기/메리뮤/멜랑꼴리/명언/명탐정코코/모찌/모찌모찌해/모찌한지민/모찌햄찌/ 몽구스/몽또몽또/몽쉘/몽유/몽자몽/몽총이덜/무네큥/무리/무민/무지개소녀/무지티/물결잉/물망개/뮈뮈/뮹딩/미끄럼틀/미니꾸기/미니미니/미랑아/미름달/ 미미/미스터/미역/미자탈출/민군주/민들레설탕/민설탕수육/민윤기 코딱지/민윤기/민윤기군주님/민윤기다리털/민윤기예쁨보스/민윤기천재짱짱맨뿡뿡/민트/민트초코칩/밀짚모자/밀키/밍/밍도/밍뿌/ 밍아/바라기/바비/박력꾹/박여사/박지민/박침침/반딥/밤공기/밤비/밤열한시/밤이죠아/밥한끼해요/방소/배고프다/백허그/베네/베리메리/베리베리/벨베뿌야/ 별콩벌콩/보라도리/보마/보호/복숭아츄/본시걸/부농이/부들부들/불고기/붕붕카/붕어/뷔까번쩍/뷔던/뷔랑이/뷔밀병기/뷔뷔뷕/뷔여워/뷔키/뷩꾹/브이백/ 블락소년단/비글/비글워터/비눗방울/비데/비림/비븨뷔/비비빅/빙봉/빅토리아 시크릿/빙그레/빠밤/빡찌/빨강/빵떡아 좋아해/빵빠레/빵빵/빽쮸/뽀로로/뽀야뽀야/뾰로롱/ 뿌Yo/뿌뽀뿌/뿡뚱/뿡뿡99/뿡뿡이/쀼/쁄/삐리/삐삐까/삥꾸/사과/사랑꾼/사랑둥이/사랑별/사랑사랑사랑/사랑아태태해/사막여우/산들코랄/살구잼/삼월/상큼민트/ 새벽/새벽밤/새벽별/새우/샤군/서영/설레임과자/섬혜/섭징어/성인정국/세레니티/세일러문/세젤예세젤귀/소금/소녀/소심/소진/소청/솔랑이/솔트말고슈가/솔트액/ 솜지/송아리/수마이/순대곱창/순별/순수/순심아버지/순이/숩숩이/숲늘/슈가슛/슈비슈비/슈웩/슈팅버블/슙디/슙슙이/슙큥/스케일은 전국/스티치/시나몬/ 시에/식염수/싸라해/싸운날/썩은촉수/ㅇㅅㅇ/아니두/아띠아띠/아망떼/아몬드/아침에비타민/안돼/알/알바하는 망개/암소/애기동자/애플릭/애플파인/액희/야꾸/ 야호야호/양념치킨먹닭/양슙/어른꾹꾹/에그/에이블/에이치/엑스/엔젤/엔젤안녕/여름달/여름방학/여지/연꽃/연두/연이/연화/열꽃/열오/열원소/ 예찬/예화/오레오/오빠/오타/오호라/온도니/옮/와싯/와장창/왕부채/요괴/요랑이/요정이야사람이야/우니꾸기/우동/우리사랑방탄/우린/우와탄/우유퐁당/ 운전/웁윱/워더/월드콘/윈다/윈터/유뇽뇽/유니/유뜨/유루/유월/유자/유자차/유자청/유쟌/윤기와 산체/윤기의 봄/윤기이진/윤꾹/ 윤맹/윤이나/율예/융기태태쀼/융융/융기융/융융힝/은갈칰/음오아예/응캬응캬/인생꾹팅/일게수니/임세명/임슈가/입틀막/ㅈㅁ/자라/자몽/자몽더쿠/ 자몽맛망개/자몽석류/자몽선키스트/자몽슙/자몽이즈뭔들/자몽주스/자몽쥬스/작가님사랑해요/작은별/재영이/전.정국/전아장/전정국오빠/정감/정개/정국아블라썸/정국이마누라/정근/정글벙글/정꾸요미/ 정콩국/제티/조붱/조삼효/조은나래/존경/종구몽구/종구부인/주름/주지스님/줍줍/지금당장콜라가먹고싶다/지니/지듀/지민새끼손가락/지민채율/지안/지우개/지호/진진/ 짐나왜숨니/짐니뿌뿌융/짐빈/짐짐/징징이/짜근/짜몽이/짝짝/짹짹이/쩡구기윤기/찐망개/찜침/참치미/창가의토토/채영/챙으니/챠이잉/챠챠/처음처럼/ 천상여자/천재민윤기/천하태태평/청보리청/청퍼더/체리/체리맛사탕/체리메리미/체셔리어/첼리/쳌쳌/초딩입맛/초록비/초코마카롱/초코붕/초코생크림/총총총/쵸코두부/춍춍/추억/ 충전기/츄러스츄/칅칅칅/치즈/치즈빙수베리빙수/치카 초코/칙촉/칠태/침쨔/침침럽/침침모찌/침침하다/침탵/카라멜마끼아또/카페라떼도둑/칸쵸/커몬요/커잠정쿠키/코코/코코몽/콜라/ 콧구멍/콩콩/쿄쿄S/쿠맘/쿠요/쿠우쿠우/쿠키/쿠키앤크림/큄/크슷/태굴/태꿍태꿍/태둥이/태랑이/태백/태태(김태형)/태태/태태뀨/태태마망/ 태태사랑태태/태태한 침침이/태형아/탱탱/탵태/텐텐/토깽이/토끼/토마스/토마토는맛있어/퉁퉁이/팅팅탱탱/파란/파티/팔이/팥빵/팬케이크/퍼퐁/펄맛/포마토/ 포키/퐁퐁/푸들푸들/풀네임이즈정국오빠/퓨어/플랑크톤회장/피리부는아이/피카피카/핑몬핑몬핑몬업/하누월/하늘하늘해/하람/하리보/하이얀/하트반지/핫초코/항암제/햄버거/햄찌/햄키/ 행기/허니자몽/허블/헐마이니/헤헤태형/현/현이/형아/호두마루/호비/호비요정/호비호비/호빈이/호빗/호석이몰래/호시기호식이해/호어니/홍삼/홍시/ 홍홍/화개장터/환타/황금올리브유/황막꾸기/황토색/후르츠눈꽃빙수/흥흥/흩어지게해/흰색/히동/
<추가로 받은 암호닉>
박지민다리털/백/원형/몬무이/붸이붸/오페라/다도해/쿠마모토 쿠마몬/꾸잉/위티/또비또비/청포도/체리마루/꽃진/오윈/섹시태형/8ㅁ8/쮸뀨/정꾸야/우리집엔신라면/ 단아한사과/랩런볼/태태/고대가고싶다/기태혀/레이첼/0506/꾸루꾸루/사과즙/지민이랑/정꾸기냥/초코퍼지/얄루얄루/봄플/니베아피치립밤/일반여자/바다맛사탕/베리믹스에이드/쭈꾸미/태누나/ 황새/더럽꾹럽/윤치명/또잉또인/1158/댐므/둘셋/0623/후엥/허니레몬/김냥/꿀돼/계탈수니/즌증구기/라코/피닝/유레카/정꾸마망/민슈팅/자몽몽몽/ 소년방탄단/삐삐걸즈/뿔테/곰씨/까꿍이/뷔켜/귀요미/닉주디/스삼/김태팡/1220/9852/슈퍼침침/태황제/고기/침구/다홍빛/체리블러썸/0115/아리랑/스고이김태형/ 따시따시/1022/까까/토마토마/전막내/굥굥/1102똑/쿡/요2/김석진사랑해요/쪼꼬망개/쫑냥/테형이/다람이덕/마리스코티/바나나우유/유자마카롱/굿베베/민윤기기윤민/고다/후니/ 저장소666/이월십일일/찐빵/바닐라라떼야/하얀레몬/바람에날려/딸기쨈/쿠키가게/꽃소녀/1023/토끼정/우유/달다리/쿠우마몬/스페셜캔디/화이탱탱/동상이몽/이마/유자에이드/희망빠/윤민기/오빠미낭낭 레몽/윈트/꽃오징어/크왕/미늉/책가방/녹차잎/와와/불타는고구마/참기름/뿌까/권지용/3x8/토끼굴그래피티/윈터/일일구1/우연/세이쓰/양념치킨/비누/ 완뚜꽁/여릉잉/텐텐/낙화유수/달콤윤기/있잖아요..?/태링링/취해쏘/그래영/태형아김태형/라프/망망이/단리/핑가/태태요정/대박나자/탄저균/망개한지민/짱짱구리/윤기야 나랑 살자/꾸꾸꾹/부니야/고답이/안녕진아/젤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