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2
무섭다.
요즘 내 주위를 자꾸 맴도는 누군가가 있다.
따라다닌다는 느낌이 얼핏 오긴 오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내 눈앞에 나타나질 않아.
오히려 그게 더 불안하다.
왜, 나한테 자꾸 붙어서 오는 걸까.
최대한 들키지 않으려는 것처럼, 천천히.
공포로 몸이 떨리기도 한다.
2016.4.3
또다. 지금 이게 몇일 째 반복인지 모르겠다.
어느순간 부턴가 이제는 약간 대놓고 따라오는 느낌도 난다.
뚜벅거리는 소리가 내 뒤에서 들릴때면,
심장이 쿵쿵 뛰어옴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요즘 무서운 일이 하나 더 생겼다.
왠지...오늘은 여기까지만 쓰겠다.
너무
무서워
2016.4.20
이제는 정말로 모르겠다.
잘 때에도 이 일기장 만큼은 꼭 안고 자야겠다.
오늘 내가 우리집에 도착했을 때에는, 환기를 위해 열어놓았던 창문이 꼭 닫혀있었다.
그리고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거울에 붙어있던 포스트잇 이였다.
[피하지마]
몸이 사시나무 떨 듯 떨린다는게 어떤 느낌인지
이제 잘 알것 같다.
누가 나좀
도와주세요.
2016. 5.7
3일간 계속 다른 쪽지가 붙어있었다.
정말로 이제 더이상 버티는 건 무리라고 생각해서 경찰에게 전화했다.
아저씨가 집까지 같이 가주겠다고 하셨다.
경찰 아저씨 옆에서 찰싹 붙어서 걸어갔다.
걷는 도중에도 혹시라도 올까봐
자꾸 뒤를 돌아봤다.
다행히 오늘은 쫒아오지 않았다.
안심하는 마음을 안고 경찰 아저씨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해드렸다.
항상 경찰을 부를 수는 없는데.
어떡하지....
2016.5.13
또다
경찰이 데려다 주는 날이 아니면 귀신같이 알고 나를 쫒아 온다.
이제 이때 쯤이면 왜 나를 해코지 하지 않는 지도 궁금하다.
스토커 치고는 너무 친절하고
그러기에는 너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2개월 가까이 지속되는 이 모습에 살짝 긴장이 풀린 듯 하다.
그래서 오늘, 집으로 가는 길에 걸음을 멈추고 물어봤다.
"....누구야?"
물론 대답은 없었다.
2016.5.17
오늘 집에 붙어있던 포스트잇은 다른 날과는 다른 색이었다.
항상 노란 포스트잇이었는데,
이번에는 왠일인지 보라색이었다.
그리고 그 포스트잇에는
[이젠 떨지도 않더라. 내가 뭘 할줄 알고]
....해코지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오로지 나만의 것이었나 보다.
어울리지 않는 복숭아향이 포스트잇에서
은은하게
퍼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