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조각/쌍용] Top & Bottom
"윽-..."
이런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머리가 지끈거리는게 어제 진짜 술을 많이 마셨나보다. 근데 머리만 지끈거리는게 아니라 몸을 일으키려하니 갑자기 하복부쪽이 찌릿-해 나도 모르게 앓는 소리가 튀어 나왔다. 바로 손을 허리에 대고는 다시 누웠지만 내 몸이 내 몸같지가 않다. 평소 코가 삐뚤어지도록 술을 마셨어도 간이 튼튼한 터라 다음날 아침에 라면 하나 끓여먹으면 원래 컨디션으로 돌아왔건만 오늘은 평소와 다르다. 내 몸같지 않은 쑤시는 느낌에 혹시 어제 누구랑 치고 박기라도 했나 곰곰히 생각을 하고 있자 어제 일이 전혀 기억이 안난다. 이렇게 필름 끊길때까지 마셨어도 절대 어디가서 실수는 안하고 다니는데. 분명 어제 성용이랑 같이 술을 마셨고, 여긴 내 집인걸 보면 취한 날 기성용이 데려다놓은게 분명한데... 내가 기성용이랑 싸웠을리도 없고. 지금 이렇게 찌릿찌릿하면서 뜨드미지근한 느낌이 도데체 뭔질 모르겠다.
"일어났어? 좋은 아침-"
연신 얼굴을 지푸리고 허리를 콩콩 두드리고 있자 어느새 녀석이 빼꼼 고개를 내밀고 튀어나와 아침인사를 해온다. 저 녀석은 집도 안가고 여기서 자고 간건가. 이제 막 샤워를 하고 나온건지 물기 가득한 머리를 탈탈 털며 날 향해 씩- 웃어보인다. 아침부터 뭐가 저리 좋은건지 손까지 올려가며 환하게, 정말 환하게 웃는다. 녀석답지않게 오늘따라 녀석의 간지러운 인삿말과 온화한 미소에 기분이 이상하다. 저렇게 느끼한 표정을 지을 녀석이 아닌데. 갑자기 기식빵답지 않게 왜저래. 내가 영문을 몰라 가만히 녀석을 쳐다보다 살짝 상체를 일으키자 이불 위에 검붉은 색이 여기저기 물들어있다. 이게 뭐야. 영문을 몰라 가만히 손가락을 대보자 이미 딱딱하게 굳어서 지워지지 않는 얼룩을 보다 이내 허리가 저릿한게 아파와 '으...'하고 바로 고개를 떨구자 녀석이 다가와 침대에 걸터앉는다. 녀석은 내 옆에 와 '많이 아프냐?' 물으며 내 허리를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몰라. 이게 다 뭐야? 나 어제 누구랑 싸웠어?"
"크큭-, 기억안나? 나랑 싸웠잔아."
"...너랑? 내가?"
"그것도 아주 뜨겁게-"
녀석의 의미심장한 말투에 고개를 올려 녀석을 바라보자 녀석은 입을 꾹 다물고는 웃음을 참는 듯 하다 전혀 모르겠단 내 표정에 내게 좀 더 다가와 내 귀에 대고 '후-' 바람을 불어넣는다. 순간 소름이 확끼쳐 녀석을 팍- 밀쳐내자 녀석은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웃기바쁘다. 배까지 잡아가며 뒤집어질듯 웃고 있는 녀석을 보니 이상하다. 녀석이 오늘따라 왜이러지. 평소에 이럴녀석이 아닌데. 내가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자 녀석은 '밥 해줄게. 좀만 기다려. 우리 청용이-' 녀석의 말을 듣고는 온 몸에 있는 털이 삐죽삐죽 솟는 느낌에 진저리를 쳤다. 녀석은 내게 밥을 해준적도 없고, 앞으로도 해줄 녀석도 아닌게 분명한데. 여태껏 녀석과 사겨오면서도 내가 들은 호칭이라고는 고작 '야', '이청용' 혹은 '청량리', '소녀다리'같은 같잖은 놀림거리들이였는데... 우리 청용이라니... 저거 기성용 맞아? 내가 혹시 지금 꿈을 꾸고 있는건가.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하-... 많이 아파?'
'아파... 끄흥... 아파하아... 으응!'
'읏.... 사랑한다... 이청용...'
뭐지. 이 순간순간 떠오르는 말들은. 머리가 지끈지끈 눌리듯 아파오면서 떠오른 기억들은 분명 기성용이랑 내가 어제 한 말 같은데... 혹시 꿈에서 들었나. 그치만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생생한다. 귓가에 대고 속삭인것만 같은 느낌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설령 그렇다해도 기성용이 저렇게 기글기글하게 말할리가 없잔아. 맨날 구자철보고 구글거린다고 욕하던 녀석인데. 머릿 속이 복잡해진다. 멍하니 앉아 천천히 기억의 조각들을 끼워맞추고 있자 내가 정말 생각치도 못한 쪽으로 생각이 점점 흘러간다. 기성용의 느끼한 말투와 평소답지 않은 행동... 뜨겁고 저릿한 내 허리와 둔부... 이불에 묻어난 핏자국... 이 모든걸 종합 했을 땐... 멘붕!!!!
"으악-!!!!"
"왜! 왜! 무슨 일이야?!!!"
"기성용! 설마... 내가 생각하는거 그거... 아니지? 그치?!!"
"아, 난 또 뭐라고."
"뭐야! 빨리 말해, 이 식빵새끼야!!"
녀석은 내 비명에 급히 내 방으로 젓가락을 들고 뛰쳐왔다 내 말에 금새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내가 버럭 소리를 치는데도 녀석은 '우리의 뜨거운 첫날밤을 잊다니. 실망이네-'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다시 주방으로 향한다. 저... 저 미친놈! 저 미친놈! 으아악!!! 내가 집이 떠내려갈정도로 소리를 지르자 녀석은 뭐가 그리 좋은지 방문 너머로 킥킥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건 진짜 말도 안돼. 술 처먹고 정신도 없이 녀석한테 뒤를 뚫리다니... 이건 진짜 말도 안된다고!!! 아무리 녀석과 사귀는 사이라도 이건 아니라고. 이건 절대 아니라고! 머릿 속으로 한없이 부정을 해봐도 움직일때마다 느껴오는 통증이 꿈이 아니라는 듯 현실을 직시시켜준다. 멘탈붕괴가 이런건가.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기분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다.
"이 식빵새끼 진짜! 니가! 니가 내 후장을...! 이 미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욱신거리며 아픈 몸을 이끌고 주방으로 가서 소리를 높이자 녀석은 신경도 안쓴다는 듯 요리하기 바쁘다. 보아하니 처음하는 요리도 제대로 할 줄 몰라서 지금 뭘 만드는지도 모르겠는데 혼자 요리교실이라도 연냥 지 요리에 빠져있다. 얼마나 미친듯이 한건지 다리가 후들거려 벽을 짚고 서서 녀석의 뒤통수에 대고 연신 쌍욕을 날리자 녀석이 그제서야 뒤돌아서서 날 보고는 인상을 살짝 지푸린다. 니가 인상 지푸린다고 내가 뭐 쪼냐. 저 망할놈. 내가 아랑곳 하지않고 연신 욕을 날리자 녀석이 내게 다가와 내 허리를 끌어안고는 많이 아프면 자기한테 기대란다. 지금 불난 집에 휘발유를 들이붓나. 녀석을 밀어내려 하자 약간 힘만 줬는데도 허리가 찌르르하고 울려서 바로 힘을 뺐다. 밀어내는건 실패하고 그저 인상을 확 구기고 녀석을 노려봤다.
"야! 니가 어떻ㄱ...!"
"그래서 뭐. 기집애들처럼 호텔 스위트룸에, 촛불 켜놓고, 와인 한 잔하면서. 그딴거 바랬어?"
"내가 언제 그딴거 바란다 그랬어?!"
"그럼 뭐가 불만인데. 아직 기억이 다 안난 모양인데. 어제 너도 좋아죽었거든?"
"ㄴ..내가 언제..! 만약 했다 해도... 그래도...!"
녀석은 나의 말에 '그래도 뭐?'하며 여전히 날 끌어안은체 빤히 내려다 본다. 차마 입 밖으로 말이 안나와 입만 달싹이고 있자 녀석은 어디 한번 말해보라는 듯 아무 말 않고 기다린다. 녀석은 어제 나랑 무척이나 좋았는데 나의 이런 반응이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는 듯 아까완 다르게 표정이 꽤 많이 식었다. 그래. 물론 녀석과 내가 사귀는 사이고. 한창 불타오를 20대 남자 둘이고. 게다가 열정까지 끓어오르는 운동선수고. 우리 둘이 한다는건 사귀기 시작하게 된 예전부터 나도 생각을 해왔었던 일이였다. 그치만 내가 생각한건 이런게 아니였다. 내가 생각한건... 내가 생각한 녀석과 나의 관계는...
"...니가 왜 탑인데! 뚫어도 내가 뚫어야지!!"
녀석에게 머뭇거리다 이내 모르겠다 싶어 버럭 소리를 지르자 녀석은 무슨 얘길 하냐는 듯 멍하니 날 바라보다 이내 이해하고는 큭큭거리며 웃는다. 생각할수록 웃기다는 듯 녀석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큰소리를 내어 웃기 시작한다. 안았던 팔까지 풀고는 배까지 잡아가며 숨 넘어갈듯 웃는 녀석의 모습에 당황스럽다. 뭐지. 내가 생각한건 이런 반응이 아닌데... 녀석의 뜬금없는 반응에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 녀석은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내며 내게 다가와 날 폭 끌어안는데. 아직도 웃음이 가시지않은 표정으로 날 놓고는 귀엽다는 듯 바라보는 시선에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그저 녀석의 표정만 쫓고 있자 녀석은 내 두 손을 꼭 붙잡는다.
"어이구- 우리 청용이. 그러셨어요? 날 깔고 싶으셨어요~?"
"놀리지마라. 농담 아니거든. 딱봐도 너보단 내가 타야 맞는거거든?"
"에이- 그건 아니지."
녀석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웃으며 내 머리를 부빈다. 그 손을 쳐내고 눈썹을 찡그린체 쳐다보자 녀석은 진심이였냐며 그제서야 놀라서 내게 되묻는다. 여태까지 내 말은 귓등으로 들은거야 뭐야. 그럼 진심이지 농담이냐! 내가 버럭 소리를 치자 자기는 당연히 자기가 탑이라 생각하고 한거라고. 여태까지 너 혼자 착각한거라며 내게 말한다. 착각은 뭐가 착각이란건지. 물론 그동안 녀석과 내 사이의 포지션이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던건 맞았다. 한창 끓어오를 사내 둘이라 키스를 해도 서로 눈이 맞아 불타오르듯 화르륵 하기도 했고, 서로 자신이 원할 때마다 먼저 스킨쉽을 하기도 해서... 그래도 평소 장난끼가 다분한 녀석을 챙기는 것도 나고. 내가 녀석보다 나이도 많고. 비록 녀석이 빠른년생이지만. 게다가 녀석의 눈웃음이 워낙 애기같기도 하고. 그래서 난 당연시 내가 탑이라고 생각을 했건만. 녀석은 전혀 아니였나보다.
"너. 나보다 키 커?"
"아니. 그치만 누가 키로 그런걸...!"
"너. 나보다 슈팅 잘 해?"
"아니... 지금 장난하ㄴ..!"
"너. 나보다 욕 잘해?"
"....참나-, 너 지금 그딴걸ㄹㅗ... 윽-"
녀석은 내 생각이 어이가 없단듯 내가 바짝 다가와선 시선을 내리깔고 말한다. 물론 녀석보다 키도 작고 소녀슛을 찬다고 하지만. 녀석의 마지막 질문에 헛웃음이 나왔다. 욕 잘한다고 지금 자랑인가. 누가 기식빵 아니랄까. 녀석의 이어지는 질문에 대답할 가치도 없어 비웃으며 말하려하자 녀석은 순간 내 어깨를 밀쳐 벽으로 밀어 붙인다. 녀석때문에 벽과 강제충돌로 인해 허리부터 통증이 찌릿하니 전해져 올라와 인상을 확 구기자 녀석이 내 머리 옆으로 벽에 손을 짚는다. 어디서 본건있어서. 허리가 아파 한 손으로 허리를 짚고 있자 녀석도 눈치를 챈건지 반대쪽 손으로 내 허리를 감싼다. 그러곤 순식간에 벽을 짚던 손으로 내 뒤통수를 감싸고 키스를 하기 시작한다. 이 미친놈이 이 상황에 키스가 나오나. 녀석을 밀어내려하자 녀석은 힘을 주고는 내게 더 바짝 다가와 입술을 못살게 군다. 몸도 성치않은데 더이상 밀어내봤자 밀릴 녀석도 아니기에 손을 내리자 녀석은 그제서야 만족한듯 내 혀를 몇 번 더 감아올렸다가 물었던 입술을 놔준다.
"이제 확실히 정리 됐지?"
"키스 한 번으로 정리는 무슨!"
"너 나보다 힘 쌔? 박력 있어? 몸 좋아? 이제 그만 인정하고 밥이나 먹자."
녀석의 초딩이 자랑하는것만 같은 말투에 웃지 않으려 했는데 픽-하니 웃음이 새어나왔다. 웃으면 지는건데. 녀석도 내 웃음에 금새 따라 미소를 짓고는 '웃었다? 지금 웃었다? 인정한거다?'하고는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방정을 떤다. 누가 인정한댔나. 그냥 웃겨서 웃은거지. 절대 인정은 아니라고 말하자 녀석은 어서 밥이나 먹자며 자신이 한 음식을 빠르고 서툴게 식탁에 차리기 시작한다. 마무리는 내 생각과는 정반대로 됐지만 녀석이 어설프고 서툴게 음식을 차리는걸 보고 있자니 이럴때 아니면 녀석이 지은 밥 한번 못 먹어봤을거 같아서 왠지 이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 녀석의 행동만 눈으로 쫓았다. 녀석은 마지막으로 숟가락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다 됐다며 내 맞은 편에 앉아 환하게 웃는다. 죽인지 밥인지 분간이 안되는 밥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벌건 국, 다 터진 계란말이. 멀쩡한거라곤 냉장고에서 꺼낸 김치와 몇가지 반찬뿐. 식탁을 보고 있자니 누가봐도 기성용이 만든것 같아 웃겨서 실실 웃고 있자 녀석은 맛없어도 맛있게 먹으라 강요한다. '맛있어야 맛있게먹지. 아파 죽겠는데 요리하고는...' 내 투덜거리는 말에 녀석은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슥슥 넘겨주며 웃는다.
"앞으론 안아프게 할게. 오빠만 믿고 따라와라."
쌍용 |
제목과 답지않게 떡설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떡설은 제 영역이아니에요ㅋ.ㅋ 헿쌍용행쇼S2ㅋㅋㅋㅋㅋ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