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성-꿈을 꾸다
권순영의 자리가 깨끗하게 치워져있었다.
각종 선물들과 편지가 남김없이 치워진 그 모습에, 자리에 앉을 생각을 않고 몇분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반장의 팔을 부여잡고 물었다. 순영이 자리, 왜 치워져 있어? 내 물음에 반장은 당황한듯 우물쭈물, 뜸을 들이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 오늘 전학생 온대서..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교실문을 박차고 나갔다. 누구 맘대로 권순영 자리에 앉혀. 속에서부터 끓어나오려는 말을 애써 삼키고 혼자 비어있는 과학실에 앉아서 애꿎은 치마자락을 쥐어뜯었다. 손 마디가 하얗게 질려갈 때 쯤, 어디선가 나보다 두뼘은 더 큰 손이 다가와 내 주먹쥔 손을 부드러이 쥐었다.
"우리 여주가 왜 또 이렇게 울상일까, 나 속상하게."
순영이었다. 항상 그랬듯, 순영은 날 찾아와 제 손에 피를 묻히면서까지 내 상처를 보듬었다. 순영아.. 울음을 참느라 잔뜩 상한 목소리로 순영을 불렀다. 저도 먹먹한 표정을 지어보인 순영은 내 눈가를 손으로 지분거렸다. 응 여주야, 하고 대답하는 순영의 목소리에 물기가 잔뜩 묻어있었다. 그대로 순영의 가슴팍에 고개를 묻었다. 전학생이 온대.. 그래서 걜 앉힌다고 니 자리가 치워져있었는데... 그게 너무... 너무.... 말을 채 잇지 못하고 웅얼거리는 내모습에 순영이 조용히 내 머릴 쓸었다.
"괜찮아, 괜찮아 우리 여주, 괜찮아."
그렇게 연신 괜찮다는 말을 반복하는 순영의 품 안에서, 난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내 눈에 비친 순영의 모습이 천천히 젖어들어갈때까지.
권순영이 제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어색하게 내 옆에 서있는 모습이 못마땅했다.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앞만 응시하면, 전학생은 그런 날 한번 보더니 무심한 표정으로 이내 고개를 돌려 제 짐을 정리했다. 순영은 그런 나를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짜증나... 작게 혼잣말을 하다 책상에 엎드렸다. 순영은 자꾸만 저를 피하려하는 내 눈을 마주치려 쪼그려 앉아서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여주야 그래도 친구한테 인사는 해야지."
살살 타이르는 그 모습이 보기 싫어 눈을 질끈 감았다. 제 생각은 안하고, 지금 이런 상황에서 전학생한테 인사를 하라는 소리를 하는 권순영도, 재수없는 표정으로 원래 순영의 것이었던 자리에 떡하니 앉아있는 전학생도, 미운마음에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렇게 지쳐서 잠이 올때 즈음, 순영이 가만히 내 머리를 쓸어내리다 이내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다시 올께."
1교시 종이 치고 눈을 떴을 땐, 순영이 다시 돌아온 후였다. 너무 오래자, 너. 부루퉁한 표정으로 순영이 볼멘소리를 했다. 그 소리에 권순영에게 눈을 흘기다, 자연스레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전학생이 책상에 붙은 권순영의 이름표 위에 제 이름표를 붙이고 있었다. 이 지훈. 밉살스레 권순영의 이름 위에 녀석의 이름표가 붙은 모습에, 다시금 제 이름표를 꾹꾹 눌러 잘 붙었는지 확인하는 그 손을 세게 쳐냈다. 너 지금 뭐해? 내 날이 선 목소리에 지훈이 어이가 없다는 듯 작은 미소를 흘렸다.
"뭐하긴 뭐해. 내 자리에 내 이름표 붙이겠다는데."
그 말에 흠잡을 데가 없어, 가만히 차오르려는 눈물을 꾹꾹 눌러담았다. 울면 지는거야. 금방이라도 울어제낄 것 같이 보였을 내 표정을 무심히 쳐다보던 지훈은, 이내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이것도 네 친구껀가본데?"
그 말과 함께 내 시야 안으로 들어온건, 하얀 국화꽃이었다. 순영의 소식을 듣고, 수많은 아이들이 그의 책상에 놓고간 국화 중 하나였을 것이다. 내가 손을 뻗어 국화를 채가기도 전에 지훈이 꽃잎을 하나씩 뜯어내기 시작했다. 그 행동에 놀라 눈을 크게 뜬 채로 있으면, 꽃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지훈이 느리게 말했다.
"친구가, 악취미가 있네."
조용히 말을 끝낸 지훈이 이내 고개를 들어 시선을 돌렸다.
"죽은사람이 산사람 못잊어서 붙어다니는거, 되게 보기 안좋거든."
그리고 지훈이 쳐다보고 있는건, 내 옆에 서있는 권순영이었다.
지훈은 내 질문에 하나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애는 아예 말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처럼, 가만히 입을 닫고 있었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쏟아지는 내 질문에, 이내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내들어 제 귀에 꽂고선 책상에 엎드려버렸다. 그런 그의 모습에 끝내 나도 포기하고 멍하니 칠판만 바라봤다. 학교에 있는 내내, 아무것도 신경쓰이지 않을만큼 지훈의 말이 내 머릿속을 빙빙 맴돌았다. 순영을 '죽은사람' 이라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칭하는 그 모습이 몸서리치게 미웠다. 지훈이 다시 입을 연건, 집에 가기 위해 교문 밖으로 나섰을 때였다. 내 옆에서 나란히 걷는 순영을 보고, 지훈은 재미있는 볼거리라도 봤다는 양 제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띄우고선 말했다.
"죽은사람이 귀신되서 집에도 데려다주고, 아주 눈물겨운 사랑이네."
비아냥거리는 듯한 그 말투에 지훈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가 망설임없이 뺨을 세게 내려쳤다. 주변에서 아이들이 기겁하는 소리가 났지만, 아랑곳않고 그대로 말을 이었다. 누구 맘대로 죽은사람이래, 이 개새끼야. 내 악에 받친 비명과도 가까운 소리에 지훈은 제 얼굴에서 미소를 걷어낸 채로 차갑게 대답했다.
"죽은사람보고 죽은사람이라 하지."
"꿈 깨 김여주."
그렇게 멀어져가는 지훈의 뒷통수에, 주저앉으며 크게 울어제꼈다. 교문 밖을 나서는 이지훈한테까지 들리게, 아주 크게.
순영은 날 집에 데려다주는 그 길에서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그렇게 내 방 안에 들어와서, 침대에 걸터앉은 순영은 마침내 말을 꺼냈다.
"나, 정말로 여주 네 앞에 나타나면 안되는걸까."
그의 조용한 물음에 화를 내며 순영의 앞에 섰다. 너 왜 그런말해. 입술을 꽉 깨물며 간신히 대답하는 내 모습에 순영이 당황한 듯, 손사래를 쳤다.
"아니, 그게 아니라 아까 걔 말이 너무 신경쓰여서.."
갑작스레 어두워지는 표정과 함께 말끝을 흐리는 권순영의 모습이 내 가슴을 아프게 쳤다. 순영의 앞에 주저앉아 가만히 순영을 바라만 봤다. 내 눈에 비친 순영의 눈에, 눈물이 고여있는것만 같았다. 순영아 왜 나는 너를 놔주지 못할까. 속으로 가만히 생각하던 난 이내 굳은 표정을 하고 순영에게 말했다. 너 죽은사람 아니야 권순영. 너 살아있어. 다른사람들한테는 어떨지 몰라도, 나한테는 산사람이야. 내 말에 순영이 기어코 참고있던 울음을 뱉어냈다. 그와 함께 나도 그자리에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나 진짜 너 보내기 싫단 말이야. 내 눈물섞인 말에 순영은 주먹을 꼭 쥐며 말했다.
"어디 안가, 절대로."
"넌 나한테 전분데, 내가 어떻게 널 보내."
순영의 목소리가 가슴아프게 흔들렸다. 순영의 울음소리와 내 울음소리가 한데 엉켜 물기어린 노래를 만들어냈다. 나는 순영을 보내기 싫어 울었고, 순영은 그런 내가 안쓰러워 울었다. 순영은 저도 붉어진 눈꺼풀을 하며 내 눈을 바라봤다.
"너 우는거 볼때마다, 나도 울고싶어 미치는 줄 알았어."
그말을 끝으로 순영이 제 팔을 크게 벌렸다.
"안아줘."
그 말에 기다렸다는 듯, 웃으며 순영의 품에 가득 안겼다. 그리고 그러자마자, 난 굳은 표정으로 순영을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믿을 수 없다는 듯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내 손끝에 항상 느껴지던 권순영이,
더이상 느껴지지 않기 시작했다.
꽃봉오리 |
태양이 바다에 미광을 비추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희미한 달빛이 샘물 위에 떠 있으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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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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