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고 있어, 형? 나는 아직까지도 형 못 잊은거같기도해. 형 잊으려고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계속 그 사람에게서 형의 모습을 찾으려고 애를 쓰는 내 모습이 너무 힘겹더라. 형은 지금 다른 애인을 만났다는 소리를 들었어. 잘 지내고 있다더라, 내가 형이 너무 보고싶어서 문자도 보내봤는데 형 나인줄도 알면서 일부로 무시했지? 그게 미안한거라면 미안해하지마, 그런거에 내가 쉽게 상처받는거봤겠어? 짧은 시간이였는데 참 내가 형한테 해준게 많더라? 형이 나에게 나쁜짓을 했든지, 무슨짓을 했든지 그건 나한테 중요한게 아닌거같아. 난 아직도 형을 좋아하고 있어. 형이 어느순간부터 나한테 소홀해졌었잖아, 그때 난 사실 우린 한번도 싸운적이 없으니까 한번은 크게 싸워보고 싶었어. 싸워서 서로 이해하고 풀고. 이런걸 원했었는데 형은 아닌거같더라. 나의 그 선택이 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든거같아, 내가 이렇게 형을 그리워하고 보고파하고. 근데 난 아마 그때로 돌아갔어도 똑같은 일을 저질렀을꺼같아. 지금 이렇게 형에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아마 너무나도 형이 그리워서? 난 고작 이런 곳에 있지만 형ㅇ….
*
"야, 이 개 미친 새끼야"
아침부터 들려오는 욕소리에 얼굴에 묻혀있는 침을 닦으며 부스스하게 일어나자 계속해서 들려오는 욕소리에 표정을 구기며 보자 욕소리의 주인공은 김동혁이였다. 시발, 이 개놈이 아침부터 존나 욕하고 지랄이네라며 생각만 할 뿐 입밖으로는 내뱉지 않고 어제 적다가 그만 둔 편지를 구겨서는 쓰레기통에 넣었다. 동혁이는 내 쓰레기통을 멍하니보다 날 보며 왜 또 버려라며 질문을 던진다. 난 그런 동혁이의 질문을 무시한채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형과 헤어진지 삼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어느새 난 스무살이 되었고 자취까지 하게 될 정도로 커버렸다. 그러나 첫사랑은 잊혀지지않는다는 말이 맞는것인지 아직도 나의 기억속에서 형은 나갈 생각을 않는다. 그러다보니 밤만 되면 저렇게 형에 대한 편지를 쓰고 아침이 되면 다시 구겨서 버리고, 항상 그렇게 나의 편지들은 쌓이고 쌓여 또 다른 추억을 만들었다.
옆에서 계속 쫑알쫑알 거리며 내 곁을 따라다니는 김동혁, 시발 오늘도 애 때문에 애인 못 만나러가겠네. 나는 애인을 만나러가려 애써 꾸몄던 옷을 벗고, 머리 또한 헝클어트려서는 어젯밤 편지를 쓰며 옆에 놔두던 핸드폰을 잡아들고서는 [애인]이라고 적혀있는 단순한 이름을 클릭하여 못 만나겠다는 단순한 메세지를 보내자 보낸지 일분도 안되서는 전화가 울렸다. 난 또 골때리네라며 한숨을 쉬고는 통화버튼을 누르자 앵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난 잠시 표정을 굳히다가 조용히 애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평소 사근거렸던 목소리는 사라지고 시끄러운 목소리만을 들려주는 애인. 진환이형도 화났을땐 이런 목소리였을까? 난 형의 생각을 하다 애인이 듣고있냐는 물음을 던지자 나지막히 응이란 말을 내뱉자 애인은 또다시 따발총처럼 말을 수도 없이 내뱉는다. 난 이대로는 안되겠다라고 판단을 해서는 애인의 말을 잠시 멈추었다. 그러더닌 애인은 한숨을 쉬며 왜라며 퉁명스럽게 답을 하자 난 그런 애인이 귀여워 잠시 미소를 짓다가 미안해, 오늘은 너무 내가 잘생기지가 않은걸 어떻게. 우리 애인한테는 멋있는 모습만 보이고 싶은데라고 말을 해주자 애인은 아무말도 안하다 알았어라며 전화를 끊는다. 여자는 단순한 동물이다. 그저 조금만 빈말을 하면 그 말에 헤벌레해서는 속아넘어가는 동물. 그런 생각을 하고는 아직까지도 옆에서 쫑알거리는 김동혁을 향해 휴대폰을 던지자 동혁이는 놀라 덥석 휴대폰을 잡았다. 그러자 잠시나마 동혁이의 입이 멈추었다. 난 그런 동혁이를 보며 이제 좀 닥쳐줄때가 왔냐?라고 말을 하며 거실에 앉아서는 리모콘을 잡아 TV를 켜보았다. 동혁이는 이내 조용히 와서는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귀여운 놈, 그런 생각을 하며 TV프로를 넘기다 게이에 대한 토론이 나왔다. 난 그 프로에서 잠시 멈춰 멍하니 보다가 동혁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넌 내가 게이라면 어떨꺼같냐?"
"난 별로 게이든 뭐든 상관안해, 내 일만 아니면 상관안하는 스타일이거든"
난 그런 동혁이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참 어린녀석이 기특해. 그런 생각을 하며 동혁이에게 미소를 지어주니 동혁이는 또다시 욕을 날려주려는 폼으로 표정을 굳히며 입을 열려고 하자 난 그 입을 막으며 검지손가락을 입에 가져가 되며 쉿이란 말을 내뱉자 동혁이는 또다시 조용해지며 뾰루퉁한 표정으로 티비에 시선을 고정한다. 귀여운 새끼. 난 그 말을 입으로 내뱉으며 나 또한 동혁이에게 집중되었던 시선을 티비로 옮겼다. 무료했다, 똑같은 일상과 똑같은 생각. 스무살이 되며 항상 느끼는 생각이였다. 우리둘은 계속해서 티비만 보다 난 결국 잠에 못 이겨 동혁이의 어깨를 빌려 기대었다. 동혁이는 놀라 움찔하더니 이내 날 보다 다시 티비로 시선을 옮긴다. 난 그런 동혁이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밤마다 뭘 적는지알아?"
"…아니, 몰라"
"에이, 봤구나? 그럼 내가 게이인것도 알겠네?"
동혁이는 내 말에 아무말도 못하였다. 이 새끼, 다 알면서 모르는척했네. 난 그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녀석의 어깨에 기대었던 몸을 일으키며 얼굴을 마주했다. 조용한 우리 둘 사이에 들리는건 상자에서 나오는 많은 사람들의 웃음소리. 마치 나를 비웃는듯한 웃음소리에 기분이 나빠 잠시 표정을 찡그리다 리모컨으로 티비를 끄고는 동혁이와 마주했다. 동혁이는 긴장하는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고, 난 그런 동혁이를 보다 이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동혁이의 어깨에 몸을 기대었다. 나 싫지않아?라고 묻자 동혁이는 무덤덤한 말투로 방금과 같은 말을 내뱉는다. 니가 날 좋아하는것도 아닌데 난 상관안해. 난 그런 동혁이의 말에 웃음이 나왔고, 동혁이는 그런 날 이상하게 보았다.
"난 언제쯤 그 편지를 다 적고서는 형에게 편지를 보낼까?"
"많이 좋아했나보다?"
"응, 미치도록 좋아했지. 아직까지도 생각나는거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