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promised forever, but forever didn't last long.
코트 안 주머니에 자리한 케이스를 만지작 만지작 한다.
몇일을 고심해서 고른 반지가 들어있는데, 차마 꺼내지도 못하고 꾸욱 손으로 누르고 있다.
어디서 부터 잘못된 건지 계속 해서 우리를 되돌려 봤다.
조금더 노력하면 될 것 같았는데, 아직 나에게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다를거라고 우리는 특별 하다고 믿었는데
우리 정말 여기까지 인가보다.
담담히 받아들여야 했다.
우리는 끝났다.
여느 연인들이 그렇듯 오래함께할 수록 설렘이 있던 자리에 편안함이 자리잡고, 서로에게 익숙해져가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꼬박 8년,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말들은 첫사랑에 실패한 사람들이 하는 변명이라 치부하면서 우리는 다를거라고 자신했다.
스무살 겨울에 만나서 스물아홉이 될때까지 서로의 옆자리가 너무 당연해 졌다. 우리는 서로의 스무살이었고, 첫사랑이었다. 당연하게 연애의 끝에는 결혼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조금 흔들리고 싸워도 "우리 7년이야" 라는 말으로, 그래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얼마인데, 우리가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는데 하면서 넘어갔다.
7년에서 8년, 그렇게 한해 한해 쌓여서 우리가 더 단단해 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우리가 쌓아온 시간들을 어느새 서로에게 짐이 되고 있었고, 먼저 그 추억들을 버리고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을 나쁜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다.
더 이상은 못 할것 같다고 이제는 정말 헤어지자고 눈물을 보이는 네 앞에서, 조금만 시간을 가져보자고 했다. 당장 앞선 감정들을 가라앉히면 분명히 우리의 추억들이 너를 붙잡아줄 것 같았는데. 견고하게 쌓여온 시간들은, 그 추억들을 힘이 없었다.
만나서 이야기 하자는 말에, 니가 좋아하는 코트를 입고 준비해둔 반지를 챙겼다.
반지를 건네고 너를 품 안에 꼭 안아주면 모든게 괜찮아 질 것 같았다.
누가봐도 특별한 날 인것 처럼 차려입고 신경쓴 모습이 어색하지만 네가 좋아할 것 같았다.
꽃집에 내려서 준비해둔 꽃을 픽업하고 짧은 편지도 썼다.
"우리 연애가 너무 길었지. 내가 더 잘할게. 사랑해"
예전에는 예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했었는데
왜 사랑한다는 말이 없냐는 말에 진심아닐 때 하면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할때 잘 와닿지 않는다며 너를 서운하게 했던 기억이 난다. 입만 삐죽 "그래도 사랑하지?" 하는 질문에는 "하지" 하고 짧은 대답을 했었다.
너의 회사 앞에 차를 대고 기다리다가, 그래도 프로포즈날인데 낯간지러워도 너를 데리러 안으로 들어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차를 주차하고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취직하고 얼마 안됐을 때는 항상 차에서 내려서 데리러 왔었는데, 하루하루가 반복되면서 어느새 인가 부터는 차에거 기다리고 있으면 네가 차로 걸어왔었다. 그마저도 피곤해서 핸들에 기대어 자고 있을 때가 대부분 이었다.
조금만 신경써줘도 좋아해줄걸 아는데 왜 여태 못했을까 하는 후회를 하면서 너를 기다렸다.
코트 안 주머니 오른손에는 반지를, 뒷짐 지고 있는 왼손에는 꽃다발을 쥐고
너를 기다렸다.
엘레베이터가 열리고 네가 사람들과 이야기 하면서 내린다.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나를 발견 할 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옆에 있는 남자와 이야기를 한다.
그 순간, 알 것 같았다.
사랑을 할 때 너는 참 예쁘다.
그 사람을 보면서 활짝 웃는 모습이, 처음 사랑을 시작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8년을 함께 했는데 어떻게 그 모습을 눈치 채지 않을 수 있을까.
꽃다발 하나면 서운함을 풀고 늘 그래왔던 것처럼 나를 봐줄것 같은 그 눈은 이미 다른 사람을 담고 있었다.
그 모습조차 너무 예뻐서 미워 할 수 없다.
내가 너무 늦었다.
너를 붙잡을 수 없다.
천천히 헤어짐을 고한건 나였다.
우리는 영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영원을 오래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