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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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 신고합니다! 순경 성이름. 2016년 7월 3일자로 강남서 근무를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
"앞으로 같이 수고하자고."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굿모닝-"
"아, 안녕하십니까! 순경 성 이름,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
"..."
"그 낙하산?"
"야, 야. 야! 그만. 저. 짐 풀어야지. 숙직실로 가자."
이름 모를 선배의 말에 다른 선배가 황급히 날 데리고 나섰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가 떠밀려 도착한 곳은 숙직실이다.
남자만 우글대던 곳이라 어느 빈 곳도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엉망, 어지러움이다. 환기는 언제 했을 지도 추정 불가능한 상태의 꿉꿉함에 절로 미간을 움찔 거렸다. 그래도 티를 내는 건 예의가 아니라 생각되어 선배보다 먼저 숙직실로 발을 디뎠다.
"저.. 성이름 순경이라고 했나?"
"예!"
"그래. 어, 성순경. 아까 그 놈이 한 얘기는 신경쓰지 마. 장난을 워낙 잘 치는 애라.."
"...아. 네."
"그래. 마저 짐 풀고 와."
내 어깨를 툭툭 두어번 치곤 나가는 선배의 뒷 모습이 사라지자 바로 긴장을 풀었다. 짐을 풀기 전에 청소가 시급한 이 곳은 정말 답이 없다. 청소 도구를 찾을 생각으로 뒤를 돌았을 때,
"야."
"...예!"
"그냥 궁금해서 말인데."
"예!"
"요즘은 경찰서장 딸이 다이렉트하게,"
"..."
"강력계에 진출해서 낙하산이라고 말한 걸,"
"..."
"장난이라고 하나."
"..."
"보통은 비꼬는 거라고 하지. 안 그러나?"
돌자마자 문에 걸쳐 기대고 있던 선배님에 1차, 그 선배님의 입에서 나온 거침없는 말에 2차 타격을 입곤 내 입에선 아무 말도 나올 수 없었다.
"어이없지. 처음보는 새끼가 이런 말 하니까."
"..."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난 불편하거든."
"..."
"내가 너랑 같이 일하는 게."
"그.. 그게.."
"방금 저 양반도 낙하산으로 들어왔는데. 뭐, 좀 통하는 구석이 있었나?"
"아닙니다."
"영화에서 보니까 여기가 재미있어 보이긴 했지?"
"아닙니다."
"아니면, 여기가 제일 쉽게 될 것 같았나?"
"아닙니다."
"근데 네가 뭐라고 기어 들어오길 기어 들어와, 여길."
"...죄송합니다."
"빽도 실력이란 말. 그럴 것 같지? 네 놈 빽이 다 네 실력인 것 같지?"
"..."
"착각하지 마. 빽은 그냥 너처럼 가진 재능 없는 놈이나 써 먹는 카드니까."
그 말을 끝으로 선배는 숙직실을 나섰고, 나에게도 무참히 등을 돌렸다.
-
START.
쉬다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