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부 (아이돌 원우/막내코디 뿌)
원우는 데뷔한지 1년이 좀 넘어가는 인기 아이돌 에이틴의 래퍼. (죄송... 작명센스 구림..) 에이틴은 작사 작곡 안무 등 자체제작 아이돌로도 유명하지만 멤버 수가 많은 그룹으로도 유명함. 코디 한 명이 붙어서 일하기엔 부족했음 그것도 턱없이. 결국 인원을 늘려서 코디 2명, 마침내 3명까지 늘렸지만 아무래도 여성들이다보니 스케쥴이 많아지는 기간이면 체력이 고갈 되서 에이틴보다 훨씬 힘들어 했음. 그래서 코디를 한 명 더 뽑기로 하는데, 막내 코디인 만큼 남자로 뽑기로 결정함!
뿌는 본래 다른 회사에서 타 아이돌의 코디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회사와의 연봉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일을 그만두고 쉬던 찰나였음. 때마침 같이 일하던 코디 누나가 에이틴이라는 그룹에서 코디를 뽑는데 남자를 뽑는다, 너는 경력도 있으니 한번 해봐라. 너만 마음이 있다면 연결시켜 주겠다! 고 함. 뿌야는 일을 오래 쉬고 싶지도 않았고 에이틴이라면 요새 핫한 신인이었기에 도전정신+호기심이 생김. 뿌는 씩씩하게 저 할게요! 대답하고 바로 초록창에서 에이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함. 히이익, 멤버가 몇 명이야. 검색을 하면 할수록 뿌의 얼굴은 창백해짐. 해외 일정 때 에이틴 코디가 챙겨야 하는 옷의 양.jpg를 본 뿌는 다급하게 안하겠다고 하려고 했지만 때마침 전화가 걸려옴. 뫄뫄그룹 코디 하셨다고 들었어요! 저희가 좀 많이 급해서 그런데 오늘 면접 보러 오실 수 있으세요? 뿌는 눈물을 머금고 면접을 보러 감.
경력도 있고 동글동글 귀염상에 제법 튼튼해 보이는 뿌의 면접은 당연히 스무스하게 진행되었음. 뿌절부절... 이게 아닌데 하지만 이놈의 입은 어찌나 대답을 잘 하는지! 유쾌한 입담으로 대표 이사라는 분까지 한참을 웃기고 나니 승관이는 내일부터 출근을 할 수 있게 되었음. 속으로 훌찌럭 눈물을 훔치며 집에 돌아가려는 찰나 코디 한 분이 내일 말고 오늘 먼저 멤버들과 인사를 나누는게 어떻겠냐고 함. 어차피 출근하면 계속 봐야 할 사이고, 이름도 알고 빨리 친해지면 좋으니까 승관이는 ok함.
작업실에서 조그만 지훈이도 만나고 (뿌의 취향) 다음 앨범 안무를 창작하던 퍼포팀, 퍼포팀을 구경하던 보컬팀까지 인사를 마쳤음. 아직 인원이 더 남았다니, 승관이 머릿속에는 한명 한명의 얼굴과 이름을 구분하느라 정신이 없었음. 그 때 저를 이끌던 코디 선배가 원우야! 하고 손을 흔들자 기다랗고 마른 남자가 느릿하게 고개를 들었음. 쭉 째진 눈, 날카로운 턱선에 승관이는 살짝 쫄아 움칫 했는데 남자의 얼굴에 천천히 미소가 번지면서 활짝 웃는게 아니겠음!! 사실 원우는 에이틴 내에서 제일 느릿느릿하고 성격도 무던하고 회사 사람들에게도 상냥해서 굉장히 평판이 좋은 멤버임. 승관이는 자세한 사정은 모르니 쟈가운 첫인상에 쫄았지만 원우의 웃는 얼굴을 보니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음. 이 쪽은 내일부터 우리랑 같이 일하실 부승관씨야. 승관씨 이쪽은 에이틴 멤버 원우에요, 전원우.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인사를 나누는데 새삼 목소리도 참 좋다. 원우가 건넨 손을 잡고 흔들흔들 악수를 하던 승관이가 문득 고개를 들어 원우를 쳐다보는데 눈이 딱 마주침. 부끄럼쟁이 원우는 소녀처럼(!!) 배시시 웃고 승관이는 원우의 느린 잘생김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됨.
여자저차 에이틴의 컴백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뿌는 엄청나게 바빠지게 됨. 하지만 바쁜건 둘째치고 스트레스가 엄청났는데 일단 멤버 수가 1차로 힘들고 2차로는 나이가 어린 남자애들이 뭉쳐있으니 툭하면 시작되는 장난에 실밥 뜯어지기는 기본, 옷만 안 찢어보면 안되겠냐고 뿌가 울며불며 칭얼거려도 멈추지 않는 장난이 힘들었음. 오죽하면 아침에 머리를 감던 승관이의 손에 머리카락 한 줌이 우수수 딸려 나올 정도로 뿌는 바쁨+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음!
뿌의 힘겨운 직장생활에 두 줄기 빛이 있었는데 바로 원우와 지훈이였음. 원우는 원체 고요하고 대기 시간에는 주로 책에 정신이 팔려 있음. 지훈이는 컴백 시기인 만큼 곡 작업 때문에 파워 예민해져서 멤버들이 잘 건들지 않았음. 원우와 지훈이를 얼른 단장시켜두고 열 댓 마리 비글들을 키우는 주인의 심정으로 남은 멤버들을 어르고 달래며 의상도 입히고 분칠도 해줘야했음.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비틀대며 다시 지훈이와 원우 쪽으로 컴백하자 뿌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원우가 비타500 한 병을 내밀음. 승관아 이거 마시고 해. 아차, 승관이랑 원우, 지훈이는 동갑내기임. 옆에서 지훈이도 고개를 끄덕끄덕 하며 쉬엄쉬엄 하라고 함. 뿌가 한숨을 내쉬며 원우와 지훈이 사이에 쪼그려 앉아 원샷을 때리자마자 와악- 하고 나는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승관아!! 하는 애타는 승철의 목소리가 들림.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난 승관이가 원우에게 씩 웃으며 고마워, 함.
자켓 사진도 다 찍고 뮤직비디오 촬영도 끝났음. 군무씬 한번 찍을 때 마다 열 댓 명을 붙잡고 다시 원상복귀 시켜줘야 했던 뿌는 복작복작한 벤 안에서 몰려오는 피로감에 정신을 못 차리고 졸기 시작함. 이어폰을 꽂고 잠을 청하려던 지훈이도, 책을 펼쳤던 원우도 신나게 고갯짓하는 승관이를 구경함. 한참을 고개를 끄덕이던 승관이의 얼굴이 원우의 어깨에 털썩 자리를 잡자 원우는 당황하면서도 읽던 책을 덮고 승관이가 고개를 기대기 편한 자세를 만들어 줌. 흔한 잠꼬대 하나 없이 고요히 원우의 어깨에서 잠든 뿌를 원우는 숙소에 도착할 때 까지 구경함.
왼 뺨에 원우의 셔츠자국을 그대로 낸 뿌는 연신 원우에게 미안하다고 하지만 원우는 괜찮다고 집에 가서 빨리 한 숨이라도 더 자라고 해줌. 원우는 얼굴도 잘생기고 마음도 착해, 천사일거야. 맘속으로 감동 300% 먹은 승관이는 약간씩, 아주 약간씩 원우를 조금씩 더 챙겨줌. 뭐 셔츠깃을 한 번 더 정리해 준다던지, 틴트 톡톡 해 준다던지. 뿌의 노력으로 에이틴은 훌륭한 미모를 발산하며 컴백 무대를 완벽하게 마무리했고 뿌야가 좀 더 신경 쓴 원우의 미모는 무대 조명 아래서 뿜뿜 빛났음. 모니터를 정신없이 쳐다보던 승관이의 어깨에 원우는 턱을 굄. 어때? 잘 나와? 어, 진짜 멋있다. 지훈이는 멜빵이 좀 헐렁하네, 원우 너는 안 불편했어? 코디로써 응당 해야 할 질문들을 물으며 고개를 돌린 뿌. 입술이 닿기 3초 전 거리에 자리한 원우와 눈이 딱 마주치게 됨. 둘은 어버버 하며 떨어지고, 원우는 멜빵이 하나도 안 불편하고 편해서 춤추기에 딱 좋았다고 뜬금없이 멜빵 칭찬을 함. 승관이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둘이 쇼함. 생쇼.
이 날 이후로 워누와 뿌, 둘 사이에 묘하게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데 눈치가 빠른 승관이는 바로 그 기류를 캐치했음. 2n년 평생 여자 친구 없이 살아온 자신을 자각하는 순간 알아 챈 것임. 저 잘생긴 나무늘보를 내가 좋아하는구나. 밤마다 마루에 머리를 쾅쾅 박음. 상대는 아이돌이다, 만약 연애를 하게 되면 사내연앤데 사내연애는 둘째 치고 동성연애다. 그 전에 에이틴은 연애가 금지다. 아니, 젊고 창창하고 잘생겼을 때 연애를 해야지 왜 금지를 시킨다니? 울컥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하지만 상대는 내가 아니지! 하면서 발만 동동 구르며 밤을 설쳐댐. 자학킹 승관이가 밤마다 잠을 설칠 때 원우는 뭔지 모르지만 승관이가 자꾸 신경쓰임. 동글동글한 얼굴, 웃으면 아이처럼 환해지는 모습, 하이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계속 생각남. 하지만 승관이에게 말이라도 붙이려고 하면 승관이가 고양이처럼 하악질을 하며 사람이 많은 쪽으로 도망침. 원우는 실의에 빠짐. 슨과니는 슨과니대로 원우가 자꾸 가까이 오고 챙겨주려고 하니까 멋대로 나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는 일이 넘나 힘듬!
뿌야는 도망 다니고 원우는 쫓아다니는 일이 활동 내내 반복됐음. 뿌야는 민첩하고 날래서 (ㅋㅋㅋ) 느릿느릿한 원우가 잡기에는 제법 힘든 사람이었음. 활동이 끝날 때 까지만 참자, 참자. 뿌는 도저히 원우랑 더 일할 자신이 없었음. 또 그만뒀다고 하면 어머니의 불호령이 떨어질게 분명했지만, 나름 경력은 자신이 있는 승관이었기에 금방 일을 구할 자신이 있었음. 어느덧 막방 날짜가 다가오고 막방 전날 뿌야는 대표님과 면담을 하러 감. 승관씨가 갑자기 그만둔다니 섭섭하네, 별다른 이유라도 있어? 아니요 대표님 진짜 힘드네요. 제가 남자아이돌 그룹을 너무 만만하게 봤나봐요. 그래 푹 쉬고, 이번 막방까지는 있지? 네 누나들이랑도 얘기 다 했습니다. 그래 승관씨 들어가봐.
대표님이랑 면담 끝내고 나오는 승관이 앞에 이 순간 가장 만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 등장함. 오른쪽으로 피하면 막고 왼쪽으로 피하면 막고 도망치려니까 손목을 잡는 원우 때문에 승관이는 딱 죽을 맛임. 그래도 사나이 자존심으로 끝까지 고개는 안 드는데 손목을 붙잡고 있던 원우가 승관이를 질질 끌고 감. 야 어디가, 어디가는데! 까랑까랑한 승관이 목소리에도 원우는 꿈쩍도 않고 어딘가로 계속 직진함. 그 와중에 넘치는 원우의 박력에 쿵쾅대는 심장에 승관이는 속으로 공중에 하이킥을 날리며 나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씀.
비상구 계단에서 멈춰 선 원우는 승관이의 턱을 잡고 시선을 마주함. 어째 잡아 올린 원우의 동공이 지진을 일으키고 있기는 하지만 짜증도 나고 답답도 한 승관이가 원우한테 빽 소리를 지름. 왜 그러는데! 원우가 우물쭈물하다가 이내 조용히 대답함. 너 요새 왜 나 피해? 승관이는 찔리는 마음에 멈칫 했다가 내내내내가 널 언제 피했다고 그러냐! 하고 박력있게 나가지만 원우의 우울한 표정에 꼬리를 살짝 내림. 대표님이랑은 무슨 얘기 했어? 별 얘기 안했어, 그냥... 변명을 늘어놓으려는 승관이 앞에 선 원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가 승관이의 어깨에 얼굴을 묻음. 순간적으로 굳은 승관이나 원우를 밀어내려고 했다가 이내 젖어드는 어깨에 깜짝 놀라며 원우의 양 볼을 잡고 얼굴을 보니까 원우가 주륵주륵 울고 있음.
“야! 원우야 너 왜 울어!”
“승과나 나 미워하지 마. 내가 잘할게.”
애기처럼 훌쩍 훌쩍 울면서 자기를 미워하지 말라는 이 덩치 큰 동갑내기 앞에서 결국 승관이의 눈물샘도 터짐. 야 이 바보야! 지금 울고 싶은 사람이 누군데 너가 울어! 뿌야 닭똥같은 눈물 뚝뚝 떨구니까 원우는 울다가 깜짝 놀라서 뿌를 급하게 달래는데 뿌는 원우 품에 안겨서 엉엉 나쁜놈아 다 너 때문이야 너가 잘생겨서 그런거야 하고 통곡함.
원리둥절 하고 있는 원우를 올려다보던 승관이는 원우의 볼을 잡아 끌어당겨 원우한테 뽀뽀함! 원우는 깜짝 놀라서 그대로 굳어있고 승관이는 눈물 뚝뚝 흘리며 원우한테 얘기함. 내가 너한테 이런 거 하고 싶어서 도망 친 거야. 너는 나랑 이러면 안 되잖아.
원우한테 폭탄을 안겨주고 승관이는 엉엉 울면서 집에 감. 막방까지는 일 하기로 했는데 도무지 일을 할 기분이 나지 않았음. 원우 얼굴을 볼 자신도 없고 승관이는 꽉 막힌 목과 가득 찬 코가 콜라보를 이루는 목소리로 코디 누나한테 전화를 검. 누나 죄송해요, 내일까지는 가야 하는데 도무지 몸이 하니까 코디 누나는 무리하더니 결국 감기 앓는다고 괜찮다고 그동안 정말 도움 많이 줘서 고맙다고 푹 쉬라고 함. 승관이는 통화 끝나고 또 엉엉 울다가 잠들었다고 한다.
다음날 열한시쯤 눈이 퉁퉁 부어서 일어난 승과니는 시간을 보고 한숨을 푹푹 내쉼. 이 시간이면 한창 꽃단장하고 왁자지껄한 벤에서 정신은 없어도 다들 웃으면서 리허설 하러 가고 있을 텐데. 하지만 어저께 자기가 한 일 (원우한테 뽀뽀)을 생각하면 이불이 구멍 날 정도로 발차기를 해도 모자라니 그저 한숨만 푹푹 내쉴 뿐이었음. 트위터로 애들 출근길이나 볼 요량으로 휴대폰을 들었는데 웬걸 휴대폰에 부재중 전화며 카톡이며 문자가 난리임.
침착하게 카톡 쭉 보는 뿌. 말도 없이 그만 두냐고 난리 치는 내용부터 읽는데 내려 갈수록 내용이 심상치가 않음. 지금 리허설 가는 길에 전원우가 없어졌다는 말임? 승관이의 동공은 폭풍같이 흔들림. 왜 막방에 문제야, 전원우!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승관이는 다급하게 머리만 감고 휴대폰을 들고 뛰쳐나가려는데 때 마침 뿌야네 층수에 엘리베이터가 멈춰서고 문이 열림. 훤칠한 남자가 내리는데 음? 멤버들이 카톡에서 불이 나도록 찾고 있는 전원우임. 분노에 찬 승관이는 원우가 다가오자마자 회심의 당수를 날림. 원우는 억 소리와 함께 주저앉고 승관이는 주저 없이 원우의 등짝에 파워 스파이크를 날리기 시작함. 이 미친놈아! 주저앉아서 승관이의 공격을 다 받아주던 원우가 바보처럼 웃으면서 일어남. 미안해, 너무 급해서. 저어, 너가 도망갔잖아.
뿌야는 얘가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몰라서 멀뚱멀뚱 원우를 쳐다보고 있음. 원우는 얼굴에 수줍은 미소를 띠우고 어저께 하려는 순간 승관이의 촉이 착 하고 올라옴. 그래, 원우야 너가 무슨 말 하려는지 나는 다 알겠는데 일단 리허설을 가자! 원우는 직업정신 투철한 승관이의 박력에 어버버 끌려가고 다행히! 리허설을 잘 마무리 하게 됨. 원우는 승철이형한테 혼나러 가고 뿌는 멤버들한테 혼남. 지훈이는 물끄러미 승관이를 바라보다가 못생겼어, 한 마디로 마무리 함. 쿱스한테 다 혼난 원우가 대형견처럼 뿌야 주위를 맴돌자 뿌는 한숨을 푹푹 쉬면서 구석진 계단으로 원우를 데리고 감. 원우는 얼굴 새빨개져서 완전 수줍어하면서 어찌저찌 서툴게 고백하겠지. 뿌야는 튕기려고 했는데 도저히 이 키만 큰 (좀 잘생긴) 멍청이를 누가 데려갈까 걱정 돼서 받아주기로 함.
원우는 이제 깨 볶을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음! 멤버들에게 절대 절대 피해주기 싫다는 단호한 승관이는 에이틴 코디 쿨하게 그만두고 타 그룹 코디로 옮김. 원우가 밤마다 휴대폰 너머로 통곡했지만 단호한 승관이 애인 말 안 듣고요;;; 스케쥴 겹칠 때야 겨우 볼 수 있는 비싼 애인님 덕분에 칭얼대는 원우랑 뽀뽀로 달래주는 승관이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