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라스윗 - Blind 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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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 앞에서 어른거리는 그 날의 추억들에 씁쓸한 웃음이 지어진다. 마루 한 켠에 제 멋대로 굴러다니는 헌 천을 가져다가 깨끗이 빨아 평상을 닦았다.
예전 처럼 반짝이는 평상에 기분이 좋아져 털썩 하고 누워버렸다. 두 팔을 접어 머리 뒤에 놓고 배게 삼아 하늘을 보고 누웠다.
그 날엔 쏟아질것 같은 별들도 많았는데 요즘은 없다. 주머니에서 MP3를 꺼내 조용한 노래를 틀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렇게 잠에 들었던것 같다.
그리고 난 꿈을 꿨다. 내가 사랑했던, 사랑한, 사랑할 그녀 꿈.
널 처음 본 그 날의 기분은 묘했다.
크고 쌍꺼풀이 짙게 진 눈. 언뜻 보면 여우상 같기도 하지만 고양이상 같기도 하다. 가슴 길이 까지 내려오는 웨이브 진 검은 머리에
당돌하다, 차갑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표정. 딱히 니가 기분이 나쁘다기 보다는 그냥 무표정 같았다. 오목조목 마스크가 커서 그렇게 보일 뿐.
학기 초에는 반 아이들이 널 조금 피하는가 싶더니 현장학습이다 뭐다 학교 행사가 많은 5월이 되니 여느 아이들 처럼 하하호호 잘 웃으며 놀더라.
외모로만 봐서는 잘사는 부잣집 따님 같은데 알고보니 그리 잘사는건 아니였다. 힘들게 오르막길을 올라야하는 그런 집에 살고 있었다.
자기들과 동 떨어진 아이라 생각했던 반 아이들도 그걸 알고는 스스럼 없이 잘 어울리는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너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너와 한마디라도 더 얘기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다.
그리고 청소담당을 바꾸는 월이 바뀐 첫 날. 담임이 바뀐 청소구역이 적힌 종이를 교실 맨 뒤 게시판에 붙여놓고 나갔고 아이들이 우글우글 그 곳으로 몰려들었다.
"아씨 나 화장실 청소야"
"어이 후배- 난 또 화장실 청소거든"
"앗싸!! 난 별로 할것도 없다"
시끌시끌한 아이들을 제치고 앞에 나가자 음악실 칸에 적힌 니 이름과 내 이름. 기분이 좋았다. 그냥 마냥 좋았다.
지루한 지리, 문학, 수학, 경제.. 청소 시간만 기다려 진다. 그리고 7교시의 끝을 알리는 종 소리와 함께 느긋하게 책상 위 정리를 하는 너에게로 갔다.
"OO아 음악실 같이 갈래?"
"잠깐만-"
날 보더니 싱긋 웃으며 필통이며 책들을 바쁘게 정리했다. 외모로만 봐서는 반듯반듯 각 맞춰서 정리할것 같고 그런데 막상 보면 삐뚤삐뚤 대충한다는게 매력이다.
학원 숙제인듯 두꺼운 문제집을 가방에 대충 넣고 필통 또한 던져 넣었다. 그리곤 지퍼를 잠궈 책상 위에 가방을 올려놨고 빨리 가자며 날 이끌었다.
그녀의 손이의 닿은 손가락이 화끈거렸다. 두근두근한 심장 박동이 전해질까 싶기도 했다. 음악실에서 같이 청소를 하면서 우린 꽤나 친해졌다.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 형재 자매는 있는지, 중학교는 어딜 나왔는지, 그리고 남자친구는 있는지..
비가 오는 날 이였다. 쓰레기 통을 비워야하는데 비가 많이 와서 소각장까지 가기가 힘들었다. 우산도 하나라서 결국 혼자 갔다온다고 하고 나서려는데
그녀가 같이 가겠다고 날 따라왔다. 편의점에서 파는 비닐 우산, 그 작은 우산 안에서 둘이 걸어가려니 여간 힘들었다.
그리고 그렇게나 궁금했던 그 한 마디를 OO이 쪽을 우산을 기울이며 물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물은게 아니라 얼버무렸다.
"OO아"
"응?"
"그.. 어.. 그리니까 너는 성격도 좋고 얼..얼굴도 예쁘니까"
"..........."
"어 그러니까.."
"남자친구 있느냐고?"
"어? 어..."
바보 같이 말 한 마디로 제대로 못하는 날 보고 비웃었던걸까 아니면 그냥 내 행동이 웃겼던걸까 너는 그 긴 머리를 넘기며 싱긋 웃었다.
음악실에 와서야 너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음악실 까지 오는 동안 내가 말 실수를 했나 어찌나 걱정이 되던지.
너는 피아노 건반 하나를 누르며 없다고 했다. 그 한 마디에 난 또 바보 처럼 활짝 웃었던것 같다. 그리고 너의 곁으로 가서 나도 건반을 하나 눌렀다.
"피아노 칠 줄 알아?"
"내가 할 줄아는게 축구 빼고 더 있나"
당연히 못한다는듯한 내 말에 OO이는 앉아보라며 제 옆자리를 팡팡 두들겼다. 조심스럽게 앉자 내 오른손을 끌어다가 건반 위에 올려놨다.
그 날 내가 OO이에게 어떤 곡을 배웠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너무 떨렸으니까, OO이가 잡은 그 손이 너무 떨렸으니까.
우린 그렇게 청소 시간 마다 하라는 청소는 않고 신기한 악기들을 가지고 놀았다. 서로 웃으며 장난도 치고 그 넓은 음악실에서 뛰어다니며 놀기도 하고.
보충까지 튀어가며 우리는 음악실에 숨어 놀았었다. 그리고 그렇게 몇 일이나 지났을까 우리 사이가 점점 가까워지고 니가 나에게 '그 말'을 했던게.
"흥민아"
"어"
흙이 묻은 축구화를 창 밖에 털고 닦으며 정신 없이 대답한 나. 그리고 내게로 가까이와 두 손으로 내 얼굴을 제 쪽으로 돌리며 너는 두 눈을 반짝 였다.
그리고 직감했다. 그녀의 말은 내가 들어선 안될 말이라고. 삐용삐용 거리며 적신호를 알리는 내 직감.
"내가 좋아하는 남자 애가 있는데-"
"............."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야-"
"............."
짧은 한숨을 쉬며 말하는 널 뒤로하고 그대로 축구화를 들고 음악실을 나섰다. 헐레벌떡 뛰어오는 너.
"손흥민!!! 내가 고민고민 하다가 너한테 말하는건데 반응이 그게 뭐야-"
"감독님이 집합하라고 했던게 생각나서.. 미안"
나는 다시 빠른 걸음으로 걸어 학교를 빠져나갔다. 가방도 없이 그냥 축구화만 털레털레 들고 학교를 나와버렸다.
훈련 장으로 가서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지도 않은 채 빈 골대에 공만 뻥뻥 차대다가 어둑어둑한 저녁이 되서야 학교로 돌아갔다.
어두운 교실 벽을 더듬다가 간신히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켜고 내 자리를 봤을 땐 가방이 없었다. 그리고 책상에 붙여져 있는 포스트잇.
[가방은 내가 가져갈게- 내일 아침에 너네 집 들르면 되지? 선생님께는 그냥 축구부 집합 갔다고 했어. 포스트잇 보면 문자하기!!]
날카로운 글씨체. 생각할것도 없이 그녀다. 포스트잇을 떼어내 내 지갑 안에 붙여넣고 학교를 나왔다.
축구부 집합 때문에 학교를 나간게 아니라는걸 아는것 같았다. 주머니엔 간간히 문자 알림음이 들려왔다.
아마 그녀일거다. 어리둥절 하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게 없는데 그렇게 가버리니까. 내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어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이미 외워버린 그녀의 번호를 누르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몇 번 가지않아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흥민아!]
"미안- 지금 내가 가방 가지러 갈까?"
[내일 아침에 내가 너네 집..]
"일찍 일어나야 되잖아. 지금 갈게"
[잠깐... 얘기할 수 있는거지?]
".......응"
[조심히 와]
역시나 따뜻했다. 얼굴만 보면 차도녀가 따로 없는데 속 마음은 따뜻하다. 말 한 마디에도 뚝뚝 묻어났다.
언젠가 한번 가 본적 있는 그녀의 집을 향해 걸었다. 점점 그 경사진 오르막길로 다가갈수록 마음은 점점 더 심란해졌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혹시 그녀가 화가 나 있으면 어떡하나, 내가 도대체 무슨 미친짓을 한거지..
"흥민아!!!"
사람들이 놀랄 때 왜 애 떨어질뻔 했다고 하는지 알것 같았다. 속에서 뭐가 덜컥하는게 진짜 애 떨어진다는 표현이 딱 맞는다.
뛰어와 내 팔을 붙잡고 흔들거리며 아까 왜 그랬냐고 풀이 죽어 말하는데 괜히 미안해져 그녀의 눈을 피했다. 미안하다고 해야하는데..
"있잖아 흥민아.. 아까 낮에 말했던 남자 애는..."
"누군데? 궁금하다- 내가 도와줘야하는데- 그치?"
"응? 아.. 으응... 근데 흥민아.."
"............."
"그 남자 애..... 너야"
난 남자라서 떨어질 애도 없는데 오늘만해도 애가 2번이나 떨어질뻔 했다. 난 내 귀를 의심하며 가로등 불빛에 비춰진 그녀의 눈동자를 빤히 응시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불안해하고, 기대하고, 초조해하는, 흔들리는 그녀의 눈동자. 나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축구화가 들린 가방 끈만 세게 쥐었다.
나 보다 한 뼘이나 작은 너를 내려다 봤다. 상황 파악이 되어갔다. 우리 지금 깜깜한 밤에 주광색 가로등 아래 서 있고 나는 너에게 방금 고백을 받았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나의 본능이 살아났다. 반짝이는 너의 입술에 그대로 돌진했다. 난생 처음 해보는 키스.
그런걸 첫키스라고 하던가..
초고추장입니다! 아마도 이번 망상은 현재와 과거를 흥민 선수의 꿈이나 생각으로 왔다갔다 하며 시상 전개가 될듯 하네요~ 이번 편은 흥민 선수의 꿈 같죠?
아마도... 어지럽겠죠...? 헣.... 똥손이라서 그래요ㅠㅠㅠㅠㅠㅠ 아, 맞다! 저랑 카톡하고 싶으신데 아이디 모르시는 분들은 제 이메일 주소 참고해주세요!
이메일에 @ 앞에 있는게 제 아이디예요! ㅎㅎ 고기 먹을까봐 차마 여기에 쓰지는 못하겠어요ㅠㅠㅠㅠㅠ 카톡으로 막 들이대주시면... 감사합니다ㅋㅋㅋㅋ
항상 카톡 기다리고 있으니까 언제든지 카톡 주셔요ㅋㅋㅋ 심지어 수업시간에도 가능해요ㅋㅋㅋㅋ 공부는 안하고 맨날 폰만 해서..ㅋㅋ큐ㅠㅠㅠㅠ
그리고 이벤트 참여하셨는데 이메일 주소 안남겨주신 홍초녀님ㅠㅠㅠㅠ 이벤트 당첨글에 가셔서 이메일 주소 남겨주세요~
Thanks to.
기성용하투뿅님
앉으나서나
에코님
깡통님
지몽님
공원님
솜사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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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