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염없이 기타만 쳐대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쯤 예림이가 찾아왔다.
예림이는 어색한 미소를 짓더니 날 바라보며 말을 꺼낸다.
“베이스, 다시 비었다며?”
“아..응”
“내가 다른 사람 한 명 소개시켜줄까 연주도 좋고..”
“아니, 됐어 신경쓸 필요없어.”
“오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오빠 일인데 내가 어떻게 신경을 안써”
“...미안하다, 나 연습해야 되니까 이만 가 줘.”
서운하다고 말을 하고서는 뒤돌아서 연습실을 빠져나가는 예림이.
형태가 그렇게 가버린 뒤로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럽던 예림이가 미워보인다.
김형태, 대체 니가 뭐길래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버리는 거야..
마냥 김형태 생각만 김형태 얼굴만 내 머리속을 채운다.
“미치겠네..”
차가운 바닥에 몸을 눕히자 뜨거웠던 머리속이 그나마 좀 진정되는 것 같다.
난 천천히 김형태에게 잠식되가는 것 같다. 처음에는 그냥 귀여운 애로만 여겨졌었는데
지금은 내 머리속과 마음을 온통 김형태가 차지하고 있다.
형태가 슬프면 나도 슬프고 형태가 기뻐하면 나도 기쁘고...
미묘한 이 감정.
“It is love?”
“love..?”
“I think people fall in love, you've got enough courage in this attractive”
브래드는 습관처럼 내 빵모자를 톡 치더니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힘, 내!”
“...yes!”
이 상태라면 당장에라도 형태를 만나 너를 좋아한다는 말을 꺼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연습실 문을 박차고 나와 온 거리를 뒤지고 다녔다. 20분 정도 지났을까.
내 온 몸은 땀범벅이 되고 곧 포기하려 할 때쯤. 빨간 토끼가 내 앞에 나타났다, 마치 마법처럼.
“형태야...하아..”
“형, 왜 그렇게 땀을 많이..”
반가운 마음에 형태의 손목을 끌어당겨 내 품에 형태를 가뒀다.
비로소 내 것을 찾은 것 같다. 쉼없이 달려 뛰어대던 심장이 점점 진정되고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형태가 나를 밀쳐냈다.
“형..왜 이래요. 형 여자친구도 있잖아요..”
“오늘부터 나한테 여자친구 없어”
“네?그건 무슨소리에요!설마 나 때문에 헤어진거에요?”
“아니, 헤어진 건 아닌데 이제 헤어질거야”
말없이 서로만을 응시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손목을 세게 틀어잡는다.
전해오는 통증에 옆을 바라보면 거기에는 도현이가 있었다.
“도현아?”
“헤어져요?누구 마음대로, 바람피는 거 아니라면서요?
어떻게 예림이한테 그런 짓을 해요!!예림이가 불쌍하지도 않아요?!!”
“예림이한테는 내가 잘 말할거야, 예림이도 이해해줄거고..”
“이해요?하, 진짜..내가 이 말까진 안하려고 했는데.
형이랑 사겨오면서 예림이가 얼마나 외로워했는지, 알기나 해요?”
“..뭐?”
“매일 음악에만 치중하는 형보면서 헤어지려고 생각했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래요.
그런데 어렵게 버텨온 예림이가 형이 바람났단 소리들으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무너져요, 걔. 손쓸새도 없이 무너지고 말거라고요!!!”
난 내가 즐겁고 기뻐서 예림이도 그러리라고 철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예림이에게 상처를 주는 사이 예림이를 챙겨준 도현이에게 고마웠고
또 나도 모르는 새에 무수히 상처를 받았을 예림이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형태에 대한 벅찬 내 마음을 접을 수는 없었다.
또 한번 예림이에게 상처를 준다고 해도..형태를 향한 내 마음이 겉잡을 수 없었기때문에.
와, 나 진짜 이기적이다.
“니가..예림이 무너지지 않게 잡아줘, 사실 너 예림이 좋아하던 거 알고있었어.
지금까지 예림이한테 상처줘서 너무 미안하고..또 예림이 챙겨준 너한테 고마워.”
“형,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요?”
“..미안하다 도현아.”
형태의 손을 잡고 복잡한 감정을 안고서 연습실로 향했다.
나에게 용기를 준 브래드에게 드디어 우리 밴드에 베이스가 채워졌다고 말해주고 싶었으니까.
“브래드!”
“Oh, beomjun, Who's that cute little gentleman?”
“히즈...아월 밴드, 뉴 베이스!!”
“Are you sure? Cute gentlemen, Welcome!!”
브래드가 환영의 의미로 형태를 껴안으려고 하자 갑자기 질투심이 생겨
브래드의 앞을 가로막으면서 말했다.
“돈 허그!!히즈 마이 보이프렌드. 음 그러니까..마이 러버!”
“Lover? but what about the Yelim?”
“...유 컴폴트 더 예림 오케이?”
“She would weep..”
“...sorry..”
예림이와 친하게 지내던 브래드였기에 그에게 이런 소식을 전하기가 미안하다.
아, 오늘은 미안해 할 사람이 너무 많구나...후.
자신 앞에 외국인이 있는 게 신기한지 아주 브래드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형태
브래드도 그런 형태를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이 사람들이 뭐하는 짓거리들이여!!
“김형태!!그만 쳐다봐!”
“에?”
계속 눈빛교환을 하는게 마음에 안들여 브래드를 노려보고는 형태의 눈을 가렸다.
그러자 브래드가 형태를 바라보던 시선을 내게로 돌리더니 또 내 빵모자를 톡톡 건드리며
“Jealous? Anyway, cute couples did.”
그렇게 말하고서는 몸을 돌려 연습실 밖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가더니
갑자기 몸을 뒤돌려서 생긋 웃으며 말을 한다.
“Have a good time!”
“땡큐!”
브래드를 향해 손을 휙휙 흔들어주고서는 이윽고 브래드가 나가자
그 동안 못 봤던 김형태를 실컷 쳐다보고 안아보기도 하고 볼을 찔러보기도 하고.
그런데 김형태는 웬일인지 가만히 나를 보고 있기만 한다.
“형”
“응.”
“우리, 잘하는 짓인걸까?”
“..그럼 너는 나랑 사귀기 싫어?”
“아니..그건 아닌데...너무 많은 사람한테 상처를 주잖아.”
“형태야, 형은 지금 우리 둘만 생각하고 싶어.”
“..형”
“응.”
“좋아해”
“에이 겨우?그럼 난 사랑해.”
사랑스러운 형태를 뒤에서 꼭 껴안고서 형태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언제나 풍겨오는 샴푸향기, 오늘은 이 향기속에서 잠들 수 있을것 같다.
잘 자, 사랑스러운 내 빨간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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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완결이네요..ㅠㅠ흡...
은 낚ㅋ시ㅋ고 6화부터는 형태와 범주니의 러브러브를 좀 더 길고 자세하고!!!!
사랑스럽게 그려볼 예정입니다!!!흐흐흐흫 댓글많이 달아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