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번 째 단편
[VIXX/이재환] 그 날, 학교에서 일어난 일
* 스타카토 *
졸업축하해.
초등학생 때도 들어봤고, 중학생 때도 들어봤고. 하지만 고등학생 때 듣는 '졸업축하해'라는 말은 왠지모르게 색다른 것 같았다.
주변친구들처럼 뼈빠지게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나 나름대로는 꽤 빡세게 공부해서 시험을 쳤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지나가고,
정시가 아닌 수시로 조금은 아슬아슬하게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다.
같은 학교에 있다가 새로운 사람들로 다시 허물을 벗고 시작하며 흩어져 나가는 것 같아 무언가 신기하기도 하였고.
초등학생 때는 무언가 아무 생각없이. 드디어 교복을 입는구나. 라는 생각만 하며 졸업식을 하는 동안 흘러가는 시간을 내버려 둔채 가만히 있었고 그대로 졸업식을 끝마쳤다. 교복을 입음으로써 나는 내 안에 무언가가 달라질 줄 알았다. 사실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냥 정해진 옷을 입고 규율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용히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었다.
나는 오목조목 친구관계를 잘 꾸려나가며 중학생활을 끝마쳤다.
조금은 작아보이는 강당에서 마음 한켠이 아려왔다. 이곳을 떠나는 구나. 허둥지둥 3년동안 많은 경험을 했던 중학시절은 이제 그곳에 남겨두고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해
나는 고등학교로 떠났다.
고등학생의 신분이 되었다. 이름에서부터 풍겨나오는 4글자 포스에 나는 조금 떨었다. 동갑내기 친구들과는 교우관계를 잘 맺었지만
아무래도 선배나 후배들한테는 왠지모를 낯을 잘 가려서 그런건가.
이번에는 중학생 때와 다르게 무언가 다가가기 어려웠고, 관계를 맺지 않으면 낙오될 것 같은 생각에 나는 허둥지둥 아무 친구나 연을 맺었다.
좋은 친구라고 말할 수 있게 3년동안 그자리에 있어준 그 친구들에게 참으로 고맙다고도 말하고 싶었다.
고등생활은 많이 힘들었다. 이미 갈라져있는 선에 나는 간당간당하게 그 중간에 매달려 있었고, 엎드려 있는 동기와 차렷자세로라도, 아니 자신을 때려서라도
선생님의 수업을 집중해서 들으려고 노력했던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다행히 그리 졸지 않고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모의고사는 생각보다 잘 나왔다. 7월 달, 8월 달, 9월 달이 훌쩍 지나가 버리고 나는 그동안 잠시나마 애수에 젖어 있었다. 나는 정신차리려고 노력했다.
도저히 차릴 수가 없었다. 전학생 때문이었다.
한참 모의고사 기간에 전학온 그 아이는 마치 애니메이션의 남자주인공처럼 눈도 동그랗고, 조목조목 잘생겼다라는 이미지를 받을 수 있는 그런 남학생이었고,
나는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친구들에 휩쓸려 점심시간에 함께 그 아이를 보게 되었다.
<야 저거봐..ㅠㅠㅠㅠㅠ 아 고개숙이는 것도 멋있다 어떡해ㅠㅠㅠㅠ>
교문에 3명이서 딱 붙어서 기웃기웃 거리는 모습이 신경쓰였는지 그 아이는 자신의 책상에 있는 지우개 가루를 털고 정리하며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더라.
3학년 2반 이재환. 이름도 좋네. 그런데 왜 하필 이런 시기에 늦게 전학왔을까? 라고 잠시 생각했고, 나는 이제 친구들과 함께 우리 반인 3반으로 돌아가려고 뒤를 돌았다.
그 순간 친구들이 나를 2반으로 밀어넣었고, 나는 엎어졌다. 아팠다. 그것보다는 더 쪽팔렸다.
중간 자리에 이재환이 있다는 것에 안심하고 얼른 먼지가 붙은 데를 툭툭 털고 그 아이에게 "방해해서 미안해!"하고 내 반으로 달려갔다.
그 때 이재환이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는 것을 나는 몰랐던 것 같다.
친구들은 입을 손으로 가리며 장난스레 미안하다고 그 사이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알로에주스를 내 자리에 갖다놓아주었고, 나는 그것 덕분에 화 아닌 화를 풀고 친구들과 아무일 없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였고 자리에 앉아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우리의 만남은 그걸로 끝이었다.
가끔씩 모의고사 결과를 알려줄 때 그 아이의 이름이 불리는 것 빼고. 나는 그 아이의 별다른 소식을 들을 틈이 없었다. 그러다 8월 달 즈음, 2년에 한번씩하는 축제가 열렸다. 장기자랑에 참가하면 봉사점수를 준다는 말도 안되는 말이 떠돌았다.
나는 봉사점수가 부족했다. 매일 빈둥빈둥 놀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가지 사정이라고 하며 밉보인 선생님이 몇시간을 빼고 나니 하필 2시간이 부족하여
나는 기본점수가 깎일 지경에 놓이게 되었다.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장기자랑에 참가하게 되었고, 춤을 정말로 못추었던 나는 춤 대신 노래를 선택했다. 노래를 선택한 인원은 별로 없어서
그 부분에서는 승산이있다고 생각했다. 이래봐도 중학생 때 노래 꽤 불렀던 사람이라고. 어린 기억을 되살리며 기운을 북돋는 나는 조금 한심했다.
집에서는 영어 단어를 끊임없이 외우고 난리를 피우며 노래했고, 기숙사에서는 조그맣게 읊조리며 노래했다가 룸메이트한테 한소리를 듣기도 했고.
12일이 훌쩍 지나서 대회날이 되었다. 한명씩한명씩 호명되었다. 노래팀은 딱 3명있었다.
나, 정택운, 이재환. 낯익은 이름과 얼굴이 보여 나름 반갑기도 했지만, 난 봉사시간이 그 감정보다 더 급했기에 얼른 번호표를 뽑고 자리에 들어가 앉았다.
중간번호였고, 나 나름대로 떨지 않고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 날, 친구들은 나의 색다른 면을 보게 되었다고, 가수해도 되겠다고 말했고 나는 조금 쑥스러웠는지 고개를 푹숙였다.
맨 마지막 무대가 이재환이었나보다.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감추려 애쓰던 그 미소까지 사랑스러워 난 늘 널 피하고 멈춰져 버린 시간 그곳에 너와 나 저 하늘 별들보다
반짝이는 너 예쁜 입술로 나를 불러주는 너 항상 그 자리에 있어줄래 늘 함께 할게. You're my light "
목소리는 매우 청량했고, 무언가 몽환적이기도 했다. 나는 그 아이의 노래에 빠져들었었고, 노래가 끝날때까지 고개를들지 못했다. 너무 좋아서. 얼굴이 푹 익은 당근처럼 빨개져 버렸다.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붉어진 볼을 찬물로 식히고 다시 강당으로 나왔다.
한창 댄스팀이 무대를 꾸리고 있었고, 노래팀 주관 담당선생님께서 참가자들을 부르며 손짓하고 계셨고, 나는 부랴부랴 달려가서 그곳으로 갔다.
<그냥 대충 여기서 발표할게- 옵션으로 봉사시간은 2시간 주고~ 3등 정택운 2등 이재환 1등 별빛~>
나는 정말 눈이 휘둥그레질정도로 놀랐다. 갑자기 무언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에 나는 그 자리에서 펑펑울었다. 지금까지 달려온 내가 너무 자랑스럽기도 했고, 이곳에서 1등이라는 걸 해본다는 것도 너무 좋았었고.
그 자리에서 종이로 만들어진 금메달을 받고 나와 나는 교실로가서 책상에 엎드렸다. 메달을 책상 서랍에 집어넣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이상하게. 계속 집중이 안되었다. 갑자기 1등이라는 걸 즐기다가도 이재환의 목소리가 생각나면 또 그 아이 생각에 잠기고. 이러다간 안된다는 심정으로 다시 정신을 잡는 다고 하며 공부하고.
반복된 생활을 하며 또 9월 달. 10월 달. 다행히 수시로 미리 합격한 나는 정시는 실력으로 한번 봐보자하고 시험을 쳤다.
망쳤다.
괜찮았다. 다음날 등교할 때, 밖에는 천둥이 치고 있었고, 아직 비는 내리지 않았다. 나는 왠일인지 친구들이 안보여 무섭기도 했지만 그 마음을 가라 앉히고 내 자리에 앉았다.
고등학생 때까지의 나의 모습을 돌아보니 정말 초등학생 때가 아른아른 기억나는 듯 했다. 정말 기억안났다. 단지 무언가 기억이 난다고 하는 건 졸업을 한 것 뿐인 것 같았다.
<저기. 오늘은 일찍왔네?> 뒤를 돌아보니 이재환이 눈이 퉁퉁부은 채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시험을 망친건지 그는 아직도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흘러내리는 눈물에 굴하지 않고 계속 나를 불렀다.
<대답해. 별빛. 나 너 알아!> 이건 또 무슨 이상한 소리인가. 나는 이재환이 나를 안다는 사실도 알고있었고 이재환 역시 이미 나와 인사를 많이 한 터라 알고 있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나는 그냥 손을 먹먹하게 흔들고 그 자리에 계속 앉아있었다.
그러자 이재환이 교실문을 넘어서 나에게 다가왔다. <별빛, 너 말못해? 나 너 목소리 듣고 싶어서 온건데.> 뭐지. 평소에 대화도 잘 안나누던 사이였는데. 나는 조금은 이상해진, 또 적극적으로 변한 이재환에 조금 당황하며 <그래, 목소리 들었으니까 이제 제 반으로 가자~> 라고 말했다.
<나는 내가 다른 남자애들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항상 너한테만 지더라고. 공부도 네가 더 잘하고. 게다가 내가 가장 자신있어한 노래도 정말 잘하고. 나 너무 힘들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너는 힘들지 않아보여.>
<전혀. 내가 너 때문에 힘들어. 너 나 좋아하는 거 아니였어? 나 지금 헷갈리게 하는거야...?>
나는 그의 당돌한 말에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좋아한다는 게 무엇인지 알게된게 너무 오래된건지 나는 대뜸 물었다. <좋아하는 게 뭔데?>
<지금 같이 있는게 좋지만 속으로는 뭔가 부끄럽고. 더 잘챙겨주고 싶고. 항상 곁에 있고 싶고 뭐하는 지 궁금하고. 또,,...>
<그만. 처음에는 우문현답이었는데 갈수록 뭔가 집착으로 변해가는 것 같....>
<내 말 아직 다 안끝났어. 그리고 같이있을때. 얼굴이 빨개지는 거지!!> 이재환은 평소에는 하지도 못했을 것 같은 말을 하며 한쪽 팔을 올리고 검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왠지모르게 그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해서. 나는 뭔가 그를 내가 좋아하는 건지 내가 그를 좋아하는 건지 무언가 반복되는 것만 같은 말을 수없이 되뇌었다.<좋아한다 누굴 좋아한다 왜 좋아한다..>
이재환은 나의 행동이 정신사나웠는지 내 손을 갑자기 꽉 쥐었다. <좋아한다고. 됐어?>
그 말을 하는 순간 그의 얼굴도 마치 잘 익은 홍당무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내가 정적을 만들자 그 정적을 가르기 위해 한숨을 푹 내 쉬었다.
솔직히 나는 지금 이 감정이 무서웠다.
언제까지 갈지도 모르는 사랑에 너무 모험처럼 고백하는 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순식간에 하는 동안 그의 얼굴은 더욱더 달아올랐다. 푹 익었다. 나는 결정했다.
<나도, 좋아해.>
진심이었다.
그는 빨개진 자신의 귓볼을 만지작거리며 우물쭈물 말했다. <나 무지 용기 낸거야!>
그의 행동이 마치 전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신기했다. 나를 위해서 용기를 낸건가? 아니 쥐어짠거겠지?
<알았어. 전부터 쭉 좋아해왔어.> 이건 조금 거짓말인 것 같지만 그를 위해. 그가 좋아서. 여기서 좋아졌다.
와락 -
그가 나를 안았다. 긴 팔로 감싸안으며 내 팔에는 그의 와이셔츠 감촉이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안기는 게 이런 기분이었구나. 포근하다.
우린 그러고 1분을 있었다. 아무말 없이. 정확히 1분이 되자마자, 그는 몸을 떼고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다음에도 보자! 아니, 계속보자! 꼭 아는척해줘~ 나 친구없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이재환과의 순식간의 만남 후에 교실 문을 벌컥열고 들어오는 친구들이 보였다. <내가 모를줄알고? 내가 이재환 실실 웃으면서 자기네 반으로 들어가는 거 봤다!>
<조용히 좀 해!>
<싫은데~>
<...>
내가 살짝 화가 난 것처럼 보이니 친구들은 얌전하게 자신의 자리에 돌아가서 나에게 하트를 날렸다. 아직 아침시간이니까. 수능도 끝났겠다.
영화나 보러가자는 약속이라도 잡았어야 했는데..
나와 이재환은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그게 아마 그때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었던 것 같다.
내가 느낀 3번째 감정이었던 것 같다. 첫째. 냉정함. 둘째, 호기심 셋째, 포근함.
포근하다. 고마운 이재환에게 글을 바치고 싶다.
그렇게 그날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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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스타카토 입니다. 중2병 걸린 채로 썼던 팬픽을 올리게 되네요..!(그렇다고 중2때 썼던 건 아니라구요~ㅋㅋ 이게 벌써 1년전... 다시만났네요! 많이 오글거리셨을 수도 있습니다..양해 부탁드려요....ㅋㅋㅋㅋ 어쨌던 간에 잘 부탁 드립니다. 자주 뵈어요. 여러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악수악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