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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눈꽃 전체글 (탈퇴 )ll조회 1518l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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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압주의 ※

[세븐틴/이석민] 꽃잎이 흩날렸다 (아나버스) | 인스티즈


꽃잎이 흩날렸다
















언젠가, 사람들이 몸 속에 꽃을 품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유치원에 다닐 때든, 사춘기가 시작할 때든, 직장을 다닐 때든 그 꽃이 피어나는 시기는 사람마다 달랐지만 모든 사람들은 그 꽃을 피워냈었다. 그 꽃은 사람들의 '사랑'이란 감정으로 피어나는 꽃이었는데, 사랑으로 인해 피어난다는 말과는 반대되게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다. 꽃이 피기 전에는 아무 상관 없지만 사람이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 심장이 간질거리고 두근거리는 느낌과 함께 꽃이 피어나면서부터 고통이 시작되었다. 그저 피어나기만 한다면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아 지금까지 그 꽃을 피워냈을 수도 있지만, 사랑한다는 감정이 커지고 커져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만큼 커져버리면 그 사랑을 느끼게 만든 상대와 눈을 마주치든 대화를 하든 설레는 감정이 고조되는 순간 '펑' 하고 가슴에 그 꽃잎이 터져나왔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이렇게 가슴에서 꽃잎이 터져버리면 일단 꽃잎을 터뜨린 사람의 가슴에는 상처가 남게 되는데, 만약 상대와 마음이 같아 터져나온 꽃잎을 상대가 만져준다면 그 상처가 깔끔하게 낫고 두 사람은 행복할 수 있지만 상대와 마음이 같지 않아 상대가 그 꽃잎을 보고도 외면해버린다면 가슴에 흉터를 남긴채 상처가 아물었다. 사랑이 이뤄지지 않아 심적으로 아픈데다가 그 상처가 아물어가면서도 가슴이 욱씬거리고 열이 나는 등 아픔이 동반했기 때문에 신체적으로 고통까지 더해졌기 때문에 그만큼 비참한 일이 또 있을 수 없었다. 또한 그게 한번 터졌다고 다시 터지지 않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이 남아있다면 언제든지 다시 터졌기 때문에 마음이 통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현실이었다.

이러한 판국에 안타깝지만 사람들의 마음이 서로 통하기보다 어긋나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이 꽃은 지우고 싶지만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였고, 제발 사라졌으면 하고 빌 수밖에 없는 원망의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람들은 그 꽃을 없앨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했고 결국 사람들은 암암리에 제대로 된 허가도 없고, 안전성이 보장되지도 않은 불법 제거 시술을 받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러다보니 이 시술을 받고 다행히 잘 사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부작용으로 인해 죽어나갔다. 전세계적으로 불법 시술로 인해 죽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국가들은 더 이상의 희생을 두고 볼 수 없어 안전하게 꽃을 제거하는 방법을 연구할 연구팀을 만들었다. 그렇게 연구가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지 수십년의 세월이 지났을까, 연구팀에서는 드디어 꽃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감정에 지쳤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제거 수술을 받기 시작했고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부작용 없이 꽃을 제거해내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꽃을 제거해간지 또 수십년의 세월이 지나자 사람들의 유전학적 구조가 변한건지 제거 수술을 받지 않아도 꽃이 없이 태어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시간이 더 흐르자 사람들은 자신들의 몸에 꽃이 피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도 잊어버릴만큼 몸 속에 꽃을 가진 사람들이 없어졌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1% 가량의 확률로 몸에 여전히 꽃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유전적인 것도 아니고 그냥 1%의 확률로 가끔씩 꽃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이 꽃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안 사람들은 이전에 존재하던 제거 수술을 받으려 했지만 이젠 더 이상 그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 1%의 사람들은 자신들을 위해 꽃을 제거하는 새로운 방법을 연구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국가들은 이제 더 이상 꽃을 가지고 있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일이 아니고 그저 1%의 일이기 때문에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몇 십년간의 연구를 또다시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그래서 1%의 사람들은 할 수 없이 고통이 따르는 꽃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사람을 이제는 '플레르(fleur : 꽃)' 라고 불렀다.















* * *















"비록 제거 기술 연구는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플레르들의 인권 보호기관인 Fleur Protection Agency 이하 F.P.A에서는 플레르들의 주요 증상인 팝핑증상을 억제할 수 있는 억제제를 발명했어요."
"……."
"플레르들은 억제제 덕분에 일반인들과 같은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었고, F.P.A는 플레르들의 생활을 훨씬 생기있게 만들어주었다고 크게 치사를 받고 있죠."
"…지랄하네."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매 학년마다 과학이나 사회수업에 항상 포함되어있는 플레르에 대한 수업을 듣다가 선생이 하는 개소리에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게 비속어가 뱉었다. 항상 이렇게 나와서 '플레르들은 더 이상 일반인들과 다를 게 없는 사람이다.' 라는 것과 'F.P.A에서 발명한 억제제는 플레르들에게 완벽한 약이다.' 라는 식으로 교육을 하지만 실상은 그것과 전혀 달랐다. 사람들은 한때 자신들도 꽃을 품고 있었으면서 플레르들을 보고 '감정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 약점인 진화하지 못한 인간.' 이라며 여전히 천하다는 듯 멸시했고, F.P.A에서 발명한 억제제는 팝핑증상을 억제는 할 수 있었지만 증상을 억제함으로써 따라오는 고통은 어떻게 해줄 수 없는 미완성과 다름 없는 약이었다. 그런데 저렇게 완벽하고 교양있다는 듯 항상 설명하는 강의를 듣자니 욕이 나올 수밖에.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그야 내가 플레르니까. 내 가슴에서 꽃잎이 터져나오는 것도 직접 눈으로 봤고, 플레르라서 주위 사람들에게 조롱도 받아봤고, 억제제를 먹었을 때 따라오는 아픔도 느껴봤으니까 저 소리가 다 개소리라는 걸 아는거다. 들어봤자 기분이 더럽기만 한 수업은 들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앞에 서서 열심히 강의를 하고 있는 선생의 눈을 피해 책상에 엎드렸다.










[세븐틴/이석민] 꽃잎이 흩날렸다 (아나버스) | 인스티즈


"여주야, 어디 아파?"
"아니. 잘거니까 말 걸지마."
"알았어. 이제 말 안 걸테니까 잘 자."










내가 책상에 엎드리는 걸 보고 내 옆자리에 앉은 이석민이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어디 아프냐고 날 걱정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친절함에 냉대로 대했다. 그런 내 행동에 기분상해할만도 한데 이석민은 바보인건지 천성이 착해빠진건지 나에게 여전히 웃으면서 잘 자라고 말했다. 그런 이석민의 행동을 못 들은 체 하며 나는 여전히 책상에 엎드려 자는 듯한 행동을 취하고 있었는데 그러고 있은 지 얼마나 있었을까 아마 이석민은 내가 정말로 잔다고 생각했는지 내 팔 밑에 깔려있는 노트를 조심스레 빼가서 자고 있는 날 위해 필기를 해주었다.

저렇게 친절한 행동만 하니 모든 사람들이 이석민을 좋아할만도 했지만 나는 마음 놓고 이석민에게 호감을 드러낼 수 없었다. 이석민은 내가 플레르라는 걸 자각하게 만들어 준 장본인이었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 이석민은 좋아하지만 원망스러운, 애증의 대상이었으니까. 이렇게 또 이석민을 생각하니 가슴이 금방이라도 펑 하고 터질 것처럼 두근거렸다. 이 개같은 느낌에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티나지 않게 마이 안주머니에서 억제제를 한 알 꺼내 물도 없이 삼켜냈다. 억제제를 먹으니까 다행히 두근거림은 잦아들었지만 이내 뒤따라서 가슴이 아려오는 느낌에 아픈 기색을 티내지 않으려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렇게 비참해야만 하는 내가 미치도록 싫어서 팔로 가리고 있는 얼굴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 * *















내가 이석민을 처음부터 싫어했던 건 아니었다. 처음으로 석민이를 만난 건 16살 무렵의 여름이었는데 그 때 석민이는 우리 반으로 전학을 온 전학생이었다. 담임 선생님과 교실로 들어와서 인사를 하는 석민이의 얼굴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이 걸려있었고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 뭐가 저렇게 좋아서 웃는건지 궁금했다. 아, 딱히 악의가 있어서 비꼬는 게 아니라 계속 웃길래 좋은 일이라도 있는건지 순수하게 궁금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석민이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 교실을 둘러보던 석민이와 눈이 마주쳤다.










[세븐틴/이석민] 꽃잎이 흩날렸다 (아나버스) | 인스티즈


'안녕?'










갑자기 눈이 마주쳐서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는 나와 달리 석민이는 여전히 웃어보이며 입모양으로 내게 '안녕'이라고 말했다. 그 모습에 순간 낯간지러워져 시선을 피했다가다시 석민이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석민이는 여전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나도 어색하게 웃어보이며 똑같이 입모양으로 '안녕'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럼에도 내 쪽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는 석민이 때문에 먼저 시선을 돌리려던 찰나 선생님께서 그런 우리 둘을 보고 뭐냐는 듯한 반응을 보이셨다.










"석민이랑 여주랑 아는 사이야? 왜 그렇게 서로 뜨겁게 눈빛을 교환해?"
"그런 거 아닌데요."
"그럼 석민이가 여주를 마음에 들어하는건가? 석민아, 여주 옆에 가서 앉을래?"
"네. 저 여주랑 친해지고 싶어요."










이상한 분위기를 조장하려는 선생님의 말에 얼른 아니라고 철벽을 쳤지만 선생님은 그런 내 대답따위 상관 없다는 듯 석민이에게 질문을 던졌는데 예상과는 다른 석민이의 대답에 나는 다시 당황했다. 아니, 쟤는 무슨 말을 저렇게 해? 당돌한 석민이의 대답에 선생님과 반 아이들이 오오- 하면서 소리를 질렀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석민이의 시선은 나에게 닿아있었다. 이런 주목에 창피한 기분도 들었지만… 뭐, 딱히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석민이의 당당한 발언 덕분에 정말로 석민이는 내 옆자리에 앉게 되었고, 내 짝으로써 본 석민이의 모습은 생각보다 더 괜찮은 아이였다. 첫 날에 모습으로 봐서는 마냥 저돌적인 아이일줄로만 알았는데 남에게 배려하는 게 일상이었고, 매너가 몸에 배어있는 아이였다.










"우와, 그거 무슨 노래야?"
"이거 에일리가 부른 Heaven이란 노랜데 되게 좋지?"
"너 목소리랑 되게 잘 어울린다. 나 이 노래 맨날 듣고 싶을 것 같아."


[세븐틴/이석민] 꽃잎이 흩날렸다 (아나버스) | 인스티즈


"그래? 그럼 한번 더 부를테니까 녹음할래?"
"응!"










석민이가 좋은 사람이라 그런지 나는 석민이와 석민이와 함께 있는 게 좋았고, 그 시간도 점점 늘어났다. 석민이는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고, 나는 피아노를 치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우리는 음악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 우리는 자주 음악실에서 내가 피아노를 치고 그 반주에 맞춰 석민이가 노래를 부르며 놀았는데 어느날 나보다 먼저 음악실에 와 있던 석민이가 혼자 부르고 있던 노래를 밖에서 듣게 되었다. 그 노래가 예뻐서 석민이에게 연신 좋다고 이야기했더니 석민이가 그럼 노래를 녹음하라고 해서 나는 핸드폰을 석민이에게 건네주었고, 석민이는 내 핸드폰을 손에 쥐고 다시 한번 그 노래를 불렀다.

눈을 감고 무반주로 노래를 부르는 석민이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는데 그때 이상하게 심장부근이 간질거리고 두근거리는 느낌이 느껴졌다. 익숙하지 않은 느낌에 나는 이게 무슨 느낌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런 느낌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석민이와 같이 있는 시간이 더 좋았기 때문에 나는 그 느낌을 신경쓰지 않았다. 그땐 이게 큰 비극의 시작이 될 줄도 모르고.










"여주야, 이건 어때? 너무 애 같은 티가 나나?"
"음. 조금 별로. 차라리 그 옆에 있는 게 더 나아 보이지 않아?"
"그래? 어, 이것도 되게 예쁘다. 여주 너는 이거 마음에 들어?"
"응. 내가 볼 땐 이게 제일 예뻐 보여."










석민이가 전학을 왔던 여름은 시간이 흘러 가을 끝자락을 지나 겨울이 시작할 쯤 되었을 때, 석민이와 나는 기말고사를 끝내고 곧 있을 겨울 방학 전에 시내에 나가서 영화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난 후 사야할 선물이 있다는 석민이의 말에 악세사리 가게에 들려 목걸이를 고르고 있었다. 누나가 있었던 석민이라서 아마 누나 줄 선물을 고르는 것 같아서 옆에서 같이 골라주었다. 둘이서 한참을 고민한 끝에 드디어 나와 석민이 두 사람이 예쁘다고 만족한 목걸이를 고르고 난 후 가게에서 나왔다. 우리는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는데 이상하게 가게에서 나온 뒤부터 석민이의 말이 갑작스레 줄어든 것 같았다. 혹시 방금 기분이 나쁠만한 일이 있었나 하고 아까의 상황을 곱씹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석민이가 기분이 상할만한 상황이 없었던 것 같아서 혹시 아픈가 싶어 석민이의 안색을 살피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그런 나보다 먼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던 석민이와 시선이 마주쳤다.










"어, 어, 넌 왜 그렇게 사람을 빤히 쳐다보고 그러냐…."
"그러게. 왜 계속 빤히 쳐다보게 되지."
"……."

[세븐틴/이석민] 꽃잎이 흩날렸다 (아나버스) | 인스티즈

"여주야. 나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자, 잠깐만. 석민아 미안, 한데, 자,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석민이의 시선에 괜시리 이상한 기분이 들어 왜 그렇게 쳐다보냐고 투정아닌 투정을 하자 줄곧 굳은 표정을 하고 있던 석민이가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왜 계속 빤히쳐다보게 되는지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이 말했다. 그 웃음을 보자 갑자기 느껴져오는 가슴의 아린 느낌에 순간 뒤통수를 맞은 듯 정신이 얼얼해졌다. 평소에도 가끔씩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찌릿찌릿한 느낌이 드는 적이 있었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아프게 아려오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본능이 불안함을 느껴서 나에게 할 말이 있다는 석민이의 말을 먼저 끊어내고 뒤를 돌아 석민이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일단 석민이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지배해 아린 가슴을 부여잡고 시내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건물을 돌아 석민이한테서 내가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곳에 도착한 순간, 믿을 수 없게도 내 눈 앞에 수많은 보라색 꽃잎이 흩날렸다. 내 뇌리를 강하게 스치는 불안한 생각에 설마하고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리자 흩날린 꽃잎의 근원지는 나였다. 나한테서… 꽃잎이 흩날렸다. 내가 플레르라는 사실을 인지하기도 전에 내 귀에 들려오는 소리에 나는 혹시라도 내 얼굴을 알아보는 이가 있을까봐 후드집업의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










"헐. 저거 플레르 아니야?"
"대박. 나 플레르 처음보는데. 어으, 이렇게 눈 앞에서 보니까 되게 징그럽다."
"저런 거 존나 쪽팔리지 않을까? 지 감정도 주체를 못해서 꽃잎을 터뜨리는거잖아."
"감정도 주체 못하는데 어차피 아무것도 못 하고 살 인간들이지. 하등해."










여기저기서 나를 손가락질하며 비난하고 조롱하는 듯한 말들에 나는 모자를 더욱 더 눌러쓴 채 그곳을 달아났다. 이 꼴로 당연히 석민이에게 갈 수도 없었다. 석민이에게 이런 내 모습을 보여줄 수도 없고, 내가 플레르라는 걸 자각하게 만든 건 석민이니까 이 상황에서 내가 석민이에게 가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황급히 택시를 잡아 집으로 가는 중에도 눈에서는 끝도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건 아마 꽃을 터뜨리고도 밀려오는 아픔 때문이라고, 더 이상의 다른 이유는 없다고 속으로 계속해서 되뇌었다.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어휴 여주 너는 무슨 그렇게 요란하게 문을 두드리고… 세상에나! 여주야 이게 어떻게 된거야?"
"흐으, 몰라. 나도 모르겠어…. 흑. 엄마, 나 어떡해. 나 이제 어떡해!"
"괜찮아. 괜찮아 여주야.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엄마가 아빠한테 연락할테니까 일단 들어와서 진정해. 괜찮을거야. 응? 울지마 여주야."










택시에서 내려 도저히 도어락을 누를 정신이 없어서 초인종을 누르고 엄마가 나올 때까지 문을 쾅쾅 두드렸다. 그런 내 소리에 엄마가 문을 열어주면서 잔소리를 하려다가도 손에 꽃잎을 한웅큼 쥐고 울고 있는 나를 보고 놀란 모습을 감추시지 못했다. 결국 자리에 주저앉아 어떡하냐고 우는 나를 엄마가 부축해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나를 소파에 앉힌 채 부엌에서 따뜻한 물을 가져와 내 손에 쥐어준 채 아빠에게 전화를 하는 엄마의 모습을 멍한 눈으로 쫓던 그 때의 나는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나에게 닥친건지 하늘을 원망했다.

엄마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집으로 온 아빠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서 진단을 받은 결과는 예상할 수 있었듯 내가 플레르라는 결과가 돌아왔다. 나를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플레르에 대해 설명하고, 플레르가 주의해야 할 점, 억제제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의사의 눈빛이 미치도록 역겨웠다. 억제제 한 상자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에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말로 내가 플레르라는 사실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주저앉은 나를 문 앞에서 쳐다보던 엄마와 아빠가 내 옆으로 와서 내 손을 잡아주었다.










"우리 여주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구나. 축하해."
"……."
"우리 여주 많이 컸네. 이제 사랑도 알고. 그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멋있는 사람이지?"
"……."
"여주야. 네가 플레르지만 너무 절망하지는 마. 여주가 플레르라고 해도 엄마 아빠한테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딸 여주고, 엄마 아빠가 전에도 말했었던 것 같은데 플레르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솔직한. 누구보다 순수한 사람이잖아. 그런 순수한 사람이 우리 여주인거야. 알지?"
"…응."
"그럼 여주도 지금 많이 놀랐고 정신 없을테니까 푹 쉬어. 학교에는 엄마가 잘 둘러대놓을게."










평소에도 엄마, 아빠는 TV에서 나오는 플레르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차별하지 않고 좋은 시선으로 봐오고 나에게도 플레르에 대해 좋은 쪽으로 가르쳐줬기 때문에 나 또한 플레르에 대해 차별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막상 내가 플레르라는 걸 알고 나니 너무나 싫었다. 왜 내가 플레르인건지, 왜 하필 나인지 원망만 하고 있던 나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을 축하한다는 엄마, 아빠의 말에 너무 정신이 없어서 잊고 있었던 한 사람이 떠올랐다. 이석민. 시내에서 내가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고는 시내에서 도망쳐오느라 어느 순간 잊어버렸었다. 엄마, 아빠가 나가고 방 안에 혼자가 된 나는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꺼내자 석민이에게서 온 여러통의 부재중 전화 표시가 찍혀있었다. 그것을 보고 곧장 석민이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제발 차라리 날 기다리지 말고 집으로 갔기를 바랬다. 몇 번의 신호음이 가고 들려온 석민이의 목소리는 화도 나지 않았는지 평소와 같이 평온했다.










"여보세요? 응, 여주야."
"석민아. 정말 미안해. 갑자기 집에 일이 생겨서 방금까지 연락할 정신이 없었어. 정말 미안해."
"괜찮아. 일이 있었으면 어쩔 수 없지. 나도 집에 왔어. 그러니까 너무 미안해 하지마."
"그래도… 정말 미안해. 내가 너무 미안해."
"괜찮다니까. 나 진짜 괜찮으니까 그럼 내일 학교에서 보자."
"…응. 그러자."










내게 화는 커녕 오히려 괜찮다면서 미안해하는 나를 달래주는 모습에 참고 있던 눈물이 다시 터질 것만 같았다. 그러던 중 내일 학교에서 보자며 이야기 하는 석민이의 목소리 뒤로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이석민은 내가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고 정말로 그 자리에서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을 게 분명했다. 그런 석민이의 행동에 다시 울음이 나와서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나는 이렇게 바보같이도 너무 착한 석민이가 좋았다. 솔직하게 말하면 석민이와 나는 다른 사람들의 입을 빌려서 말하면 썸을 타고 있는 서로 간질거리고 애틋한 관계였을거다. 함께 할 수 있다면 언제까지나 끝까지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이야기는 다 끝나버린 이야기이다. 나는 플레르고 이석민은 평범한 사람인데 뭐가 아쉬워서 이석민이 나 같은 애를 좋아할거냔 말이다. 그렇게 내가 처음으로 플레르라는 걸 알게 되었던 날의 밤은 이불 속에서 물기 어린 채 보내야만 했다.










"여주야, 이제 몸은 괜찮아? 안 나와서 걱정 많이 했어."
"신경쓰지마."

[세븐틴/이석민] 꽃잎이 흩날렸다 (아나버스) | 인스티즈


"…어?"
"내 일에 이제 더 이상 신경쓰지 말라고."










몸도 마음도 추스러질 때까지 집에서 있다가 학교로 다시 나왔을 때 나를 제일 먼저 반긴 건 역시나 석민이였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곧장 내 앞으로 와서 나를 이리저리 살피며 걱정하는 석민이의 모습에 다시 가슴께가 뻐근해져왔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석민이에게 모질게 대할 수밖에 없었다. 석민이와 여전히 같이 있으면 내가 더 힘들어질거고 혹여나 석민이한테 내가 플레르라는 걸 들키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으니까. 차라리 이렇게 멀어지더라도 내가 들키는 것보다 더 나을거라고 생각해서 나는 놀라는 석민이에게 한번 더 쐐기를 박아주고 내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 후로 나는 석민이에게 줄곧 냉대로 대했다. 대답을 무시하기는 기본이고 얼굴이 마주쳐도 무표정 혹은 굳은 얼굴로 석민이를 대했고 사람 대 사람으로써 정말 무례할만한 행동은 석민이에게 다 했다. 그런데도 이석민은 바보인건지 나에게 하는 행동이 바뀜 없이 여전했다. 그런 이석민의 행동 때문에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 잦아 억제제를 계속해서 챙겨먹어야했고 그로 인해서 따라오는 고통에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진학하고자 하는 고등학교에 1지망과 2지망을 집 주위에 있는 여고로 쓰고 마지막 남은 3지망에 남아있는 남녀공학을 써서 제출했다. 아마 여고에 가면 남자를 더 이상 볼 일도 없고 무엇보다 이석민을 볼 일이 없으니까 그러면 내 삶이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하지만 하늘은 애초에 내 편이 아니었는지 내가 진학하게 될 고등학교를 확인하자 3지망으로 썼던 남녀공학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제발 이석민이랑 다른 학교이길 바랬는데 정말로 저 개같은 하늘은 이석민을 보란듯이 나와 같은 학교에 붙여놓았다. 하늘은 내 운명을 정말 비운하게도 만들려는건지 1학년 때도, 심지어 2학년이 된 지금도 이석민을 나와 한 반에 몰아넣었다. 그래서 이석민은 여전히 나에게 친절했고, 나는 그런 이석민의 행동 때문에 중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억제제를 입에 달고 살아야만 했다. 그건 지금까지도 이어져오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했다.















* * *















오늘은 아침부터 이상하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상하리만치 멍한 기분은 학교에 도착해서도 사라지지 않아 조퇴를 할까 생각도 했지만 오늘 음악시간에 수행평가가 있어서 수행평가만이라도 끝내고 집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축 쳐진 몸을 이끌고 음악실로 이동했다. 이번 수행평가는 자유곡으로 한 곡을 부르는 것으로 수행평가를 하기로 했는데 몸이 계속 가라앉아서 책상에 엎어진채로 내 차례가 되기까지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엎드려서 눈을 감고 있는데 귀에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노래가 들려 엎드려있던 몸을 일으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람을 쳐다봤다.










"오직 너를 원해 내가 니 곁에 있음에 감사해."
"……."
"You're the only one babe."
"……."

[세븐틴/이석민] 꽃잎이 흩날렸다 (아나버스) | 인스티즈


"힘든 세상 속에 사랑을 알게 해준 너 하나로 나는 행복해."










중학생 시절 내가 너에게 좋다고 칭찬해줬던 노래. 네가 나에게 녹음을 해줬던 노래. 처음으로 내 가슴이 간질거리는 느낌을 받았던 그 날의 노래. 교탁 옆에 서 있던 석민이는 그 날의 노래를 부르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사실, 그 날 석민이가 녹음을 해줬던 노래는 지금까지도 내 핸드폰 재생목록에서 하루도 빠진 적 없이 수 십, 아니 수 백번을 반복해서 들었던 노래였다. 나에게 석민이는 나를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하는 존재였지만 도저히 지워지지 않는 감정의 대상이라서 석민이의 온기가 그리운 날에는 이불 속에서 몇 번이고 그 노래를 들었었다. 그런 노래를 석민이가 내 앞에서 다시 부르며 나와 시선을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두근거렸다. 급히 손을 마이 안주머니에 넣어 약통을 찾았는데…. 약이 없다.

이상하게 멍한 오늘, 미처 잊고 있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어제 억제제를 다 먹어서 오늘 새 약통을 가지고 나와야 하는데 축 처지는 몸 때문에 그걸 잊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하나 불안함 때문에 손에 식은땀이 차올랐다. 여기서 가만히 있자니 꽃이 터져나올 것 같고 그렇게 되면 학교 애들한테 들키는 건 둘째치고 석민이에게 들키게 되는 것이다. 급속도로 밀려오는 두려움이 나를 옭아맸다.










"석민이 노래 잘 했어. 이번에 점수 좋게 나오겠는데?"
"하핫. 감사합니다."
"이 노래 고른데 다른 이유라도 있어? 노래랑 되게 잘 어울린다."
"사실… 이 노래 제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가 저한테 잘 어울린다고 칭찬 해줬었던 노래거든요. 그래서 그 친구한테 다시 들려주고 싶어서 이 노래로 골랐어요."
"그래? 그 친구가 누군지 되게 궁금…. 어! 여주야, 어디가니!"










내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하나 안절부절 하고 있던 사이 어느새 석민이의 노래는 끝이 났고 선생님은 석민이에게 잘 했다고 칭찬을 하며 노래를 고른 이유가 있냐고 물어보셨다. 그 질문에 석민이는 조금 뜸을 들이더니 자신이 노래를 골랐던 이유를 설명했다. 다시 들려주고 싶었던 노래라고 이야기 하며 석민이는 나를 쳐다보았고 그 시선과 마주한 나는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음악실을 빠져나왔다.

너도 여전히 그때의 우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좋았지만 억제제를 챙겨오지 않은 지금의 나에게는 기폭제와 같은 발언이었다. 곧 터질 것 같은 감정 때문에 나는 음악실에서 뛰쳐나와 얼른 사람들이 없을만한 곳으로 뛰어갔다. 이 시간에 사람이 없을만한 곳이 어디가 있을까….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붙잡고 뛰어 사람들이 오지 않는 미술실 안 재료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고 바닥에 주저앉는 순간 내 눈앞에 또다시 보라색 꽃잎이 흩날렸다. 이번에도 나에게 큰 흉터를 남기고 시들어버릴 꽃잎들이 매정해보여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씨발. 왜 하필 내가 이런 운명을 가졌을까.










[세븐틴/이석민] 꽃잎이 흩날렸다 (아나버스) | 인스티즈


"여주야! 무슨 일, 어…. 여주야."
"…이, 이석민?"










급하게 뛰어오느라 차오른 숨을 몰아쉬며 숨을 고르고 있는데 그런 내 뒤로 문이 벌컥하고 열리는 소리와 함께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설마하며 고개를 들어 뒤를 쳐다보자 이석민이 문 앞에 서서 바닥에 흐트러진 꽃잎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들키기 싫었는데 결국 이렇게 들켰구나. 막상 들켜버리자 다 끝났다는 절망감에 아무런 느낌이 느껴지지 않았다. 눈물이 비집고 나오는 기분에 자리에서 일어나 이석민을 똑바로 쳐다보고 차갑게 이야기했다.










"니 눈에 보이는 게 니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
"……."
"그래서 나 이제까지 너 피한거고, 널 싫어했어. 그러니까 지금 나한테 너는! …가장 위험한 사람이야."
"…여주야."
"그러니까 제발 나가. 그냥 내 눈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마! 제발 꺼져버려!"










눈 앞에 보이는 이석민에게 내가 지금 느끼는 모든 감정을 화로써 뱉어냈다.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이석민의 모습에 더 이상 비참해지고 싶지 않아서 문고리를 잡고 있는 이석민의 몸을 밀치고는 문을 쾅 소리 나게 닫아버렸다. 혼자가 되어버린 공간에서 나는 몸을 떨며 서 있었다. 이젠 정말. 정말로 다 끝난 것 같다. 이 때까지 상상으로만 무서워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자 가슴 깊숙이부터 밀려오는 서러움에 소리내서 울음을 터뜨렸다.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좋아하는 사람과 손도 잡고, 같이 데이트도 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싶었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평범한 사랑이라도 하고 싶었던 평범한 여학생이었다. 그런데 왜 이런 거지같은 운명이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었는지 너무나 서러워서 울음이 잦아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더 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집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에 나는 여전히 울면서 바닥에 흐트러진 내 꽃잎을 내 손으로 쓸어담았다. 이석민에게는 들켰지만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게 들켜서는 안되니까 내 꽃잎을 모두 주워담아 쓰레기통에 버렸다. 내 손으로 쓸어담아 쓰레기통에 버려진 내 꽃잎을 보며 마치 나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을 털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문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이석민이 눈 앞에 보였다.










"내가 꺼지라고 그랬잖아. 왜 말을 못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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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거. 이거 걸치고 가. 다른 사람들이 보면 안되잖아."
"……."
"여주 네가 그렇게 나한테 표시를 했는데 내가 눈치없이 너 아프게 해서 미안해. 많이 아팠겠다."
"…너는 내가 이상해보이지 않아? 밉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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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밉긴. 내가 널 왜 미워해. 김여주 너가 이렇게 예쁜 꽃인데. 나 때문에 아팠으니까 이젠 아프지 마."
"……."
"선생님한테는 내가 잘 말 할게. 집에 가서 푹 쉬고. 학교 끝나고 찾아가도 괜찮지?"










이석민이 문 앞에서 내가 우는 소리를 들었을 걸 생각하니 창피함이 몰려와서 석민이에게 또 화를 내려고 했는데 석민이는 내 어깨 위로 자기 마이를 걸쳐주었다. 내가 플레르라는 걸 알았을 때 다른 사람들처럼 징그럽다는 눈빛, 천박하다는 눈빛, 불쌍하다는 눈빛이 아니라 우리가 행복하던 그때처럼 나를 쳐다보던 그 따뜻한 눈빛으로 석민이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내가 이상하지도, 밉지도 않냐고 물어보자 석민이는 고개를 저어보이며 웃어보였다. 석민이는 내 얼굴에 남아있던 눈물자국을 닦아주고는 내 머리카락에 붙어있어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꽃잎으로 조심스럽게 손에 쥐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항상 나를 따라다니던 가슴에 아린 느낌이 언제 그랬냐는 듯 편안한 느낌이 되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석민이를 쳐다보자 오늘 저녁에 나를 찾아오겠다고 말하길래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석민이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석민이가 어깨에 걸쳐준 마이를 두 손으로 꼭 쥐고 집으로 돌아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나도 모르겠다. 나를 향해 웃어주던 석민이의 모습이 눈 앞에서 지워지지 않아 여전히 손에 마이를 꼭 쥐고 멍하니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창밖에 보이던 해가 사라지고 어둠이 깔렸을 때 조용하던 집안을 울리는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침대에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인터폰을 확인하자 아까 찾아온다던 석민이가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떨리는 기분에 크게 쉼호흡을 하고 문을 열어주자 석민이는 아까 그 저돌적이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쑥쓰러워하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그 모습이 웃겨보여서 나도 모르게 작게 웃음을 지어보이고 집으로 들어오라고 몸을 틀어서 비켜주자 석민이는 들어가겠습니다아- 라고 말하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 내 방에서 나는 내 침대에, 석민이는 의자에 앉아 서로 마주보고 앉아서 한동안 정적이 멤돌았다.










"몸은 괜찮아?"
"어? 어. 아프진 않아."
"…우리 지금까지 너무 많이 돌아온 것 같아서 이젠 더 이상 안 돌려 말할게. 혹시 네가 나 피한 이유가 그거, 때문이야?"
"…응."
"언제부터 그런거야?"
"우리 중학생 때 겨울방학 하기 전에 시내 갔었던 날. 내가 너 두고 사라졌던 날 기억해? 그날 처음 알았어."
"그랬구나."










우리는 그 말을 시작으로 지금껏 서로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나둘씩 털어놓기 시작했다. 어차피 내가 석민이를 여전히 좋아하는 걸 들킨거나 마찬가지니까 나는 왜 내가석민이를 차갑게 대하기 시작했었는지 솔직하게 설명하자 그런 내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석민이도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가 16살일 적 겨울, 갑자기 차가워진 나의 행동에 처음에 석민이는 내가 몸이 안 좋아서 예민해진거라고 생각했었다고 그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차가운 나의 행동 때문에 혹시나 자기가 잘못한 게 있나 싶어서 내 기분을 더 맞춰주려고 했지만 여전히 내 행동은 차갑기만 했다고. 내가 더이상 자신과 지내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것 같아서 나에게서 떨어져줘야겠다고 생각도 해봤지만 석민이가 보는 나의 모습이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보였다고, 힘들다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차마 멀어질 수 없었단다.











[세븐틴/이석민] 꽃잎이 흩날렸다 (아나버스) | 인스티즈


"나는 항상 궁금했어. 네가 나한테 하는 행동은 항상 차가웠는데 왜 네 눈빛은 항상 울고 있었을까. 말로는 가라고, 제발 가라고 이야기 하는데 눈을 가지말라고 날 붙잡고 있는 것 같아서."
"……."
"가끔씩 네가 나를 보고 있는 눈빛이 마치 내가 너를 보는 눈빛 같아서 헷갈렸어. 여주 넌 나를 좋아하는걸까, 싫어하는걸까 하고."
"……."
"네가 이렇게 아파하고 있었다는 걸 내가 더 빨리 알았으면 네가 혼자서 울어야만 했던 시간을 줄일 수 있었을텐데. 내가 정말 눈치가 없었다. 그치?"










내가 석민이에게 더 미안해야할 게 더 많은데 석민이는 오히려 자신이 미안하다고 내게 말했다. 이런 모습 때문에 너에게 모질게 대하면서도 나는 너를 좋아하는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욕심내면 안되지만 욕심이 나서 더 괴로웠다. 그렇게 아파해야만 했던 시간을 자신이 미안했다며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석민이의 말 때문에 겨우 그쳐놨던 눈물이 또 다시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내 눈물을 본 석민이는 의자에서 일어나 내 옆자리에 와서 앉아 나를 품 안에 감싸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 손길이 모든 걸 녹일만큼 따뜻해서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아 나를 안은 석민이를 나도 끌어안았다. 그때 내 목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느낌에 고개를 들고 석민이를 쳐다보자 씨익 웃으면서 내 목에 걸린 목걸이를 손으로 가키렸다.









"이거 그때."
"맞아. 우리 2년 전에 같이 골랐었던 그 목걸이. 원래 그 날 주려고 했었던건데 이제야 주네."
"……."

[세븐틴/이석민] 꽃잎이 흩날렸다 (아나버스) | 인스티즈


"그 때 이 말이랑 같이 주려고 했었거든. 좋아해, 김여주. 정말 좋아한다. 처음봤던 순간에도, 고백해야지 마음 먹었던 순간에도, 그리고 지금도. 변함없이 좋아해."










나를 보고 좋아한다고 말하며 웃은 석민이의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그런 느낌따위 이젠 더 이상 아무런 상관없었다. 더 이상 다른 이유를 핑계로 이 사람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도. 나도 좋아해 이석민."










석민이의 좋아한다는 솔직한 이야기에 나도 석민이와 시선을 맞추고 좋아한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 대답을 들은 석민이는 두 손으로 조심스레 내 얼굴을 감싸고 자신의 입술을 내 입술 위로 포개었다. 그런 석민이의 목 뒤로 내 두 손을 두르고 그 입맞춤을 받아들였다. 얼마간 입맞춤이 이어가다 맞닿은 입술을 떨어뜨리고 눈을 뜨자 서로의 머리 위에 붙은 꽃잎을 보고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확 하고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추자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석민이가 웃음을 터뜨리며 내 손을 잡아 끌었다.










"왜 가려. 가리지 마."
"아, 하지마. 부끄럽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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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부끄러. 예쁘기만 한데. 여주도 예쁘고 여주 널 닮은 이 꽃잎도 예쁘다."
"진짜…. 말은 잘해."
"말만? 나 키스도 잘…."
"야이 변태야! 넌 무슨 말을 그렇게!"










낯간지러운 말을 서슴없이 하는 석민이의 모습에 등을 퍽퍽 내리치자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런 내 손을 피해 내 입술에 또 짧게 쪽- 하고 입을 맞추는 석민이 때문에 손을 멈췄다. 때리던 내 손이 멈추자 멈춘 내 손에 살며시 깍지를 껴오며 다시 깊게 입을 맞춰오는 석민이를 못 이기는 척 하면서 다시 그 입맞춤을 받아주었다. 누구 남잔지 몰라도 정말… 좋다.















+)
(여주와 석민이가 결혼을 했다면)

방 밖에서 흘러오는 맛있는 냄새가 잠에 취해있던 석민을 깨웠다.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가자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여주의 뒷 모습이 그렇게 예뻐보일 수가 없어 살그머니 여주의 뒤로 다가가 여주의 허리에 손을 둘렀다.





"…이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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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하. 자기야…."
"내가 갑자기 끌어안고 그러지 말라고 그랬지! 이거 어떻게 할거야! 다시 해야잖아!"





석민이 뒤에서 여주를 끌어안는 순간 꽃잎이 부엌 안에 흩날렸고, 그 바람에 여주가 열심히 만들고 있던 된장찌개에 꽃잎이 한가득 들어갔다.
여주는 손으로 석민의 등짝을 때리며 타박을 하자 석민은 그런 여주의 손을 잡아서 막았다.





"우리 자기는 어떻게 된 게 연애를 몇 년을 하고, 결혼 한 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 한결같이 소녀같을까."
"진짜 이석민 얄미워 죽겠어…. 맨날 나 이렇게 꽃잎 날리고 하는거 보니까 좋냐? 좋아?"

[세븐틴/이석민] 꽃잎이 흩날렸다 (아나버스) | 인스티즈


"응. 좋아. 맨날 자기가 너무 예뻐서 좋아 죽을 것 같아."
"…실은 나도."





이 커플은 어떻게 된 게 여전히 사랑꾼이다. 옘병.















* * *
안녕하세요. 여름눈꽃입니다 '3'

이 작품은 아나버스긴 하지만 제가 조금 제 취향대로 각색한 아나버스물이에요.
아나버스 기본 베이스에 약간의 오메가버스의 설정을 살짝 섞어놓은 느낌인데 느끼셨으...려나요?
플레르란 단어는 프랑스어로 꽃이라는 단어인데 걍 예뻐서 써봤어요. 사람한테 꽃이라는 단어라니... 예쁘잖아요bb
사실 아나버스물들이 대부분 설레고 봄날 같은 분위기라 한번 아련한 분위기를 한 번 내보고 싶어서 썼는데 망글 같은 기분 8ㅅ8

원래는 참아보려고 했는데 요즘 아나버스가 유행하는데 너무나 제 취향이라 이렇게 단편을 들고 왔어요ㅎㅎ
마음에 드는 부분은 여주가 가라고 소리질렀는데 여주 옷 신경 쓰여서 문 밖에서 마이 들고 기다리고 있던 석민이ㅠㅠㅠㅠㅠ
밖에서 여주 우는 소리 들으면서 겸절부절하고 있었을 거 상상하니까 마음에 들어요...ㅠㅠ
그리고 밑에 추가된 애들 결혼 생활에 꽃잎된장찌갴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이 글은 이 두 장면을 위해 쓰여졌습니다 ㅋㅋㅋ

혹시나 궁금해하실까봐 여주의 꽃잎이 왜 하필 보라색이였냐면... 여주의 꽃잎은 아네모네입니다!
아네모네의 꽃말은
'배신, 속절 없는 사랑, 기다림. 사랑의 괴로움, 허무한 사랑, 이룰 수 없는 사랑, 비록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더라도 전 당신을 사랑합니다.'
와 같이 아픈 사랑에 대한 꽃말이라서 여주의 상황과 맞아 어울린다 싶어서 아네모네로 골라봤어요ㅎㅎ

그럼 다음에는 권사범님 2편으로 만나뵙겠습니다♥

+)
암호닉과 권사범님과 관련된 사담은 권사범님 2편에서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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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헣ㅎ헣ㅎㅎ 권사범님에서 암호닉 신청한 몬입니다... 커피 먹으면서 봤는데 으허렇ㅎ 웃다가 뱉을뻔 했네요. (쓰윽) 권사범님 글도 기다립니당.
7년 전
독자2
꺄아... 대박 제가 혼자 생각했던 설정이랑 비슷해서 더 좋았어요 꽃잎이 터지는 사람이 소수이면 어떨까 그런 생각도 했었거든요 ㅠㅠ 최고... 이석민 최고... 모두 외쳐 겸보르기니!!!!!!!!!!!!!
7년 전
비회원213.242
헐ㄹㄹ대박 이런 설정의 아나버스짱이네요ㅜㅜ 진짜 머리에 영상틀어놓은것처럼 촤라ㅏ라락 지나간것같아요ㅜㅜ 대박 작가님 금손짱이시네요ㅜㅜ!!
7년 전
독자3
헐 처음 작가님 글을 읽어본 사람입니다 진짜 설정이 너무 좋네요 소수의 사람들만 꽃잎이 터지는 설정이라니ㅜㅜㅜ 그리고 작가님 필력이 장난 아니시네요 문장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뭔가 여주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거 같아요 본받고 싶습니다 그리고 겸이 성격 너무 좋은 거 아닌가요?? 사스가 겸보르기니 겸벤츠... 마지막 결혼 했을 때 여주 귀엽고 겸이는 항상 다정하고 암호닉 신청 가능 한가요? 가능하면 [초빈]으로 신청합니다 그리고 신알신도 해놓을게요~♥
7년 전
독자4
최허그입니다. ㅠㅠㅠ와 이석민 아나버스라니ㅠㅠㅠ 소재부터 설레서 헐레벌떡 뛰어왔는데 역시나 온몸이 간질간질 두근두근! 하는 겸보르기니 겸라리 겸벤츠 이도겸ㅠㅠㅜㅠ 진짜 꽃잎 된장찌개 상상되서 너무 웃었구여ㅋㅋㅋㅋㅋ 목걸이 걸어주는 이석민 넘나 설렙니다ㅠㅠㅠ 잘 읽고갑니당 권사범님도 기대하고 있을게요
7년 전
독자5
캬 이석민 벤츠 으어어ㅓ 설레서 죽습니다
7년 전
비회원230.214
설정 넘 좋구요ㅠㅠㅠㅠ 석민이 빙의글이 엄청 많고 그러진 않는데 완전 훌륭한 빙ㅇ,ㅣ글 사랑합니다..♡
7년 전
비회원217.150
와 너무 설레 죽어요ㅠㅜㅠ 최고에요 작가님 흐어엉ㅠㅠㅜㅠ
7년 전
독자6
와 진짜 대박이예요..2번읽었어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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