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똑쟁이 교대생과 체대오빠 전정국
W. 똑소녀
01
"저기요."
"네?"
"전화 한번만 빌릴 수 있을까요?"
"아..네."
친구들과의 약속에 늦을 거 같아서 인상을 쓰며 버스 정보를 보고 있었는데, 옆에 서있던 남자가 힐끗거리며 눈치를 보더니 내 전화를 빌린다. 쨍쨍하게 내리쬐는 햇빛에 여전히 인상을 찌푸리고 버스만 기다리고 있는데, 내 전화를 빌려간 남자 쪽에서 벨소리가 들린다. 뭔가 싶어 돌아보니, 내 전화로 자신의 핸드폰에 전화를 건 것 같다. 아, 뭐야.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번호 딴 건데요."
"뭐에요. 제 의사도 없이. 지워주세요."
"그쪽 맘에 들어서 그러는데."
"본지 오분도 안됐는데 무슨 소리 하시는거에요."
어릴 때부터 교사인 부모님 밑에서 자라 바른생활만을 해오며 교대로 입학한 나는, 성인이 되어 깨달은 바가 있었다. 길에서 번호를 따는 남자는 다 가볍다는 것. 여자친구가 생겼을 때에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을 거라는 것. 21살이 된 지금까지 꿋꿋이 지켜오던 신념을, 만난지 5분도 안 된 이 남자가 폭삭. 깨트려버렸다.
"이제부터 알아가면 되죠."
"저는 그럴 생각 없으니까, 얼른 지워주세요."
"저는 전정국이에요. 스물셋. 저기 체대 다니고."
"관심 없다니까요. 번호 안 지울거에요?"
"네. 안 지울건데요?"
와, 이 사람처럼 굳게 들이대는 남자는 처음이다. 처음 본 사람한테 무례하게. 안그래도 짜증나게 더운 날씨에, 약속에도 늦을 것 같은데. 왜이리 신경을 돋구는지.
"알았어요. 그럼 제가 번호 바꿀게요."
"제가 그렇게 마음에 안들어요?"
"대체 뭘 믿고 그렇게 당당하세요?"
"음..얼굴?"
어이없어서 말이 안나온다. 잘생긴 남자는 얼굴 값 한다더니. 얼굴 믿고 나한테 이러는건가. 나 남자 얼굴만 보고 사귀는 그런 가벼운 여자 아닌데 날 뭘로보고.
"그 잘난 얼굴로 다른 여자 알아보세요."
"나 아무여자한테 막 들이대고 안그래요."
"네 그러시겠죠."
"어? 안믿죠 지금!"
"네네 믿습니다.믿어요. 그러니까 좀 놔주실래요?"
참 끈질기다 끈질겨. 남자를 보고있던 몸을 돌려 버스를 보려는데, 내 앞으로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버스가 슝 지나간다. 아. 빌어먹을.. 내가 허탈한 표정으로 의자에 털썩 앉자 그런 내 옆에 쪼르르 따라와 앉는다. 그 전정국인가 정전국인가 하는 남자가.
"버스 저거 타야되는 거에요?"
"...저한테 왜이러세요,진짜."
"아까부터 말했잖아요, 맘에 든다고."
"하."
"아, 이러는거 싫어해요? 적극적인거?"
"이렇게 행동하시는건 누구나 다 부담스러워해요."
"그렇구나...앞으로 조심할게요! 어, 저는 저거 타요. 그럼 다음에 봐요!"
씽- 남자를 태운 버스가 지나간다. 잠깐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거지. 그리고 저 남자는 뭐길래 내 기를 이렇게 쏙 빼놓은거지. 더 생각했다가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아 벌떡 일어서서 택시를 잡았다. 애들이랑 얘기나 해야지.
"그래서, 잘생김?"
"야! 으휴 진짜."
"왜~ 이왕이면 잘생긴게 좋지~"
"너넨 남자 얼굴밖에 안보지, 어."
"ㅋㅋㅋㅋㅋㅋㅋ아이 왜이래, 우리 원데이투데이 봐?"
아까 정말 기분나빴다며 친구들에게 그 남자 이야기를 하는데, 기껏 한다는 대답이 겨우 저거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앞에 있는 고르곤졸라를 잘근잘근 씹었다. 내 얼른 번호를 바꾸던가 해야지..
[방탄소년단/전정국] 똑쟁이 교대생과 체대오빠 전정국
W. 똑소녀
까똑!까똑!
"으..뭐야.."
어제 만난 친구들과 예정에 없던 술을 마시게 되었다. 술을 잘 하지도 못할 뿐더러 좋아하지도 않지만, 하루종일 다운된 기분이 살아나는 것 같아서 좀 마셨더니 아직도 머리가 띵하다. 아침도 안먹고 단잠에 빠져 있었는데, 머리를 울리는 카톡소리에 눈을 떴다. 알람소리를 왜이렇게 크게 해놨지..
[일어났어?]
뭐지. 이 황당한 카톡은. 잠든 사이에 나도모르게 남자친구가 생긴건가. 비몽사몽한 눈을 겨우 떠 보낸 사람의 이름을 보니, 전정국. 이라고 쓰여있다. 이사람이 대체 왜..? 하는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어제 내가 확인하지 않은 메세지들이 보였다.
[나 전정국.]
[진짜 번호 바꾼거 아니지?]
[아까 미안했어. 너무 마음에 드는데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서.]
번호를 미리 바꿨어야 하는데..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다. 전정국의 카톡친구에는 여전히 내가 뜰테니. 하아. 한숨을 내쉬고선 톡톡, 천천히 답을 보냈다.
[죄송한데 정말 관심 없어요.]
[그리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말 놓는거 아니에요.]
[내 나이는 어제 들어서 알잖아요.]
[아는데도 존댓말 한다는건, 나보다 어리다는거죠?]
[그게 왜 궁금하세요.]
[차단할게요, 좋은 분 만나세요.]
내가 메세지를 보내고 차단을 누르려는데, 어제 만난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이친구 타이밍 참.. 기운없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니, 나만큼 기력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럴만한게, 얘도 나와 함께 달렸으니.
"너도 다 죽어가네."
'야..너 어제말한 그 남자는, 어떻게 됐어?'
"그게 그렇게 궁금해? 차단하려고 했지. 타이밍을 어쩜 그렇게 잘 맞추시는지, 그때 너한테 딱 전화왔어"
'진짜? 와, 1분전의 나 잘했어.'
"뭐라는거야"
'야. 너도 남자 좀 만나보고 그래라. 대학 들어와서 과팅이나 미팅이나 뭘 하는걸 본 적이 없어 내가!'
"그런거 왜해, 어색한거 제일 싫은데."
'어제 그 남자는, 안 어색했어?'
어제의 상황을 떠올리다, 딱히 어색함이 느껴지는 상황은 아니었어서 아니라고 대답하자 그래!하며 내 말을 막아버리는 친구다. 만나면 어색하지도 않는데, 몇 번 만나보란다. 정 싫으면 친구라도 하라고. 아니, 어색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말이 왜 만나면 안 어색한 사이라는 말로 변하는거지..? 이해는 안되지만 말은 정말 잘하는 친구에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야, 진짜 그래도 한번만 만나봐. 혹시 알아? 너랑 잘 맞을지?'
친구의 말에도 내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이제 다신 안보겠지- 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핸드폰 번호를 바꾸러 갔다. 뭐 꼭 전정국 때문은 아니고, 여러가지 일 때문에. 친절한 안내원의 서비스를 받고, 기분좋게 매장 밖으로 나왔다.
"진짜 번호 바꾼거에요?"
"악!"
나오자마자 전정국이라니. 너무 놀라 자리에 주저앉으니, 괜찮냐며 나를 일으켜준다. 너같으면 괜찮겠냐, 이사람아! 하필이면 사는곳이 전정국네 학교 주변이라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 이렇게 마주치다니.
"뭐에요??"
"뭐가요."
"왜 여기있어요? 설마 저 따라.."
"나 그런짓은 안해요. 여기 내 학교 앞. 지나가다 봤어요."
내가 설마, 하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자 눈이 동그래지며 그런 짓은 안 한단다. 너무나도 단호히 말하는 통에 살짝 민망해진 내가 큼큼, 하며 헛기침을 하자 나를 보며 씩 웃어보인다. 뭐야, 저 음흉한 웃음은.
"지금 부끄럽죠."
"..아니요."
"막 괜히 나 오해해서 좀 미안하죠?"
"네?"
"미안하구나! 그럼 밥 사요!"
"네??"
"자, 갑시다-"
뭐, 이런, 막무가내가 다 있어..! 라는 생각이 마무리 될 즈음엔 어느 분식집 안에 전정국과 마주보고 앉은 후였다. 대체 내가 왜 여기 앉아있는거지.. 공간스런 혼란을 겪고있는 날 아는지 모르는지, 전정국은 해맑게 이모님께 주문을 한다.
"여기 되게 맛있는데, 분식 싫어해요?"
"...저랑 오늘 이거 먹고,"
"음?"
"각자 갈 ㄱ.."
"음식 나왔습니다-"
아니 무슨. 타이밍이 다.. 각자 갈 길 가자고 말하려는데, 이모님이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음식을 가져다주신다. 뭐가 이렇게 빨리나와.. 떨떠름한 표정으로 떡볶이를 쳐다보고 있는데 내 앞으로 불쑥 포크가 내밀어진다.
"얼른 먹어요. 식겠다."
"...네."
"체하지 말고, 꼭꼭 씹어서."
"..."
..그렇게 보고있으면, 누구라도 체할 것 같은데요..
----------------------------
안녕하세요 똑소녀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