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과 이지훈과 남친 더쿠가 연애하는 법
"헐 이지훈 "
분홍색으로 물 드린 보드라운 머리를 만졌다. 살랑살랑- 오밀조밀한 코가 찡긋 웃었다. 푸흐- 무슨 심보인지 이지훈은 자기랑 딱 맞는 분홍색으로 말도 없이 염색을 해버렸다. 오늘도 이지훈 덕후 김세봉이는. 죽어나는 건가요. 지저스,, 흰둥이 같아. 오늘도 내 마음은 지훈이로 인해 뒤죽박죽. 그러고 보면 지훈이는 항상 말없이 나를 깜짝 놀래곤 한다. 고등학교 때 살짝 긴 머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말도 없이 뚝 잘라버리곤 했다. 아 그때 지훈이 사과머리하는 것도 귀여웠는데도 말이지
끝나고, 정신 차리고 보니 코앞에 있는 기말고사를 마치고 나니 내 인생도 끝난 기분이지만, 우리에게는 '종강'이라는 마법 카드가 있었다. 후후, 마법 카드 발동! 곧 있을 여름 방학을 위해 알바도 구해놓고 푹 쉴 날만을 기다렸다. 나와 비슷하게 지훈이도 알바를 구했는데 무려 저번에 지훈이가 교생 실습을 한 봉봉 유치원에서 지훈이와 정한이가 이번 여름 방학 한 달 동안 유치원 교사로 일하게 되었다. 지훈이가 유치원 교사라니, 한참 먼 미래일 거라고 생각했던 상상이 현실로 다가와 버렸다. 묘하다. 잠깐 짧게 일하는 거지만 대학교를 졸업하고 가지게 될 직업을 지훈이가 먼저 가지게 되었다. 여름 바람이 내 코끝을 스쳐 지나간다.
"세봉아 여름방학 때 뭐 해"
"나? 알바 구했는데?"
"나 말 고 다른 남자랑 눈 맞으면 돼요, 안돼요"
"푸흐"
심장이 쿵, 이지훈 진짜 나빴어. 질투하는 것도 이쁘고, 웃는 것도 이쁘고 모든 게 이쁜 사람이야. 살짝 올려다 보니 소매를 잡아끄는 하얀 손을 덥썩 잡았다. 응?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는 지훈이, 아 온 몸이 간질간질, 두근두근 거려. 가만히 올려다 보다가 지훈이의 하얀 볼을 두 손으로 감쌌다. 쪽- 지훈이의 올라간 입꼬리에 마음이 또 간질간질.오늘도 김세봉이의 목숨 하나는 저기 하늘로 운명하셨습니다.
계절학기를 들으러 오랜만에 다시 온 학교, 아니다 다를까 전봇대는 구석에 홀로 처박혀있었다. 암암,, 우리 안쓰러운 전봇대 내가 친구해줘야지. 옆에 있던 의자를 드르륵 빼며 슬프게 홀로 있는 전봇대의 옆에 앉았다. 표정은 또 왜 이래.
"야 이지훈이 유치원 끌고 간대, 내가 철 없다고 아기들이랑 잘 맞을 거 같다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지훈 답네"
"웃냐? 아 너네, 씨발,, 커플 "
오늘도 갈굼을 당하는 김민규, 나는 김민규의 입꼬리를 손에 잡고는 억지로 올렸다. 분명히 막상 가면 대형견처럼 신날 거면서 지훈이에게 갈굼을 당했다고 시무룩하다. 전봇대 새끼 나중에 유치원에서 쿵쾅거리며 뛰기만 해봐. 김민규의 최대 적수 윤정한한테 일러바치리라.
"야 봇대야"
"어 왜"
"분명해. 이지훈은 유교과 아니야, 매력 학과 야 "
"지랄하지 말고 수업이나 들어"
지루한 수업시간에 뛰쳐나가가고 싶은 맘을 대신해 김민규에게 시답지 않은 농담하나를 던졌다. 시답지 않아도 반은 진심인 건 비밀. 어차피 사람은 죽는데 지훈이한테 씹덕사로 죽는 것도 나은 거 같고, 헛된 망상에 머리를 헤집자 김민규는 긴 팔을 뻗어 내 턱을 잡고는 아래로 눌렀다. 껌이나 먹고 닥치라는 듯 네모난 껌을 입에 넣었다. 옆에서 살벌한 표정으로 작게 한숨을 쉬는 전봇대로 인해 나는 깨갱하고 발을 들었다. 응, 알았어 닥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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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 나는 어색하게 웃어보았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인걸. 여기가 군대라고 하면 맞는 거 같아. 내 뒤로는 덩실덩실 어깨 춤을 추는 윤정한과 전봇대 김민규가. 옆을 보니 운전대를 잡고는 한숨을 쉬는 지훈이까지. 오늘도 지훈이는 한숨을 쉬네요. 나도 얼른 내리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빼애액 거리며 되지도 않는 노래를 부르는 김민규를 보니 더 그런 거 같기도. 아니나 다를까 옆에 있는 윤정한은 찰랑 거리는 단발머리와 함께 어깨 춤을 열심히 추고 있으시다. 정말 어깨와 목이 부러졌으면 좋겠어.
우와아앙-
이 소리가 귀여운 승관이라고 생각한다면 경기도 오산, 우리에게 함정 카드인 김민규가 있으시다. 아주 발랄하게 유치원을 나름대로 정복 하려는 김민규의 목덜미를 지훈이가 잡아 재어 꼈다. 김민규 머리에 올려진 하나, 토끼 머리띠. 나는 급하게 내 눈을 가렸고, 윤정한은 피식 거리다가 참지 못하고는 푸하하- 하고 웃어버렸다. 옆에 안절부절한 상태인 오랜만에 보는 선생님 옆에 선 지훈이는 한숨을 쉬고는 눈을 비볐댔다. 지훈이는 혹시나 어린애들이 거대한 김민규를 보고 놀라서 울면 어쩌지하고 고민하다가 토끼 머리띠를 챙겨왔다고 한다. 지훈이 다운 발상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는 지훈이에게 소매를 잡혀 지훈이 옆에 앉았다.
"오랜만이다 그치 "
"응응, 저번에 승관이 있으려나"
"형아-"
호랑이도 제 말한다면 온 말이 있듯이, 저번보다 볼이 더 빵빵해져 온 승관이는 끙 차하며 지훈이의 무릎에 올라가 앉았고, 이 광경을 본 김민규는 귀엽다고 몸을 배배 꼬기 시작했다. 역시 전봇대 가만히 있을 리가 있나. 나와 눈을 마주친 김민규는 나를 향해 찡긋 웃어보았고 김민규에게 다시 돌아오는 건 지훈이의 욕이었다. 나는 소유욕이 강한 남자와 연애를 하고 있다는 걸 다시 자각을 하게 되었지. 금새 내 옷을 잡고는 늘어지는 승관이는 오랜만에 나에게 누나-라고 칭얼거렸고 지훈이가 가방 안을 헤집더니 꺼내 들어 승관이 머리에 호랑이 머리띠를 씌어주었다. 어우, 이번엔 승관이에게 씹덕사.
"승관아, 누나랑 산책할까?"
"응응!"
질투하는 지훈이 몰래 점심시간을 이용해 승관이의 손을 꼭 잡고 나갔다. 승관이는 안아달라고 칭얼대기에 웃음을 터트리고는 오랜만에 힘을 쓰며 승관이를 안아드렸고, 포동포동한 승관이 덕분에 기분도 오예! 그네도 타고 시소도 타고, 빙그르르 돌아가는 놀이 기구도 타고 나도 모르게 헤벌레 웃음을 지었다. 승관이 볼을 꾹꾹 누르자 히히 웃어보이는 승관이 덕분에 지금 죽어도 좋은 느낌. 간질간질.
"김세봉, 안 들어와?"
"헉"
지훈이에게 들켰다. 승관이 손을 얼른 잡고는 지훈이에게 달려갔다. 지훈이는 자연스럽게 손을 내 어깨에 안착. 우리 지후니 또 질투하겠네. 손에 승관이 몰래 초콜렛을 쥐어준 지훈이. 아 내가 사랑한다고 말했니? 지훈아 사랑해!
"동화 구연만 남았어"
"이지훈 존나 비장해ㅋㅋㅋㅋㅋㅋㅋ"
"이지훈ㅋㅋㅋ 너 전투나가냐ㅋㅋㅋ"
동화구연의 제목은 아기 돼지 삼형제, 삼형제는 바로 지훈이와 윤정한과 김민규. 셋이서 쪼르륵 돼지 머리띠를 쓰고는 귀여운 인형 장갑을 끼고는 귀여운 척을 하는데, 지훈이 덕후는 오예입니다. 어레스트! 선생님도 큭큭 웃으며 보셨고, 애기들의 반응도 꽤나 좋은 거 같다. 지훈이 잘했다고 부둥부둥 해줘야겠는걸. 꿀꿀거리며 돼지 흉내를 내는 승관이도, 나중에 지훈이랑 내 아들이랑 저럴 걸 생각하니 속으로 크게 웃었다. 아 진짜 지훈이랑 언제 결혼하지.
"아 부끄러워"
"우쭈쭈, 우리 지훈이!"
"뭐?"
"잘했으니깐, 칭찬의 박수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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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오랜만이쥬? 한달만인가요.
당당하게 시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이제 곧 시험도 끝나가는데 우리 불타오르게 같이 달려보자구요.
다음에는 썰을 풀어야겠어. (소매를 걷는다)
하 여러분 아주 nice 보셨죠. 언젠가 저도 아나버스를 써야하는데 입틀막.. 지훈이도 감당 못하는 작가 주제에.. 욕심이라니..
이번주 부터 열심히 달리자구요!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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