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그대는 죽음을 각오하라
01. 향기
w.향(香)
밖의 상황을 내다 볼 수조차 없도록 설계 된 방 안의 불투명한 창문 밖으로 비가 추적, 추적 내려왔다. 빗방울이 창문을 때리는 소리가 적나라했고, 빗소리를 배경으로 파티를 시작할 준비를 했다. 어깨를 잔뜩 펼치며 숨을 잔뜩 들이쉬자 며칠간 계속해서 내린 비 덕분에 눅눅해진 먼지의 향이 내 몸 가득히 채워지는 것만 같았고, 곧 기분이 좋아졌다.
이런날에는 말이야 이런 날에는... 혼자서 같은 말을 반복해 중얼거리며 앉아 있던 의자에서 일어나서는 방 한 켠에 정갈하게 눕혀 놓았던 여자에게로 향했다.
"제, 제발 살려주세요..!"
"괜찮아. 겁먹지 마."
공포에 절여져 잔뜩 겁을 먹은 여자의 턱을 살짝 잡고 혀를 섞자, 두려움에 잔뜩 절여진 울음소리가 조금씩 새어나왔다. 우는 소리는 싫은데.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는 아랫입술을 천천히, 그리고 점점 세게 물자 입안에 탁한 피맛이 감돌았다. 피 비린내가 가득했다. 살짝 손을 얹어 두었던 어깨는 비 오는 밖에 내 놓은 것 마냥 오들 오들 떨렸다.
이 얼마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피 맛인가. 속 안에서부터 전해지는 쾌락의 전율에 살짝 눈을 감고 이 순간을 음미했다.
"제발... 잘못했어요."
"너는, 잘못한게 없어. 잘못한게 있다면, 이렇게 예쁜 입술을 가졌다는 것 정도?"
여자는 자신의 입 근처에 엉망진창으로 묻은 피를 정리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로 나에게 살려달라고 싹싹 빌어댔다. 여자에게 대답을하고는 나도 모르게 실소를 터뜨리자, 여자의 표정이 더욱 더 겁을 먹었으며, 그래도 하얀 얼굴이 더욱 더 하얗게 질렸다. 우는 모습은 썩 보기 좋지만은 않았다. 나를 봐. 단호한 어조로 이야기하자, 여자가 나를 올려다 본다.
광란의 파티를 시작하기 전, 잔잔한 클래식을 듣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여자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는 눈을 쳐다 보았다. 언제, 어디서, 어느 사람의 것을 보아도 예쁜. 사람의 홍채는 내 기분을 묘하게 떨리게 했다. 눈을 깜빡이지도 않은 채로, 6초를 진득하게 쳐다봐. 또, 아니구나. 상실감에 사로잡힌 채로 한숨을 내쉬며 여자의 곁에서 한 발자국 물러났다.
그 후에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숨을 참아봐"
"흐으, 읍"
"그래야 덜 아프거든"
죽는 순간 마저도 내게 반항 한번 못하는 어린 양의 머리를 한번 쓸어준 후, 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아마도, 아니 정확하게, 내가 파고든 곳은 목의 왼쪽 동맥. O를 처리할 때 너무 힘들었던 탓에, 잠시동안 파티를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오늘은 간만의 파티라 그런 건지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손에 든 칼을 바닥에 던지고, 여자의 피가 묻은 손을 양복 셔츠에 대충 닦았다.
그래, 이런 비 오는 눅눅한 날에는 피 냄새에 취해야지. 내 취향인 여자들의 피 말이야. 예쁜 홍채에 예쁜 입술, 진한 향기를 가진 유혹하지 않아도 아찔하게 뇌리에 박히는 그런 여자.
아... 비 냄새.
아니, 피 냄새 참 좋다.
사담 |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수정을 조금 했습니다. 내용도 조금 더 보탰구요. 이런 살인물을 좋아하시지 않는 분들은 뒤로가기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잔인한 장면의 묘사는 지양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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