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a - Big Girls C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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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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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0 시작입니다.
간절히 바래 왔던 지금 이 순간. 나는 처참한 시험 결과를 받아들었다. 받아들였던 건 아닌데.
이럴 때 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갖가지 생각이 들곤 한다. 그리고 내가 시험을 보았음으로써 얻는 결과를 부모님께 전해드렸을때 나와 부모님의 기분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내 인생은 연기자들이 카메라세례를 받으며 올라가는 레드카펫보다 더 고급진 삶이라고 생각했던 당당한 때는 어느 덧 시험지 속 뚝뚝 떨어지는
빨간 비와 함께 사라지고 나는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기 시작했다. 내가 이 세상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하나.
상위층의 레드카펫. 그들이 날 밟고 부드럽고도 거칠게, 나를 밟고서 다른 사람들의 밑거름이 되어 더 높게 올라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밖에 없을 것이다.
내 나이를 말하자면 그렇게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은, 또 헛된 꿈을 접게되는 나이. 중3.
공부를 열심히하여 모든 사람들로부터 총애받으면서도 묘한 부담감을 온몸에 얹고 사는 것도 싫다. 물론 마음고생하며 누군가를 유혹하는 아이들처럼 되는 것도 싫다.
나는 나름 평범하다. 공부를 못할 뿐이다. 근데 공부로부터 사람을 가르는 걸까?
사람들은 공부, 아니 시험결과를 가지고 사람을 판단한다. 텔레비전을 키면 사람들을 차별하지 말라고. 학력가지고 사람을 차별하는 건 정말로 속좁은 짓이라고들 하는데.
현실은 '시험을 잘 봐야 성실하다'라는 편견이 파리 꼬이듯 꼬여 기존에도 없던 사람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정말 학력과 시험결과 가지고 사람을 차별할 때마다 숨막힌다.
왜 내가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하는데.
시험이 끝나고 나서도 주변 아이들의 가식적인 태도에 놀라기도 한다. 그 중 가장 많이 써먹는 말들.
"어떡해 이번 시험 망했어.." 나는 내 주변 애들에게 이 말을 들으면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왜냐. 그들은 속으로 자신이 시험을 잘봤다는 말을 듣기 위해,
또 나중에 진짜로 못봤을 때 자기합리화를 하기 위해 만든 거짓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을 하지 않으면, 두번째 문장을 내뱉는다. "넌 시험 잘봤으니까 별 상관 없겠지. 좋겠다." 이런 말은 얼른 대답할 수 밖에.
말문을 열어 아니라는 말을 하게 되도록 만드는 데, 나는 이 말에도 아무말 하지 않는다.
그냥 그 때 드는 생각은 이 시간이 얼른 지나갔으면 하는 생각뿐이다.
집에 돌아와서 마지막 시험결과를 알려드린다.
부모님이 화를 내시기 전에. 한숨을 쉬기 전에 얼른 방으로 들어가 노트북을 킨다.
나를 위로해주는 것은 오직하나. 노트북밖에 없다. 어떤 사람이 내 모습을 본다면 전자기기 중독이라고 의견을 낼 수 있지만 나는 그 의견에 반론조차 하고 싶지 않다.
갈 수록 아무생각없이 살아가려고 하는 내 모습을 내가 바라볼 때마다 나도 미칠 것 같지만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다.
중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는 항상 오래되어 관리를 안하는, 하지만 물이 가득 담겨있고 속이 얼마나 어디까지 깊은 건지 모르는 그런 고여있는 하천이 보인다.
그곳을 지나칠 때 마다 나는 별 생각이 들지 않았고 내 한탄만 속으로 주저리주저리거리며 그곳을 지나갔다.
내가 힘들땐 곁에 아무도 없었다. 학교에 다니는 약소한 이유라도 만들기 위해 노력하여 만든 친구는 내가 성공을 했을 때만 축하해주고,
나에게 불행한 일이 닥쳤을 때는 동정하듯이 말을 걸며 나를 더 옥죄어 오는것만 같았다.
그런게 너무 싫었다. 평범한 가정. 차라리 엄청나게 가난해빠져서 사고치고 다녀도 아예 무시를 해주던가,
아니면 더럽게 부유한 집안의 호적에 들어가서 아무리 재수없는 짓을 해도 눈감아주는 그런가정이였으면.
하지만 나에겐 그런 것도 없이 나는 그냥 일개 일진과 약한아이의 사이, 즉 애매모호한 위치에 놓여있는 엑스트라와 마찬가지의 역할을 항상 해와야만 했다.
가식적인 아이들, 흉흉한 세상. 아무리 현실속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발버둥을 쳐도 도저히 빠져나갈수가 없었다.
오늘은 졸업식이다. 그냥 아무생각도 들지 않는다. 나는 이곳의 주인공이 아니기에. 그저 주목받는 아이들의 밑받침이 되어주는 것 뿐이니까.
더 이상 조연노릇은 하고싶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처럼 졸업사진에 신경쓸 시간이 없이 난 바로 선생님들이 가져가라고 냅둔 꽃다발 몇개를 챙기고 집으로 도망치듯 떠났다.
이제는 저 학교의 무리에 벗어나서 새로운 둥지를 튼다고 하니까 뭔가 해방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치마가 너무 길었는지 달릴 때 휘릭휘릭 허벅지를 스쳐지나간다. 그 소리가 좋다. 바람을 가르는 그 공기가 좋다. 차가우면서도 열이나게 하는 그 공기가 나는 좋았다.
오늘은 끝까지 달려갈 무슨 힘이 났는지 계속 달렸다.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인기척이 들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계속 달렸다. 누군가의 소리가 들렸다.
멈추려고 했지만 이미 붙은 몸의 가속도때문에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아마도 그 사람의 배에 머리 박치기를 했던 것 같다.
"죄송합니다." 부딪힌 사람의 얼굴을 보지 않고 얼른 집에 가서 조금 언짢은 기분을 없애기 위해 다시 달렸다. 누군가가 나를 붙잡았다.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누구세요?" 나는 말하면서까지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땐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기분 나쁠 말을 내뱉었던 것 같다.
"아 진짜....죄송하다니까...저 이제 좀 지나가면 안될까요?"
그 말이 앞으로 일어질 일들의 시발점이 될 줄은 꿈에도 모르고 말이다.
그는 나의 무성의한 사과 태도에 조금 화가 났는지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그의 한숨소리를 듣고 위기감을 느꼈는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 당시의 나는 폐인 그 자체였기 때문에 아마 그는 나를 더욱 인식하며 인상을 찌푸리며 본듯했다.
그는 화장을 한건지 안한건지 인상자체가 무서웠고 마치 그 모습은 어디 조직파출신인줄 알고 착각할 수 있을만한 정도였다.
그리고선 내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고 말했다. "사과를 하실거면 제대로 하세요. 저 같은 사람 아니였으면 맞고도 남았을걸요? 그리고 너...." 어이가 없었다.
나는 말을 끊기 위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그를 마주보지 않은 채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그 사람과 실랑이를 조금 벌였다고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갈 줄은 몰랐다. 내가 생각하기엔 그와 나의 대화는 거의 5분도 채 되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때부터 나는 그가 이상한 사람이고 나를 계속 지켜볼 것이라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봤어야 했다.
학원에 갔다가 집으로 가니 벌써 10시가 다 되어간다. 밤이 되었고 나는 집으로 빨리 가는 지름길로 들어갔고 오늘따라 주변이 어두워서인지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때도 역시 나는 아무생각없이 달리기만 하고 있었다.
집에 도착해서 꽃다발과 졸업사진을 내려놓고 창문을 바라보았다. 유일하게 그 시간만이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생각이 들어서 나는 창문을 열고 밤공기를 마셨다.
왠일인지 바깥공기는 눅눅하고 찝찝했다. 나는 바로 문을 닫아버리고 의자에 앉은 채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하늘에서 별이 쏟아져 내린다. 나의 불그스름한 눈물과 함께 뚝뚝 떨어져 내린다. 그것들은 절대로 찬란한 별빛의 밤이 아닌 혼란스러움으로 가득 물들어버린 은하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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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셤실입니다!
다시 돌아오게 되어 기쁘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는 마음입니다.
모쪼록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