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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김원식] 파란 비단의 품 속으로 ep 1. 푸른 종이 안에 닫힌 마음 | 인스티즈

Sia - Chandelier

 

 

 

 

 

 

 

 

* 셤실

 

 

 

 

 

 

 

 

 

 

 

 

 

 

ep 1. 푸른 종이 안에 닫힌 마음

 

모르겠다. 졸업을 하고나도 마음이 홀가분하지가 않았다. 그 사람의 얼굴이 이상하게도 계속 생각이 났다. 하지만 마주치고 싶지는 않았다.

괜히 마주쳐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 모습을 동기들에게 보인다면 그게 또 퍼지고 퍼져 나에게 좋지 않은 쪽으로 기울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사람과 몰래 만나서 어떤 이야기라도 하고 싶었다. 난 졸업이후로 한번도 밖에 나간적이 없어서 거의 더욱 폐인이 된 수준이었다.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추운곳으로 다니기로 계획을 짰고,  왜 다니냐고 말을 누군가가 걸지도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목부터 무릎까지 오는 검정색 롱패딩을 입고 검정색 바지를 입고 안경을 쓰고 나갔다. 거울을 보니 완전 순 딴사람 같아 괜히 뿌듯했다.

부모님께는 바깥공기좀 쐬고 온다고 해놓고선 곧장 나가버렸다. 그 사람을 만난다는 보장도 없이. 내가 생각해도 참 웃겼다. 걷고 걷고 계속 걸었다. 

그 사람은 도무지 나타날 기세를 보이지 않았지만 난 바보같이 계속 걸었다.

시간이 갈수록 추워졌고, 나는 더이상 그가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궁금증과 찝찝함을 남기고 나는 결국 침대에 누웠다.

겨울이라서 그런지 해는 빨리졌고,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한기가 느껴졌다. 아. 창문을 안 닫았구나.

나는 얼른 따뜻한 이불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재빨리 창문을 닫으려고 문 손잡이를 꼭 쥐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나에겐 '그'로 추정되는 사람이 우리집의 창문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기겁을 하기도 전에 그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헐레벌떡 그를 끌어당겼다.

그는 자신이 나의 방에 들어온게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저기, 다들 자지?"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못알아들은 나는 그를 괜히 구해줬나 싶었고, 한기를 계속 느끼고 싶지 않았던 나는 창문을 재빨리 닫았다.

하지만 그는 차가운 공기를 더 느끼고 싶었는지 창문을 다시열었다. "구해줘서 고맙다. 이참에 바깥이라도 구경시켜줄까?"

항상보던 바깥을 뭣하러 또 보여주려고 하는 건지. 귀찮았던 마음에 침대에 다시누워 이불을 얼굴까지 폭 뒤집어쓰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는 그가 왜 여기 있는지, 많이 놀랐지만 그가 얼른 나가줬으면 하는 마음보다는 그의 창문 넘은 무용담을 듣고 싶기도 했다.

게다가 지금은 모두가 곤히 잠들어버린 1시였다. 그래서 그런지 부모님에게 들키거나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계속해서 자신이 쓰고 있던 마스크의 안에 있는 입에서 뭐라고 중얼중얼거리더니, 내 손을 잡았다.

그는 내 손을 잡고 4층의 창문의 아래로 뛰어내렸고 나는 소리를 질렀다. 아니, 지를 뻔했다. 그의 손이 내 입을 막았다.

내 입에서는 정신없이 계속 혼잣말이 계속되고 있었다.

"남자는 손이 커야 좋다던데. 당신은 손이 작네요? 그런데 어떻게 키가 컸지..."

그는 내 말에 드디어 반응했다. "닥쳐." 그도 추웠는지 주머니에 있던 파란목도리를 한손으로 두르고 땅으로 안착했다. 나는 맨 발로 눈을 맞이했다.

 

 

 

솔직히 나는 벙쪄있었다. 사람이 하늘을 나는 것 자체가 신기하였고 그런 신비한 능력을 가진 그가 나에게, 공교롭게도 나에게 오게되었다니.

그는 계속해서 두르고 있었던 목도리가 목을 조였는지 목도리를 풀러서 큼지막한 가방에 쑤셔넣었다. 나는 속으로는 지랄발광을 하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척, 무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다시 올라갈거다. 너 바지 조심해. 아, 그리고 절대로 내 손 놓으면 안돼!"

지금 내가 잡고 있는 이 손을 놓게 되면 나는 공중에서 뚝 떨어질 것이고 어쩌면 큰 부상을 입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어디선가 쌩뚱맞은 충동이 나에게 속삭이며 얼른 손을 놓아보라고 말했다.

나는 잠시의 유혹에 휘둘려서 손을 놓고 말았다. 뭐, 피터팬도 죽음은 또 다른 하나의 모험이라고도 말했는데.

 

 

 


시원했다. 시원한데 으슬으슬했다. 내가 방금 느낀 감정은, 뭐라고 해야하나. 나는 내가 왜 떨어진지 나중에 변명이라도 할 아무런 이유없이 그의 손을 놓은 것이었고, 떨어질 때 느낀건 누군가가 나를 잡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내가 벼랑 끝에서 매달리다 떨어져도 손을 끝까지 꼭 잡아주는 사람. 난 그런 사람을 원했던 것 같다. 아니, 그런 사람이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수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내 생각과는 달리 날 잡아주지 않았다.

그는 나무 위에 앉아서 내가 땅 바로 밑으로 떨어지는 그 순간까지에도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을 것 같이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나를 한심스럽게 쳐다보기 보다는 빙긋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왜 그런 미소를 지었는지 나는 생각해볼 틈도 없이 눈으로 떨어졌다.

 

 

 

 

푹-

 

 

 

 

 

나는 땅으로 온전하게 떨어졌다. 그렇게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떨어진 곳에 바위가 있다는 것을 생각을 하지 않아 재수없게도 바위에 세게 긁히고 말았다.

나에 의해 투명하고 흰 눈이 붉게 점차 스며들고 있었고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쓰러졌다.

 

 

 

 

다음날, 나는 내 침대에 누워있었다. 내 등을 만져보았지만, 상처하나 없었다. 그러면 그동안 내가 겪었던 일들은 모두 꿈인 건가?

아니다. 그럴리 없다. 주위를 둘러보며 그를 잠시동안 떠올려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사실 난 그를 생각할 시간도 없이 나는 곧장 학원에 가야만 했다.

학원버스에 타기 위해 헐레벌떡 뛰어가서 가쁜 숨을 내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다. 그는 내 상상속의 인물이었던 건가?

그래.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학원에서 수업을 들으며 그럭저럭 꼬박꼬박 필기를 하며, 한번도 쉴 틈없이 공부했다. 나는 내가 왜 공부해야 하는 건지. 공부를 해야만 이 세상에서 살아남는 것도 아닌데.

단지 직업선택의 기회가 더 넓다는 이유만으로 의미없는 수업을 듣는게 나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건지.

아등바등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빈곤층보다는 나은 삶이라고 생각하며 하염없이 추운 길거리를 터벅터벅 발걸음 소리를 내며 걸었다.

입으로 숨을 내쉴때마다 입김이 나왔다. 목도리가 없어서 그런지 목이 많이 허전했다. 주변 옷집에 들어가서 목도리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목도리를 고르던 중, 가장 눈에 띄는 예쁜 목도리를 발견했지만 그만큼의 돈을 지불하기에 나에겐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그 옆에 있는 파란목도리를 집어서 계산하고 나왔다.

나름 따뜻했다. 삐죽삐죽 털실이 조금씩 나오긴 했지만 간밤에 본 그의 목도리가 떠올라 더욱 목을 꽉 조인채로 버스에 올라탔다.

눈 때문에 그런지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진 버스는 구정물로 진득했다. 차가운 손잡이를 꼭 잡고 목적지를 향해 버스는 달려가기 시작했다.

끼익- 버스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걸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파란 목도리를 매고 온통 검은색으로 가득찬 사람이 내 옆을 스쳐지나갔고,

나에게는 그가 어제본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지만 그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주위에는 너무 많은 얼굴들이 한 곳에 몰려서 시선이 집중되는 누군가를 쳐다보고 있었고 그 얼굴들 중에는 내가 아는 얼굴이 있을수도 있어 연관될까봐 가만히 있었다.

여러 재미없는 생각을 하며 정거장에 정착했다. 나는 항상 하던 행동 그대로 집으로 곧장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느샌가 눈 속에 파묻힌 노트를 두고 말이다.

집에 도착해서 가방을 책상에 던져두고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 노트북을 켰다.

유머사이트에서는 최근 이슈된 연예인들의 가십거리를 서로 이야기하며 시간을 풀어두고 있었다.

나는 잠깐동안 이 사람들이 하는 일들이 부질없고 시간낭비만 하는 짓이라고 생각했지만,

나 역시 잠시 뒤에 그러한 행동을 할 것이기에 아무말 없이 로그인을 하고 가면을 쓴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노트북에 푹 빠져있는 동안 밤이 되고, 밖에서는 소용돌이가 거세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잠시동안이나마 그 광경을 쳐다보다가 방 안으로 들어오는 눈과 바람에 얼른 창문을 닫았다.

창문을 닫은 상태에서 들은 바람의 소리는 나를 꺼내달라고 처절하게 외치는 하나의 죄수같았다.

 

 

 

 

 

 

 

잠시만, 꺼내달라고? 나는 몸을 두르고 있던 이불을 벗어던진 채 창문을 다시 열어제꼈다.

"야!" 창문을 열고 아래를 내려본 그 곳에는 내 머리속에 깊이 남아있던 그 사람이 있었다.

나는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이 꿈이라고만 생각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같으니까.

나는 그의 손을 잡지 않고 창문을 서서히 닫았다. 나는 아직도 그 행동을 후회하고 있다.

 

 

 

 

 


아무튼 나는 창문을 다시 닫고 침대속에 누워서 눈을 살며시 감았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나는 짧은 시간동안 잠시나마 아른거렸던 꿈의 기억을 꺼내었다. 나는 꿈을 꾸었다.

그 꿈은 예전에 내가 꾸었던 꿈과는 다르게 색다른 꿈이였던 것 같다. 어제 꾸었던 꿈은 나에게는 꽤나 인상적이였다. 물론 그 꿈이 현실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없었지만.

다시 그 꿈을 꾸고 싶냐고 누군가 나에게 물으면 나는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이다.

모두가 예상했듯 그 꿈은 그와 관련이 깊었다. 난 침대에 누워서 큰 베게를 베고 누워서 노트북을 하고 있었고, 창문은 쾅쾅거리는 소릴 내고 있었다.

누군가가 창문의 끝에 앉아있었고, 나를 부르는 듯 주먹으로 창문을 세게 치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를 끌어당기기로 결심하고 엔딩이 어떻게 될 지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창문에 가까이 다가서자 무언가 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창문에 비춰졌던 누군가는 그가 아닌 내 방에 있던 찢어진 곰인형이였다. 이게 나에게 나중에 무슨 의미가 있을지 잠시나마 생각한 후,

나는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소리에 의해 잠에서 깼다. 좀 허무했다.

나는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위를 바라보았다. 천장에는 등이 달려있었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주 평화로웠다.

그러나 아래엔 온갖 자질구레 한 것들이 서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해 안달난 듯 짐들이 성을 내고 있었다.

눈을 다시 감았다. 잠이 들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다시 또 잠이 들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원하면서도 바라지 않던 것은 잠이 아니라 '꿈'이었다.

꿈을 깊이 꾸면 깊이 꿀수록 굶주린 곰이 단 꿀을 빨 듯 금방 없어져 버리는 것처럼 내 기운도 쑥쑥 빨려드는 것 같아 그 당시 나의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다.

 

 

 

 

 

 

 

 

 

-----------------

셤실입니다. 언제나 그랬듯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잘 부탁드립니다!ㅎㅎ


 



 
독자1
❁´▽`❁ 이런 글 너무좋아효... 파란비단이 파란목도리인가요???호..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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