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김태형]띠동갑소아과 의사와연애한다는 건 01
01.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거 같아 다시 한 번 더 이야기하자면 나는 김태형을 서점 가는 그날 처음 만났고, 우연히 우리 옆집으로 이사 왔으며, 김태형을 마주치는 일이 많았다. 아니, 맨날 마주쳤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지. 학교와 집이 거리가 좀 있는 편이라 다른 사람보다 일찍 집에서 나와야 했다. 시간이 맞으면 아빠와 함께 나오거나, 혼자 가거나. 아빠와 같이 가는 날은 일주일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아무튼 내가 아침 일찍 나오면 꼭 곧 죽을 거 같은 표정을 한 채 제 집에서 끙끙 거리며 나오는 김태형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김태형이 오든 말든 내가 학교 갈 시간이 늦을 거 같아 천천히 걸어오는 김태형을 모르는 척하고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는데 그 다음날 만난 김태형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잠깐만을 외치며 나를 잡았다. 손목에 찬 시계를 한 번 보고 김태형을 기다렸는데 엘리베이터를 탄 김태형이 나를 보자마자 제일 처음으로 한 말은
"어떻게 같은 아파트 사는 사람이 그렇게 매정하게 혼자 갈 수가 있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라며 눈썹이 축 처져 나에게 말을 걸었었다. 뭐라 대답해야 할지 잘 몰라 아, 예.. 하고 넘겼었는데 그 후로 만날 때마다 그 날 일을 자꾸 들먹였다. 어, 오늘은 왜 안 갔대? 나 기다린 거야? 나, 먼저 갔으면 나 이사 가려고 했어. 등등... 하루는 엄마가 반찬을 옆집 사는 남자에게 갖다 주라고 하는 바람에 앞머리를 깐 채로 씻지도 못 하고 집에서 쫓겨난 적이 있었는데 벨을 아무리 눌러도 나오는 사람이 없었다. 혹시 일이 너무 피곤해서 뻗었나? 생각도 잠시 하고 돌아가려고 뒤를 돈 순간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띵, 하는 소리와 한 손에는 편의점 비닐봉지를 들고서 어깨가 축 처진 채로 걸어오는 김태형을 보고 너무 불쌍해 보였다. 김태형은 제 집 앞에 서있는 나를 힐끔 보더니 현관 비밀번호를 가리고 치는 것이 아닌가. 답답한 나머지 내가 먼저 김태형을 불러 세웠고 김태형은 그 힘든 와중에 나를 힐끔 쳐다보며 손에 들고 있던 봉지를 품에 안았다.
"이거 엄마가 아저씨 드리래요."
"... 이게 뭔데?"
"갈비 찜이랑 장조림요. 아저씨 혼자 사신다고 엄마가.."
내가 들고 있던 것이 고기여서 그런가 김태형은 아까 그 표정은 어디 갔는지 헤, 웃으며 내 손에 들린 반찬 한 번, 나 한 번 쳐다보더니 문을 열고는 들어오라 손짓을 했다. 조심스레 들어간 김태형의 집은 우리 집과 구조는 똑같았지만 다른 게 있다면 너무 휑했다. 아니, 집 안에 가구가 많이 없어서 휑한 거지 깨끗하지는 않았다. 이리저리 벗어던지 옷가지들 하며, 굴러다니는 책과 펜. 김태형은 식탁 위에 자신이 사 온 편의점 음식을 올려놓고는 내 눈치를 살살 보며 어지럽혀진 물건들을 하나, 둘 주워서 방으로 후다닥 들어갔다. 그런 김태형의 모습을 빤히 지켜보다 식탁 위에 놓인 봉지를 봤는데 그 안에는 컵라면과 시중에 파는 김치. 그 두 개가 봉투를 채우고 있었다. 무슨 생각인 지 모르겠지만 나는 뒤를 돌아 김태형의 냉장고를 벌컥 열었고, 먹을 것들로 꽉 차있는 우리 집과 달리 텅텅 비어진 김태형의 냉장고를 보고는 멍하니 볼 수 밖에 없었다. 정리를 마친 것인지 김태형은 냉장고를 잡고 있던 내 손을 떼어 내고는 냉장고를 닫고 그 앞에 서서 그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나를 쳐다봤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저씨. 쌀은 있어요?"
"... 아마도?"
"그럼, 밥솥은 있고?"
"그건 있지."
엄마의 마음이란 이런 것일까. 김태형에게 물어 쌀을 찾았고, 몇 번 쓴 거 같지도 않은 밥솥 뚜껑을 열어 밥을 했다. 식은 갈비찜을 다시 조리했고, 장조림을 전자레인지에 데웠으며 김태형이 사온 김치를 그릇에 담았다. 김태형은 그저 식탁 의자에 앉은 채 멍하니 나를 쳐다봤고, 밥을 저어달라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밥솥 앞에 서서 밥을 젓는 김태형이었다. 그나마 냉장고에 있던 반찬이라고 하기도 뭐 한 것들 몇 가지와 물을 차림과 동시에 허전했던 식탁은 나름 진수성찬이었다. 김태형은 감동받은 눈빛으로 나를 힐끔 보고는 잘 먹겠다는 인사와 동시에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그 앞에 앉아 아들 밥 먹이는 것을 바라보는 엄마처럼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김태형을 바라봤고, 어느새 밥을 다 먹은 김태형은 물을 마시며 제 머리를 긁적거렸다. 아무런 말없이 그저 빤히 김태형을 바라보자 김태형은 냉동고에 있던 아이스크림을 꺼냈고, 얼떨결에 김태형이 건네는 아이스크림을 받아 들고 껍질을 까 입에 물었다. 다시 자리에 앉은 김태형이 뜬금없이 제 머리를 헤집고 나를 힐끔 바라보고, 곰곰이 무언가를 생각하다 다시 나를 힐끔 바라보고를 반복하더니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내 손을 갑자기 잡고는
"그, 학생..."
"... 네."
"이름이 뭐죠?"
"... 김아미요."
"아, 아미.."
"..."
"미친 놈같이 보일 수도 있는데."
"..."
"나한테 시집올래요?"
무슨...
02.
살다 살다 내가 저런 소리를 들을 거라는 것 또한 누가 알았을까. 당황한 나머지 대답을 해주는 것보다 잡힌 손을 빼내고는 후다닥 그 집에서 나왔다. 우리 집으로 가 왜 이렇게 늦었냐는 엄마의 말에 대답은커녕 바로 방으로 들어갔는데 그 소리가 꽤 시끄러워 동생이 바락 소리를 질렀다. 아니, 무슨 그런 말이 다 있냐고. 연애할래요?도 아닌 시집올래요? 서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더 어이가 없는 건 아침에 마주친 것만 해도 몇 번인데 내 이름을 모르냐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설렘을 느꼈던 나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져 끙 앓고 있는데 김태형이 준 아이스크림을 잡고 있는 내 손을 한 번 쳐다보자니 아까의 일이 생각이 나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스크림을 버려야겠단 생각을 했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자리에 앉아 입 안으로 아이스크림을 가져갔다. 음식을 버리는 건 좋지 않은 행동이야. 그렇게 나를 위안하면서. 그 후로 김태형을 만나기가 싫었다. 김태형이 싫은 게 아니라 김태형을 만나면 그날 일이 생각이 나고, 생각이 나면 부끄럽고. 뭐 아무튼 그러한 이유들 때문에. 그래서 평소보다 더 일찍 집을 나갔고, 그렇게 김태형을 피하는 것인 한 일주일 정도 지났나. 아침에 왜 이렇게 일찍 나가냐는 엄마의 물음에 학교에서 하는 일이 있다는 거짓말을 했다. 김태형과 있었던 일을 점점 잊어가며 지내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집 가는 길이 너무 싫었다. 집은 가고 싶은데 가기 싫은 뭐 그런 거. 그냥 기운이 쭉 빠진 채로 엘리베이터를 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고개를 숙인 채로 나오는데 누군가가 앞에 서있는 것이다. 내가 길을 막은 거 같아 사과드리려고 고개를 들었는데 김태형이 아무런 표정 없이 나를 바라봤다. 그 눈빛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를 텐데 웃는 얼굴과 무표정의 갭은 어마하게 차이가 났다. 그 포스에 눌려 누군가가 말을 못 하게 막은 것처럼 아주 작은 목소리로 사과 하고 냅다 집으로 들어왔다. 야자를 하지 않아 내가 집에 왔을 땐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고, 오후 진료가 없었던 아빠는 저녁 준비하는 엄마의 옆에 서서 밥을 펐다. 그 모습을 보자니 왜 또 김태형이 생각 나는 것인지. 나도 모르게 꽥 소리를 냈고 엄마와 아빠는 나를 빤히 쳐다보시더니 다시 자신들만의 세상으로 가셨다. 상차림이 가득한 식탁 앞에 옹기종기 모여 밥을 먹다 아빠가
"예전에 말했지. 레지 하나 들어왔다고. 걔가 요즘 일을 안 해."
"아, 그 옆집 총각? 일을 못 하는 거예요? 사람 싹싹해 보이던데. "
"아니, 하기는 진짜 잘 하는데 안 해."
"왜?"
"몰라. 맨날 죽을 상하고 졸졸 따라다니는데. 나 걔 뭔 일 난 줄 알았잖아."
"아무 일도 없이?"
"나야 뭘 알겠나. 들리는 말로는 차여서 그렇다는 거 같던데."
먹던 밥이 목에 탁 걸렸고 미친 듯이 기침하는 바람에 대화는 끊겼다. 차여서 그렇다.. 설마 그때 그 말이 진심은 아니었겠지. 괜찮냐며 걱정해주는 아빠에게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빈 그릇을 들고 싱크대에 담았다. 얼른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의 김태형이 이상했다. 아니, 잘 알지도 못 하면서 시집오라고 하면 누가 오냐고. 그래. 김태형이 좀 잘 생긴 것도 아니고, 의사면 돈도 잘 벌고.. 좋기야 좋지만 그 정도 나이면 나이도 많을 테고, 나는 이제 곧 있으면 고3인데 그게 말이나 되냐고 말이. 이불을 펑펑 차면서도 만약 김태형이랑 사귄다면... 같은 헛된 상상을 했다. 그 도중에 엄마가 문을 여셨고
"이것 좀 옆집 총각한테 전해주고 와."
"동생 시키면 안 돼?"
"응, 안 돼."
왜, 꼭 이런 건 나를 시키는지... 맛있는 건 동생 먼저 주면서 귀찮은 건 나만 시키고. 웅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니 엄마가 내 엉덩이를 두어 번 툭툭 치셨다.
"갔다 오면 체리 줄게."
워낙 체리를 좋아하는 나라서 혹시나 체리가 없는데 엄마가 일부러 그러신 거 아닌가 싶어 먼저 체리의 유무를 확인했고 하나를 슬쩍해 입에 물고는 심부름에 나섰다. 마른 반찬 몇 개를 들고 그 집 앞에 서자니 느낌이 이상했다. 꼭 그날의 일이 다시 반복될 거 같기만 한 느낌. 벨을 세 번이나 눌렀는데도 집 안에서 나오는 사람이 없어 다시 가려는 찰나 김태형이 문을 열고 나왔다.
"이거, 엄마가 드리라고 해서.."
"아..."
"그럼 맛있게 드세요."
이제 다시는 김태형을 만나지 못 할 거 같다.
03.
그날 하루 종일 내 머릿속에는 김태형이 둥둥 떠다녔다. 시집오라고 말하던 김태형과, 아무 말이 없던 김태형. 웃는 김태형과, 무표정의 김태형. 그리고 내 꿈엔 김태형이 나왔다. 김태형과 내가 아파트 안에 있는 작은 공원을 걸어 다니다 벤치에 앉았고, 김태형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내 손을 잡고는 말했다.
"내 아를 낳아도."
벌떡 일어난 내가 시간을 확인하자 새벽 5시. 학교 가지 않는 주말이라 다시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이게 무슨 꿈일까 궁금해 괜히 포털사이트에 꿈 해몽한답시고 검색하기도 했다가, 핸드폰을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내가 미쳤지. 김태형 생각하다가 김태형 꿈까지 꾸고. 사실 따지고 보면 나도 김태형이 누구인지 모른다. 그저 지방에서 의사하겠다고 올라온 레지던트 1년 차 이름 김태형이고 소아과에 있다는 것만 빼면 아는 것도 없지... 침대에 누워 뒹굴고 있을 때쯤 아빠가 먼저 방 문을 열었고, 심부름 하나만 해달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려운 일은 아니고 세탁소에 셔츠 맡기고 오라는 건데 아빠는 괜히
"짐이 소자에게 임무를 주겠소."
라며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해주셨다. 내가 맞받아치며 대답하자 아빠는 환한 미소를 띠시며 셔츠와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이라도 사 먹으라며 천 원을 함께 주셨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세탁소에 옷을 맡기고 그 옆 마트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고 나오는 길에 김태형을 마주쳤다. 쓰레기 버리고 들어가는 길인지 어쩌다 보니 같은 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내가 김태형을 힐끔 쳐다보자 김태형이 날 붙잡았다.
"잠시 이야기 좀 할까요?"
뭔가에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이고 아무 말 없이 같이 걷다보니 어느새 공원이었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조용한 공원에 김태형과 나란히 벤치에 앉았...? 꿈꾸는 거같았다. 내가 꾼 꿈 그대로 이뤄지고 있으니. 아마 이다음은 김태형이 내 손을 잡고.. 한 마디 하겠지, 내 아를 낳아도. 하지만 이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김태형은 내 옆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땅이 꺼져라 한숨만 쉬고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김태형 뒤통수만 빤히 바라봤다. 김태형이 벌떡 일어나더니 두 손을 모아 눈앞에 가져가더니 허리를 숙여 사과를 했다.
"그 날은 진짜 미안해요. 속으로 생각한다는 게 그만..."
"아... 예..."
"기분 많이 나빴죠?"
"아뇨... 그건 아니고..."
"뜬금 없이 시집오라는 사람이 어디 있어, 진짜..."
"아, 아녜요. 괜찮아요."
"서로를 알 시간도 없이 시집이라니..."
"... 네?"
"번호 좀 줘요, 아미 씨. 자주 만나야지 정도 들고, 결혼도.. 아, 아냐."
... 괜찮은 사람이겠지
4.
"아직 프러포즈 한 거 아니에요."
"... 네."
"더 멋지게 할게요."
"알겠어요."
"아, 못 믿는 거 같은데?"
"아뇨, 믿죠."
"어떻게 할지 안 물어봐요?"
"... 어떻게 할 건데요?"
"음.. 어떻게 하지?"
".. 뭐야."
"아, 생각났다."
"뭔데요?"
"내 아를 낳아도."
05.
"저, 있잖아요."
"네?"
"아저씨라고 부를 거예요?"
"그럼요?"
"그.. 오빠나.. 뭐.."
"... 오빠요?"
"네, 오빠."
"... 오빠라고 불러요?"
"아, 아뇨!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요."
"왜요?"
"심장 터질 거 같아서요."
+)
이삐들 안녕.. 드디어 왔네요...
더 늦기 전에 마무리하고 올리는데
마음에 들지가 않아요 ;ㅅ;
요즘 왜 이러는 건지 아는 사람 (손)
먼저 김남준 글 메일링 하기로 했었는데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올릴게요!
미완결 글이고 나중에 다른 걸로 써 올 거라서
이건 공유하셔도 괜찮습니다 :)
나중에 다시 한 번 글 써서 완결 내면 메일링 할게요 :)
9살 연상 아이돌 김남준 |
파일은 월요일에 내릴게요!
그리고 타투이스트 진짜 마지막 기차입니다..
타투이스트 |
http://bigmail.mail.daum.net/Mail-bin/bigfile_down?uid=8iKgW2RYRMx1UidH5Sz.xDgiErQzpkmi |
이제 안 와요 8ㅅ8
울 이삐들이 보고 싶다고 독방에 글 썼길래..
공금 잊지 마세요 ;ㅅ;
아! 글이 전이랑 좀 다르죠? ㅎㅅㅎ
그냥 이렇게 한 번 써보고 싶었어요...
혹시 예전이 더 좋으면 말씀해주세요 ;ㅅ;
항상 기다려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어떻게 감사의 표시를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ㅅ;
늘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들 좋은 밤 보내세여 :)
현재 암호닉은 받지 않습니다! 죄송해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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