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형, 우리 그 라디오 해요~ 응? 제발~"
"아 안한다고 했잖아!!"
"아니!! 대표님이 저한테 그렇게 부탁을 하는데!! 형 그 라디오 좀 한다고 어디가 덧나?"
"야, 권순영. 매니저라도 봐주는데 한계가 있다. 너 내가 버는 돈으로 네 월급주는거야. 그거 알고 행동해."
"......하.... 알겠어요."
최승철은 매니저를 매몰차게 대하고 집으로 올라갔다. 매니저 역시 저 싸가지- 라고 중얼거리며 벤을 몰고 돌아갔다.
방송국 관계자들한테도 싸가지 없는게 아니라 자기네 소속사 식구들에게도 아주 싸가지가 바가지인 모양이다. 저런 놈을 내 첫 일자리에 데려와야한다는 사실이.... 참 개같다.
나는 곧장 경비원아저씨의 도움을 겨우 받아 최승철의 집으로 올라갔다.
[-딩동]
"누구세요?"
[승철씨~ 저 PBS 라디오국 '들리나요'의 부자연 작가인데요~ 저 작가 맞아요!! 요기 민증보세요! 부자연!! 저 맞잖아요.]
"....또 왔어요?"
[진짜 라디오 출연해요! 매일매일 꼬박꼬박 나오는 만큼 수입도 꾸준히 나오잖아요?]
"저는 그딴거 필요 없습니다."
[아! 물론 최승철씨야 어마무시하게 잘 나가시니까~ 이해는 하죠~ 그래도 사람일은 몰라요]
벌컥
"가시라고요, 쫌. 안한다고."
"아니! 승철씨는 그냥 오셔서 두시간만 막~ 팬들이랑 이렇게 이렇게 즐기구!! 그냥 먹고 놀다 가면 되요!"
"하 시ㅂ... 자연씨라고 했죠? 자연씨, 뭐 돈이 없어서 그래요? 그럼 자... 이거 가지고 가세요. 됐죠?"
개싸가지 새끼. 내 손에 수표 세장을 쥐어준다. 나는 그런 최승철이 괘씸했지만 겨우겨우 참고 다시 생글생글 웃으며 최승철에게 말을 건넸다.
"최승철씨!! 승철씨가 하면 막 간식 조공도 들어고 그럴텐데요? 에이~ 그러지 말고 속는셈 치ㄱ..."
-쾅
돌돌이 새끼. 이렇게 사람이 얘기하는데 매몰차게 문을 닫아버렸다. 덕분에 너무 놀래서 다시 벨을 눌러볼 생각도 못했다.
또- 이렇게 허탕인건가.... 나를 이렇게 매몰차게 대하는 최승철에 대해서 화도 났지만 내... 첫 직장에서 짤리지 않기 위해 난 메모지를 하나 꺼내서 글자를 적어내려갔다.
그리고 문에 쾅소리가 나게 포스트잇을 세게 붙이고 재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뭐야! 다시 오지 말라고 했..... ?? 이게 뭐야?"
[아 윌 비 백]
"허.... 이 여자 도대체 뭐야?"
-다음날 아침
어제 최승철 집에 그렇게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무작정 최승철 집 앞에서 노숙을 했다. 오늘 최승철은 스케줄은 없지만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인간이기 때문에 집 앞에서 대기타고 있지 않는 이상 마주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손이 시려오기 시작한 무렵에 최승철이 집에서 나와 차에 올라타려고 하고 있었다. 난 재빠르게 조수석 문을 열고 무작정 차에 탔다.
"뭐야? 누구야!!!"
"저 어제 그 작가요~"
"안내려??? 남의 차에서 뭐하는 짓이야!!"
"아니, 뭐. 지금 바쁘게 가실 곳 있으신 것 같은데, 가시죠!"
"사람 말 안들려요? 내리라고!"
"어허, 최승철씨! 어서 출발 출발!! 고고!!"
최승철은 이내 한숨을 쉬고 그냥 차를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자기 차에 맘대로 탄 내 행동이 맘에 안들었던 걸까, 아니면 자기가 가는 길을 막은 내 태도가 맘에 안들었던 걸까. 물론 내 모든게 맘에 안들었을테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세게 달리면!!! 나 차멀미 있는데!!!
"저.. 최승철씨.... 어디가세요?"
"등빙(登氷)하러."
"근데... 너무 빨리 달리는 거 아니에요?"
"...."
"저... 무서운데....."
"...."
"최승철씨.... 저 토할 것 같아요...."
"......."
"아니!!!! 장난 아니고!! 나 진짜 토할 것 같아요!!! 차 세워요!!"
-끼이이이익
최승철은 한동안 내 말에 대답 딱 한마디만 하고는 아무말도 안하더니 내가 소리치자 그제야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난 황급히 차에서 내렸고 그대로 토를 하고 말았다. 속을 게워내고 뒤를 돌아보니 최승철은 이미 저 멀리 사라지는 중이었다.
와.... 진짜 또라이... 돌돌이 새끼!!!
난 그대로 맨 바닥에 드러누웠다.
내가 왜 저 새끼를 이렇게 붙잡고 있니... 내 꿈이 뭐라고.....
승철은 자연을 내려놓고 그대로 갈 길을 가고있었다. 며칠 전부터 끈질기게 라디오에 출연하지 않겠냐며 집까지 쫓아오는 막내작가를 보며
애처로움과 짜증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승철은 몸 컨디션도 좋지 않은 여자를 바닥에 버려두고 온건 아닌가하는 찜찜한 마음에 창문을 열고 찬바람을 쐬며 라디오를 틀었다.
[사고소식입니다. 경기도 XX시에 위치한 XX호수 근처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20대 여성이 차량에 치여 주변 교통이 지연되고 있는데요....]
설마.... 그 여자 이야기겠어? 아닐거라고 애써 부정하며 차를 몰고 있던 도중 반대편에서 구급차가 자연을 놓고 온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구급차를 봐서인지 자연을 두고온게 더욱 마음에 걸려 승철은 차 핸들을 돌려 다시 자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저 구급차가 자연이에게 간 것은 아니겠지라고 자신을 세뇌시키며 돌아가던 도중,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승철이형! 저예요. 순영이]
"왜. 스케줄 갑자기 잡힌거 있어? 내가 오늘은 비워달라고 했잖아."
[아니, 형. 그게 아니라... 찾았어요 그 사람.]
"뭐라고...?"
[형이 찾는다던 그 사람. 찾았다구요.]
"그래서... 그래서 지금 어디서 뭐하고 있는데."
[그 지난 번에 라디오 들어온 거 있죠? 거기 막내작가로 일한데요.]
".......그 부자연이 확실히 PBS 라디오국에서 일하는.... 부자연 맞아?"
[네. 확실해요.]
승철은 머리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자신이 그토록 찾아다니던 여자가 자신을 계속 따라다녔다는 사실에 눈물이 눈앞에 차올랐다.
승철은 엑셀을 더욱 세게 밟으며 자연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 곳에 가자 허수아비처럼 자연이 가만히 서있었다.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돌아온거죠?"
"......"
"제가 저 혼자 좋자고... 직장 하나 살려보자고 이러는거 아니거든요. 이번 라디오는 최승철씨 싸가지 이미지에도 진짜 도움 될거구요."
"..."
"그리고 솔직히 돈도 많이 벌면 벌수록.... 좋은거니까."
"너 나 몰라?"
"알죠...아 최승철씨야... 우리 주인집 꼬맹이들도 다 알아요."
"부자연.... 너 나 몰라!!!"
"알아. 이 개자식아."
"......"
"알면...? 안다고 그러면 라디오 해줄거야? 안 그럴거잖아. 안다 그럼 더 싸가지없고 못되게 굴거잖아. 옛날처럼."
"..."
"이건 고맙습니다. 잘 쓸게요."
승철의 머리 속은 마치 메아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저 아인 자연일리가 없다.
자연이어선 안된다.
저 아인 절대로 나의 자연이 아니다.
[암호닉]
몬, 릴리
두분께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넹!! 여유입니다!! 뭐... 전반적인 틀은 드라마에서 데려오고
세세한 사항들이나 구체적인 내용들은 수정해서 쓰고있기 때문에
드라마랑 큰 연관은 없습니다!! ㅎㅎㅎ
벌써 2화네요!! 앞으로도 잘부탁드려봅니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