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쬐는 뙤약볕의 강도에 소매 하나 걷지 않고 꼭 여물었던 자철의 새하얀 와이셔츠도 어느새 짧은 반팔의 생활복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성용의 시간은 무엇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올해 여름은 유난히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것의 이유는 자철일지도, 청용일지도 몰랐다. 교실 내에서는 에어컨을 요청하는 기각될 것이 뻔한 소리들이 가득 메워졌다. 시원한 선풍기에 반 아이들 하나씩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있을 적에도 자철만은 유독 깔끔을 떨었다. 자철은 늘 그랬다, 그리고 성용은 늘 그런 자철을 이해하지 못했다.
자철은 무엇과 접촉할 즈음이면 항상 눈썹과 눈썹 사이의 미간을 찌푸렸다. 그것은 성용이 발견해 낸 자철의 강박 관념이 탄생시킨 무수한 버릇들 중 하나였다.
"보기 아니 꼬우면 신경 쓰지 말던가."
그런 자철의 버릇을 보며 투덜거리는 성용에게 자철은 늘 그리 말했다. 하지만 그리 말하는 자철 제 스스로도 이젠 자신 스스로 먼저 성용을 신경 밖으로 두게 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자철은 확실히 이러한 변화들에 서서히 물들어져 가고 있었다. 성용도, 성용이 건네는 따스한 정들에게도.
[기구/쌍용] 미도리빛 트라우마 3
"성용아."
…어?
요즘 성용과 청용 사이에는 미묘한 기류가 존재했다. 의도치 않게 들은 성용이 저와 한 대화의 내용을 어기곤 자철에게 제안한 축구 경기는 보기 좋게 차이고 말았지만, 청용은 그로 인해 큰 자존심이 상했다. 청용은 더 큰 것은 욕심내지 않더라도 아직까지는 성용에게는 우선 순위이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잘 지켜져오던 그 사항이 구자철이라는 끈 하나에 위태롭게 휘청이는 것이 속 상했다. 하지만 성용은 청용의 저기압의 이유를 눈치챌 만큼 세심하지 않았다.
"나 너한테 소중한 거 맞지?"
몇 분간의 정적이 흐르곤 성용은 심각성을 느끼기라도 했는지 고개를 돌려 울상인 청용을 마주했다.
청용은 사려 깊고 감성이 풍부한 편이었지만, 여자애들 마냥 낯간지런 우정이란 말을 언급할 타입은 아니었다. 무엇 때문인지 성용은 감을 잡을 수는 없었지만 제가 청용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단 것을 알아챈 성용은 잠시간의 정적을 잇곤 청용의 등을 호기차게 하지만 부드럽게 내리쳤다. 얼떨결에 맞은 청용은 엉뚱하단 표정을 짓고 성용을 바라 보았다.
"그럼, 둘도 없는 소중한 친구지."
성용은 낯간지러운 말을 내뱉었다며 제 손을 스스로 쥐곤 아우성을 쳤다.
청용은 답 없이 싱긋 웃으며 묵묵히 성용의 보폭에 맞춰 길을 걸어 나갔다. 결국 둘의 사이는 친구란 단어로밖에 엮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저 성용에게 저 자신이 소중하며 할 것이란 버팀목 하나만 있으면 청용은 더 가까이 다가가고픈 제 소망을 억누를 수 있을 거라 체념하고, 만족했다.
귓전을 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현란하게 자철과 그의 반 아이들 모두의 귓가에 안착했다. 제 치수에 딱 맞게 산 자철의 체육복은 자철의 와이셔츠처럼 마냥 희었다. 성용은 그런 자철의 체육복 바지 속 비추는 다리들을 알게 모르게 응시했다. 체육복 라인에 맞춰 살이 탄 듯 튼실한 넙적다리 근육과 함께 구릿빛 자철의 피부와 안 탄 흰 피부의 조화에 괜히 성용의 목울대가 꿀렁였다. 늘 깔끔만 고수하던 자철이 딱 봐도 운동을 꽤나 한 몸으로 이뤄졌단 사실에 의외성에 놀라 그런 것이라 성용은 자꾸 자철의 다리로 향하는 제 시선의 이유를 제 멋대로 결론 지었다.
다시 찢어져라 울려지는 휘슬 소리를 시작으로 아이들의 발이 현란히 움직였다. 성용은 축구 시합하는 내내 자철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뛰는 폼이 예사롭지가 않다. 성용은 패스 받은 공을 받아 뺏기지 않고 자철에게 패스했다. 자철은 잠시 미간을 찌푸리며 성용을 노려 보더니만 그 공을 발에 착 감고 투박하지만 잠시 성용의 입을 떡 벌리게 할 정도의 탈압박 클래스를 선보이고, 바로 슛.
"구자철 존나 대박, 널 스카웃 한다."
성용은 자철에게 달려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온갖 칭찬사를 내뱉었다. 자철은 그런 성용을 무심히 지켜 보다 눈까지 둥그래져선 말을 재빨리 뱉어 내는 성용에 어색하게 슬쩍 웃었다.
그에 성용이 무어라 말을 하기 전에 아차한 자철은 고개를 돌리곤 땀을 씻겠다며 세수대로 갔다. 성용은 그런 자철을 보다 세수대로 따라 가곤 자철이 교실에 두고 나왔던 손수건을 건네 주었다. 두고 나왔길래, 자철은 성용을 가만히 지켜 보았다. 자철이 처음으로 성용을 자세히 관찰했다. 자철은 성용이 챙겨나온 제 손수건을 건네 받았다. 성용은 남자애가 손수건은 무슨 용도냐며 따지지도 않고 그저 늘 그렇듯 씩 웃었다.
"고맙다."
뭐? 성용은 순간 들려온 자철의 목소리에 제 귀가 잘못 들은 건지 의심해 재번복을 요했지만 그 대답은 자철다운 묵묵부답이었다.
자철은 그저 땀을 씻은 물을 닦고 선생님의 호출에 맞춰 스탠드로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한참이나 보던 성용은 함박 웃음을 지으며 연신 자철의 이름을 부르며 그 뒤를 쫓아갔다. 구자철 쑥쓰럽냐?!! 운동장엔 성용의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울러 퍼졌다.
여름이라는 계절을 고스란히 알려주는 듯 바깥은 온통 미도리빛을 띄웠다. 창문에 토닥이며 부딪히는 물방울들이 나름 두터웠다. 청용은 아침에 내리는 비에 잠을 잘 틈도 없이 밖에 나와 교실로 뛰어 오곤 알량한 제 트라우마 하나로 성용에게 먼저 간단 문자 하나를 남기고 늘 같이 오던 등굣길에 먼저 학교에 도착한 제 자신을 뒤늦게서야 책망했다. 성용은 늘 청용에게 있어서 그 누구보다 헌신적이었다. 막무가내로 문자 한통에 먼저 온 청용이 되려 걱정 된다며 힘 내란 성용다운 문자에 청용은 종이 치자 마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성용의 자리는 아무도 없었다. 심부름을 갔다는 주영의 말에 청용은 성용의 자리에 몰래 들어가 앉아 기다리고 있던 찰나 비를 뚝뚝 맞으며 제 교실 문을 여는 자철과 마주했다. 아…, 요즘 성용의 관심을 독차지 하던 자철이었다.
늘상 정갈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비에 젖은 생쥐꼴마냥 흐트러진 자철을 청용은 끊임없이 주시했다.
"뭘 봐."
"네 이름이 구자철이야?"
자철은 가방을 책상 위에 내려 놓곤 청용에게 말을 쏘아 붙였다. 그만 보라고, 청용은 그런 자철에 굴하지 않고 말을 걸었다. 너구나 구자철이.
"난 이청용."
"…어쩌라고."
"앞으로 자주 볼 건데 잘 알아 두라는 뜻에서."
[뭘 봐.]
[너 이름 뭐냐?]
"난 기성용."
"어쩌라고."
안 자네?
..씨발
그래서 넌 이름이 뭔데
묘한 데자뷰였다. 자철은 헛웃음을 내비치며 청용을 무시했다.
교실엔 성용이 들어왔다. 성용은 교실에 들어와 보이는 청용의 모습에 달려가 괜찮으냐며 이것 저것 안부를 물었다. 청용은 성용에게 괜찮다 대답하며 젖은 가방을 터는 자철을 흘깃거렸다. 묘한 승리감에 도취된 듯한 청용이었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에 청용은 뒤늦게서야 일어섰다. 짧은 10분간 중요한 터닝 포인트를 넘긴 듯한 청용이었고, 그것은 비단 청용 뿐만이 아니었다. 자철은 청용이 뒤를 돌아 제 반으로 가자 그제서야 시선을 돌려 청용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임시 저장 해서 나중에 수정해서 정리를 해 올린다는 것을 그냥 올려 버렸네요ㅜ 신알신 이미 울렸을 까봐 지울 용기가 안나 우선 올려 놓고 정리하려고요 내일쯤 다시 들어오시면 글 내용이 좀 정리 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번 편은 그냥 급하게 휘몰아쓴 느낌이 있어서..ㅠㅠ어제 축구 경기 덕분에 오늘 하루만에 자세한 스토리 잡고 글 쓰느라 조금 재촉해서 쓴 감이 있어서.. 제 모자란 글실력이 이번편에 확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ㅜ쓰고 싶은 내용은 장황한데 제 글이 못 따라주네요 암호닉 신청해주신 담님 기구쨔응님 냉면님 시든나메코님 궤변님 감사드립니다 늘 저한테 힘이 되어 주시는 분들이세요~각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