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박지민 초커
01
이른 아침부터 시끌시끌하다
선잠에 빠져있던 나는 시끌시끌한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바깥 풍경은 어느새 익숙한 것으로 바뀌어있었다.
차 문 밖으로 살짝 내다보니 시끌시끌한 소리의 중심에 서 있는 엄마가 보였다.
마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엄마를 슬쩍 보고는 무리의 반대편으로 내렸다.
기지개를 피며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흐음-
오랜만에 느끼는 상쾌함에 기분이 좋아졌다.
기분 좋은 웃음이 입에 걸렸다.
눈 앞에 탁 트인 평지를 바라보았다.
평화롭다.
비로소 나는 고향에 돌아온 것을 실감했다.
*
아침부터 도착해서 한참 사람들에게 시달리다가 짐정리를 마친건 저녁 시간이 간당간당할 때였다.
엄마와 평상에 늘어져있기를 한참
그마저도 배고파서 부엌으로 향했다.
"엄마 라면 어디있어?"
"거기 상자에"
"상자가 한두개냐..."
궁시렁대다 결국 하나하나 열어 확인했다.
"엄마 라면 없는데?"
"아 맞다 다 떨어졌다 가서 좀 사와"
허탈해진채 대문을 넘어 근처 슈퍼로 향했다.
조그마한 공간의 옛날식 슈퍼는 고향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다.
괜히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릴적 추억을 끄집어내다가 라면 한봉지를 집어들고는 계산대로 향했다.
아주머니 바뀌셨네 옛날에는 통통하고 키 작으신 분이셨는데
가만히 생각하다가 계산대 옆에 보이는 막대사탕에 하나 골라 계산하자마자 입에 까넣고 감사인사를 하고는 집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걷는 흙길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너는 무슨 밥 먹기전에 사탕이냐"
부엌에서 냄비를 씻고 있던 엄마는 나를 흘낏 보고는 한소리하고는 내 손에서 라면을 채갔다.
"밥상차려"
"느에"
평상에 앉은뱅이 탁자를 펴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고 모깃불을 키려 마루 위에 있던 박스를 뒤적거렸다.
라면을 들고오던 엄마가 물었다. 뭐 찾냐? 모깃불 그 박스 말고 그 옆 박스 뒤져봐 거기 있을꺼야 오 찾았다
받침대에 모깃불을 끼우곤 익숙하게 모깃불에 불을 붙였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회색연기에 밥상 옆으로 조심히 들고 갔다.
"엄마랑 밥 먹는거 오랜만이네 라면이지만"
"앞으로는 나랑 이렇게 만날 먹을건데 뭐"
"..내려온거 불편하지 않아?"
"싫었으면 나혼자 자취했어 나도 좋아 오랜만에 고향도 오고"
굳은 엄마의 표정에 웃어보였다. 불겠다 엄마 먹자
슬쩍 지나간 엄마의 안도감에 마음이 편해졌다.
"내일 보름이네"
"그러게"
"보름이면 항상 이 소문 돌았었는데 기억나?"
"무슨 소문?"
"늑대 소문. 기억 안 나?"
"아아 그 소문? 기억 난다"
늑대 소문.
보름달이면 나타난다는 늑대.
저기 보이는 저 산 어딘가 길을 잃으면 찾을 수 있다는 들판 위 덩그러니 놓인 석탑 하나.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석탑 주변에 하얀 안개가 피어오르며 꽃이 피어난다고
사람을 홀리는 향이 나서 그 주위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 깨어나기 힘들다고
또, 그 날이면 늑대가 석탑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데 눈이 마주치면 살아돌아올 생각은 하지 말아야한다고
가끔 심마니들이 늑대를 보았노라 이야기하곤 했지만 어차피 전설은 전설일 뿐.
마을 사람들도 그저 웃고 지나가는 헤프닝으로 넘기곤 했다.
어린시절 친구와 두손 맞잡고 산 속을 헤매며 늑대를 찾고자 했지만 항상 허탕치고 돌아올 뿐이였다.
"나 그때 친구랑 엄청 찾아다녔잖아 기억나?"
"기억나지 그러다 한번은 온몸 다 까져와서 놀랬지"
"온몸은... 다리 좀 쓸렸던거였어"
"그때는 얼마나 놀랐었는지 알아?"
"알아 알아 그때 엄마 표정 기억나"
옛날 추억에 빠지신 엄마를 곤히 바라보다 한가지가 떠올랐다.
...내일 한번 올라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