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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방탄소년단 정해인 세븐틴 더보이즈 변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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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오니 밖에는 비가 오고있었다. 울지마.울지마하고 하늘에 있는 엄마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내본다. 오늘따라 더 보고싶네. 이제 더이상 그리워만 할 수 없다. 미안, 엄마. 오늘은 내가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원하던 것을 이루는 특별한 날인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것 같을까. 성규는 사랑 받을 나이에 사랑 받지 못하고 자라왔다. 그저 받아들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틀렸던것 같다. 성인이 되고 집을 나왔다. 지난 날을 생각하니 가슴이 턱 막힌다. 자꾸만 아빠한테 맞았던 기억이 난다. 상처도 지워지는데 넌 왜 안지워 지는거니. 이제 그만 보내고 싶다. 오늘은 성규가 시작하는 날이었다. 

 

 

"비 한번 많이오네.."  

 

 

 

우산을 챙기러 다시 집을 갔다오느라 오티 시간에 늦을것 같다. 평소에 운동같은 건 하지 않아서 아무리 빨리 달려봤자 지각할것 같았다. 평소에 운동좀 할껄 하고 후회해 본다. 포기하고 가지말까 생각 했지만 시작이 반이라니까 달려본다. 이내 성규는 학교앞까지 도착한다. 5분 있으면 시작하는데 신호등은 왜이렇게 안바뀌는지 모르겠다. 다급한 성규는 발을 동동 구른다. 제발 바뀌어라-생각하자 성규의 마음이라도 읽었는지 신호등이 켜졌다. 성규는 신나서 건넜고, 그 시각 한 자동차도 같은도로를 지나고 있었다. 빠른 속력임에도 불구하고 브레이크가 고장난건지 멈출 생각을 안한다.  

 

 

 

"학생! 피하세요!"  

 

 

 

자신에게 외치는 소린지 몰랐던 성규는 그냥 학교를 향해 갈뿐이었다. 그뿐이었는데.. 자동차는 성규를 들이받고 이내 멈춘다. 이제 조금만 더 건너기만 하면 되는데 몸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오늘은 성규가 시작하는 날이었다. 

 

 

 

* * * 

 

 

"김성규씨." 

 

 

성규는 눈을 떴다. 갑자기 자기 이름을 부르는 이상한 남자를 작은 눈으로 쳐다본다. 그러다 이내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분명 차에 치였던거 같은데.. 기억이 나질않는다. 성규는 명수를 빤히 쳐다본다. 어서 대답하라는 얼굴로.  

 

 

 

"어떻게 된거예요? 저 차에 치였던것 같은데. 여긴 어디 예요?"  

 

 

 

자신이 사고를 당한걸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음에도 그 사실을 담담히 뱉는 성규였다. 의외 였다. 나이도 어리고 약해보이는 탓에 자신이 멀쩡하다는거에 눈물을 쏟을줄 알았다. 명수는 그런 성규가 신기하다. 같이 있으면 재밌을것 같기도 하고.  

 

 

"잘 부탁드려요." 

 

"누구세요..?" 

 

 

성규는 자신을 아는 사람인건가 하고 기억을 헤집어 보지만 기억에 없는 사람이다. 일하는 가게에 밥먹으러 왔었던 손님인가 하고 자세히 봐도 역시 모르겠다. 누굴까 그는. 얼굴은 반반하니 잘생겼는데.  

 

 

 

"이제 부터 네 옆에 붙어있을 사람." 

 

"..저한테 그런거 필요 없어요. 대답이나 해줘요. 여기가 어딘지." 

 

 

순간 적이었지만 성규의 목소리가 떨려온것 같았다. 감동 할줄 알았는데.. 명수는 예측할 수 없는 성규가 마냥 재밌다.  

 

 

"나는 이 층의 관리자 엘이야. 임시직이긴 하지만 그래도 맡은지 한달정도 됐어!"  

 

 

성규는 명수를 째려본다. 이상한 소리하지말고 빨리 자신의 질문에 대답해 달라는 뜻이었다. 나이도 어린게. 동생 같으니까 봐준다. 명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계속 말하자면, 여긴 혼계고 넌 지금 혼수상태야. 돌아가려면 일주일 기다려야돼. 이제부터 넌 0428으로 불릴거야.  

 

더 궁금한거 있어?" 

 

 

혼수상태. 성규는 믿기지 않았다. 믿고 싶지도 않았다. 그럼 사고 당한게 사실이 될테니까.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무서웠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면 돌아갈 수 있는것 같으니 그것이 또 다행이었다. 성규는 또 담담했다. 명수가 보기엔 성규가 감정표현이 서투른 것 같았다. 꼭 6살 아이처럼. 명수는 사실은 너 지금 무섭지? 묻고 싶었지만 또 째려볼까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 * * 

 

 

6월 3일, 성규가 혼계에 온지 첫쨋날.  

 

 

 

 

 

 

성규는 혼계에 오고 나서 부터 계속 누워 있었다. 명수가 해준 말을 곱씹어 보고 있는 듯 했다. 명수는 오는 동안 혼계에 대해 설명해 줬다. 혼계는 말 그대로 영혼들이 모여 있는 계층이다. 여러 영혼들이 있는데 각자 마다 죽은 사연은 다 다르다. 명수는 뇌부종으로 인한 혼수상태라고 했다. 머리에 물이 많다나 뭐라나. 일주일이면 빨리 가는거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한다. 원래 혼계에서 한 달을 버티는 영혼은 없다. 한 달째가 넘어가면 돌아갈 가능성이 희박해 져 모두들 빨리 떠나고 싶어한다. 쉽게 말해 죽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성규는 죽는걸 생각하니 몸이 파르르 떨려왔다. 무섭고, 두렵다. 말이 쉽지 이 곳에서 일주일을 버티라니. 성규에겐 조금 벅차 보인다. 

 

 

 

"안녕, 처음 보는 얼굴이네요. 기절 한거 아니죠?" 

 

 

누워 있는 성규에게 우현이 말을 걸었다. 언제 말 걸까 생각하다 몇시간째 누워 있는 그가 충격 받아 기절한건 아닌지 보러 왔다. 작지만 눈을 뜨고 있는것 같으니 기절은 아니었나 보다. 처음 혼계에 오는 사람은 그 사실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부정하고 벗어나려 한다. 그것을 억제시키는게 힘든데, 그때 마다 우현이 와서 친절히 적응하게 도와줬다. 우현은 이번에도 처음오는 성규가 걱정되서 보러왔다. 생각보다 멀쩡하네. 다행이다. 

 

 

"이거 눈뜬거예요." 

 

 

 

성규는 상처 받았는지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눈을 크게 떠서 째려보는것도 잊지 않는다. 우현은 그 행동이 귀여웠는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지만, 첫만남에 스킨쉽하면 변태로 오해할 거 같으니 포기하기로 한다. 꽤 어려보이는데 이 곳에 온것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안와도 됐었는데. 우현은 웃어보이며 성규에게 손을 내밀어 보라고 한다. 

 

 

"장난이예요. 제가 신기한거 보여드릴까요?" 

 

 

짠- 하니 우현의 손에서 장미꽃이 나왔다. 장미꽃 좋아하냐는 우현의 질문에 성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또 장미꽃 하나가 나왔다. 성규는 자기도 모르게 우와하고 신기해 했다. 원래 영혼이면 이런것도 할 수 있는거예요? 성규는 손을 접었다 폈지만 꽃은 생기지 않았다. 괜한 오기가 생겨 이상한 주문까지 외쳐 보지만 나올리가 없다. 뜻대로 되질 않자 성규의 입은 삐죽 나왔다. 우현은 그런 성규가 귀엽기만 하다. 예전에도 애들하고 자주 놀았던거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우현은 머리가 지끈거리는것 같다. 이럴 땐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이곳이 나름 괜찮은것 같다. 

 

 

 

"불안해 보여서. 웃게 해주고 싶었어요." 

"고마워요.." 

"고마우면 안기던가." 

 

 

 

멀쩡해 보인다는건 우현의 착각이었다. 자세히 보니 성규는 떨고 있었다. 일부러 두려움을 숨기는것 같았다. 성규를 위로하고 싶었다. 우현은 팔을 뻗는다. 그런 우현을 멍하니 보다 품에 안긴다. 느껴지진 않았지만 따뜻한것 같았다. 성규는 누구의 품에 안기는게 정말 오랜만이라 이게 이렇게 좋은것인지, 말 한마디 없이 위로가 되는것인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성규는 우현의 말에 감동받았는지 금방 울것만 같았다. 우현은 아무말 하지 않았지만, 울어도돼. 하고 말하고 있었다. 진정해요. 진정하고 싶었지만 진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이 더 뛰었다. 살았을때 느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은 마음이 쓰다. 

 

 

 

 

* * * 

 

 

예전에 명수가 혼수상태인지 한 달 되기 전날, 전 관리자인 동우는 명수를 불렀다. 평소에 간간히 소식만 전해주는 터라 오랜만에 만나니 명수는 기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왜 불렀어요? 흘러넘치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0313. 너 내려갈 수 있게 됐어. 축하해! 근데 조건이 있어.한달간 내 자리를 잠시 맡아줘. 부탁할게. 

 

 

 

 

명수는 이 할 일 없고, 심심한 곳에 한 달이나 더 있어야 한다니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게다가 관리자는 혼계에 오는 영혼을 직접 데리러 가야하며, 이 곳에 존재 하는 모든 영혼을 관리 해야 했다. 일이 생겨 심심하진 않겠지만 이 귀찮은 일을 한달이나 하라니 미친놈 아니고서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내려갈 수 있단 말을 들으니 모든게 합리화 되는 듯 했다. 잠시 생각하던 명수는 뭔가 다짐 한듯 동우에게 손을 내민다. 한 말은 꼭 지키라며 손걸고 꼭꼭 약속한다.  

 

 

 

 

바쁠 것이라 예상 했던 관리자의 자리가 3주째 무의미하게 흘러가고 있다. 영혼이 오지 않는다는건 좋은 일이지만, 명수에겐 그저 좋은 일 만은 아니었다. 관리자가 아니었을때도 심심하고, 관리자 였을때도 심심하니. 무얼 해야 심심하지 않을까. 누군가 오면 좋을텐데. 명수는 괜히 지상을 쳐다 본다. 어느 대학 앞이었는데, 곧 사고가 날것 같았다. 명수의 생각대로 남자아이는 차에 치었고, 이내 이송됐다. 귀찮아. 명수는 사실 귀찮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가슴도 조금은 뛰는것 같았다. 얼른 만나고 싶다며 명수는 병원으로 뒤따라간다. 뭔가가 시작된것 같았다. 

 

 

 

"0428. 그만 따라와." 

 

 

 

 

성규는 명수를 졸졸 따라 다녔다. 단지 심심하단 이유였다. 명수가 없을땐 기다릴줄도 알았다. 성규는 그새 이곳이 편해진것 같았다. 심심함을 느낄 정도라니. 처음엔 반가워 하던 명수도 그만 따라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긴 원래 심심한 곳이야. 그냥 시간 지나가길 기다려. 유치원생 아이를 타이르듯 말했다. 

 

 

 

"엘도 할일 없잖아요." 

 

 

 

 

명수는 정곡을 찌르는 말에 살짝 흠칫하지만 이내 포커페이스를 되찾는다. 사실 명수는 성규가 우현에게 안기는걸 목격했다. 보려고 본게 아닌데 훔쳐본 꼴이 되버렸다. 자기한테는 옆에 있어줄 사람 필요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더니 말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다른이에게 안겨 버렸으니 명수 입장에선 섭섭함이 컸다. 

 

"너 어제 남우현한테 안겼잖아!" 

 

 

명수는 뱉은 말을 다시 주어 담고 싶었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뱉은거야. 그게 왜요? 눈치가 없는건지 성격이 좋은건지 성규는 명수가 왜 그런지 몰랐다. 명수도 자신이 왜 그런지 몰랐다. 지금 명수의 마음을 아는건 누굴까. 답은 명수의 마음만이 알거같다. 얼른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기억아, 들어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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