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비깨비 큥깨비 'ㅅ' SPIN OFF
- 이곳에서 만큼 당신의 이름은 '주'입니다.
"..."
"배.. 백현? 왜, 왜그래요?"
"덥잖아"
유난히도 여름을 싫어하는 백현탓에 주는 죽을맛이었다. 한달전부터 자신이 '도깨비'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함께 동거아닌 동거를 하고 있었다. 첫만남부터 주와 백현의 만남은 강렬했다. 집앞에 서있는 한 남자의 인영에 주가 도망가려고 하자 어느새 주의 손목을 잡으며 '어디가'라고 묻는 사람이 앞에 있으면 어떻겠는가. 참고로 주의 별명은 주복치. 겁쟁이에 쫄보와 비슷한 별명은 모두 주를 향했다. 커다란 동글뱅이 안경에 어벙한 옷을 입고 어벙한 표정을 짓고있는 주는 그 자리에서 백현이 무서워서 쓰러질뻔했다고 한다.
"..."
더위에 인상을 찌푸리던 백현이 자신을 보고 화들짝 놀라는 주를 보고는 픽 웃었다. 도깨비는 자신의 신부를 찾아오기 위해 인간세상으로 내려온다. 백현은 처음엔 이 어벙한 인간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같이 지내면서 나름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태어날적부터 정해지는 신부라서 그런가. 백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충분히 주에게 공포로 다가왔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주는 주복치다.
*
백현은 인간세상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가만히 주의 집에 앉아 주를 데려갈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깨비가 인간세상으로 신부를 데려오고 때가 되면 달의 문이 열려 신부와 함께 넘어가야 한다. 넘어가면 다시는 넘어올 수 없는 그 문을 넘는것이 주는 두렵다고 했다. 사실 백현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곳에 가면 아는것은 자신밖에 없고 채워준다해도 외로울 터였다. 본디 신부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일부러 '없도록' 신이 창조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주의 곁에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했다. 백현은 그것도 역시 마음에 안들었다
오늘은 주가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러 가는 날이었다. 이런날만 되면 주의 친구인 수영이 와 꼭 주의 얼굴에 치덕치덕 무언가를 바른다거나, 어벙한 안경을 벗기도 데리고 간다. 백현은 그것이 정말 마음에 안들었다. 다른사람이 집에 있을때는 집에 없는것처럼 해달라는 주의 말을 무시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인상을 쓰며 백현은 준비가 다 되어가는 주의 귀에 속삭였다. 아무한테도 안들릴테지만 어쨌든 주만 들었으면 좋겠다는 백현의 생각이었다.
"다른새끼랑 있기만해봐. 가만안둬"
도깨비는 자신의 것에 소유욕이 강했다. (어쩌면 이건 백현 한정일지도 모르지만) 낮게 깔린 백현의 목소리에 주가 흠칫했다. 그리고선 작게 고개를 끄덕여보였고 대답에 만족한 백현이 씩 웃으면서 주의 침대에 앉아 가방을 들은 주의 모습을 멀뚱히 바라봤다. 내심 인사를 바라는 눈치라는 걸 깨달은 주가 작게 손을 흔들어보였다. 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에게 손을 흔들어보였다.
예쁘네.
주가 밖으로 나가고 백현이 끝내 주에게 말하지 못한 말이었다.
*
주는 술을 잘 하지 못했다. 그러나 친구들을 만났기에 안마실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백현이 술을 많이 마시거나 자신이 늦게 들어오는것을 싫어하기때문에 주는 빨리 집으로 돌아갈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친구들이 현재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분명 오늘은 엄청 부어라 마셔라 해야할것같은 느낌이었다. 여주가 이내 생각을 접고 술잔을 들었다. 모르겠다.
시간은 계속 지나고 있었다. 백현이 시계를 한번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손가락을 튕겨냈다. 편한 복장의 모습에서 밖으로 외출하는 모습으로 바뀐 백현이 자신의 머리를 쓸어넘겼다. 주를 혼낼 생각을 딱히 없었다. 그냥, 놀라는 모습이 좀 보고 싶었달까. 게다가 이 시간이면 분명 주가 무서워할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백현의 발소리가 어두운 길목에 울렸다. 백현은 나름 밤 공기를 즐기며 하늘을 한번 바라봤다. 곧 달의 문이 열릴때였다. 언제쯤 돌아갈 수 있으려나 하며 계속해서 발을 움직이며 주가 있는 곳으로 향해갔다. 어디에 있어도 자신의 신부를 느낄 수 있는 백현의 발걸음은 굉장히 가볍고 또 가벼웠다.
술집의 앞에 다다른 백현이 고개를 들었을 때, 백현은 그대로 굳은 표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신부의 손목을 잡고있는 자는 누구인가. 그 누구라도 자신의 신부를 건든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잔뜩 인상을 구긴 백현이 한걸음씩 발걸음을 뗐다.
"넌 누구기에 내것에 손을 대고 있지?"
"..넌 뭐야!"
"난 시끄러운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주를 잡은 남자는 계속해서 상스러운 욕을 입에 담고 있었다. 백현은 자신의 머리를 한번 쓸어넘기더니 고개를 좌우로 몇번 움직였다. 달이 참 밝네. 그치 주야? 주를 바라보며 싱긋웃은 백현이 이내 남자를 향해 다가가 남자의 손목을 쥐어잡았다. 고통스러운 비명이 흘러나오고 끔찍한 소리가 골목을 가득 울렸다.
"꺼져. 여기서 죽고싶지 않으면"
백현의 낮은 목소리에 남자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다가 이내 골목 밖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백현은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주의 앞에 다가갔다. 다른 남자랑 있지 말라고 했잖아 웃으며 말하는 백현의 미소에는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표정이 숨겨져 있었다.
"...끅,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주가 끅끅 거리며 울먹이나 싶더니 결국 백현의 말에 엉엉 울며 백현을 끌어안았다. 다름이 아니라 주는 급한일이 생겼다며 술자리에서 일어나 골목길로 나왔을때 한 남자가 갑자기 자신의 팔목을 잡고 늘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무서워서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실랑이를 하던 도중에 백현이 나타났다. 자신도 잘했다는것은 아닌데 백현의 표정이 너무나 무서울 뿐이었다.
"하.."
"끅, 화.. 화내지마요.."
자신을 끌어안고 화내지말라는 주의 말에 백현은 결국 주를 토닥여줬다. 어찌되었든 나쁜일이 없으면 다행인 것이다. 백현이 아직도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있는 주를 일으켰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주의 다리에는 까진상처가 있었다. 백현이 그것을 한번 보더니 이내 한숨을 쉬었다. 주의 손을 잡은 백현이 천천히 배려해가며 집으로 향헸다. 손목을 부러트리는 걸로 멈추는게 아니었는데 이를 바득 간 백현이 주를 한번 바라봤다. 자신의 눈치를 보는 것이 겁먹은 강아지처럼 보였다.
"내가 무섭나?"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백현이 화내면.. 무서워요"
"..."
주의 말에도 백현은 아무말 없이 집으로 향하는 길을 묵묵히 걸어갈 뿐이었다.
*
집에 도착한 백현이 곧바로 주를 거실에 앉혔다. 구급상자를 가져와 주의 무릎을 치료해주는것이 꽤나 능숙했다. 이리저리 자주 넘어져서 다쳐오는터라 이런것까지 터득한 백현이었다.
"다시는 나 없이 밖으로 나가지 마."
"...네?"
"너를 억지로 데려갈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신부를 버려둘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다, 다시는 안다칠게요..."
주가 고개를 푹 숙였다. 상처를 치료해준 백현이 구급상자를 정리하여 다시 제자리로 가져갔고 이내 주의 입에 가볍게 입맞췄다.
"...!"
가벼운 키스가 이어졌고 주가 두 눈을 꽉 감았다가 이내 백현이 자신의 입술에서 떨어지자 붉은 얼굴을 하고 자신의 입가를 손으로 가렸다.
"첫키스인가?"
"..."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주를 바라보며 백현이 처음으로 순한 웃음을 보였다.
"이번엔 이정도로 끝났지만 다음번은 아니라는걸 알아둬"
손풀기 연습 |
오랜만에 글쓰려니까 안써져서 올려봅니다. 제가 콘서트 끝나고 보자고 했잖아요 (당당) 저 23콘 다녀왔는데 23콘 끝났으니까 오는게 맞잖아요? (당당) 콘서트 좋더라구요. 짱짱
그리고 제가 좋은 소식들고 오게다고 했었잖아요? 네. 좋은소식입니다. 저 취업했어요.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는데 이번주 목요일부터 나가게 됐어요. 모두 기다려주셔서 감사하고 다음편은 정말 큥깨비 본편에서 만나요. 암호닉은 여기서부터 '다시' 받도록할게요. 그동안 안온만큼 제 글 기다려주신 분들 댓글 하나하나씩 읽어보면서 제 부족한 글 기다려 줘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럼 또 빠른시일내에 다시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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