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선생님 박찬열 짝사랑 한 썰
01
w.인절미빙수
“쌤!!! 오늘 수업 하지 마요!!”
“어제 시험 끝났는데 수업은 너무해요ㅠㅠㅠ”
“첫사랑 얘기 해주세요!!!”
“첫사랑 좋다!”
나는 여고에 근무하는 국어선생님이야. 이 녀석들이 기말고사가 끝났다고 붕 떠있어. 원래 같으면 칼같이 수업했겠지만 어제 시험이 끝났으니깐 오늘은 특별히 봐줘야 겠지? 나도 옛날에는 시험 끝난 뒤는 공부하기 싫어했으니깐. 아닌가. 늘 싫어했던거 같기도 하고.
“음.. 내 첫사랑은... 고등학교 때 수학선생님이었어.”
“와 대박.”
수학쌤은 우리학년에 수업이 들어오지 않았어도 유명했어. 키 크고 잘생긴 것 만으로 충분히 소문 날 만 했지. 근데 문제는 그 쌤 성격이 진짜 별나서 별명이 싸이코였어. 성격이 엄청 차가워서 잘 안 웃고 엄격하고 무서웠거든. 솔직히 나는 1학년 때 까지는 그 쌤한테 관심 제로. 그냥 아 우리 학교에 이런 쌤이 있는구나가 다였어. 근데 2학년이 되면서 시작 되었지.
“야 들었어?? 4반 담임 박찬열이래. 완전 부럽다ㅠㅠㅠㅠㅠ”
“아 왜 나는 3반인데!!!”
“저 쌤이 담임하면 쟤네 반 멘탈 탈탈 털릴 걸. 난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
내가 3반이고 수학쌤 반이 4반이였어. 반 애들은 4반을 부러워 하기도 했고 다행이라 여기기도 했어. 우리가 6반까지 문과반이였는데 원래 문과반 수학은 딴 쌤이고 저 쌤이 이과반 담당이였거든? 근데 아니더라고.
“헐 쌤 이과 수업 들어가는거 아니였어요?”
“민석쌤이 바꾸재.”
“와 나 문과 오길 잘한 거 같다.”
학기 초라 한창 학부모님들이랑 상담하는 기간이여서 쌤들이 정장을 입고 다녔는데 이 쌤이 와 핏이 장난 아닌 거야. 내가 수학 첫 수업 날 쌤 정장 입은 것 보고 한 눈에 반했어. 나도 딴 애들처럼 평범한 얼빠. 근데 나는 수 많은 학생들 중 눈에 띄지 않는 애였고 이미 이 쌤을 따라다니는 여자 애들은 많고도 많았어. 내가 학교를 엄청 조용하게 다녔거든. 반마다 존재감 없는 애들 있잖아. 그게 나야.
“야 너 쿠키 만들어왔어? 나 한 개만.”
“안돼. 이거 찬열쌤 줄 거야.”
나는 실장도 아니여서 쌤이랑 말할 연결고리가 없었어. 수학 질문도 하고 싶었지만 내가 수학을 엄청 싫어했고 진짜 못했단 말이야. 쌤이랑 친해지고 싶어서 수학 공부를 시작했는데 뭘 알아야 공부하던가 하지. 문제집 풀기 시작한지 10분도 안지나서 그냥 덮어버리고.
쌤이 선도부 소속이기도 해서 소지품 검사할 때도 볼 수 있었는데 우리 반에 어떤 남자애가 담배 피다가 걸렸나봐. 국어 수업 중이였는데 쌤이 갑자기 엄청 화난 표정으로 갑자기 들어와서 가방 검사 한다는 거야. 그 와중에 쌤 인상 쓴 표정도 잘생겼어. 아마 우리반 여자애들 다 그 생각 했을걸. 문제 일으킨 애는 성호라는 애였는데 걔 가방에서 담배 한 갑이 진짜 나와서 쌤은 더 화났지.
“김성호. 넌 지금 당장 나 따라와.”
근데 다른 애들도 마저 가방 검사를 해야 하잖아. 내 차례였는데 내 가방에서 쌤한테 줄려고 사둔 목캔디가 나왔어. 심지어 그 목캔디에 ‘찬열쌤 이거 드시구 힘내세요♡’ 라 적혀있었어. 나 진짜 죽고싶었다. 내가 동공지진이 심하게 일어난 눈으로 쌤을 봤는데 쌤 표정엔 미동도 없어서 좀 시무룩했어.
쌤은 이런 선물 너무 많이 받아봐서 아무렇지도 않았나봐.그런데 쌤이 그 목캔디를 챙겨서 주머니에 넣어갔어. 난 정말 그 자리에서 심장이 펑 터져 죽는 줄 알았어.
난 그 이후로 용기를 얻고 모르는 수학 문제와 비타민 음료를 하나 들고 교무실로 찾아갔어. 쌤 자리에 내가 준 목캔디가 있어서 조금 감동이였어. 이미 하나 먹었더라고. 근데 내 꺼 뿐만 아니라 다른 애들 선물도 있었던게 문제. 초콜릿도 있고 막대사탕도 있고 커피도 쌓여있고...
“저기... 선생님...”
“왜.”
“모르는 문제가 있는데요...”
“이 문제는 모르면 안되는데. 이 문제가 묻고자 하는게 뭐야.”
“모르겠는데요...”
"아예 개념이 안잡혀 있는거 같은데."
맞는 말이라서 내가 뭐라 반박하지도 못했어. 그래 내가 수포자다ㅠㅠㅠㅠㅠㅠ 솔직히 누가 수학을 좋아해. 내가 과학 좋아했어도 수학 때문에 문과 온건데.
"이건 이렇게 푸는건데 이해 가?"
몇몇 극성팬인 애들 제외하고는 쌤한테 문제를 질문하러 잘 가지 않았어. 쌤 이미지가 차갑고 모른다고 하면 화낼거 같고 그러니깐 아예 딴 쌤을 찾아간거야. 근데 쌤이랑 둘이 있을 때는 진짜 따뜻한 사람이야. 내가 꽁깍지가 씌여서 그렇게 보인 거일 수도 있는데 진짜 따뜻해. 눈빛도 스윗하고.
"수학 프린트 받고 싶은 사람은 교무실로 와. 그럼 실장 인사."
"차렷 경례."
쌤이 직접 수학 프린트 만들어서 원하는 애들한테 나눠주곤 했어. 받으러 가는 애들은 많지. 쌤 얼굴 보고싶고 수학 성적도 높이고 싶으니깐. 하지만 오래동안 지속되는 애들은 한 명도 없었대. 한장에 20문제씩 있는데 그걸 풀어서 다음날에 쌤한테 검사 받으러 가야했어. 쌤이 채점해주고 틀린거 있으면 오답노트 시키고. 솔직히 이런게 엄청 귀찮잖아. 그러니깐 다들 두세번 하고는 안하는 거야. 쌤을 엄청 좋아하는 애들도 이건 싫대. 나도 처음엔 호기심에 한 번 프린트를 받으러 가봤지.
"저기 쌤.. 프린트 받으러 왔는데요.."
"자 이거. 오늘 화요일이지? 목요일까지 풀어와서 제출해."
문제를 보는데 절대 내가 못풀거 같은 것들만 골라서 있는거야. 진짜 바로 반납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사람이 자존심이 있잖아. 야자동안 혼자 끙끙대며 풀기는 다 풀었어. 나름 뿌듯함을 가지고 목요일 아침에 제출하러 갔어. 내가 어떻게 푼 문제들인데 적어도 반타작은 하지 않을까라는 나름의 기대도 했지.
"이거 안되겠는데."
"왜요??"
"이거 봐봐. 너 이 중에 다섯개 맞았어. 심각하지? 나머지 다 오답노트 해와."
"아... 쌤ㅠㅠㅠ 문제 너무 어려워요."
"중간고사를 이 정도로 낼건데도?"
"다 모르겠는데..."
"무턱대고 모르겠다 하지말고 끝까지 풀다가 안 풀리면 질문하러 와."
저렇게 말하고 쌤은 바로 자기 할 일하더라고. 매정한 쌤 ;ㅅ; 난 졸지에 수포자 주제에 하루종일 수학문제에 머리 아플 위기에 처했어. 교무실 밖을 나오면 밖에 그 교무실 쌤들 별로증명사진 걸려있잖아. 망한다는 증명사진마저 너무 잘나와서 한참을 그 앞에서 감탄하다가 1교시 종치는 소리에 정신차리고 반으로 달려갔어. 이때 몰래 휴대폰으로 쌤 사진 찍은건 영원히 비밀.
+
안녕하세요'ㅅ' 요즘도 다들 글잡 들어오는지 모르겠지만 한 번 써두고 총총총 사라집니다!!
아마 우리 여주 (여기선 에리라고 등장할거에요) 본 증명사진은 이런 분위기였을거에요.
그럼 이만 ㅂ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