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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쫓는 나비 B


약간의 수위가 있지만 직접적이지 않아서 붙이지 않았슴미다. 거슬리시는 분들은 말씀해주세요.

어차피 봐주시는 분 2명이라 그럴 일도 없을듯 하네욥 헷 


-----------------

2004년 5월 13일 월요일 날씨 맑음





그러니까 설명을 하자면 내가 남우현에게 빠진 이유는 그냥 잘 생각나지 않았다. 


10년이 지났을 뿐더러 어른의 눈으로 바라본 남우현의 매력이란 그저 얼굴 좀 반반하고 공부 잘하는 학생이었을 뿐이었다.


오히려 외모의 취향으로 치자면 주변의 지민이나 날 주구장창 괴롭히는 전원우가 더 취향이었다. 저렇게 툭 건드리면 알알 하고 내 손가락을 깨물 것 같은 강아지상은 좋아하지 않았다.


우현이는 성격이 참 활발한 아이였다. 그러나 12년 전의 나와 친하지 않았다. 정말 3년동안 그 아이와 나눠 본 대화란 연필을 빌린다거나, 유인물을 나눠준다거나 하는 자질구레한 것이 전부였다. 예를 들면,




[세븐틴/엑소/인피니트/김민석/남우현/전원우] 나비를 쫓는 고양이 B | 인스티즈



-저..저기..


-어, 왜?


-저, 저저저저저저기 여..연..ㅍ


시발, 누가 보면 고장난 라디오인줄.


-아, 연필 안가져왔다고? 여기



나중엔 잘 안들렸던지 귀를 내쪽으로 가까이 끌고 와서 들으려는 노력을 했다. 이게 첫사랑과의 첫 대면이자, 첫마디였다. 




학교는 작은 사회였기 때문에 그 집단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계급의 싸움이 첨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1등급이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애들, 2등급 3등급이 그냥 활발한 애들, 5등급은 소위 인터넷 용어로 찌질이들


굳이 누가 말해 너는 낮은 등급이야! 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10년전 나의 자존감은 멋대로 나를 구렁텅이로 내몰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대놓고 말하지 않는 사실이 되었다.


나는 4등급 5등급 그 중간에 걸려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었으며 우현이는 1등급이지만 불량하게 놀지 않고 모두와 두루 섞여 노는 인기인의 표본이 되었다. 그 점이 날 반하게 만들었다.


누군가 너 진짜 그렇게 생각해? 하고 내 가치관에 대고 욕을 한대도 10대들에겐 저건 변하지 않는 팩트였으며, 그게 얼마나 유치한 생각인지는 사회를 나가야만 알 수 있었다. 


어찌되었든, 외모와 인맥이 결정하는 학교 안의 무리에서 나는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는 아이들과 놀아야만 했다. 목소리가 큰 아이들을 삼삼오오 모여 욕하면서도, 철없던 나는 그 때의 그 근본없는 당당함이 부러웠다.


나는 아무리 부르짖어도 작은 목소리라. 그래서 그랬던걸까,



[세븐틴/엑소/인피니트/김민석/남우현/전원우] 나비를 쫓는 고양이 B | 인스티즈



-너 머리 예쁘다 어디서 잘랐어?


-....


-미안, 괜한 질문을 했나.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억누르고 그 두마디를 건네는 우현이의 얼굴을 그저 멍멍하게 바라봐야 했다. 심장이, 내 머리가, 내 입술이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책상에 올린 손에 땀이 얼마나 흥건하던지.


반의 못난 여학생에게 말을 걸어주는 남자아이란 그 당시 전원우가 전부였으니까.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던 우현이는 이윽고 앞을 돌아봤고 다시는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나는 내가 원망스러웠고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집에 가서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음은 물론이다.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며 우현이에게 고맙단 말을 하고 싶었다. 그 일은 내 상상속에서 두고두고 되새김질 당했다.


..그것도 12년전의 일이지. 지금의 나에겐 소심함, 아니 소녀의 수줍음을 넘어서 아줌마의 억척스러움만이 가득했다.




-남우현, 홍나비 이번주 당번. 이상 반장 경례."




-아 썅..쓰레기 왜이렇게 많아."



입 밖에 나오는 말을 되는대로 내뱉는다. 그 시절의 나에게 아는 욕이란 남자의 성기를 순화시킨 아주, 많이를 강조한 뜻밖에 없었다. 지금이야 다르지, 남편에게서 배운 욕이란 전라도 욕까지 합해서 한 20가지?


발로 페트병을 꾹꾹 누르자, 우현이가 뒤에서 쓰레기가 묶인 봉지를 툭 던졌다. 찰나의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내 머리에 툭 부딪혀 떨어진다. 


[세븐틴/엑소/인피니트/김민석/남우현/전원우] 나비를 쫓는 고양이 B | 인스티즈


-아야..


-어? 아 미안.. 내가 조준력이 없어서.



우현은 당황했다. 나는 당황한 우현이의 당황한 모습을 보고 더 당황하여 말한다.




-...뒤질래 미친놈아?




우현이의 눈이 커졌다.






2014년 5월 14일 화요일 날씨 맑음



전원우가 계속 날 괴롭힌다. 변한 게 없다, 아주. 철저하게 어른스러웠던 우현이와 달리 전원우는 교육 잘못 받은 아이 같았다. 

[세븐틴/엑소/인피니트/김민석/남우현/전원우] 나비를 쫓는 고양이 B | 인스티즈


-야, 돼지!


-...


-넌 머리가 왜 이렇게 커?


-...



전원우의 괴롭힘을 멈추게 하는 방법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발견해내지 못했다. 그것은 마치 선원들이 미지의 섬에서 지도를 발견하는 일과 같이 힘들었다.


멈추는 법을 몰라도, 나는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나처럼 목소리가 작은 아이들이 목소리를 크게 낸다는 것은 남을 씹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고기를 던져주는 격이었으니까.




-넌 왜 말을 못해?


-...


-벙어리냐?


-야, 쟤 원래 말 잘 안하잖아. 내버려둬.



원우 옆에서 여자애가 어깨를 꼭 안으며 속살거렸다. 원우의 눈이 살풋 찡그려졌다. 나는 혹시라도 이 모습을 우현이가 보지 않기를 바라며 계속 엎드려 있었다. 


[세븐틴/엑소/인피니트/김민석/남우현/전원우] 나비를 쫓는 고양이 B | 인스티즈


-아니 난 그냥..그냥 저애..



원우가 계속해서 뭐라 말하는 듯이 우물거린다. 듣고 싶지도 않다. 그 당시에 전원우의 괴롭힘이란 뭔가 학교 폭력의 느낌이 아니라 약올린단 느낌이라 늘 무시하는 것을 반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벼운 괴롭힘이 하이에나들에겐 꽤나 좋은 사냥감이었다. 무료한 일상에, 누굴 괴롭힌다는 것은 흥미로웠을 것이다. 말로는 너무해 하면서 모두들 세모눈을 하고 쳐다보았다.


피해자란 한명의 의도를 알 수 없는 가해자와, 의도를 가진 99명의 구경꾼들로 이루어진다. 지나고 보니 깨닫는다.




-전원우, 우리 매점가자!


-어?..




우현이와 눈이 마주쳤다. 우현이의 눈이 갈팡질팡한다. 황급히 원우를 데리고 나가려는 우현이가 안쓰러워 난 괜찮다 하고 호탕하게 등을 두드려 줄 뻔 했다.



-야, 그러고보니 쟤는 왜 말을 안해?


-너, 쟤 말하는 거 봤어?


-아니, 담탱이가 질문할 때만 말하잖아.


-좀 불쌍하다, 안그러냐? 아우~ 나같은 그냥 콱!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나는 날 불쌍하다고 여기지 않는데 멋대로 날 불쌍한 인간으로 단정지었다. 저 말이 당당하다면 왜 내 앞에서 위로해 주지 않는걸까... 라고 교복 주머니의 사탕을 굴리며 생각했다.


바람이 나른하게 부는 5월달이다. 여름이 제발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나는 여름이 싫었다. 여름은 목소리 큰 아이들이 더 목소리가 커지는 계절이었다. 떽떽대는 매미는 날 괴롭게 했다.


김민석의 수업은 여전히 지루하다. 이젠 아예 대놓고 어려운 문제를 시켜서 오토바이 자세를 하는데 그럴때마다 전원우가 킬킬댄다.


아이들 모두가 다 웃고, 딱 두명 김민석과 남우현만 웃지 않는다. 내 심미안을 가동시킨다면 아마 우현이는 날 안쓰러워 할 것이고 김민석은 아무 생각이 없을 것이다.




김민석이란 인간을 탐구하자면 이렇다.




-선생님 저 미래에서 왔어요.



4월쯤이었던가, 일기를 쓰다 딱히 일어나는 일도 없고 속이 갑갑해서 털어놓았던 비밀이었다. 딴에는 뭔가 반응을 바라고 한 말이었는데. 장난치지 말라며 알밤을 먹인다던가. 


하다못해 무슨 생뚱맞은 소리냐면서 유인물을 던진다던가.


[세븐틴/엑소/인피니트/김민석/남우현/전원우] 나비를 쫓는 고양이 B | 인스티즈


-그래서?


-...네?


-뭐 어쩌라고.


-진짠데요.


-할 말 끝났으면 나가.



미동이라곤 신문지 한 장을 넘긴 것이 전부였다. 김민석이란 인간은 단 한 시간만 같이 있어도 어떠한 종류의 인간인지 간파가 되는 종자였다. 인간의 일에 철저하게 무관심하고 무표정이었다.


전원우가 세상물정 모르는 한마리의 작은 고양이라면, 김민석은 살쾡이였다. 나는 표정이 없는 김민석이 매우 두려웠고, 또한 싫었다. 또한 그는 우리가 한 말을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들었다. 


한번은 폭력으로 신고당한 우리 반 세훈이가 김민석 앞에 무릎 꿇은 적이 있었다. 세훈이는 멀쩡하고 상대는 세훈이의 주먹을 맞아 코뼈가 부러졌다고 했다. 



[세븐틴/엑소/인피니트/김민석/남우현/전원우] 나비를 쫓는 고양이 B | 인스티즈


-몇 대 맞을래 너.


-글쎄, 한 30대 정도?





비웃음을 날리며 웃었던 그애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음일까. 길다란 나무막대가 공기를 가르며 녀석의 등을 내리칠 때, 발가락 10개가 들리고 눈은 질끈 감겼다. 휘이익- 하는 소리가 목도 가를 기세였다.


퍼억- 퍼억 소리가 들릴 때마다 뱀의 이빨에 물린 작은 새의 부르짖음이 들렸다. 무슨 망매에 빙의한 사람처럼 30대가 후딱 지나간다. 나만 알고 있었던 김민석의 공포를 반 전체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터진 세훈이의 교복 속 등이 미약한 숨을 쉬었다.


순간 남편에게 맞는 내 모습이 떠올라, 몸서리치게 두려웠다. 그러나 계속 지켜본 김민석은 이유없이 누군가를 체벌하진 않았고, 좀 봐주세요 라고 아양을 떤다면 유도리 있게 매를 내려놓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법과 규칙을 완벽하게 지키고, 흥미나 취미가 있나 싶을 정도의 재미없는 인간이기도 했다. 이것말고도 작년 담임이었던 김민석의 무자비함을 느꼈던 일은 셀 수 없었다.



그런 김민석이 유일하게 나한테만 괴롭힘을 쏟게 된 것은 바로 그 날이었다. 잊고 있었는데...





2004년 5월 18일 토요일 날씨 흐림



-김치 담근 거 한나 선생님 집에 갖다줘.


-..싫어, 왜 맨날 그 쪽 집에 먹을 걸 갖다 바쳐야 돼?


-그 쌤 엄마랑 나랑 친하니까 그렇지~ 얼른 갖다줘!


-아 싫은데 진짜..


-하루 종일 집에만 있을래? 빨리 안나가!



난 그당시에도 난 심부름을 정말, 매우 싫어하던 아이였다. 또한 어떤 계기로 고2 봄 쯤 김민석이 날 매우 싫어하게 됐는데 그게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악연이란 거부한다 치더라도 어떤 연결고리를 거쳐서라도 일어나는 것이 오행의 섭리이다.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모자만 푹 눌러쓴 채 우산 하나를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김치통을 손에 걸고 콧노래까지 부르며 집에 가던 날이었다. 고등학생에게 휴일이란, 사막의 한 줄기 비랄까.


근데 어떻게 김민석 선생님이 날 싫어하게 됐을까. 기억이 안난다. 우뚝,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멈춰서서 바닥을 긁으며 고민했다. 그뿐이었다. 오늘은 아니리라 생각했다.



-딩동


-한나 쌤! 나비에요. 


-야, 너 진짜 으응..


-어? 문 열렸네...쌤도 참, 도둑 들어오면 어쩌려..


-아, 왜이래! 좀 살살해!




다급한 외침. 


[세븐틴/엑소/인피니트/김민석/남우현/전원우] 나비를 쫓는 고양이 B | 인스티즈


-가만히.


문고리를 잡은 손이 바르르 떨렸다. 급하게 손을 놓았다. 심장이 쿵- 벼락에서 뛰는 느낌이었다. 벽을 긁는 섹시한 목소리. 탁탁 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와 미끄러운 물소리가 함께 났다.


이제야 과거의 기억이 스믈스믈 기어올랐다. 나는 지금 이 문을 열어선 안된다. 김치를 전해주는 일은 뒷전으로 미루고 나는 도망쳐야만 했다. 도망치지 않으면,


김민석의 짐승같은 모습과 마주해야만 했다. 


-야, 그만하라니까~ 아앙--


-윽, 흐윽, 하아-


-..더운데 그만할까.



황급히 도망친다. 혹시라도 마주하여 굳이 저 사람의 심기를 건드릴 이유는 없었다. 왜 선생님의 집이 끝인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황급히 엘리베이터 쪽으로 돌진했다. 다급히 내림버튼을 두세번 눌렀다.


-젠장,젠장.



이가 딱딱 부딪힌다. 선생님의 교성이, 살 부딪히는 소리가 다시 한 번 상기되었다. 뱃 속 장기들이 꾸물거리게 용솟음친다. 구역질이 나와 벽을 잡고 고꾸라졌다.


누군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목덜미에 닿는 따뜻한 온도가 온몸의 세포를 건드렸다. 부르르- 소름이 돋아 온몸을 떨었다. 이제, 죽었다고 생각했다. 베토벤 운명 교향곡처럼 종말의 선율이 가슴을 관통했다. 느릿-하게 뒤를 돌자, 뚜렷한 눈코입이 두리뭉실하게 그러나, 점점 선명하게 나타났다.


반바지와 스포티한 티셔츠를 걸친 막 걸친 김민석이 무표정하게 물었다.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 있었다.


[세븐틴/엑소/인피니트/김민석/남우현/전원우] 나비를 쫓는 고양이 B | 인스티즈


-봤어?



제자에게 성관계 하는 모습을 들켰음에도 아무렇지도 않다. 김민석이란 인간의 특징이었다. 10년전의 나는 한나 선생님이 강간 당하는 줄 알고 순진하게 문을 열어 제끼었고, 어른의 세상을 두 눈으로 마주해야만 했다.


그 때도 이 질문을 던진 것 같았는데 난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아니요.


-김치통을 떨어뜨렸던데, 저건 니가 아닌 모양이네.



태연자약하게 맞받아친다. 보지 않았음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최소한 소리를 들었음을 김민석은 눈치채고 있을 것이다. 우둔한 한마리의 소녀의 목을 동물적 감각으로 훑는다. 나는 견디지 못했다. 두손 두발을 들 수 밖에.



-봤어요.


띵- 하는 신호음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왔다. 어떤 구세주를 오신 것처럼 문은 열렸다. 김민석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무표정하게 슥 바라보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황급히 1층을 누르자, 뒤따라 김민석이 탔다.




-왜, 왜왜왜왜왜 왜요.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냥.


-....


-바래다 주려고.


-됐거든요!


1층에 다다르자 마자, 무슨 살인범에 쫓기는 사람처럼 도망쳤다. 도망가야만 했다. 꼬리를 잡힌 것은 김민석인데, 왜 내 목이 옥죄어지는 기분이 드는 것인지. 왜, 도대체 왜.

[세븐틴/엑소/인피니트/김민석/남우현/전원우] 나비를 쫓는 고양이 B | 인스티즈


-멈춰 홍나비.


나긋한 목소리가 스산한 바람이 만드는 음곡처럼 복도에 울려 퍼졌다. 찌르르- 귀뚜라미가 내 귀를 무는 것처럼 귓가를 간지럽혔다. 멈출까 고민하였으나 본능은 도망쳐라 외쳤다.


우산을 쓸 새도 없이 무작정 내달렸다. 어쩌다 한 번 뒤를 돌았을 때 나는 김민석이 나른한 표정으로 담배를 무는 것을 보았다. 담배 연기 마저 나를 쫓았다. 그것 또한 세상 둘도 없는 공포였다.



김민석이 중얼거렸다.




-..달리기가 참 빠르네.




2004년 5월 20일 월요일 날씨 맑음.



학교가 매우 가기 싫은 날이었다. 월요병이 선생님 때문에 걸려 본 적은 처음이었다. 나는 어찌 되었든 김민석의 눈을 마주해야만 했다. 교실에 들어간 나는 배가 아프단 핑계로 계속 엎드려 있었다.



-..야 돼지, 돼지이--




전원우가 등을 계속해서 찔렀다. 이 아이는 어째서 이렇게 유치한 걸까, 지금 당장이라도 뒤를 돌아 전원우의 뺨을 때리며 조용히 해 라고 외치고 싶었다. 


원우는 온갖 말로 나의 심기를 건드렸다. 돼지, 오징어, 물뱀, 꽃뱀 등등 자기가 아는 못생긴 동물은 다 나올 모양이었다. 그냥 가만히 있어주지. 


재미가 없어졌던지 원우가 제 풀에 지쳐 책상에 엎드린 채 종이를 꼬깃꼬깃 접어 날렸다. 머리에 툭툭- 뭉텅이 같은것이 부딪혀 떨어진다. 세상에..원우야 너 진짜 애구나.



-홍나비는 어디 아픈가?


출석부를 두드리며 김민석이 말한다. 



-나비 배아프대요.



반에서 유일하게 이야기를 걸었던 옆자리 친구가 대변해 말한다. 김민석이 수학책을 펴며 말한다.



[세븐틴/엑소/인피니트/김민석/남우현/전원우] 나비를 쫓는 고양이 B | 인스티즈



-..내 얼굴을 보니, 아플만도.




움찔, 어깨가 들썩거렸다. 그렇게 나는 1교시 수학시간을 아프지도 않은 배를 움키며 견뎌야 했다. 






2004년 5월 27일 월요일 날씨 맑음






그렇게 2,3일 정도를 아픈척을 하다가 김민석이 별반응 보이지 않자, 나도 안심하고 다시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어쩐 일인지 이젠 어려운 문제도 날 시키지 않아서 이게 웬 횡재인가 싶었다.




-나비는 점심먹고 잠깐 운동장 뒤편에서 봤으면 하는데. 상담할 게 있어서






덜컹.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김민석만 가만히 있는다면 정말 아무렇지 않게 물 흐르듯이 넘길 수 있었는데. 그냥 넘어가지 않을 생각인가.


게다가 휴게실, 상담실이 아닌 운동장 뒤편이란 공간도 의심을 가지기 충분했다. 그 모습을 포착한 내 눈을 뽑을 모양인가? 아니면 머리채를 움켜쥐고 잊어버려라 저주라도 걸 생각인가.


온갖 이상한 상상이 들었다. 그러고도 충분히 남을 인간이지 암암. 겁먹지마 홍나비. 스스로를 다독였다.



-실례합니다.



김민석이 뒤를 돈다, 베일듯한 콧날이 나에게 인사하듯 선명해진다. 이러다 심장병 걸려서 빨리 죽는 거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채 초록색이 되지 못한 연두색 나뭇잎이 바람에 날렸다. 사삭- 다람쥐가 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바쁜데 미안. 휴게실이랑 교무실은 금연구역이라.


김민석이 담배를 문 채 나를 응시하였다. 괜찮단 뜻으로 고개를 저었다.


-말하지 않은 모양이군.


침을 삼켰다. 또 한 번 심리전이다. 어떻게 해야 김민석의 관심 레이더에 들지 않을까.



-당연한거죠.



김민석의 표정이 그 말에 묘하게 꿈틀거렸다.



-그게, 왜, 당연한거지?


바람이 자꾸만 귓가를 간지럽혔다. 야! 패스해 여기로--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의 공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기분이다. 혀가 타들어간다. 



-관심 없어요. 선생님일에.


-일주일이라면 반 아이들쯤은 소문이 날 법 한데. 내 촉으로 보니,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은 것 같네. 단 한명이라도?


-그렇죠.


-관심이 없어서 아무한테도 말을 안했다.. 독특한 아이구나.



독특하다. 혀안에서 자꾸 곱씹었다. 독득하다란 말을 쓸 정도의 대단한 행동을 한 건가 내가? 한번 물꼬를 튼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생각해보면 같은 학교 30대 후반의 여교사와 20대 초반의 젊은 남교사의 섹스 스캔들은 김민석이란 인간을 추락시키기에 충분했다. 또한 12년전 내가 보았던 묘사만 적나라하게 해준다면 아이돌 급 인기를 누리던 김민석의 인기가 땅을 치는 것은 당연했다.


내가 1등급의 학생이었다면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녔겠지. 그러나 나는 학교에서 평범하다 못해 괴롭힘마저 견디는 소심한 소녀였으며, 김민석의 치부를 까발려 굳이 활발한 이미지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남의 사생활을 까발려 선생님을 끌어내릴 건 뭐죠? 


-날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널 썩 좋아하진 않거든.


-정당하지 못해요 그건.


-...허?


-반칙이죠. 



담배꽁초가 툭 떨어졌다. 김민석이 담배꽁초를 주워 휴지통에 넣고는 어쩐지 만족한 웃음을 띄었다. 끝난건가. 등줄기에서 땀이 흐른다.



-만족스러운 답변이네.


-..가볼게요.


-왜 나이 많은 선생님과 그런짓을 했는지 이유도 궁금하지 않아? 


-관심 없다니까요.


김민석이 살풋 웃음을 터뜨린다. 누군가는 그걸 보고 그냥 웃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김민석을 2년동안 봐온 나로서는 그 표정이 뭘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김민석은, 안도하고 있었다. 어쩐지 로봇같던 그에게서 인간미가 느껴졌다. 그것이 나는 더 불쾌했다.








-..너 진짜 마음에 든다.






..정말로, 불쾌했다.




*****



사진크기 키우는 ㄴ방법 아시나요..정말로 모르겠다ㅠ(사진 크기 작으니까 뭔가 이상해서..)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한명이라도 봐주시면 완결은 냅니다! ^ㅡ^

저번편 댓글 달아준 두 분 감사드려요! 아이시떼루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비회원14.250
히익 시간을 되돌리기 전에는 여주가 어떤 답을 했을지 궁금합니다ㅠㅠ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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