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선생님 박찬열 짝사랑 한 썰
02
w.인절미빙수
"너는 좋겠다."
"뭐가?"
"담임이 박찬열."
"너도 박찬열 좋아해? 난 진짜 모르겠던데."
"아니거든? 누가 좋아한대?"
"왜 화를 내. 담임 수학 잘 가르치는건 좋은데 작년 시험지 보니깐 문제 완전 어렵게 내던데. 내 등급 안녕."
그럴 일은 없지만 만약 정말 만약 내가 수학 1등급을 받으면 쌤이 조금이라도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까 생각했어. 쌤 좋아하는 애 중에 수학 잘하는 애 있는데 쌤은 걔가 엄청 대견하고 예쁘게 보였겠지? 내가 다른 과목은 다 평타쳐도 수학은 진짜 어휴. 차라리 쌤이 국어나 영어쌤이였으면 좋았을텐데 말야.
"쌤. 오답노트 다 했어요."
"어디 보자. 모르는 문제는?"
"8번이랑 10번이랑 17번이랑 20번이요."
"펜이랑 종이 줘 봐. 아 그리고 너 3반이지? 지수랑 윤정이 5교시 전까지 프린트 제출하라고 해줘."
난 여기서 느낀게 쌤이 지수랑 윤정이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거야. 쌤은 내 이름을 알까? 난 그저 수학프린트 제출하러 몇 번 교무실 왔다갔다 한 게 다니깐 절대 모를거라 생각했어. 그때 고딩의 패기가 갑자기 발동했는지 모르는 문제 설명해주고 있는 쌤한테 내가 뜬금없이 물어봤다?
"쌤. 제 이름 뭐게요."
"글쎄."
예상했지만 직접 대답을 들으니깐 너무 상처였어. 너무나도 당연한 대답이지만 표정 관리가 안되는거야. 원래 내가 포기를 엄청 잘하는데 이제 쌤한테 그만 갈까 라는 생각도 들고 수학도 이제 풀기 싫고 별 생각이 다 들었어. 내가 시무룩하게 있었는데 쌤이 그걸 봤나봐.
"한 번 더 이름 모른다 하면 울겠다 너?"
"네?"
"이름 알아. 에리 맞지?"
내가 감정을 느끼면 잘 숨기지 못하고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 너무 놀래서 얼굴도 새빨개지고 눈도 휘둥그레지고 심장이 쿵쿵쿵 뛰고 난리가 난거야. 다시 생각하면 부끄러운데 쌤이 내 이름 불러준 거 듣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다음 시간 숙제해야 된다고 반에 뛰쳐갔어. 근데 다음시간 수학이였고 숙제도 없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들은 소리인데 쌤은 원래 애들 이름 기억 잘한대. 그래도 그 순간은 좋았어.
중간고사 전까지는 진짜 별 일 없었어. 그냥 수학 프린트 받아서 풀고 쌤 수업 듣고 이러는 게 끝. 내 인생 최고로 수학 공부 열심히 해봐서 점수 좀 기대했는데 원래보다 못나온거야. 문제가 어려웠던 이유도 있지만 난 정말 열심히 했는데 점수가 이모양이니 쌤 얼굴 볼 용기도 없고 차라리 수학 포기하는게 마음 편할거 같기도 했어.
"야 이번에 수학 나만 어려웠어?"
"아 그니깐. 좀 쉽게 내던가 박찬열 미쳤냐."
"대박. 1반에 수학 백점 있대."
다음 날에 수학 수행평가를 확인하는데 쌤 극성팬 몇명은 점수가 좀 올랐나봐. 쌤한테 가서 저 이번에 성적 올랐어요!!! 라고 자랑하는데 얄밉기도 하고 자괴감도 들었어. 쌤이 내 번호 부르길래 앞에 가서 내 점수 확인하는데 수행도 망한거야ㅠㅠㅠㅠㅠㅠ 내가 거의 울상인 표정으로 쌤 보니깐 쌤 특유의 무표정한 표정으로 교무실에 프린트 받으러 오래. 수업 끝나고 쉬는시간에 쌤이 교무실에서 프린트 주길래 이제 안받는다고 했어.
"저 이제 이거 안받을래요."
"중간고사 때문에?"
"네.."
"나한테 프린트 받아가서 도중에 포기하는 애들 많아. 귀찮아서 안 하는 애들이 대부분이야. 그런데 넌 열심히 했잖아? 이때까지 한거 아깝지 않아?"
"..."
"일단 다음주에 수학여행이니깐 수학여행 끝나고 받아가."
쌤한테 조언아닌 조언을 듣는데 기분이 싱숭생숭했어. 쌤 마인드가 가는 사람 안잡는다 이런 식이라 안한다고 하면 그래 하지마! 이런단 말이야. 근데 내가 수학공부하는거 옆에서 가장 많이 봐왔던 사람이기도 하고 노력을 아예 안한게 아니라는 걸 아니까 날 붙잡았던 것 같아. 나 혼자만의 상상이였지만 특별한 제자가 된 것 같기도 해서 기분이 풀렸어.
'야 이거 박찬열 번호.'
'헐.'
'대신 나 너네 담임 번호 좀.'
'넌 준면쌤 좋아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찬열 보다 1000000배 나음;; 담임 해봐. 멘탈 탈탈 털림.'
그 날 밤에 친구가 쌤 번호를 줬는데 아쉽게도 쌤 프사는 그냥 길가에 있는 풀꽃 사진이였어. 셀카 기대했는데 자연을 사랑하는 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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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에서 복근 공개 한거 보고 치여서 늦게 글올리네요ㅠㅠㅠㅠㅠ
나 왜 집콘;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