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별리고
팽형(烹刑)
조선시대 형벌 중 하나, 물에 삶는 형벌.
정말 물에 삶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미지근한 물에 삶는 시늉만 내고는,
그 사람을 이후 죽은 사람으로 취급하고 가족 외엔 죽을 때까지 투명인간 취급을 받게 하는 형벌.
0
“하늘에서 별이 쏟아질 것 같지?”
“네, 아가씨.”
“향난이는 별자리를 다 외우고 다닌다고 했나? 그래야 밤에 외롭지 않다고. 이제 나도 외우고 다녀야겠다. 외롭지 않도록.”
아버지는 조선에서 제일가는 양반집에서 욕심 많은 셋째로 태어났다. 부족한 것 없이, 하고 싶은 것이나 갖고 싶은 것 전부 놓치지 않고 가져갔던 아버지는 첫째가 물려받을 아버지의 재산을 탐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아버지의 두 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애물단지 외동딸이었다. 그래서 갖은 천한 취급을 받으며 자랐고, 그저 보이는 것에 만족하는 삶을 배워왔다.
그러던 날이었다. 아버지는 사람을 시켜 큰 아버지의 재산을 몰래 빼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큰 아버지의 호위 무사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아버지는 빼돌린 재산을 어디에 숨겨 놓을까를 생각하다 내가 자고 있는 틈을 타 숨겨 놓고 가버렸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그 돈을 품고 있었다. 한편, 호위 무사에게 사실을 들은 큰 아버지는 아버지의 집을 뒤져보라 명령했고, 당연스럽게도 내 방에서 아버지가 빼돌린 큰 아버지의 재산이 발견되고 말았다. 아버지는 오히려 나를 다그쳤다. 그리고 나의 어머니를 욕했다.
아버지는 큰 아버지에게 전부 조작된 사실을 말했다. 내가 돈에 눈이 멀어 큰 아버지의 재산에 손을 댄 것 같다, 그리고 그 아이의 어머니는 딸이 빼돌린 재산으로 옷을 지어 입고 남색을 즐겼다더라, 라는 거짓말을 말이다. 그렇게 어머니는 아버지의 손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 나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내 옆엔 힘이 센 호위 무사들이 길을 막고 있었고 나는 그저 눈물만 쏟아낼 뿐이었다.
내게도 하나의 형벌이 내려졌다. 큰 아버지가 내가 돈을 빼돌렸단 사실이 괘씸했는지 그 형벌을 내렸다고, 향단이에게 들었다. 그것은 바로 팽형. 나는 모두의 앞에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