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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있냐고!”
홍빈의 손아귀에 꼼짝도 못하던 노비 아이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아이 얼굴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고, 주변 노비들이 홍빈을 안간힘을 쓰며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홍빈이 큼지막한 손으로 아이의 얼굴을 잡고 들이밀면, 아이는 서럽게 울며 죄송하다는 말밖엔 하지 못했다. 홍빈은 결국 아이를 밀치고는 주변 물건들을 죄다 바닥에 내던지기 시작했다. 도자기며 화분이며 전부 큰 괴음을 내며 산산조각이 났다. 방안에 몰려 든 노비들의 얼굴색이 새파랗게 질리고야 말았다.
큰 소란에 집안에 있던 모든 노비들이 홍빈의 방 쪽으로 몰려갔다. 산에서 갓 내려온 향단은 멀리에서부터 들려오는 소음에 버선발로 뛰어가려 했다. 그리고 그때, 기둥 뒤에서 몸을 피하고 있던 노비 팽년이 향단의 손목을 빠르게 낚아챘다.
“너 미쳤어? 왜 거길 기어들어가려고 해.”
“도련님이야?”
“그럼 도련님이지 누구야. 어쩜 허구한 날 저러니. 이젠 피 말려서 못 살겠다.”
“놔. 내가 가봐야겠어.”
“가서 뭐 어떡하려고. 저거 다 아가씨 때문에 그러는 건데. 아가씨 계신 곳이라도 알려주게?”
“뭐라도 해야지.”
팽년의 손을 내친 향단이 허겁지겁 홍빈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금세 다 망가져 있었고 이성을 잃은 홍빈은 향단의 얼굴을 보자마자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이제야 낯짝을 들이미는구나.”
“…….”
“어디 있느냐.”
“저도 아가씨가 어디계신지 모릅니다.”
“지금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종년인 제가 무슨 이유로 거짓을 고합니까. 사실입니다.”
그때였다. 홍빈이 깨진 도자기를 들고 향단의 턱을 붙잡아버렸다. 홍빈의 행동에 주위에 있던 노비들이 놀라 어쩔 줄을 몰라 했지만 향단은 오히려 평온해보였다. 깨진 도자기 조각을 든 홍빈의 손에서 피가 흘렀다. 하지만 홍빈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향단을 바라보는 홍빈의 눈빛이 금세 타오를 것처럼 이글거릴 뿐이었다. 도자기 조각이 향단의 입 가까이로 붙었다. 향단은 홍빈의 눈을 피하지 않으며 말을 이어갔다.
“막상 아가씨가 사라지니 두려우셨습니까. 아가씨가 그런 말도 안 되는 형벌을 받고 있을 때, 도련님께서는 무엇을 하셨습니까?”
향단이 입을 열자 주변 노비들이 큰 일이 났다며 향단을 말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향단은 올곧아 보였다. 주변 믿을 사람 하나 없을 아가씨에게 더한 고통을 주긴 싫었다.
“그렇게 아가씨를 만나 뵙고 싶으시면 도련님 힘으로 찾아보시지요. 이제 더 이상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 말란 말입니다.”
“……그게 네가 하고 싶었던 말이냐.”
“…….”
“아니면…, 그 아이가 전하라고 한 말이냐.”
홍빈의 눈에 금세 눈물이 고였다. 분위기가 차분해졌다. 향단은 주변에 부서진 물건들을 한번 훑어보다 다시 홍빈의 눈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착하디착한 아이였던 홍빈이 왜 이렇게 변해버린 것일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제야 홍빈이 들고 있던 도자기 조각이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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