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제발"
낡을 대로 낡아 이젠 떨어질 지경인 고동색 시계를 꼭 쥐고 떨리는 손을 애써 잡아가며 몇 번이나 미친 사람처럼 되뇌었다. 제발, 제발.
네가 없는 세상
Ep. 01 네가 없는 세상
수천 번도 더 너를 다시 찾으려 시간을 되돌리고 또 되돌리고 또다시 되돌렸지만 언제나 결과는 같았다. 3월 9일 너의 생일이 끝나는 자정, 나는 네가 없는 세상 속 홀로 남았고 사인은 언제나 뺑소니 사고였다.
처음엔 그저 무작정 너를 잡았다. 제발 가지 말라고 애절하게 부탁도 해보고 화도 내보고 도로를 벗어나 우리 집으로 데려도 와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3월 9일과 3월 10일의 가느다란 그 틈 사이 나는 셀 수 없이 많이 너를 잃었고 너를 잃지 않으려 셀 수 없이 많은 시간을 되돌렸다.
언제나 결과는 같았지만.
사실 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지 그렇다면 왜 너를 다시 살려낼 수는 없는지는 도저히 알 수 없었지만 다행히도 이 모순과 괴리로 가득한 수상한 시간여행 속에서 몇 가지 알아낸 사실이 있었다.
둘째, 이미 벌어진 과거의 일을 바꿀 수 없다는 것.
(당사자에 한해선 예외가 있는 것 같음)
셋째,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매개체는 아마도 어머니의 유품이자 지금은 네 유품이 돼버린 이 낡은 시계라는 것.
시간은 느려빠진 나를 기다려주지 않은 채 빠르게 달려갔고 머지않아 네 시신 또한 저 불구덩이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한 번도 겪어보진 않았지만 내 육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아, 이대로라면 이제 다시는 네 얼굴을 보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거기까지 다다르자 이젠 보기 좋게 농락당한 나 자신이, 다시 한 번 너를 볼 수 있을 거란 마지막 희망인 저 시계가, 한심하고 가엽고 또 화가 났다. 어차피 끝이 이럴 거였다면 왜 다시 시간을 돌려서 멋대로 기대하고 수천 번 좌절하는 잔인한 희망을 심겨주었나. 정말 신이 있다면 아마 난 찰나의 유희에 놀아난 것임이 틀림없을텐데.
타이밍 좋게도 마침 이 순간 신은 정말 있다고 언제나 툴툴거리는 나를 나무라며 진심을 담아 기도하던 네 모습이 머릿속에 아른거리자 화가 머리끝까지 뻗쳐버린 나는 팔을 들어 시계를 바닥에 몇 번이나 내던졌다.
한 번.
한참을 무력하게 눈물만 흘리고 있었을까, 보이진 않았지만 갑자기 밝았던 조명이 가려짐과 동시에 누군가 내 앞에 서있음이 느껴졌다. 그의 낮지만 강단 있는 목소리도 귓가에 무심히 내려앉았다.
"이거 이렇게 다루면 안 될 텐데?"
갑자기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놀라 벌떡 고개를 들었다 조명 빛에 눈을 찌푸렸다. 갑자기 고개를 든 탓인지 눈도 부시고 눈물로 얼룩져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그가 낯선 인물이며 그 수많은 시간여행 속에서 단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단 것은 또렷이 알 수 있었다.
"ㄴ.. 누구세요?"
갈라지는 목소리를 억지로 다듬으며 네 마디를 뱉어내자 남자는 대꾸도 없이 물끄러미 내 얼굴과 시계를 번갈아보더니 이내 무릎을 굽혀 시계를 내 손에 쥐여주었다.
"이번엔 행운을 빌어요."
의문스러움 투성이인 그의 말에 반응이라도 하듯 야속하게 흘러만가던 초침이 멈추고 이내 분침이 멈추더니 나는 다시 내 옆의 네가 있고, 네 옆엔 내가 있을 그 세상을 향해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 독방에 올렸더니 글잡으로 가보란 탄또들의 응원을 받아서 비루하지만 한 번 쪄봤어오...☆ 그리구 독쟈밈들의 댓글은 작가를 힘나게해오♡♡ 얼른 이편도 쪄서 오겠습니닷! 봐쥬신 독쟈님들 사랑합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