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머신 이석민 X 진지충 김세봉 ##4
W. 도래호
안녕, 세봉이야.
어…, 그니까 지금 내가 정신이 많이 없어.
돈까스를 입에 우겨넣던 김민규가 시간을 보더니 나랑 이석민이랑 부승관을 끌고 운동장으로 내려왔거든.
그냥 눈 떠보니까, 운동장이었다면 믿을래?
여튼 벙벙한 채로 운동장 스탠드 한 쪽에 앉아있는데,
저 쪽에서 패트병 하나를 들고 이석민이 나한테 뛰어오더라고.
"야! 저기 경기 시작했는ㄷ…"
"더우니까 이거 가지고 있고, 나 잘 봐야돼?"
차가운 물을 가득 채운 패트병이랑 부채를 나한테 맡기면서 여느때처럼 활짝 웃어보이더니
뒤돌아 뛰어가는 이석민이었어.
경기가 막 시작하고 있을 때 쯤이여서, 저기 멀리서 김민규가 욕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더라.
그래도 좋다고 웃으면서 방방 뛰어다니는 이석민을 보니까 그냥 따라서 웃음이 났어. 저렇게 좋을까.
공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고 있는데, 한 명이 진짜 독보적으로 경기를 주도한다고 해야되나?
여튼 그 사람한테서 공이 거의 붙어있다 싶이 하는거야.
햇빛 때문에 잘 안보여서 인상 쓰고 겨우겨우 보니까, 전원우더라.
땀 흘리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그 모습을 보고있는데, 진짜 구경하러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삑-'
한참 경기 잘 하고있는데, 갑자기 운동장이 되게 어수선해졌어.
뛰던 애들도 다 갑자기 멈추고, 한쪽으로 몰려가는거야.
대충 보니까, 누가 다친 거 같은데 멀리 있으니까 그게 누구인지를 잘 모르겠더라고.
설마 내가 아는 애겠어 싶어서, 일단 앉아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데
저기 멀리서 이석민이 누구를 업고 내 쪽으로 막 뛰어오는거야.
"이석민! 무슨 일이야?"
"어, 일단 잠깐만. 세봉아 잠깐만 있어!"
이석민이 딱 내 앞까지 왔을 때, 이석민이 업고있는 사람이 전원우라는 걸 알게됐어.
너무 당황스러워서 자리에서 일어나가지고 나를 지나치는 이석민을 보고만 있는데,
뒤에 업혀있는 전원우 다리에 상처가 크게 난거를 보고 당장에 뒤따라갔어.
"어이고, 잘하는 짓이다. 이녀석들아."
"아, 쌤. 얼른요!"
이석민을 뒤따라 보건실로 들어오자, 제일 먼저 보건쌤 핀잔이 들리더라.
이석민이 거의 울 것 처럼 보건쌤한테 매달리니까, 보건쌤이 전원우 다리를 대충 만져보더라고.
꾹꾹 누르기도하고, 돌리기도 하면서 전원우 반응을 살피던 보건쌤이
다시 자리에 앉으시더니 되게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석민을 바라봤어.
"병원 가야겠는데."
"네? 그렇게 심해요?"
"인대가 좀 늘어난거 같아. 병원 가서 정확하게 진단 받아야 알겠지만?"
일단 있으라며 보건쌤이 잠깐 보건실을 나가셨고, 보건실엔 나랑 이석민 그리고 전원우만 남았어.
잠깐 정적이다가, 이석민이 전원우 앞으로 가서 서더니 사과를 하는거야.
"야, 진짜 미안하다."
"됐어. 근데 김세봉, 쟤는 왜 따라 온거야?"
전원우는 낯간지러웠는지 됐다면서, 화제를 돌리는데 그게 공교롭게도 내가 된 것 같았어.
턱짓으로 나를 가리키는 전원우에 그제서야 이석민이 뒤를 돌아보더라고.
"어? 세봉아. 너 왜 여기,"
"너가 다친 줄 알고 걱정되서 따라온거 아니야?"
당황해하는 이석민 뒤로 전원우가 개구지게 웃으면서 장난을 치는데,
순간 뭐라고 해야되지 좀 기분이 이상한거야.
난 어디까지나 전원우 다친거 때문에 여기까지 따라온거였는데.
그 때 갑자기 보건실 밖에서 엄청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리다가 보건실 문이 탁 열리면서
부승관하고 김민규가 들어오더라.
"저너누 깽값 챙기는 소리 듣고 왔다~"
"저너누가 합의는 해 준대? 이석민?"
별시덥지 않은 소리를 지껄이면서 이석민이랑 전원우한테 치대던 부승관이랑 김민규가
갑자기 나를 딱 돌아보는거야.
그러더니 나를 기가 막히게 놀릴 궁리를 잡았다는 듯한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그러더라고.
"하, 또 바늘 가는데 실이 빠질 수가 없지."
"우리 세봉이는 다 좋은데, 꼭 이렇게 티를 내. 그치? 석민아?"
전원우부터 해서 부승관이랑 김민규까지 내가 다 이석민 때문에 여기에 왔다고 놀리는데,
솔직히 어떤 반응을 보여야 될지 몰라서 그냥 어색하게 웃고만 있었어.
이석민 앞에서, 내가 전원우 때문에 여기 온거라고 차마 말 할 자신은 없었거든.
"나 괜찮아. 세봉아!"
"ㅇ,어. 다행이네."
"많이 놀랐어?"
애들 말에 내가 별다른 반응을 안보이니까, 이석민이 먼저 내 앞으로 다가오더라고.
그러더니 내 시선 맞추면서 놀랐냐고 물어봐주는데, 그냥 갑자기 이석민이 좀 원망스러웠어.
그래서 가만히 있었는데 저 뒤에선 난리가 난거야.
"야, 진짜 그럴거면 그냥 사겨라;"
"김세봉 진짜 여태 아닌척 오졌다 진심."
그 말들을 듣고만 있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뒤돌아서 보건실을 나와버렸어.
괜히 따라왔다 싶더라고.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스탠드에 있을걸.
교실로 돌아가야겠다 싶어서, 복도를 걷는데 주머니에 아까 넣어두었던 요구르트가 생각이 나는거야.
하나는 내거고, 하나는 이석민거.
사실 내거는 전원우 주려고 남겨놨던 거였는데, 이젠 줄 수가 없겠다 싶었어.
그래서 그냥 따서 먹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누가 내 옆으로 바짝 붙어서더라고.
"화 많이 났어?"
언제나 그렇듯 내 눈치를 살피는 목소리에 대답은 고개짓으로 대신했어.
그리고 손에 있던 이석민 요구르트를 이석민에게 건넸어.
얼떨떨하게 요구르트를 받아든 이석민이 계속해서 나를 바라만 보고 있더라고.
"왜,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이거 너 마셔."
"네건데 나를 왜 줘?"
"원우 주면, 네가 마실게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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