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뚱땡아!
w.soondooboo
워너비 세븐틴 예고편이 방송된 후 우리 모두는 사람들의 반응을 궁금해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다들 워낙 긴장하고 있던 터라 방송이 어떻게 나갔는지, 어떻게 보였는지, 시선처리는 제대로 했는지, 메이크업이 떠 보이지 않았는지, 말실수를 하지는 않았는지 기억나지 않아 불안하고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궁금해한 부분은 '서로가 어떤 이야기를 했느냐'였다. 내 영상을 가장 궁금해 했던 사람은 단연 차예림이었을 것이다. 영상을 찍고 나온 후로 계속해서 나와 눈이 마주치는 것만 보아도 그랬다.
청순한 이미지를 굳히고 있는 차예림은 내가 플레디스 연습생이 된 이래로 제일 심하게 텃세를 부리고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었다. 우린 일곱 명 중 한 명만 데뷔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그건 정말 희박한 확률이었다. 지금 우리는 연습만 죽어라 해도 모자랄 때 였다. 그러니까, 서로를 견제하는 시간도 그저 아깝다는 뜻이다. 누구를 미워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었지만 요즘은 나를 미워하는 사람을 좋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곤 하는 것 같다.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다가도 연습실에 들어온 나를 보고 나면 눈을 흘기며 짐을 다시 풀고 연습을 시작하는 식의 간단한 시비부터 시작해서, 새로 들어온 연습생들 앞에서 유독 심하게 지적을 한다던가 하는 간단한 것들부터, 월말평가 때 트레이너 선생님께 나 혼자 안무가 맞지 않아-나와 상의없이 안무를 변경했었다- 불편하다는 식으로 호소를 하는 등 나에게 타격이 큰 행동들까지 종류는 다양했다. 한 번은 그 정도가 점점 심해져서 이러다간 제 명에 못 살겠다 싶은 마음에 잘못이 없어도 사과를 해서 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둘만 연습실에 남았을 때 말을 걸었는데, 음… 잘 풀지 못 했다.
"내가 너한테 뭐 잘못한 거라도 있어?"
"아뇨?"
"그럼 네가 계속해서 보이는 행동들은 뭐야?"
"뭐가요."
"다른 애들까지 불편해하잖아."
"아, 내가 언니랑 같이 연습해야 한다는 게 짜증날 뿐이에요. …늦게 들어온 주제에."
그 날 내가 마주해야 했던 빡침이란... 나를 마주한 차예림의 눈빛은 단순한 경멸 그 자체였고, 해결방법이 없겠구나 하고 뒤늦게 깨달은 것도 그 날이었다. 이후 나는 그냥 그녀를 무시하기로 했다. 신경이 쓰이면 연습에 더 마음을 쏟기로 했다. 내가 맞붙어 다른 아이들의 신경까지 거스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뭔가 말실수를 했다거나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사과를 하거나, 내 행동을 고치거나…, 적어도 해결책을 찾을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 내가 늦게 합류한 주제에 데뷔 경쟁상대에 놓이는 사실이 자존심 상하는 것이라면, 그건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없는 일이니까.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홱 돌리면 저도 시선을 피하고 아닌 척, 보지 않았던 척. 차예림과 이걸 몇 번이나 반복하고 나면 더 이상 받을 열도 없다. 짝사랑하는 꼬맹이들도 아니고 이게 뭐 하는 거냐고. 한숨을 푹 내쉬고 긴장감과 무거움이 가득한 공기를 피하고자 연습실 문을 열자 때 마침 전용 연습실-세븐틴 데뷔가 확정된 멤버들은 세븐틴 전용 연습실이 생겼다-에서 나오는 준휘가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가볍게 손을 흔들면 저도 나와 눈을 맞추고 씩 웃는다. 여담이지만, 준휘 특유의 웃음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 중 하나다. 약간… 큰 오빠 같은 웃음이라고 해야되나, 실상은 나보다 더 어린 앤데도 준휘가 웃는 걸 보면 긴장이 확 풀리고 마음이 안정되는 그런 느낌이 든다.
"영상 봤어."
"무슨 영상?"
"자기 소개 영상~?"
수치플 개 쩌는걸? 급격하게 몰아치는 민망함에 바로 몸을 돌려 연습실로 들어가려는데 문준휘가 뒤에서 웃음을 터뜨린다. 저 새끼 저거...
"…누나 예쁘게 나오디?"
"어우, 그럼."
"…차라리 그냥 놀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준휘 웃음이 마음을 안정 시켜준다고 했던 거 다 취소요. 문준휘는 중간중간 내가 했던 말들을 되뇌이며 숨도 못 쉬고 웃어댔다. 냼주햭 얘걔 붜궈 뺴챼쟤 먜럐~ 절 챙겨준 고마운 친구예요~ 오구 고마워쪄여~ …그리고 나는 얼굴을 벌겋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져 가만히 주먹을 쥐고 있었다. 저 새끼 웃음이 멈추는 순간 그게 마지막 웃음이 되리라. 한참을 정신 없이 웃던 문준휘는 조용한 내가 의아한지 내 눈치를 보며 조금씩 웃음을 멈추기 시작했고, 나는 잔잔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 웃었어?"
"…누나 그게 아니구…"
"응?"
내 꽉 쥔 주먹을 보고 -내 손이 좀 맵다- 식겁한 문준휘가 악 악 대며 도망가다 제 연습실 문을 여는 동시에 내가 문준휘의 뒷덜미를 잡았다. 와중에 까치발 든 게 자존심 상해서 괜히 입술을 삐죽였다. 새끼 키만 커 가지고... 서슴없이 누나, 누나하고 불러대는 문준휘-는 원래 누나 소리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 에 코웃음을 치며 손을 높이 올리려는 순간 안에 있던 멤버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
"………안녕하세여."
뭐야, 뭔데…. 남소연 오늘 수치플로 죽는 날이야, 오늘? 까치발을 들고 한 손으론 문준휘 뒷덜미를 꽉 잡고 한 손은 내려치기 직전으로 들고 있는데 애기미 풀풀 나는 애 하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와 문준휘를 바라봤다. …진짜 진심으로 기억상실증 걸린 척 할까 고민했다. 대충 미모 열일하시네요! 하면 넘어가주지 않을까. 그러나 내 입 년이 방정맞게 먼저 말을 건넸다.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고 그래, 시팔! 잠시 얌전하던 문준휘가 속사포처럼 한솔아, 살려줘, 따위의 말을 내뱉었고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문준휘 등을 내리쳤다. 닥쳐, 새꺄. 네 목숨 오늘 다이다이.
"Oh, Jesus."
아, 정말 살기 싫다 이거에요.
부둥부둥 내 님들 |
♥서영 님 슈크림 님 꼬맹이 님 기복 님♥ |
'ㅅ' |
거의 일주일 만이죠...ㅎㅎ 사실 별 재미가 없는 글이었던 지라 읽어주시는 분이 없으실 것 같아 일단 써놓고 본... 프롤로그였던 탓에 댓글이 달리구 신알신도 해주시구 암호닉 신청도 해주시구 그래서... 당황해씁니다;ㅅ; 독자님들 기대를 충족시키고는 싶고 글을 빨리 올리긴 해야겠고... 아무튼 보시다시피 이번 화에서는 여러분이 이미 알고 계시던 준휘와 어느 정도 친한 지, 그리고 한솔이와의 첫 만남, 차예림과의 신경전 정도가 간략하게 나왔습니다. 다음 화는 꼭... 더 길게... 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 혹시 짤이 불편하시다면 꼭 말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