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를 하얗게 펴바른 얼굴, 섀딩과 함께 길게 빼어 그린 아이라인, 빨갛게 칠한 입술, 가슴이 터질듯 꽉 줄인 블라우스와 허벅지까지 짧게 줄인 치마, 노랗게 물들인 긴 생머리, 까맣게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 욕은 기본이고 술과 담배까지. 사람들은 나를 흔히 '양아치'라 불렀다. 그러면서도 왜인지 나와 내 친구들은 '이여주 무리'라고 불리고 있었다. 마치 내가 우두머리인 것마냥. 딱히 내가 무언가에 나서서 한 것도 아니었고 애들이 나를 중심으로 모인 것도 아니었지만 어느샌가 그렇게 불렸다. 애들은 이여주 잘나간다며 웃어댈 뿐 상관없어 했고 남녀가 섞인 무리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무리의 중심이 되었다. 뭐, 딱히 나쁘진 않았다. 우리가 길을 걸을 때면 교복을 입은 중고딩들은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피해갔고 사람들은 저들끼리 수근댔다. 가끔 오지랖 넓은 개저씨들과 시비가 붙어 귀찮게 경찰서도 갔다오곤 했다. 우리들의 머리를 가리키며 알록달록 예쁘다고 하던 아이와 그 옆에서 경멸의 눈초리로 쳐다보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아이를 데리고 황급히 자리를 뜨던 젊은 여자도 있었다. 그때 나는 그 여자를 비웃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들었다. 학교에서는 나를 진작에 포기한 눈치였다. 하긴 입학식부터 문제아로 낙인 찍혔으니 말 다 했다. 날이 새도록 친구들과 술 파티를 벌이다 결석하는 일이 잦았고 학교에 갔다가 마음대로 밖으로 나서는 일도 많았다. 학생부는 우스울 정도고 경찰서에도 몇 번 들락날락할 정도로 이런저런 사고를 치고 다님에도 내가 퇴학 당하지 않는 이유는 사고를 칠 때마다 학교로 찾아와 이리저리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혀가며 빌빌대는 엄마 때문일 거다. 정작 본인은 상관없는데 병신같이. 할 것도 없는데 자퇴라도 할까 했지만 다른 건 안 바랄 테니 고등학교만은 졸업하자는 엄마의 애원 때문에 꾸역꾸역 출석일자만 간신히 채우고 있었다. 그렇게 내키는 대로 학교에 갔다가 대충 시간만 떼우고 심심하면 애들과 함께 학교 밖으로 나가 이리저리 놀러 다니면서 나름 평화롭게 지내는 중이었다. 분명 그랬었다.
" 3학년 1반 이여주. 복장 불량, 명찰, 화장, 염색, 매니큐어. 벌점 16점. " 이 개같은 선도부장만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