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 어린이들이 듣는 동요가 어울린다고 해야할것만같은 이 남자는. 분명 멀리서, 아니 그렇게 멀리떨어진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거리가 있을때 봤던 그 연예인포스를 풀풀 풍기는 남자가 왜이렇게 어린애같지? "헤헤헤- 긴장안해두되요." 아니 긴장은 안하는데요. 어째 이거 데자뷰같은데...? 아무튼 싸인은 받아야했기에 앨범을 내밀자 하라는 싸인은 안하고 멀뚱멀뚱 쳐다보기만한다. 눈도 크고 귀도 크고, 귀는 진짜 움직일것만같이 생겼다. 아니아니 이게 중요한게 아니라. 다 큰 비글이 금방이라도 쓰다듬어달라는듯 눈빛을 쏘아대는것같다. 큰 눈으로 올려다보며 원하는걸 이루고 말겠다는 눈빛. 애석하게도 비글은, "으아아악!!!" 3대 지랄견 중 하나였다. 아무 말도없이 쳐다보기만 하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남자에 깜짝 놀라쳐다보자 이번엔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혀있다. 왜, 왜 저래...? "거,거미가!!" ......... 야외행사장이여서 그런지 벌레가 조금 보이긴 했는데 언제올라온건지 앨범위에 얌전하게 붙어있는 거미에 쫄아서 소리를 지른건가보다. 큰 키가 아깝다. 넓은 어깨도 아깝다. 저런데쓰려면 아까 본 도경수?, 그 사람한테나 주지. 얼마나 겁이 많은건지 엄지 손가락만한 거미에 바들바들 떠는 모습이 가련하다. 진짜 덩치가 아깝다. 남자란 이름이 운다. 아이고. "됐죠? 싸인 부탁드려요." 대충 손으로 잡아 사람이 없는 쪽으로 휙- 던지자 잡는순간부터 기겁을 하더니 아예 눈을 감아버린다. 뭐. 어쩌자고. 무슨 겁이 이렇게 많아? 아까운 시간은 없어죽겠고 싸인받을 사람은 아직 반이나 더 남아서 죽겠는데 도대체 언제 눈을 뜰건지 귀신을 본것마냥 꼬옥 감고있다. 명색이 연예인인데 이걸 때려, 말아? "저기요. 싸인해달라고요." ".......거미는?" "아까 날리는거 봤잖아요. 여기 없으니까 싸인이나 해줘요." 진짜 겁은 드럽게 많다. 던지는것까지 직접 봐놓고도 안심이 안돼는지 몇번더 주변을 살피더니 이내 눈을 맞추고 눈물을 흘린다. ....응? 이봐 당신, 왜 울어? "흐어어엉.." "아니, 저기요.. 왜 울고 그러세요." "흐읍.. 거,거미때문에 흐끅- 놀래서.. 끅!" 갑자기 우는 남자때문에 당황한 내가 주위에 있던 티슈곽에서 티슈를 뽑아주며 묻자 거미때문이란다. 허... 무슨 전생에 거미한테 쏘여 죽으셨어요? 어이가 없어 말이 안나오자 자기도 창피한건지 훌쩍이며 시선을 피한다. "헤,헤헤.. 싸인해줄까여?" ".....혹시 이중인격이세요?" 진지하게. 궁서체로. 저렇게 웃는 얼굴로 바꿔 싸인해준다고 말하면 내가 잊을줄 알았나? 정말? 지금 귀까지 빨개진채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데 설마 진짜로 그럴건줄 알았던거야?! "비,비밀로 해주면 안돼?" 창피한건 창피한가보다. 어느새 반말로 바뀐채 눈도 못마주치며 거미때문이긴 했지만 그건 놀라서 그런거지, 절대 무서워서 운게 아니라고 열심히 설명한다. 이제 다 피곤한것같아. 제발 니니라는 사람의 싸인만 받고 집에 가고싶다. "우리만에 비밀이예여! 꼭 지켜!!" '하트뿅뿅^ 3^♥ 비밀지키기! 안지키면 찬열이 슬퍼용ㅠㅠ" 진심으로 앨범을 찢어버릴까 고민했다. 진짜 다 그만두고 집에 가고싶다. 얼핏 머릿수를 보자 아직 한 만큼은 더 해야한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싶다. 이 망할 친구년... 내가 쉽게는 안 받아먹는다. 두고보자. "반가워요~" .....원더걸스 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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