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대학 동기 ;01
개총 후 있는 첫 전공시간이었어.
나는 당연히 누가 내 옆자리에 앉겠나 싶어서 옆자리 위에 가방을 올려뒀었지. 그런데 왠 애기애기한 여자애가, '언니, 혹시 옆에 자리 있어요?' 하고 물어오는거야!
나도 드디어 친구 생기는구나 싶어서 입가에 엄마미소가 잔뜩 지어졌졌었어.^------^
반가운 마음에 얼른 가방을 치우고 의자를 빼주고 여기 앉으라고 할려는데,
"응, 거기 오빠 자리야~ 딴 데 가서 앉어~"
뭔데. 아니 또 뭔데. 어디서 나타난건데. 왜 거기 니가 앉는건데.
애기애기한 후배는 멋쩍게 웃으며 앞자리 여자애를 일으켜세워 '완전 대박...' 하고 속닥거리면서 바깥으로 나갔어.
뭔가 그 여자애 모습에서 내 동기들이 육성재가 악수 거절했을 때의 뒷담까는 그 모습이 보였던건 그냥 내 기분탓이라고 해둘래.......
이 자식이 또 나한테 왜이러는걸까.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 않게 콧노래를 흥얼 흥얼거리며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는거 있지?
그래, 애초부터 이상한 애인거 알고 있었으니까 참으면 다 덕이려니 무시하기로 했어.
"야."
"..."
"야. 야!!"
"왜, 왜. 대체 왜."
"나 책없다. 좀 옆으로 땡겨줘 봐."
진짜 무시하고싶었음. 열심히 무시했음. 나 부르는게 아니길 바랬음. 그런데 속닥거리던 목소리가 점점 육성으로 터져나오는 걸 듣곤 더 무시하면 수업이고 나발이고 땡고함을 지르겠다 싶어서 대답을 했는데 뭔 얘긴가하면 이젠 책이없다네.ㅋㅋㅋㅋ 진상짓으로 트리플크라운 하려고 마음먹은 거 같았다. 진짜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책을 옆으로 좀 밀어줬어. 그리고 다짐했지, 정말로 친구 꼭 사귈거라고. 얘랑은 절대 다시는 안 앉겠다고.
그런데.. 내가 책 보여줬잖아.
"..."
"........"
"........................"
"책을 보여줬으면. 눈을 깔고 책을 좀 보지?"
아까부터 옆 얼굴이 뚫어질 것 처럼 쳐다봐서 이를 악물고 속삭였음. 근데 그게 또 뭐가 재밌다고 킬킬거리면서 계속 쳐다보는거야.
"와, 어떻게 그게 점이냐. 신기하네."
"...하."
얘, 내가 미친놈이라고 그랬다고 지금 복수하는거지? 왜 자꾸 걸고 넘어져. 나, 점 그렇게 안 이상해. 우리 엄마, 아빠는 송혜교 점이라고 막 백만불짜리라고 그러거든? 막 뭐라고 쏘아붙일까 고민하던 중에 교수님이 수업을 끝내시더라. 계속 어버버 거리는 와중에 육성재가 내 책을 덮어서 옆으로 밀어줬어.
"야, 야. 너 이거 끝나고 수업 있어?"
"C언어."
"아... 뭐야. C언어 언제 신청했는데. 정정했냐?"
"어. 교수 이상해서 어제 바꿨어."
"그럼 C언어 끝나면 밥 먹게 창조관 식당으로 와라."
이 대화 뭔가 안 이상해? 나만 이상한가 지금? 내가 왜 너랑 밥을 먹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육성재는 일어나서 휘적휘적 나가버렸어.
....진짜 저 또라이.
수업이 끝나고 창조관 식당으로 갔어. 그래도 육성재가 한 말이 걸려서 연락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엄청 고민을 했다. 아니, 근데 생각을 해보니까 번호도 모르는데 무슨 연락! 그래, 육성재도 그냥 한 말이겠지, 혼자 맘이 편해져서 룰루 랄라 식권을 사서 밥을 받았어. 자리에 앉아서 핸드폰을 보면서 밥을 한 술 뜨렸는데 -
(냠냠♬)
"그만 처먹고 말을 해봐. 이 또라이야."
음... 한번 또 들고와봐써효.. 이거 음슴체를 해야할지 글 문체를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하나도 안잡히네요..;_;
글 내용도 괜찮은 건지 잘 모르겠찌만 저는 댓글을 달아주는 설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뻘글을 씁니댜.....!
혹시 원하는 소재나 흘러갈 방향들 댓글로 써주시면 적극 100프로 반영해서 쓸게용 설들의 댓글 마니마니 부타캬요...!^ㅡ^
아, 맞다. 별거 아닌데 초록글 올라갔어요 ♥ 댓글 달아주는 설들도, 눈팅 설들도 모두모두 고마워요 ♥
오늘도 도망 슝슝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