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오지 말라며 바라고 바랐던 개강이 결국 .. 촐싹대는 알람소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사정이 생겨버려 1년 휴학을 한 뒤 이제는 복학 할 때도 되지 않았냐는 친구의 말에 귀가 팔랑거려 복학을 해버렸다.
왜 그랬을까..
어차피 복학을 한다고 해도 친구랑 전혀 다른 수업을 들을텐데..
"아..진짜 너무 귀찮다.. 교양 언제 다 들어.."
간단하게 필기구만 가방에 넣어 터덜터덜 학교로 가고 있는데 건너길 에 이 동네에서 처음 보는 낯선 남자가 보였다.
이렇게 여유롭게 가면 아슬아슬하게 도착하겠지만 이상하게도 그 남자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렇게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을까... 주위를 둘러보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고 나는 죄 지은 것 마냥 화들짝 놀라며 신호를 건너 학교로 뛰어갔다.
숨을 헐떡이며 우여곡절 끝에 강의실을 찾아 들어왔는데.. 이게 무슨 일 이람..
딱 봐도 나만 복학생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하하..
“반갑습니다. 아미의 역사 강의교수인 김토토입니다.
오늘은 전체적인 수업계획을 알려드리고 출석 후 마치겠습니다. “
혼자앉아 sns를 보고 있는데 어느새 강의시간이 다 되어 교수님이 들어오시고 강의실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거 참.. 다들 두명씩 짝지어 앉아있는데 복학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 내 옆자리는 텅 비어있다.
한숨을 쉬며 유인물을 받고 수업계획표를 읽고 있는데 강의실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들어온다.
“죄송합니다. 강의실을 착각해서 늦었습니다. ”
아침에 봤던 그 남자다.
남자는 교수님께 목례를 한 뒤 제일 앞에 앉는 것 같았으나
그 짧은 순간에 나와 눈이 마주치고 ...?
“앉아도 되죠?”
책상에 얹어두었던 가방을 챙겨 맨 뒤에 앉아있는 내 옆자리로 왔다.
무척이나 당황스러운데 ... 혼자 앉아있는 내가 불쌍해보여서 그런가 싶어 앉으라고 대답했다.
남자가 자리에 앉자 엄청 좋은 향이 퍼졌다.
그 향에 홀린 듯 나는 자연스럽게 남자를 쳐다보았고 남자도 그런 나를 쳐다보았다.
마치 이 강의실에 둘만 있는 기분이 들었다.
넋이 나간채로 보고 있는데 씨익 웃으며 계획서보라고 손짓하는 남자의 행동에 심장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김남준”
“네”
“김탄소”
“네”
후끈거리는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말씀이 끝나셨는지 출석을 부르는 교수님에 대답을 하고는 바로 가방을 잡았다.
옆자리 남자 이름이 김남준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저기, 탄소씨”
다음 주에 보자는 교수님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다들 기다렸다는 듯이 강의실을 빠져나가고
나도 그 틈에 끼여서 나가려고 일어섰는데 남자가 내 이름을 불렀다.
깜짝 놀라서 토끼눈을 하고 뒤를 돌아보자 남자는 아까 그 웃는 표정을 하며..
“아침에 저랑 눈 마주쳤죠?”
“아하하.. 그런가요?”
“뒤에 수업 있어요?”
“아뇨, 오늘은 이 수업밖에 없어요.”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아침에 눈 마주친 이야기를 꺼내는 남자에게 나도 모르게 그런가요..?라며 이상한 대답을 해버렸다.
움푹 들어간 보조개와 매력적인 눈, 그리고 도톰한 입...입술..
아 미치겠다.
지금 이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아..!!!
“탄소씨?”
“에?”
결국 남자는 내 어깨를 살짝 건드렸고 나는 멍청하게 반응을 했다.
“대답..해주세요.”
“아.. 네..?”
“오늘 처음 만나는 사이에 당황스럽겠지만
탄소씨가 부담스럽지 않으면 저랑 서로를 알아가는 사이가 되는건 어때요?”
-
오랜만에 밟는 골목길, 가을이 다가온 것을 느끼게 해주는 시원한 바람,
그리고 반대편에서 걷고 있는 한마디도 못 나눠본 나의 오랜 짝사랑.
너는 아마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남자가 되어서 돌아온 나는,
이제 용기를 가지고 너에게 다가가려고 해.
여전히 너는 예뻤고
그 예쁨을 내가 아껴주고 싶어.
지금 네가 날 바라보는 그 시선이 내 착각이 아니라면
너도 나에게 조금의 관심이 생겼다고 생각해도 될까.